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3대 세습 후계자 김정은

형들 ‘제치고’ 2인자 꿰찬 ‘샛별장군’? “이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뒤를 이어 북한을 ‘물려받을’ 후계자가 결정남에 따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김 위원장의 셋째 아들인 김정은이다.
그는 27살의 젊은 나이로 사실상 북한의 2인자 자리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그에 대해선 대외적으로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북한 공식 매체에 실명이 등장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사진도 어린 시절 스위스 유학 때의 것이 전부다.
모든 것이 베일에 싸여있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일요시사>는 김정은을 둘러싼 비밀의 장막을 벗겨봤다.

김 위원장 성격, 외모 빼닮아 어릴 적부터 총애
저택에 음악단원 상주시키며 호화로운 생활 즐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삼남 김정은은 평북 창성에서 태어났다.
김정은은 당초 1983년 1월8일생으로 알려졌지만 지난해 중반부터 북한 당국은 1982년생이라는 말을 은근히 퍼뜨려 왔다.
1912년생인 할아버지 김일성의 출생 100주년인 2012년에 김 위원장이 70세(1942년생)가 되고 김정은은 30세가 된다는 북한 특유의 ‘끝자리 맞추기’식 우상화 논리를 꿰맞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항간에는 김정은이 1984년생이라는 소문도 있다.

미국 프로농구 팬
수학, 외국어 능통

유년시절은 큰형인 정남과 작은형 정철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다.
관련 소식이 그나마 외부에 알려진 것은 1996년 여름부터 2000년 가을까지 형 정철과 함께 스위스 베른의 공립학교에서 유학하면서다.
동창생들은 그가 미국프로농구(NBA)의 팬이었으며 수학을 잘했고, 영어·독일어 등 외국어도 제법 능통하다고 증언하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아들인 줄은 몰랐다고 한다.

스위스에서 김정은은 “자본주의에 물들면 안 된다”는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학교와 집을 오가며 거의 외출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택 안에 음악단원들을 상주시키다시피 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으며 미성년자 시절부터 술·담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귀국 후 2002년부터 2007년 4월까지 군 간부 양성기관인 김일성군사종합대학(5년제) 특설반을 다녔다. 선발된 교수진은 김정은의 얼굴을 볼 수 없게 한 특수 유리를 사이에 두고 강의했다는 설도 있다.

포병과를 졸업한 김정은은 위성항법장치(GPS)를 활용해 포사격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을 졸업논문으로 제출했다.
김정은은 김 위원장의 성격과 외모를 빼닮아 어릴 적부터 총애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은 김정은이 7살 때 호화 별장에서 벤츠600형을 운전하게 했다. 특히 셋째 부인인 고영희가 자리를 비우면 형 정철 대신 김 위원장의 옆자리에서 식사를 할 정도였다.

정치적 야심이 강했던 김정은은 장남이자 이복형인 김정남에 대한 견제심리도 강했다. 2004년 11월에는 노동당 작전부 공작원을 동원해 오스트리아에서 김정남을 암살하려다 현지 정보기관에 의해 제지당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신장 175㎝, 몸무게 90㎏로 추정되며, 20대임에도 고혈압과 당뇨를 앓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이름이 김정운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며 결혼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으면서 북한 공식 매체에 처음 등장한 김정은의 후계자 낙점설은 지난해 1월 처음 알려졌다.
당시 김 위원장은 김정은의 생일인 1월8일에 맞춰 그를 후계자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결정을 담은 교시를 노동당 조직지도부에 하달하면서 후계를 둘러싼 혼선이 정리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시점은 이보다 훨씬 앞선 2006년이라고 주장했다.
북한군이 지난해 5, 6월경 배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외비 문건인 ‘존경하는 김정은 대장동지의 위대성 교양자료’에 “2006년 12월24일 김정은 대장 동지는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졸업증서가 기여된 자리에서 주체의 선군혁명위업을 빛나게 이으실 것을 바라시었다”라고 언급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김정은이 사실상 후계자로 내정돼 후계수업을 받다가 2008년 김 위원장이 건강 이상으로 쓰러진 뒤 짧은 시간에 후계자로 결정됐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한때, 김 위원장과 성혜림(2002년 사망) 사이에서 태어난 김정남이 후계자로 지목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01년 여성 2명과 디즈니랜드에 가기 위해 위조 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 적발되는 등 기행이 알려지면서 권력에서 멀어졌다.
현재 정남은 북한을 떠나 중국 마카오와 베이징 등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2000년대 초까지는 후계자로 차남 김정철이 거론됐다. 김정은이 그를 제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김정은이 형인 김정철보다 카리스마와 리더십에서 앞섰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김 위원장의 요리사를 지낸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 씨는 그의 저서 <김정일의 요리사>를 통해 권력욕과 리더십이 남다른 김정은이 차기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그러나 김정은은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당 간부들을 무차별 해고하는 등 포악한 면모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후지모토 겐지는 김정은이 강한 면모 외에 세심함도 갖췄다고 적고 있다. 지난 2000년 7월 김정일 일가와 백두산에 올랐을 때 마실 맥주가 떨어져 무심코 김정은에게 이야기 했더니 며칠 후 김정은이 직접 방으로 찾아와 주머니에서 하이네켄 맥주를 두 병 꺼내 내밀었다는 것이다.

과거 ‘샛별장군’으로 불렸던 김정은은 후계자 결정 이후부터 ‘김 대장’ 혹은 ‘청년대장’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북한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김일성 전 주석과 김 위원장에게만 붙는 ‘친애하는’이라는 수식어가 김정은에게도 붙게 됐으며 같은 시기 김정은을 찬양하는 노래인 ‘발걸음’이 북한 전역에 보급되기도 했다.
김정은의 ‘업적쌓기’도 꾸준히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서른 살도 안된 나이에 후계자로 세우는 것의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서라도 ‘업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정은의 군사분야에서의 업적을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 김 위원장의 각종 공개 활동을 준비·수행하면서 특히 군사분야에서 보좌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부담 덜기 위해
업적쌓기 꾸준히

이와 함께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지난해 5월 실시된 ‘150일 전투’, 김일성 주석의 97회 생일(4월15일)을 기념해 평양 대동강변에서 펼쳐진 ‘축포야회’(불꽃놀이) 등이 모두 ‘김대장 작품’이라고 주민들에게 은연중에 선전됐다는 것이 북한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또 북한은 김정은 후계 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해 1966년 이후 44년 만에 개최한 노동당대표자회를 통해 권력지도를 통째로 바꿨다. ‘김정은 시대’의 본격 진입을 앞두고 대대적인 교체·보완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개최한 노동당대표자회 및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대규모 인사 개편을 단행했다.
1980년 마지막으로 열린 제6차 당대회 이후 최대 규모의 노동당 인사 개편이다. 이날 인사 개편에서는 중앙위원 124명, 후보위원 105명을 결정했다. 위원들의 사망이나 고령에 따른 결원을 대거 보충한 게 특징이다.

규모는 제6차 당대회 직후와 비교해 중앙위원은 145명에서 124명으로 21명 줄었고, 후보위원은 103명에서 105명으로 2명 늘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 부장은 ‘대장’ 칭호를 부여받은 데 이어 당 중앙위 위원 및 정치국 위원으로까지 진출했다.
김 부장의 남편이자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부위원장은 정치국 후보위원, 중앙군사위 위원으로 임명되는 등 친족세력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형 제쳐…포악한 면모도
“어머니 누구”…출생의 비밀 아킬레스건 될 것


이 밖에 김정은을 보좌하기 위해 새로 진입한 고위직이 누구인지가 향후 ‘김정은 시대’의 향방을 가늠하는 핵심이다. 노동당이 고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김 위원장으로의 승계과정에서 맡았던 역할을 이번에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권력을 잡고 있는 당 중앙위원회 비서는 핵심 요직으로, 이번에 6명이 보충됐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인물은 최룡해 전 황해북도 노동당 책임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다.

최 전 비서는 ‘대장’ 호칭을 부여 받았을 뿐 아니라 당 비서로까지 진출하면서 측근의 자리를 공고히 했다. 최 전 비서는 중앙위 정치국 후보위원, 중앙군사위 위원도 겸직한다. 대남전략을 총괄하는 김양건 부장도 신임을 얻은 것으로 보이며, 새롭게 비서로 임명된 김영일은 당 국제부장으로 추정된다.
또 북한군을 총괄·통제하는 핵심 기구인 중앙군사위에 군부 내 주요 인사들이 대거 진입했다.

당초 6명에서 19명으로 대폭 늘어난 것도 ‘선군사상’에 입각한 후계구도 안정화 작업의 일환으로 보인다. 특히 부위원장 직위가 신설됐고, 김정은과 함께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리영호 총참모장은 향후 권력지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 총참모장이 위원으로 임명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보다 높은 부위원장을 차지한 점도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명실상부한 북한의 2인자로 떠오른 김정은이지만 치명적인 아킬레스가 있다. 그것은 바로 출생의 비밀이다. 현재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의 어머니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외부에는 김정은의 생모가 김 위원장의 셋째 부인 고영희(2004년 작고)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넷째 부인으로 알려진 김옥이라는 설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이 “김정은은 김옥의 아들”이라는 얘기를 하고 다녔다는 주장도 있다.

김 위원장의 정부인은 김영숙 1명뿐이고 고영희 김옥 모두 김 위원장의 동거녀일 뿐이기 때문에 모계의 정통성은 취약하다. 김 위원장의 어머니 김정숙은 김일성 주석의 정부인으로서 ‘백두산 3대 장군’ 중 한 명으로 추앙받는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에서 권력 핵심으로 부상하면 모든 노동당원이 먼저 묻게 되는 것이 ‘노동당에 언제 입당했고, 현직은 무엇이며, 부모는 누구냐’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당에서 김정은을 후계자로 띄우려면 모친이 누구인지를 밝혀야 하는데, 그러면 김 위원장의 복잡한 사생활을 언급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고영희와는 1976년부터, 김옥과는 2006년부터 동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1983년생인 김정은의 생모가 김옥이라면 김 위원장은 부인 김영숙과 동거녀 고영희를 둔 상태에서 당시 19세였던 제3의 여인 김옥을 통해 아이를 낳은 셈이 된다.
대북 소식통은 “당에서 김정은의 초상화 1000만 장을 찍어놓고도 못 돌리는 것이 모친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고 설명했다.

개혁 개방 가능성
긴장 고조시킬 수도


김정은 체제의 앞 날에 대해서는 외국에서 유학한 김정은이 서방에 대한 문화적 이해를 가진 만큼 집권하면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개혁 개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권력의 불안정성을 만회하기 위해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 과정에서 숙청 바람이 일고 고위급 인사의 탈북도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향후 행방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김정은 주요 프로필

·1983년 1월8일 출생 (1981년이나 1982년, 1984년생이라는 주장도 있음)
·북한에서 인민학교(초등학교) 다닌 기록 없음
·1996년 여름~2001년 1월 스위스 베른에서 공립 중·고등학교 유학
·2001년 귀국
·2002년~2006년 12월 김일성군사종합대학 포병과 졸업
·2009년 1월 김정은 후계자 내정설 처음 나 돔
·2009년 3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당선설
·2009년 6월1일 국가정보원 “북한이 김정은의 후계자 선정 사실 해외 공관 전파” 국회 보고
·2009년 6월24일 국정원 “김정은 우상화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김정일 현지지도 수시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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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심우정 검찰총장이 ‘딸 특혜 채용 논란’에 휩싸였다.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에 최종 합격했다. 외교부가 오직 심 총장의 딸을 위해 전형까지 엎었다는 게 골자다. 외교부는 특혜가 아니라던 입장을 뒤집고, 심 총장 지녀 채용을 보류했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사안처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며 맹공을 펼치고 나섰다.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 심모씨는 ‘아빠 찬스’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과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에 합격할 수 없었다. 지원 자격 자체가 미달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입시 비리 혐의를 받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사안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수사기관이 심씨를 즉각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아빠 찬스? 수상한 합격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서 심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지난해 9월 심 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서 언급됐었다. 당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심 총장의 장녀가 1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는데, 심 후보자가 이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시 “후보자 장녀가 최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며 “후보자 자녀는 대학생들이 선망하는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다. (장녀가)서울대 국제대학원 1학년 때 박철희 교수에게 수업을 받았다”며 “박 교수는 현직 주일대사고, 후보자 본인 장녀가 입사할 당시 국립외교원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나카소네 야스히로상 수상자”라며 “제1회(수상자) 박철희 주일대사고, 윤석열정부서 ‘중요한 건 일본 마음’이라고 말한 김태효 차장이 제5회 장려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심 총장이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자, 박 의원은 “그러면 채용 서류를 내라.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전부터 채용서류 전체를 내라고 하는 것”이라며 “의원실서 계속 요구하지만 후보자 동의가 없어서 (외교원이) 내질 않고 있다”고 따져 물었다. 외교부의 지난 1월 1차 공무직 연구원 채용 공고에는 ‘경제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가 응시 자격이었다. 그런데 한 달 뒤인 2차 공고는 갑자기 심씨가 전공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됐다. 외교부는 응시 가능 대상을 확대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변경 전에 응시했던 이들은 2차 공고 때는 응시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공정채용 가이드라인 등에 따르면, 채용공고를 변경할 때는 채용 관련 심의기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외교부는 인사기획관실과 서면 협의만 거쳤다. 심의기구를 통한 공정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채용 공고를 변경한 셈이다. 채용 경력을 두고도 외교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심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지적도 거세다. 채용 공고에는 해당 분야 실무 경력 2년 이상이 응시 자격이었다. 그러나 심씨의 경력은 국립외교원 연구원 8개월,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보조원 22개월, UN 경제사회국 인턴 6개월로 실제 경력은 8개월에 불과했다. 경력 1년도 안 되는데 스펙 과대 포장해 지원 외교부 전형까지 뒤집어…기존 면접자는 탈락 외교부는 학창 시절의 경험도 경력으로 인정한다고 해명했지만, 외교부 산하 기관서 2022년과 2023년에 낸 채용공고엔 인턴이나, 교육생, 학위 취득에 소요되는 행정조교 등은 경력서 제외한다고 적시돼있다. 심씨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산하 EU센터서 연구보조원으로 근무했다고 실무 경력에 적었다. 하지만 서울대 국제학연구소가 발간한 2023년 연례보고서에는 심씨가 연구 보조원이 아닌 EU센터 ‘석사 연구생’으로 적혀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심씨의 외교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진상조사단을 출범했다. 조사단에는 한 의원을 포함해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배·홍기원·이재강 의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기표·박희승 의원,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이용우 의원,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이정문 의원,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의원,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백승아 의원 등 총 12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심 총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고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는 지난 1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면접까지 통과해 현재 신원 조사 절차만 남겨둔 심씨의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 채용은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유보됐다. 공익감사는 감사 대상 기관이 자체 감사기구서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 윤재관 대변인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은 검찰의 2중대 역할을 자처해 왔다.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감사원을 동원해 면죄부를 받으려는 시도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사단은 심 총장 자녀 관련 ‘권력형 비리’ 의혹과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규명하고 대응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심 총장 딸의 외교부 특혜 채용 비리 의혹 및 서민금융 대출 논란, 심 총장 아들의 장학금 수령 특혜 의혹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외교원 연구원 채용 공고상 자격 요건에 ‘해당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자 중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 경험자’라고 돼있지만 심 총장 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혜 채용 의혹을 주장한 바 있다. 급 바뀐 채용공고 심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총장의 자녀는 대한민국의 다른 모든 청년들과 같이 본인의 노력으로 채용 절차에 임했다. 국회에 자료 제출을 위한 외교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도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한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심씨 특혜 채용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은)윤석열정권 출범 직후 2022년 7월 정도에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실로 들어갔다가 2024년 1월에 외교부로 복귀해 5월 말, 한반도 평화교섭본부를 없애고 새롭게 신설한 외교전략정보본부 외교정보기획국장으로 보직받아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2023년 외교부 연구직 채용 1차 공고 당시 직접 면접에 참여한 박 국장은 지원자 A씨를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하지만 A씨는 한국서 나고 자라 학위까지 받은 인물로 언어능력을 문제 삼을 만한 근거는 부족했다. A씨의 탈락 이후 외교부는 2차 공고를 내며 채용 자격을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에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다. 이때 국제협력 분야를 전공한 심씨가 합격하게 된 것이다. 한 의원은 박 국장의 대통령실 근무 경험이 심씨의 채용 과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채용 실무가 인사기획관실이 아닌 외교정보기획국 산하 외교정보1과서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아무래도 용산에 파견 나가 있으면 조금 더 넓게 여러 부처와 관련된 사람들을 접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과정서 어떤 방식이든지 어떤 접점이 이뤄지지 않았겠냐라고 하는 것은 있는데 그 부분은 저희가 조금 더 깊이 파봐야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먹잇감 심 총장과 갈등을 빚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심씨의 사건은 좋은 먹잇감이다. 지난 3일 공수처는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이 심 총장과 조태열 장관을 직권남용,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수사3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해 고발당한 심 총장 사건도 수사 중이다. 사세행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수장인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을 뇌물성 채용한 행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감사원이 공익감사 청구를 각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익감사 청구는 6개월 이내 결과를 내놔야 하되 기한은 자체 판단으로 늘릴 수 있는데, 그전에 감사에 착수할지 여부부터 감사위원회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감사 청구를 각하하는 이유는 통상 이미 같은 사안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가 많다. 공수처 수사가 각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상 감사원이 거부할 수 없는 국회 요구 감사의 경우에도 수사나 재판을 이유로 ‘사실상 각하’했던 최근 사례도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5일 국회가 요구한 방송통신위원회 2인 구조 등 감사를 두고, 같은 사안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위법성 여부를 감사원이 결론 내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매듭지은 보고서를 내놨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심씨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입시 비리 논란을 일으켰던 조 전 장관 부부가 받았던 수사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면 검찰의 이중적 잣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조 전 장관이 받았던 검찰 수사를 보면 입시 비리 혐의만으로도 압수수색 등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같은 혐의를 받는 심 총장 딸의 경우 멀쩡하게 살고 있다는 걸 국민 눈높이서 봤을 때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라며 “이건 상식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조민은 집유 “강도 높게 수사해야” 용산 파견 키맨 박장호 국장 뒷배? 여당인 국민의힘도 조용하다. 지난달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을 두고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를 넘어 제2의 조국 사태”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공수처가 심 총장과 심씨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력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고발 사건이 이어지면서 수사 지연은 불가피하다. 지난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인사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3명 등 4명의 검사 임명을 대통령실에 제청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임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9월에도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 등 3명의 검사를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은 반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답이 없는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될 때까지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송창진 수사2부장의 면직을 재가하면서도 신규 검사 임명은 하지 않았다. 한 총리의 뒤를 이은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찰청 등 부처 인사는 진행하면서도 공수처 검사는 임명하지 않았다. 신규 검사 임명이 늦어지면서 고질적인 공수처 인력난도 지속되고 있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이지만 현재 검사 인원은 휴직자 1명을 포함해 14명에 불과하다. 정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신규 검사 7명을 임명해도 정원보다 4명이 부족하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과부하 상태라는 우려가 나온다. 12·3 비상계엄 수사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비위 의혹 수사 등 기존 수사에 인력이 집중돼있어 타 수사를 들여다볼 여력이 없다는 토로도 상당하다. 수사? 미지수 공수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고발 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배당받은 사건을 전부 들여다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이 하루빨리 검사 임명을 해줘야 타 사건도 들여다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박에 반박 나선 외교부 외교부가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장을 재반박하는 장문의 입장문을 내놨다. 외교부는 “관점에 따라 제도 운영 과정서 미흡했던 부분이 지적될 수는 있겠지만, 이를 특정 인물에 대한 특혜로 연결 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자’를 대상으로 채용 공고한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에 석사 취득 예정 상태였던 심씨가 채용된 것에 대해 심씨만 특별히 배려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학위 취득 예정서를 공식 증명서로 증빙하면 자격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했던 사례가 2021~2025년까지 총 8건 더 있었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올 초 외교부 정책조사 연구원 채용 과정서 이미 최종 면접까지 마친 응시자가 불합격 처리되고, 심씨를 위한 ‘맞춤형’으로 응시 자격을 바꿔 재공고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1차 공고를 냈을 때 응시 인원이 6명에 불과했고, 그 중 유일하게 경제 관련 석사학위를 소지한 응시자 1명에 대해 외부 인사 2명과 내부 인사 1명으로 구성된 면접위원회가 최종 면접을 했으나 채용 부적격 판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1차 채용 공고문에 ‘응시자 중 적격자가 없을 경우 선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사전에 공지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2차 공고에선 응시 가능 대상을 넓히기 위해 자격 요건을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고, 그 결과 19명의 지원자가 응시해 심씨를 포함한 5명이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처럼 1차 공고 후 적격자가 없어 전공·자격증 분야 등 응시 자격 요건을 변경해 재공고한 사례는 타 부처는 물론 외교부 내에서도 과거 전례가 있다면서 “(심씨가)유일하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앞서 외교부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응모한 사람이 적더라도 (같은) 채용 공고 사이트를 보면 재공고를 해서라도 기한을 연장해 해당 분야 사람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심씨가 또 다른 응시 요건인 ‘실무 경력 2년 이상’을 충족했는지도 논란이 큰 쟁점이다. 외교부는 심씨의 실무 경력을 국립외교원 경력 8개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보조원, 유엔 산하 기구 인턴 등을 포함해 총 35개월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인턴, 조교 등은 통상 실무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경험과 경력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