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끝에 돌아온 손학규 민주당 새 대표

쓸개 곱씹으며 ‘민심탐험’…대권고지까지 ‘첩첩산중’



 지난 3일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민주당의 새 대표로 선출됐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 패배 후 돌입했던 2년간의 칩거생활을 깨고 정계로 복귀한지 불과 2개월만의 일이다.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손 대표에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손학규, 대체 그는 누구인가. <일요시사>가 구석구석 들여다봤다.

노동자들 권익 위해 노동 운동 뛰어들어
인하대·서강대서 제자들 사랑받는 정치학 교수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1947년 경기도 시흥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부친은 초등학교 교장이었으며 모친 역시 한때 교직에 몸을 담았다. 부친은 손 대표가 세 살이 되던 해에 차량전복사고로 세상을 등졌다. 이때부터 가세가 급격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모친은 자식들을 위해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새벽에 나가 해가 질 때까지 농사를 지었다. 저녁에는 나무를 하러 나갔다. 안타까움에 주변에서는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 했지만 그의 모친은 “내 남편이 나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돌아가셨으니 이제 7남매 기르는 것은 내 일”이라며 극구 사양했다.

대입 후 운동권
징역살이 1년

손 대표는 경기중학교와 경기고등학교를 나왔다. 중고등학교 시절 손 대표는 공부 뿐 아니라 서클 활동 역시 열심인 학생이었다.
중학교 시절 손 대표는 밴드부에서 활동했다. 번쩍번쩍 빛나는 금관악기를 들고 행진하는 밴드부의 모습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밴드부에서 손 대표는 트럼펫을 연주했다.

중학교 3년 간 열심히 연습을 했기 때문에 트럼펫 실력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는 연극부에 가입했다.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렸던 손 대표는 연극부 활동에 몰두했다. 혹시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닌가, 가족들이 걱정할 정도였다.
1965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에 입학한 후, 손학규는 사회 현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혼란스런 현실은 그가 온전히 공부에만 힘을 쏟을 수 없게 만들었다.

손 대표는 사회 현실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좋아했다. 토론은 강의실 뿐 아니라 교정의 잔디밭, 심지어 허름한 대포집까지도 이어졌다. 평소에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그러면서도 자기의 차례가 오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열변을 토하곤 했다.
손 대표는 당시 한일 협정 반대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운동권’에 발을 들이게 됐다. 시위대 맨 앞줄에서 플래카드를 들거나 돌격대 역할을 했다. 단식 농성에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단식 농성을 하더라도 슬쩍슬쩍 나가 배를 채우고 오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손 대표만은 언제나 단식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도지사시절 외자·기업유치 일자리 창출로 호평
2년간 칩거생활 깨고 2개월 만에 당권 거머쥐어

대학을 졸업한 손 대표는 저임금으로 고통 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노동 운동에 뛰어들었다. 당시 구로공단에서 이 공장 저 공장을 떠돌아다니던 손 대표는 박형규 목사의 권유로 기독교 빈민선교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그리고 1979년 유신 체제가 막을 내릴 때까지 기독교 사회 운동에 몸을 담았다. 이 때문에 공안 당국에 수배되어 2년 여의 수배자 생활을 해야 했다. 1년간은 감방에 갇히기도 했다.

이후 손 대표는 1980년 불현듯 외국 유학을 결심했다. 주변의 운동권 인사들은 그의 결심을 의아하게만 생각했다. “이제 우리가 꿈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이 왔는데 어디를 나가려는 거냐”는 것이었다. 손 대표는 결심을 굽히지 않았다. 70년대 내내 투쟁으로만 살아온 그였다.
때문에 이제는 머리를 채우고 싶다는 욕망이 솟았다. 그리고 세계를 좀 더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세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영국의 ‘크리스천 에이드’라는 교회단체의 도움으로 옥스퍼드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게 됐다. 이곳에서 한국인 유학생들은 손 대표를 많이 따랐다. 유학생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았던 손 대표가 후배들을 무척 아꼈기 때문이다.

후배 유학생들은 손학규 뿐 아니라 손 대표의 부인 이윤영씨 역시 좋아했다. 윤영씨는 늘 조용하고 웃는 얼굴에 남을 배려하는 마음씨가 넘쳤다. 손 대표가 윤영씨를 처음 만난 것은 대학교 4학년 때로 7년간의 긴 연애 끝에 결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
권유로 정계 입문

손 대표는 가난한 유학생이었다. 영국 유학생이라면 쉽게 마음먹을 수 있었던 유럽 관광조차 한 번 나서지 못한 채 공부에만 열중했다.
1988년 박사 학위를 취득한 손 대표는 귀국 후 인하대, 서강대에서 정치학 교수가 됐다. 손 대표는 젊은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열정적인 강연을 했다. 제자들과 대화 나누는 것을 즐겼고 아무리 시시한 의견도 끝까지 귀담아 들었다.
이 때문에 손 대표는 사랑받는 교수가 될 수 있었다. 이 가운데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정치 입문을 권유했다. 교직을 천직으로 여기던 손 대표였기에 망설임이 없을 수 없었다.

손 대표는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국 정치에 입문할 것을 결정했다. 국민들이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치가 개혁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을 정치 개혁에 바치기로 결심한 것이다.
마지막 강의에서 손학규는 제자들에게 “내가 무엇이 되는지를 보지 말고 어떤 일을 하는지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제자들은 뜨거운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이 날의 박수소리는 손 대표의 가슴 깊이 각인됐다. 정계에 몸을 담고 살아오면서 힘겨운 일을 맞을 때마다 이를 떠올리며 힘을 얻는다고 한다.
손 대표는 1993년 재·보선에서 민자당 후보로 경기 광명을에서 당선되면서 14대 국회에 입성했다. 이어 15~16대 총선에서 신한국당·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되며 3선 의원이 됐다.

이후 민자당·신한국당 대변인, 신한국당 정책조정위원장·총재 정무특보, 한나라당 총재 비서실장 등을 역임했다.
정치인으로서의 경력 외에도 김영삼 정부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 시절 손 대표는 국가적 중요 현안이었던 ‘한약 분쟁’을 무난하게 매듭지어 한의사, 약사 두 협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또한 장애인, 노인, 여성, 서민의 복지 확충을 위한 제도정비에 힘썼다. 4대 보험의 기초가 닦인 것도 그의 재임 기간에 이루어진 일이다.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은 가장 같이 일하고 싶은 장관으로 ‘손학규’를 뽑았다. 재임 기간 중 보여주었던 노력과 열정의 산물이었다.
또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경기도지사를 지내기도 했다. 재임기간 동안 손 대표는 114개의 외국 첨단 기업, 141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하고 8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를 위해 손 대표는 경기도 공무원들과 함께 지구를 10바퀴나 돌며 정신없이 뛰어다녀야 했다.
2006년 6월 경기도지사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100여일간 전국을 돌며 ‘민심대장정’에 나서기도 했다. 말뿐인 정치가 아니라,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치기 위해서는 직접 국민들과 부딪치고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로부터 100일 후 민심대장정에서 돌아온 뒤 손 대표는 곧바로 ‘비전투어’에 나섰다. ‘비전투어’란 버스를 토론하기 좋은 구조로 개조, 전국을 누비며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각종 현안에 대한 토론을 벌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얻은 결론을 향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비전투어’의 의제는 ‘4+2’였다. 일자리, 노후, 교육, 주거의 네 가지 민생 분야에 정치 개혁과 안보, 두 분야를 추가한 것이다. 손 대표는 총 17차례에 걸쳐 전국 각지를 돌며 각 의제에 대하여 국민들과 토론을 벌였다.
이후 대선을 앞둔 2007년 3월, “새로운 길을 열겠다”며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 대표는 그해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정동영 후보에 밀리면서 고배를 마셨다.

이후 대통합민주신당을 거쳐 통합민주당을 이끌었으나 2008년 18대 총선 패배 이후 민주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강원도 춘천의 산골 농가로 들어간 손 대표는 닭을 키우고 등산을 하는 등 소일하며 2년여 동안 와신상담 해 왔다. 그러는 동안에도 몇 차례 정계 복귀 기회가 있었다. 그 때마다 손 대표는 “아직 반성이 끝나지 않았다”며 한사코 거부했다.

배추밭 방문 등
민심 챙기기 나서

올해 8월 마침내 정계 복귀를 선언하면서 칩거를 마친 그는 곧바로 당권 도전에 나섰고, 불과 2개월 만에 당권을 거머쥐게 됐다. 취임 직후 손 대표는 채소값 파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랭지 배추밭을 방문하는 등 ‘민심챙기기’에 적극 나섰다.
손학규호의 닻은 올랐다. 문제는 앞으로다. 내부적으로 다양한 계파를 단합시키는 한편, 민주당을 국민의 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손 대표가 어떤 리더십을 보여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손학교 민주당 대표 프로필

■학력
·1953 시흥초등학교 4년
·1959.3 매동초등학교 졸업
·1959.4~1962.2 경기중학교
·1962~1965 경기 고등학교
·1965~1973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1981~1988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정치학 박사


■경력
·1973 수도권 특수지역선교위원회(위원장 박형규 목사) 빈민선교 간사
·1977~1979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관석 목사) 인권운동 간사
·1986~1987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원장
·1988~1990 인하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1990~1993 서강대학교 사회과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1993 제 14대 국회의원(경기 광명)
·1996 제 15대 국회의원(경기 광명)
·1996.11~1997.8 제 33대 보건복지부 장관
·1999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
·2000 제 16대 국회의원(경기 광명)
·2002.7~2006.6 민선 3기 경기도 지사
·2006.6~2006.10 100일 민심대장정
·2008.1 대통합민주신당 대표
·2008.2 통합민주당 공동대표

■수상경력
·2000 백봉 나용균 선생 기념사업회 제 2회 백봉신사상
·2001 백봉 나용균 선생 기념사업회 제 3회 백봉신사상
·2001 평등부부상
·2005 한국을 빛낸 CEO-글로벌 경영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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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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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심우정 검찰총장이 ‘딸 특혜 채용 논란’에 휩싸였다.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에 최종 합격했다. 외교부가 오직 심 총장의 딸을 위해 전형까지 엎었다는 게 골자다. 외교부는 특혜가 아니라던 입장을 뒤집고, 심 총장 지녀 채용을 보류했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사안처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며 맹공을 펼치고 나섰다.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 심모씨는 ‘아빠 찬스’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과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에 합격할 수 없었다. 지원 자격 자체가 미달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입시 비리 혐의를 받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사안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수사기관이 심씨를 즉각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아빠 찬스? 수상한 합격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서 심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지난해 9월 심 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서 언급됐었다. 당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심 총장의 장녀가 1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는데, 심 후보자가 이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시 “후보자 장녀가 최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며 “후보자 자녀는 대학생들이 선망하는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다. (장녀가)서울대 국제대학원 1학년 때 박철희 교수에게 수업을 받았다”며 “박 교수는 현직 주일대사고, 후보자 본인 장녀가 입사할 당시 국립외교원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나카소네 야스히로상 수상자”라며 “제1회(수상자) 박철희 주일대사고, 윤석열정부서 ‘중요한 건 일본 마음’이라고 말한 김태효 차장이 제5회 장려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심 총장이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자, 박 의원은 “그러면 채용 서류를 내라.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전부터 채용서류 전체를 내라고 하는 것”이라며 “의원실서 계속 요구하지만 후보자 동의가 없어서 (외교원이) 내질 않고 있다”고 따져 물었다. 외교부의 지난 1월 1차 공무직 연구원 채용 공고에는 ‘경제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가 응시 자격이었다. 그런데 한 달 뒤인 2차 공고는 갑자기 심씨가 전공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됐다. 외교부는 응시 가능 대상을 확대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변경 전에 응시했던 이들은 2차 공고 때는 응시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공정채용 가이드라인 등에 따르면, 채용공고를 변경할 때는 채용 관련 심의기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외교부는 인사기획관실과 서면 협의만 거쳤다. 심의기구를 통한 공정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채용 공고를 변경한 셈이다. 채용 경력을 두고도 외교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심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지적도 거세다. 채용 공고에는 해당 분야 실무 경력 2년 이상이 응시 자격이었다. 그러나 심씨의 경력은 국립외교원 연구원 8개월,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보조원 22개월, UN 경제사회국 인턴 6개월로 실제 경력은 8개월에 불과했다. 경력 1년도 안 되는데 스펙 과대 포장해 지원 외교부 전형까지 뒤집어…기존 면접자는 탈락 외교부는 학창 시절의 경험도 경력으로 인정한다고 해명했지만, 외교부 산하 기관서 2022년과 2023년에 낸 채용공고엔 인턴이나, 교육생, 학위 취득에 소요되는 행정조교 등은 경력서 제외한다고 적시돼있다. 심씨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산하 EU센터서 연구보조원으로 근무했다고 실무 경력에 적었다. 하지만 서울대 국제학연구소가 발간한 2023년 연례보고서에는 심씨가 연구 보조원이 아닌 EU센터 ‘석사 연구생’으로 적혀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심씨의 외교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진상조사단을 출범했다. 조사단에는 한 의원을 포함해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배·홍기원·이재강 의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기표·박희승 의원,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이용우 의원,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이정문 의원,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의원,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백승아 의원 등 총 12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심 총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고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는 지난 1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면접까지 통과해 현재 신원 조사 절차만 남겨둔 심씨의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 채용은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유보됐다. 공익감사는 감사 대상 기관이 자체 감사기구서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 윤재관 대변인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은 검찰의 2중대 역할을 자처해 왔다.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감사원을 동원해 면죄부를 받으려는 시도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사단은 심 총장 자녀 관련 ‘권력형 비리’ 의혹과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규명하고 대응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심 총장 딸의 외교부 특혜 채용 비리 의혹 및 서민금융 대출 논란, 심 총장 아들의 장학금 수령 특혜 의혹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외교원 연구원 채용 공고상 자격 요건에 ‘해당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자 중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 경험자’라고 돼있지만 심 총장 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혜 채용 의혹을 주장한 바 있다. 급 바뀐 채용공고 심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총장의 자녀는 대한민국의 다른 모든 청년들과 같이 본인의 노력으로 채용 절차에 임했다. 국회에 자료 제출을 위한 외교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도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한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심씨 특혜 채용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은)윤석열정권 출범 직후 2022년 7월 정도에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실로 들어갔다가 2024년 1월에 외교부로 복귀해 5월 말, 한반도 평화교섭본부를 없애고 새롭게 신설한 외교전략정보본부 외교정보기획국장으로 보직받아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2023년 외교부 연구직 채용 1차 공고 당시 직접 면접에 참여한 박 국장은 지원자 A씨를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하지만 A씨는 한국서 나고 자라 학위까지 받은 인물로 언어능력을 문제 삼을 만한 근거는 부족했다. A씨의 탈락 이후 외교부는 2차 공고를 내며 채용 자격을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에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다. 이때 국제협력 분야를 전공한 심씨가 합격하게 된 것이다. 한 의원은 박 국장의 대통령실 근무 경험이 심씨의 채용 과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채용 실무가 인사기획관실이 아닌 외교정보기획국 산하 외교정보1과서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아무래도 용산에 파견 나가 있으면 조금 더 넓게 여러 부처와 관련된 사람들을 접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과정서 어떤 방식이든지 어떤 접점이 이뤄지지 않았겠냐라고 하는 것은 있는데 그 부분은 저희가 조금 더 깊이 파봐야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먹잇감 심 총장과 갈등을 빚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심씨의 사건은 좋은 먹잇감이다. 지난 3일 공수처는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이 심 총장과 조태열 장관을 직권남용,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수사3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해 고발당한 심 총장 사건도 수사 중이다. 사세행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수장인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을 뇌물성 채용한 행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감사원이 공익감사 청구를 각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익감사 청구는 6개월 이내 결과를 내놔야 하되 기한은 자체 판단으로 늘릴 수 있는데, 그전에 감사에 착수할지 여부부터 감사위원회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감사 청구를 각하하는 이유는 통상 이미 같은 사안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가 많다. 공수처 수사가 각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상 감사원이 거부할 수 없는 국회 요구 감사의 경우에도 수사나 재판을 이유로 ‘사실상 각하’했던 최근 사례도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5일 국회가 요구한 방송통신위원회 2인 구조 등 감사를 두고, 같은 사안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위법성 여부를 감사원이 결론 내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매듭지은 보고서를 내놨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심씨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입시 비리 논란을 일으켰던 조 전 장관 부부가 받았던 수사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면 검찰의 이중적 잣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조 전 장관이 받았던 검찰 수사를 보면 입시 비리 혐의만으로도 압수수색 등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같은 혐의를 받는 심 총장 딸의 경우 멀쩡하게 살고 있다는 걸 국민 눈높이서 봤을 때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라며 “이건 상식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조민은 집유 “강도 높게 수사해야” 용산 파견 키맨 박장호 국장 뒷배? 여당인 국민의힘도 조용하다. 지난달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을 두고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를 넘어 제2의 조국 사태”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공수처가 심 총장과 심씨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력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고발 사건이 이어지면서 수사 지연은 불가피하다. 지난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인사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3명 등 4명의 검사 임명을 대통령실에 제청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임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9월에도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 등 3명의 검사를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은 반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답이 없는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될 때까지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송창진 수사2부장의 면직을 재가하면서도 신규 검사 임명은 하지 않았다. 한 총리의 뒤를 이은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찰청 등 부처 인사는 진행하면서도 공수처 검사는 임명하지 않았다. 신규 검사 임명이 늦어지면서 고질적인 공수처 인력난도 지속되고 있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이지만 현재 검사 인원은 휴직자 1명을 포함해 14명에 불과하다. 정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신규 검사 7명을 임명해도 정원보다 4명이 부족하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과부하 상태라는 우려가 나온다. 12·3 비상계엄 수사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비위 의혹 수사 등 기존 수사에 인력이 집중돼있어 타 수사를 들여다볼 여력이 없다는 토로도 상당하다. 수사? 미지수 공수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고발 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배당받은 사건을 전부 들여다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이 하루빨리 검사 임명을 해줘야 타 사건도 들여다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박에 반박 나선 외교부 외교부가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장을 재반박하는 장문의 입장문을 내놨다. 외교부는 “관점에 따라 제도 운영 과정서 미흡했던 부분이 지적될 수는 있겠지만, 이를 특정 인물에 대한 특혜로 연결 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자’를 대상으로 채용 공고한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에 석사 취득 예정 상태였던 심씨가 채용된 것에 대해 심씨만 특별히 배려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학위 취득 예정서를 공식 증명서로 증빙하면 자격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했던 사례가 2021~2025년까지 총 8건 더 있었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올 초 외교부 정책조사 연구원 채용 과정서 이미 최종 면접까지 마친 응시자가 불합격 처리되고, 심씨를 위한 ‘맞춤형’으로 응시 자격을 바꿔 재공고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1차 공고를 냈을 때 응시 인원이 6명에 불과했고, 그 중 유일하게 경제 관련 석사학위를 소지한 응시자 1명에 대해 외부 인사 2명과 내부 인사 1명으로 구성된 면접위원회가 최종 면접을 했으나 채용 부적격 판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1차 채용 공고문에 ‘응시자 중 적격자가 없을 경우 선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사전에 공지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2차 공고에선 응시 가능 대상을 넓히기 위해 자격 요건을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고, 그 결과 19명의 지원자가 응시해 심씨를 포함한 5명이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처럼 1차 공고 후 적격자가 없어 전공·자격증 분야 등 응시 자격 요건을 변경해 재공고한 사례는 타 부처는 물론 외교부 내에서도 과거 전례가 있다면서 “(심씨가)유일하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앞서 외교부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응모한 사람이 적더라도 (같은) 채용 공고 사이트를 보면 재공고를 해서라도 기한을 연장해 해당 분야 사람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심씨가 또 다른 응시 요건인 ‘실무 경력 2년 이상’을 충족했는지도 논란이 큰 쟁점이다. 외교부는 심씨의 실무 경력을 국립외교원 경력 8개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보조원, 유엔 산하 기구 인턴 등을 포함해 총 35개월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인턴, 조교 등은 통상 실무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경험과 경력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