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3대 세습 후계자 김정은

형들 ‘제치고’ 2인자 꿰찬 ‘샛별장군’? “이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뒤를 이어 북한을 ‘물려받을’ 후계자가 결정남에 따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김 위원장의 셋째 아들인 김정은이다.
그는 27살의 젊은 나이로 사실상 북한의 2인자 자리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그에 대해선 대외적으로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북한 공식 매체에 실명이 등장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사진도 어린 시절 스위스 유학 때의 것이 전부다.
모든 것이 베일에 싸여있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일요시사>는 김정은을 둘러싼 비밀의 장막을 벗겨봤다.

김 위원장 성격, 외모 빼닮아 어릴 적부터 총애
저택에 음악단원 상주시키며 호화로운 생활 즐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삼남 김정은은 평북 창성에서 태어났다.
김정은은 당초 1983년 1월8일생으로 알려졌지만 지난해 중반부터 북한 당국은 1982년생이라는 말을 은근히 퍼뜨려 왔다.
1912년생인 할아버지 김일성의 출생 100주년인 2012년에 김 위원장이 70세(1942년생)가 되고 김정은은 30세가 된다는 북한 특유의 ‘끝자리 맞추기’식 우상화 논리를 꿰맞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항간에는 김정은이 1984년생이라는 소문도 있다.

미국 프로농구 팬
수학, 외국어 능통

유년시절은 큰형인 정남과 작은형 정철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다.
관련 소식이 그나마 외부에 알려진 것은 1996년 여름부터 2000년 가을까지 형 정철과 함께 스위스 베른의 공립학교에서 유학하면서다.
동창생들은 그가 미국프로농구(NBA)의 팬이었으며 수학을 잘했고, 영어·독일어 등 외국어도 제법 능통하다고 증언하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아들인 줄은 몰랐다고 한다.

스위스에서 김정은은 “자본주의에 물들면 안 된다”는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학교와 집을 오가며 거의 외출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택 안에 음악단원들을 상주시키다시피 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으며 미성년자 시절부터 술·담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귀국 후 2002년부터 2007년 4월까지 군 간부 양성기관인 김일성군사종합대학(5년제) 특설반을 다녔다. 선발된 교수진은 김정은의 얼굴을 볼 수 없게 한 특수 유리를 사이에 두고 강의했다는 설도 있다.

포병과를 졸업한 김정은은 위성항법장치(GPS)를 활용해 포사격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을 졸업논문으로 제출했다.
김정은은 김 위원장의 성격과 외모를 빼닮아 어릴 적부터 총애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은 김정은이 7살 때 호화 별장에서 벤츠600형을 운전하게 했다. 특히 셋째 부인인 고영희가 자리를 비우면 형 정철 대신 김 위원장의 옆자리에서 식사를 할 정도였다.

정치적 야심이 강했던 김정은은 장남이자 이복형인 김정남에 대한 견제심리도 강했다. 2004년 11월에는 노동당 작전부 공작원을 동원해 오스트리아에서 김정남을 암살하려다 현지 정보기관에 의해 제지당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신장 175㎝, 몸무게 90㎏로 추정되며, 20대임에도 고혈압과 당뇨를 앓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이름이 김정운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며 결혼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으면서 북한 공식 매체에 처음 등장한 김정은의 후계자 낙점설은 지난해 1월 처음 알려졌다.
당시 김 위원장은 김정은의 생일인 1월8일에 맞춰 그를 후계자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결정을 담은 교시를 노동당 조직지도부에 하달하면서 후계를 둘러싼 혼선이 정리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시점은 이보다 훨씬 앞선 2006년이라고 주장했다.
북한군이 지난해 5, 6월경 배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외비 문건인 ‘존경하는 김정은 대장동지의 위대성 교양자료’에 “2006년 12월24일 김정은 대장 동지는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졸업증서가 기여된 자리에서 주체의 선군혁명위업을 빛나게 이으실 것을 바라시었다”라고 언급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김정은이 사실상 후계자로 내정돼 후계수업을 받다가 2008년 김 위원장이 건강 이상으로 쓰러진 뒤 짧은 시간에 후계자로 결정됐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한때, 김 위원장과 성혜림(2002년 사망) 사이에서 태어난 김정남이 후계자로 지목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01년 여성 2명과 디즈니랜드에 가기 위해 위조 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 적발되는 등 기행이 알려지면서 권력에서 멀어졌다.
현재 정남은 북한을 떠나 중국 마카오와 베이징 등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2000년대 초까지는 후계자로 차남 김정철이 거론됐다. 김정은이 그를 제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김정은이 형인 김정철보다 카리스마와 리더십에서 앞섰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김 위원장의 요리사를 지낸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 씨는 그의 저서 <김정일의 요리사>를 통해 권력욕과 리더십이 남다른 김정은이 차기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그러나 김정은은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당 간부들을 무차별 해고하는 등 포악한 면모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후지모토 겐지는 김정은이 강한 면모 외에 세심함도 갖췄다고 적고 있다. 지난 2000년 7월 김정일 일가와 백두산에 올랐을 때 마실 맥주가 떨어져 무심코 김정은에게 이야기 했더니 며칠 후 김정은이 직접 방으로 찾아와 주머니에서 하이네켄 맥주를 두 병 꺼내 내밀었다는 것이다.

과거 ‘샛별장군’으로 불렸던 김정은은 후계자 결정 이후부터 ‘김 대장’ 혹은 ‘청년대장’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북한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김일성 전 주석과 김 위원장에게만 붙는 ‘친애하는’이라는 수식어가 김정은에게도 붙게 됐으며 같은 시기 김정은을 찬양하는 노래인 ‘발걸음’이 북한 전역에 보급되기도 했다.
김정은의 ‘업적쌓기’도 꾸준히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서른 살도 안된 나이에 후계자로 세우는 것의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서라도 ‘업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정은의 군사분야에서의 업적을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 김 위원장의 각종 공개 활동을 준비·수행하면서 특히 군사분야에서 보좌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부담 덜기 위해
업적쌓기 꾸준히

이와 함께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지난해 5월 실시된 ‘150일 전투’, 김일성 주석의 97회 생일(4월15일)을 기념해 평양 대동강변에서 펼쳐진 ‘축포야회’(불꽃놀이) 등이 모두 ‘김대장 작품’이라고 주민들에게 은연중에 선전됐다는 것이 북한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또 북한은 김정은 후계 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해 1966년 이후 44년 만에 개최한 노동당대표자회를 통해 권력지도를 통째로 바꿨다. ‘김정은 시대’의 본격 진입을 앞두고 대대적인 교체·보완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개최한 노동당대표자회 및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대규모 인사 개편을 단행했다.
1980년 마지막으로 열린 제6차 당대회 이후 최대 규모의 노동당 인사 개편이다. 이날 인사 개편에서는 중앙위원 124명, 후보위원 105명을 결정했다. 위원들의 사망이나 고령에 따른 결원을 대거 보충한 게 특징이다.

규모는 제6차 당대회 직후와 비교해 중앙위원은 145명에서 124명으로 21명 줄었고, 후보위원은 103명에서 105명으로 2명 늘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 부장은 ‘대장’ 칭호를 부여받은 데 이어 당 중앙위 위원 및 정치국 위원으로까지 진출했다.
김 부장의 남편이자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부위원장은 정치국 후보위원, 중앙군사위 위원으로 임명되는 등 친족세력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형 제쳐…포악한 면모도
“어머니 누구”…출생의 비밀 아킬레스건 될 것


이 밖에 김정은을 보좌하기 위해 새로 진입한 고위직이 누구인지가 향후 ‘김정은 시대’의 향방을 가늠하는 핵심이다. 노동당이 고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김 위원장으로의 승계과정에서 맡았던 역할을 이번에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권력을 잡고 있는 당 중앙위원회 비서는 핵심 요직으로, 이번에 6명이 보충됐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인물은 최룡해 전 황해북도 노동당 책임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다.

최 전 비서는 ‘대장’ 호칭을 부여 받았을 뿐 아니라 당 비서로까지 진출하면서 측근의 자리를 공고히 했다. 최 전 비서는 중앙위 정치국 후보위원, 중앙군사위 위원도 겸직한다. 대남전략을 총괄하는 김양건 부장도 신임을 얻은 것으로 보이며, 새롭게 비서로 임명된 김영일은 당 국제부장으로 추정된다.
또 북한군을 총괄·통제하는 핵심 기구인 중앙군사위에 군부 내 주요 인사들이 대거 진입했다.

당초 6명에서 19명으로 대폭 늘어난 것도 ‘선군사상’에 입각한 후계구도 안정화 작업의 일환으로 보인다. 특히 부위원장 직위가 신설됐고, 김정은과 함께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리영호 총참모장은 향후 권력지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 총참모장이 위원으로 임명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보다 높은 부위원장을 차지한 점도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명실상부한 북한의 2인자로 떠오른 김정은이지만 치명적인 아킬레스가 있다. 그것은 바로 출생의 비밀이다. 현재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의 어머니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외부에는 김정은의 생모가 김 위원장의 셋째 부인 고영희(2004년 작고)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넷째 부인으로 알려진 김옥이라는 설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이 “김정은은 김옥의 아들”이라는 얘기를 하고 다녔다는 주장도 있다.

김 위원장의 정부인은 김영숙 1명뿐이고 고영희 김옥 모두 김 위원장의 동거녀일 뿐이기 때문에 모계의 정통성은 취약하다. 김 위원장의 어머니 김정숙은 김일성 주석의 정부인으로서 ‘백두산 3대 장군’ 중 한 명으로 추앙받는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에서 권력 핵심으로 부상하면 모든 노동당원이 먼저 묻게 되는 것이 ‘노동당에 언제 입당했고, 현직은 무엇이며, 부모는 누구냐’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당에서 김정은을 후계자로 띄우려면 모친이 누구인지를 밝혀야 하는데, 그러면 김 위원장의 복잡한 사생활을 언급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고영희와는 1976년부터, 김옥과는 2006년부터 동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1983년생인 김정은의 생모가 김옥이라면 김 위원장은 부인 김영숙과 동거녀 고영희를 둔 상태에서 당시 19세였던 제3의 여인 김옥을 통해 아이를 낳은 셈이 된다.
대북 소식통은 “당에서 김정은의 초상화 1000만 장을 찍어놓고도 못 돌리는 것이 모친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고 설명했다.

개혁 개방 가능성
긴장 고조시킬 수도


김정은 체제의 앞 날에 대해서는 외국에서 유학한 김정은이 서방에 대한 문화적 이해를 가진 만큼 집권하면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개혁 개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권력의 불안정성을 만회하기 위해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 과정에서 숙청 바람이 일고 고위급 인사의 탈북도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향후 행방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김정은 주요 프로필

·1983년 1월8일 출생 (1981년이나 1982년, 1984년생이라는 주장도 있음)
·북한에서 인민학교(초등학교) 다닌 기록 없음
·1996년 여름~2001년 1월 스위스 베른에서 공립 중·고등학교 유학
·2001년 귀국
·2002년~2006년 12월 김일성군사종합대학 포병과 졸업
·2009년 1월 김정은 후계자 내정설 처음 나 돔
·2009년 3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당선설
·2009년 6월1일 국가정보원 “북한이 김정은의 후계자 선정 사실 해외 공관 전파” 국회 보고
·2009년 6월24일 국정원 “김정은 우상화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김정일 현지지도 수시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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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