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두산가 장손 박정원 신임 두산그룹 회장

샴페인은 나중에…밀린 숙제 많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그룹 회장직에서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를 이어 박정원 ㈜두산 회장이 두산그룹 회장으로 등극한다. 박정원 신임 회장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박두병 초대 회장의 장손이다. 오너 4세 경영이 시작됐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 2일 열린 두산 이사회에서 “그룹 회장직을 승계할 때가 됐다”며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 박정원 ㈜두산 회장을 천거했다. 그동안 지주사인 두산의 이사회 의장이 그룹 회장직을 수행해 왔다. 이에 따라 박정원 회장은 오는 25일 ㈜두산 정기주총에 이은 이사회에서 의장 선임절차를 거친 뒤 그룹 회장에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박용곤 장남
아름다운 승계

박용만 회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오래전부터 그룹회장직 승계를 생각해 왔는데 이사 임기가 끝나는 올해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런 생각으로 지난 몇 년간 업무를 차근차근 이양해 왔다”고 밝혔다. 박용만 회장은 최근 들어 본인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박정원 회장이 승계하는 문제에 대해 지인들에게 자주 언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 이사회 의장은 등기이사 중 선임하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 전 등기이사 등재가 필수조건이다. 박정원 회장은 지난해 3월 주총에서 ㈜두산 등기이사로 재추대된 바 있다. 현재 7인의 이사회 구성원 중 박용만 회장을 제외하면 박정원 회장이 유일한 오너가 등기이사로 남아있다. 박정원 회장은 이미 오너가 중 ㈜두산 최대주주다. 박정원 회장은 지난해 9월30일 기준 보통주 133만7013주(6.29%), 우선주 1만5881주(0.29%)를 보유 중이다.

두산그룹은 박용만 회장에 이르기까지 형제가 번갈아 가면서 ‘회장직’을 맡는 독특한 구조로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고 박두병 초대 회장이 현재 그룹의 모태를 일군 이후 3세대부터 이례적인 형제경영을 시작했다. 박두병 초대 회장의 장남인 박용곤 명예회장이 1981년부터 1996년까지 그룹 총수를 역임한 이후 차남인 고 박용오 성지건설 회장이 1997년부터 2004년까지 회장직을 맡았다.

그러나 박용오 회장은 동생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그룹 총수로 추대되자 이에 반발해 검찰에 비자금을 횡령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하며 '형제의 난'을 일으켰다. 박용만 회장은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의 뒤를 이어 2012년 4월부터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다. 박용만 회장의 동생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은 두산그룹과 별도로 사업을 이끌고 있어 두산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박용만 회장은 특히 “지난해까지 세계적 경기침체 속에서도 턴어라운드 할 준비를 마쳤고 대부분 업무도 위임하는 등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용만 회장은 앞으로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으로서 두산인프라코어 턴어라운드에 힘을 보태는 한편 두산 인재양성 강화 등을 위해 설립된 DLI㈜(Doosan Leadership Institute) 회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소임을 다하는 데도 주력할 것이라고 두산 측은 전했다.

박정원 회장은 두산가 4세들 중 가장 맏형으로 일찌감치 두산그룹 4세 경영의 1순위로 꼽혀왔다. 1962년생인 박정원 회장은 대일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두산산업(현 두산 글로넷BU) 뉴욕지사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6개월 뒤 도쿄지사로 자리를 옮겼다. '남의 밥을 먹어봐야 한다'라는 두산 고유의 경영철학에 따라 1992년 일본 기린맥주에 들어갔다. 2년 뒤 OB맥주 이사대우로 두산에 재입사했다. 1998년 두산관리본부 상무에서 2001년 두산상사BG 사장이 됐다. 2005년 두산건설 부회장을 맡았고, 2007년에는 지주회사 두산의 부회장을 겸하게 됐다. 2009년 두산가 4세 가운데 처음 회장으로 승진했으며, 3년 뒤인 2012년 지주회사 ㈜두산 회장에 올랐다.

사원 입사 31년 만에 총수로 등극
박용만 회장 큰조카에 경영권 넘겨

박 용만 회장은 특히 “지난해까지 세계적 경기침체 속에서도 턴어라운드 할 준비를 마쳤고 대부분 업무도 위임하는 등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용만 회장은 앞으로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으로서 두산인프라코어 턴어라운드에 힘을 보태는 한편 두산 인재양성 강화 등을 위해 설립된 DLI㈜(Doosan Leadership Institute) 회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소임을 다하는 데도 주력할 것이라고 두산 측은 전했다.

박정원 회장은 30여년 동안 두산그룹의 변화와 성장에 기여하면서 그룹을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로 꼽혀왔다. 2007년 ㈜두산 부회장, 2012년 ㈜두산 지주부문 회장을 맡으면서 두산그룹의 주요 인수합병(M&A)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등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일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 ‘승부사 기질’을 발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례로 1999년 부사장으로 상사BG를 맡은 뒤에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수익 사업 위주로 과감히 정리해 이듬해인 2000년 매출액 30% 이상 끌어올렸다. 수익 사업과 취약한 재무구조 상태였던 두산상사BG 정상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4년 ‘두산 경영대상 특별상'을 받았다. 상사BG가 경영상을 받기는 1987년 이후 18년 만이다.
 

두산그룹의 인재육성과 신성장동력 발굴에 큰 기여를 해왔다는 게 내부 평가다. 박정원 회장은 2014년 연료전지 사업, 2015년 면세점사업 진출 등 그룹의 주요 결정 및 사업 추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연료전지사업은 2년 만에 수주 5870억원을 올리는 등 두산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했다.

두산그룹에 따르면 박 회장의 인재철학은 현재 구단주를 맡고 있는 두산베어스의 선수육성 시스템에서 잘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역량 있는 무명선수를 발굴해 육성시키는 ‘화수분 야구’로 유명한 두산베어스의 전통에는 인재발굴과 육성을 중요시하는 박정원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됐다.

밑바닥부터…
준비된 경영인

특히 결정적인 순간 ‘승부사 기질’을 발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례로 1999년 부사장으로 상사BG를 맡은 뒤에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수익 사업 위주로 과감히 정리해 이듬해인 2000년 매출액 30% 이상 끌어올렸다. 수익 사업과 취약한 재무구조 상태였던 두산상사BG 정상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4년 ‘두산 경영대상 특별상'을 받았다. 상사BG가 경영상을 받기는 1987년 이후 18년 만이다.

박정원 회장이 승계 이후 풀어야 할 현안도 산적하다. 올해로 예정된 두산인프라코어의 소형건설장비 자회사인 두산밥캣의 국내 증시 상장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지가 과제다. 두산밥캣은 올해 상장 목표로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재무구조 악화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2007년 인수한 밥캣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공작기계상업부 매각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박정원 회장은 야심차게 진출한 면세사업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아울러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도 마무리해야 한다. 지난해 3차례 희망퇴직을 진행하면서 불거졌던 ‘28세 신입사원 명예퇴직’ 등으로 받았던 따가운 시선도 회복해야 한다.

박정원 회장은 두산 일가 4세 가운데 가장 빠른 승진을 해왔다. 이것이 장남에 대한 배려는 아니다. 두산그룹 오너 일가에 있어서 장남은 가장 큰 희생과 책임을 떠안은 자리이기 때문이다.

밥캣 상장·면세점 안착 등 현안 산적
새 회장님 능력은? 돌파 카드에 주목

두산 일가는 자식들에게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매헌 박승직 창업주는 “재산은 못 물려줄 지언정 교육만은 시키겠다”며 6형제에게 종아리 매질도 망설이지 않았다. 종아리 매질을 가장 오랫동안 맞은 이가 박정원 회장의 아버지인 박용곤 명예회장이었다. 자신의 잘못은 물론 동생들의 잘못도 모두 장남의 책임으로 돌렸다.

박정원 회장도 이러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기 때문에 박정원 회장은 재벌가 자제답지 않게 겸손하고, 매사 행동거지를 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그가 언론에 조명받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또 과묵하고 소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원 회장은 두산타워 주변 식당가에서 식사를 하거나, 두산베어스가 경기를 하는 잠실야구경기장에서 의외로 쉽게 목격할 수 있다고 한다. 박정원 회장은 자타 공인 야구광으로도 유명하다. 부인 김소영씨는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김인기 제13대 국회의원의 딸이다. 슬하에 딸 상민씨와 아들 상수씨 등 1남1녀를 두고 있다.

승부사 기질
소탈한 성격

두산그룹은 이번에 평화적인 회장직 승계를 통해 4세 경영에 진입함으로써 형제경영의 모범적 사례로 입지를 굳히게 됐다. 다만 일각에선 “고 박용오 전 회장의 ‘왕자의 난’이 갑자기 터져나온 것처럼 이번 회장직 승계를 놓고도 그룹 내부에서 상당한 갈등이 있었을 수 있다”며 “박정원 그룹 회장 체제가 실제로 어떻게 진행될지 잘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재계 ‘4세 시대’ 주역들 창업주 아들의 아들의 아들 등장

두산그룹이 재계에서 처음으로 4세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재계 4세 경영인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산그룹 다음으로 4세 경영 체제에 가장 가까워진 그룹은 GS그룹이다. 지난해 연말 GS그룹은 연말인사를 통해 4세들을 경영 전면에 포진시켰다.

허만정 창업주의 증손자이자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 장남인 허준홍 GS칼텍스 법인사업부문장이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허준홍 GS칼텍스 전무는 허만정-허정구-허남각으로 이어지는 GS그룹의 직계 장손이다. 1975년 생으로 허 전무는 2005년 GS칼텍스에 입사했다.

허창수 GS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 GS건설 사업지원실장도 상무에서 전무로 올라갔다. 허윤홍 전무는 1979년생으로 2002년 GS칼텍스로 입사했다. 허윤홍 전무는 GS그룹의 기틀을 마련한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장손으로 정통성 측면에서는 허준홍 전무에 밀리지 않는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셜 회장의 장남인 허서홍 부장 역시 연말 인사에서 GS에너지 전력·집단에너지 사업부문장을 맡아 상무가 됐다.

30∼40대 젊은 후손들 활약
밑바닥부터 시작한 경영수업

코오롱그룹 또한 본격적으로 오너 4세들이 임원 반열에 올랐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상무보가 임원 대열에 합류했다. 이규호 상무보는 1984년 생으로 지난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입사한 직후 구미 공장에서 현장 근무를 했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진단실 부장에서 상무보로 승진했다. 이규호 상무보는 고 이원만 코오롱 창업주의 증손자이자 지난해 별세한 이동찬 명예회장의 손자다.

두산그룹도 4세에게 중책을 맡겼다. 두산그룹 박두병 초대 회장의 손자이자 박용만 현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오리콤 크리에이티브총괄 부사장(CCO)을 올해 사업권을 따낸 면세점 유통사업부문의 전략담당 전무로 올랐다. 두산은 동대문 두타에 면세점을 만들어 내년 중 영업에 들어갈 예정인데, 새로 진출한 면세점 사업을 그에게 맡긴 것이다.

박서원 전무는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트(SVA)에 재학 중이던 2006년 빅앤트 디자인그룹을 설립했다. 빅앤트는 지난해 두산그룹 계열사로 편입됐고, 박서원 전무는 두산그룹 광고계열사 오리콤의 CCO를 맡았다. 그는 지난 7월 한화그룹 광고계열사인 한컴을 인수하는 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면세점 사업은 그룹 오너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박 부사장의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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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