<화제의인물> 진땀 흘린 이세돌

알파고와 멋진 승부 “대단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알파고’가 한판 승부를 벌였다. 이 9단은 AI와 바둑을 둔 프로 기사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 9단은 바둑계를 제패한 포스트 이창호 시대의 최고의 바둑기사로 ‘바둑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세돌 9단은 조훈현, 이창호에 이은 세계 바둑 최강의 계보를 이어가는 바둑기사다. 세계대회 우승 횟수가 이창호 다음으로 많고, 12세에 입단해 한국 프로 기사 중 최연소 입단 3위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1위는 조훈현 9세, 2위는 이창호 11세다.

역사에 기록될 5국
바둑천재 파격행보

이 9단은 전남 신안군 비금도 출신이다. 꽤 특이한 이름의 소유자인데 그의 이름에 쓰이는 한자인 돌(乭)자는 한국에서만 쓰이는 한자다. 돌(石)석자에 을(乙)자를 합쳐 만든 글자다. 석(石)자는 돌이라는 뜻을 나타내고, 을(乙)자는 한자와는 상관없이 돌의 받침 ‘ㄹ’을 나타낸다.

이 9단은 2012년 발간된 자서전 첫 머리에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아버지에게 배웠다”고 단언한다. 그의 부친은 대학 졸업 후 몇 년 간 교편을 잡았으나 어떤 연유에서인지 고향 섬 비금도에서 농사를 지으며 5남매를 길렀고 자식 모두에게 직접 바둑을 가르쳤다.

이 9단은 만 5세 무렵 또래의 섬 아이들과 함께 아버지에게 바둑을 배우기 시작했다. 1989년 조훈현의 응씨배 우승이 프로기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계기였다고 한다. 프로기사가 되기 위해 9세에 서울로 바둑유학을 왔다.

12세에 프로기사로 입단했다. 형인 이상훈을 프로를 따라 입단했으나 자신보다 기재가 뛰어난 동생을 본 형은 “나는 이세돌을 이길 수 없을 것 같다. 은퇴하겠다”고 선언하고 동생 이 9단 지원에 전념한다.

1995년에 입단하고 그 뒤 2단이 되는 데 3년이 걸렸다. 1999년에 3단이 된 뒤로 크게 활약하기 시작했다. 2000년부터는 두각을 나타낸다. 32연승이라는 역대 연승 3위 기록을 세우며 ‘불패소년’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다. 당시 최우수기사상을 수상했다. 이후 3년간 바둑계를 휩쓸지만 당시 3단에 불과했다.

이는 이세돌이 더 높은 단을 달기 위해 치러야 하는 승단대회를 제대로 치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형식에 젖어 과도한 대국수로 스타급 기사를 혹사시키는 승단대회의 문제점은 이전에도 지적되고 있었지만 최초로 그 제도에 정면으로 대항한 사람이 이 9단이었다.

3단에 불과한 이 9단은 메이저 세계대회인 후지쯔배를 우승하고 LG배 결승에 진출하면서 승단대회 무용론을 몸소 보여줬다. 이때 여론의 지지도 받게 된다. 결국 한국기원은 2003년부터 승단 규칙에 “세계대회 우승시 3단 승단, 준우승시 1단 승단”을 추가했다. 이세돌은 이 대회들에서 우승하며 단 5개월 만에 9단이 된다.

이후에도 2009년 5월까지 국내랭킹 1위, 10번째 세계대회 우승을 하는 등 정상급 기사의 면모를 보여줬다. 하지만 그는 바둑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지적하면서 괘씸죄로 징계를 받게 된다. 그러자 이 9단은 이에 반항해 2009년 6월30일부터 2010년 12월31일까지의 18개월 휴직계를 제출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이 9단은 기보에 대한 저작권 문제와 대국료 관련 문제로 한국기원과 마찰을 빚었다. 하지만 이 9단은 휴직 6개월여 만인 2010년 1월 11일 한국기원이 복직조건으로 내건 ▲소속기사 내규의 준수 ▲중국리그 수입 일부를 기사회 기금으로 내는 문제의 수락 ▲공동저작물인 기보저작권의 사용 권한을 기사회에 위임하는 것 등에 대해 합의 하면서 휴직을 끝냈다.

비금도 출생…5세부터 아버지에게 배워
프로기사 목표로 9세 때 서울 바둑유학

한국기원과의 앙금을 청산하고 복직하자마자 파죽지세로 24연승과 함께 덤으로 제2회 BC카드배 결승에서 창하오 9단을 3:0으로 압살하면서 세계 타이틀 하나를 더 추가하게 된다. 세 판 모두 불계승.

이 대회 16강전에는 당시 중국 랭킹 1위이던 콩지에를 상대로 초반에 대마가 잡혀 85집 정도를 잃은 상태에서도 역전승을 했었다. 그날 인터뷰에서는 이 9단은 “초반에 밀려서 그냥 두는 데 의의를 뒀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2011년 4월 제3회 BC카드배 결승에서 라이벌로 여겨지는 구리 9단을 상대로 3:2 신승을 거두고 BC카드배 2회 연속 제패에 성공한다. 2012년 12월13일, 삼성화재배 결승 3번기에서 구리 9단을 2:1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삼성화재배는 통산 4번째 우승한 것. 구리 9단과의 상대전적도 10승 1무 14패로 약간 회복했다.

2014년 구리 9단과의 인생승부 10번기를 시작했다. 10번기는 제한시간이 4시간에 1분 초읽기 5회. 월드컵 기간인 6월을 제외하고 1월부터 11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에 개최되며 먼저 6승자가 나오면 종료된다. 승자는 우승상금 500만 위안(약 8억 4000만 원)을 패자에게는 20만 위안(약 3500만 원)의 여비가 지급된다. 단, 최종 성적이 5승 5패일 경우 상금을 절반씩 나눈다. 이 대회에서 이 9단은 6승 2패로 승리한다.

세계 바둑계 평정
구글 인정한 실력

2011년 4월, 제3회 BC카드배 결승에서 라이벌로 여겨지는 구리 9단을 상대로 3:2 신승을 거두고 BC카드배 2회 연속 제패에 성공한다. 2012년 12월 13일, 삼성화재배 결승 3번기에서 구리 9단을 2:1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삼성화재배는 통산 4번째 우승한 것. 구리 9단과의 상대전적도 10승 1무 14패로 약간 회복했다.

이 9단은 30대에 접어든 이후부턴 메이저 세계대회에서 준우승만 내리하며 서서히 기량이 하락하고 있다. 2016년 2월 한국 랭킹은 2위(1위는 박정환 9단)로 떨어진다. 다만 박정환 9단이 세계무대에선 국내무대만큼 기량을 잘 못발휘하는 편이라 국내용이라는 오명이 있다 아직도 한국바둑에서 이 9단의 위상은 죽지 않았다.

2016년은 연초부터 굵직굵직한 대국이 이어지고 있는데, 몽백합배 결승전에서 커제와 접전 끝에 준우승했다. 이후 이 9단은 제34기 KBS바둑왕전, 제43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에서 결승대결을 펼치면서 일명 8번기를 펼쳤다. 바둑왕전에서는 박정환 9단에게 첫 판을 딴 후 내리 두 판을 내주며 준우승했다. 명인전에서는 3승 1패로 박정환 9단을 꺾으며 통산 4번째 명인전 우승을 차지한다.

이 9단은 중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바둑기사다. 평소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는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한다.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인데 내가 우승해서 미안합니다”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요” “이름도 잘 모르는데 그들의 바둑 실력을 어이 아나?” 등이 대표적인 이 9단 어록이다.

구글이 선택한 이유?…저돌적인 스타일
묘수·잔수 강해 “아마추어에 인기 굿”

이창호의 바둑이 느긋하면서도 안정적인 계산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스타일이라면, 이 9단은 압도적인 수읽기를 통한 흔들기로 상대를 난전으로 끌어들인다. 상대를 혼란시키고 압살해버리며 묘수와 잔수가 아주 강해서 전투가 많이 일어난다. 때문에 아마추어와 일반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

구글이 이 9단에게 도전장을 내민 이유이기도 하다. 이 9단의 이 같은 전투 스타일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센돌’이란 별명에서 보듯이 이 9단의 힘은 가공할만 하다. 저돌적이며, 모험심이 가득하며, 적당히 타협하지 않는다. “지구상 최정상 프로바둑기사 중 이 9단은 가장 창조적이며 직관과 상상력에 기반둔 착점으로 일관하는 기사”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 같은 평가를 구글이 중요시 한 것이다. ‘돌부처’ 이창호라면 워낙 신중하기에 알파고 도전에 장고할 수 있겠지만, 이 9단의 경우는 호기심이 많아 도전에 응할 것이라는 확신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9단은 구글의 제안을 단 5분도 되지 않아 승낙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파고의 도전장을 큰 고민없이 받아들인 것이다.

이 때문만은 아니다. 여기에 구글의 노련한 노림수가 숨어 있다. 박정환 9단이 국내 랭킹 1위이긴 하지만, 이 9단은 중국 프로기사에 공포의 대상이다. 중국에선 한국에서 가장 강한 상대를 이 9단으로 꼽는 것이다. 예전 이창호의 자리를 그가 꿰찬지 오래다.

특히 이 9단에 대해서 중국 바둑팬은 부러움과 질시, 두가지를 동시에 갖고 있다. ‘바둑원조’인 중국에선 구리 9단과의 ‘10번기 이벤트’에서 이 9단이 구리 9단을 누른 것에 여전히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거침없는 입담
중국인이 질투

구글이 중국의 자존심이었던 구리 9단을 인상적으로 누른 이세돌과의 알파고 대결을 추진한 것은 그래서다. 이 9단에 지면 지는대로 의미있고, 이긴다면 중국 바둑에게도 우세하다는 평가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IT업계도 인공지능 개발과 진화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 9단과의 세기의 빅이벤트는 구글로서는 인공지능 측면에서 ‘중국보다 한참 퍼스트 무버(First Mover)’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할 기회로 여겼다는 것이다.   
 

<min1330@ilyosisa.co.kr>

  

[구글 알파고는?] 

구글의 인공지능개발 자회사인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정책망과 가치망이라는 두 가지 신경망을 통해 결정을 내리며 머신러닝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알파고는 2016년 3월9일부터 15일까지 개최되는 이세돌 9단과의 세기의 바둑대결로 화제가 되고 있다. 알파고는 다른 바둑 프로그램들과 총 500회 대국을 벌여 499회 승리하기도 했다. 2015년 10월에는 유럽바둑대회 3회 우승자인 판 후이(Fan Hui) 2단을 상대로 대국, 5전 전승했다. 이 승리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전문바둑기사를 상대로 거둔 사상최초의 승리였다.

1997년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와 대결에서 승리하며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을 끌기는 했지만 바둑은 컴퓨터 인공지능이 도전하기에는 버거운 분야로 여겨졌다. 체스가 한 위치마다 가능한 수가 평균 20개 정도라면 바둑은 200개 정도일 정도로 복잡하기 때문이다. (바둑판에서의 경우의 수는 10의 170승으로 전 세계 원자 수보다 더 많다고 한다.)

수많은 경우의 수 중 선택하기 위해 알파고는 정책망과 가치망이라는 네트워크 프로세스를 이용한다. 수의 위치를 계산하는 ‘정책망’으로 탐색의 범위를 좁힌 뒤, 가치망으로 승률이 가장 높은 수를 판별해낸다. 이 두 네트워크가 서로 얽혀가며 바둑판에서 상대 수를 읽고 확률을 측정해 다음 수를 두게 된다.

또한 알파고는 머신러닝을 통해 스스로 학습한다. 알파고는 2015년 10월 판후이 2단과 대국을 치른 이후 대폭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전해졌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2016년 3월 8일 기자회견에서 “알파고가 자기학습으로 지난 5개월 동안 스스로 학습하면서 더 많은 양질의 데이터를 생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스템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는 분산 시스템 버전의 알파고가 참여했다. 48개 CPU(중앙처리장치)를 사용하던 단일 시스템 버전과 달리 1200여개 CPU를 사용해 더 강력해졌다. 판후이와의 대국 때에도 분산 버전이 사용됐다. <창>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