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망신살 뻗친 린다 김

수조 주무른 큰손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김영삼 정부 시절 무기 로비스트로 군 무기 도입사업에 깊숙이 관여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린다 김. 그가 빌린 돈을 갚지 않고 오히려 폭행과 폭언을 휘둘렀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로비스트로 천문학적인 커미션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 린다 김이 어쩌다 돈도 못 갚는 신세가 됐을까.

‘무기 로비스트’로 유명세를 떨쳤던 여성 사업가 린다 김(63)이 카지노 도박자금으로 쓰기 위해 빌린 5000만원을 갚지 않고 채권자를 폭행한 혐의(사기 및 폭행 등)로 고소를 당했다.

지난 16일 언론 보도에 의하면, 화장품 납품업 종사자 정모(32·여)씨는 린다 김에게 이 같은 일을 당했다며 최근 인천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사건이 벌어진 호텔 관할인 인천 중부경찰서에 고소장을 넘겼다. 경찰은 조만간 린다 김을 피고소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할 예정이라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받으러 온 사람
갚지 않고 폭행

“어이. 권 장관. 양아치 짓 하면 안 돼. 이번 무기는 말이야…”

정씨가 호텔 방에 들어서자 화가 난 듯한 목소리의 통화음이 들렸다. 전화를 끊고서 곧바로 다른 사람과 영어로 통화를 이어갔다. 이 중년 여성이 바로 린다 김이었다. 정씨는 린다 김의 고압적인 태도와 분위기에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면세점에 화장품 납품을 하는 정씨는 부업으로 관광 가이드 일도 했다. 정씨는 린다 김을 얼마 전 외국인 전용 호텔 카지노에 중국인 관광객들을 안내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A씨를 통해 소개받았다.

A씨는 정씨에게 “아는 언니(린다 김)가 있는데 유명한 사람이다. 돈을 급하게 써야 한다. 이틀만 5000만원을 빌려주면 이자로 500만원을 준다고 했다”며 급전이 필요하다고 부탁했다. 정씨는 대전에서 서울로 이사를 앞두고 있었다. 정씨는 지난해 12월15일 A씨의 부탁을 받고 집 보증금을 치를 현금을 들고 인천 영종도의 한 카지노 호텔로 린다 김을 만나러갔다.

린다 김의 통화 내용을 듣고 위압감을 느낀 정씨는 “돈을 빌려 드릴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하고서 호텔 방을 빠져나왔다. 곧 A씨가 다시 전화를 걸어와 붙잡았다. 그는 강원도 춘천의 땅 계약서를 보여주며 자신이 직접 보증을 서겠다고 했다. 계약서에는 평생 보지 못한 12억원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다시 A씨를 따라 호텔방에 들어서자 린다 김은 불같이 화를 냈다. 린다 김은 “내가 누군지 몰라. 이 시계가 1억8000만원짜리야. 반지는 15캐럿이고. 미국에서 그랜드 호텔도 운영하고 있어”라며 “너 이런 식이면 한국에 못 산다. 좋게좋게 돈 주고 가”라고 말했다. 린다 김은 노트 한 장을 찢어 차용증을 썼다. 차용증에는 ‘5000만원을 차용함에 있어 이를 어길시에 민·형사상에 모든 책임을 질 것을 약속함’이라고 썼다.

한때 잘나갔던 거물 로비스트
도박하다 돈 날리고 갑질 행패

다시 A씨를 따라 호텔방에 들어서자 린다 김은 불같이 화를 냈다. 린다 김은 “내가 누군지 몰라. 이 시계가 1억8000만원짜리야. 반지는 15캐럿이고. 미국에서 그랜드 호텔도 운영하고 있어”라며 “너 이런 식이면 한국에 못 산다. 좋게좋게 돈 주고 가”라고 말했다. 린다 김은 노트 한 장을 찢어 차용증을 썼다. 차용증에는 ‘5000만원을 차용함에 있어 이를 어길시에 민·형사상에 모든 책임을 질 것을 약속함’이라고 썼다.

정씨는 차용증을 들고 호텔방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돈을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불안했다. 지난 12월16일 자정쯤 린다 김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호텔 로비에서 다시 만났다. 린다 김은 정씨에게 다짜고짜 “카지노에서 1억5000만원을 날렸다”며 “5000만원만 더 밀어주면 10억을 주겠다”고 급전을 요구했다. 정씨는 “더 이상 돈이 없다”고 거절했다.


17일 오후 1시. 돈을 돌려받기로 한 시각이 돼 정씨는 영종도 호텔 방에 찾아갔다. 정씨는 “빌려간 5000만원을 달라”는 정씨의 말에 린다 김은 “못 주겠다”고 답했다. 린다 김은 돈을 갚으라는 정씨를 한 차례 밀치고선 뺨을 휘갈긴 것으로 전해진다. 정씨는 “왜 때리냐”고 맞서다 겁이 나 호텔 방에서 뛰쳐나와 곧장 112에 신고했다.

출동한 인천 중부경찰서 공항지구대 경찰관이 호텔 로비에 도착했고, 사실 확인을 위해 호텔 방으로 전화를 걸었다. 린다 김 대신 로비로 내려온 A씨는 정씨에게 “너 이렇게 하면 돈 못 받는다. 저 언니가 돈 해준다고 하니 경찰관들 빨리 보내”라고 말했다. 정씨는 A씨의 말을 믿고 경찰관들을 돌려보냈다.

호텔방서 난동
조만간 소환조사

정씨가 다시 호텔방에 올라가자 린다 김은 적반하장이었다. ‘5000만원을 더 빌려주지 않았으며, 경찰을 불러 자신을 갖고 놀았다’는 것이었다. 린다 김은 “싸가지 없는 놈. 무릎 꿇고 빌면 돈 돌려줄게. 꿇어”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씨는 돈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잘못한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린다 김에게 무릎을 꿇고 빌었다. 정씨는 “이모님, 제발 돈 좀 돌려주세요”라며 “제가 죄송해요. 저한테 정말 큰돈입니다”라고 사정했다. 그러자 린다 김은 며칠 안에 갚을 테니 돌아가라고 했다.

린다 김은 정씨에게 돈을 대신 갚을 사람이라며 지인 연락처를 알려줬다. ‘마포 조박사’ 등 지인 2명은 2개월이 지난 최근까지도 정씨를 사채업자로 몰며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그 사이 린다 김은 정씨의 문자 메시지와 휴대전화를 수차례 피했다.

정씨는 최근 린다 김의 욕설 등이 담긴 음성 녹취록과 전치 3주 진단서 등을 토대로 인천지검에 사기 및 폭행 혐의로 그를 고소했다. 검찰은 사건이 벌어진 호텔 관할의 인천 중부 경찰서에 고소장을 넘겼다. 경찰은 조만간 린다 김을 피고소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정씨는 지난 16일 <연합뉴스>와 통해에서 “돈을 빌려 가 놓고선 갚지 않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며 굴욕을 줬다”며 “당시에는 돈 때문에 참았지만 지금은 돈을 돌려받는 것보다도 가해자가 꼭 처벌을 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린다 김은 “5000만원을 빌리기로 하면서 500만원 선이자를 먼저 떼고 4500만원을 받았다”며 “돈을 빌린 것은 맞지만 중간에 감정이 나빠져 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호텔방에서 어깨를 한 차례 때린적은 있지만 무릎을 꿇린 사실은 없고, 정씨에 대해 법적 대응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린다 김의 한국명은 김귀옥으로, 성장 과정이나 경력 등에 관해서는 확실히 알려진 것이 없다. 1953년 경상북도 청도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마친 뒤, 무용단에서 활동하다가 1979년 미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모의 로비스트
장관과의 염문설

1995년 무기 중개업체인 PTT사를 설립했다가 이후 IMCL사로 회사명을 바꾸고, 미국의 E-시스템사와 이스라엘 IAI사의 로비스트로 활약했다. 국내 고위급 인사들과도 친분관계를 유지한다.


린다 김은 한 때 ‘미모의 한 여성 로비스트가 한국군을 뿌리째 흔들어 놓은’ 사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0년 5월 한 언론사에 러브레터가 공개됐다.

‘사랑하는 린다에게.

5.Apr.1996(식목일 휴일 아침). 편지 잘 받았어요(96.4.3)

지난번 서울 방문은 린다에게 큰 변화를 가져온 dramatic한 사건이었고 그에 따른 심적 갈등, 혼란을 느꼈던 것을 편지에서 알았어요. So do I. 편지 말미에 린다의 결론, ‘당신을 사랑해요’가 모든 것을 감싸고 이해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순수하고 아름다운 그 마음을 잊지 않도록 같이 노력합시다. (중략) 당신을 사랑하는 L. I hope to see you soon.’

L은 김영삼 전 대통령 문민정부 당시 이양호 국방부장관이었다. 편지를 보낸 1996년 4월5일 당시 현직 국방부장관이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에게 러브레터를 보낸 것이다.

이 편지로 이른바 ‘린다 김 로비사건’이 세상에 알려진다. 이 사건은 김영삼정부 시절에 국방부 장관 등 고위 인사들이 통신감청용 정찰기 도입사업인 백두사업 등의 무기 도입 과정에서 린다 김과 공사를 구분할 수 없는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이었다.


카지노 자금으로 빌린 5000만원
채권자 뺨 때리고 무릎 꿇려

백두사업은 약 2200억원이 소요되는 대형 국방사업으로, 1996년 린다 김을 고용한 미국의 E-시스템사가 응찰업체 가운데 가장 비싼 가격을 제시했는데도 2개월 뒤 프랑스와 이스라엘의 경쟁업체를 물리치고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탈락한 업체들이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해 문제가 생겼다. 최종 사업자를 선정하기 3개월 전에 당시 이 국방부장관이 정종택 환경부장관의 소개로 린다 김을 만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당시 국회 국방위원장과 변호사, 산업자원부 장관, 국회의원 등이 폭넓게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 수사 결과 린다 김의 불법 로비는 드러났지만, 이 전 장관과 직접 관련된 혐의는 없었다.

린다 김은 1995∼1997년 공군 중령 등으로부터 2급 군사기밀을 빼내고, 백두사업 총괄팀장에게 1000만 원을 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2000년 6월 징역 3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으나, 같은 해 10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미국으로 출국함으로써 이 사건은 종결됐다.

문민정부 시절 정계·관계 인사들과의 관계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없고, 수사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종결되었다는 의혹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린다 김 사건으로 처벌받은 적이 없지만, 1996년 10월 경전투 헬기사업과 관련해 대우중공업에서 1억5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불거져 그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옷을 벗었다.

린다 김은 몇 년째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종종 방송에도 출연하며, 과거 로비스트로 활동했던 시절 비화 등을 공개하기도 한다. 지난해 린다 김이 클라라와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사건을 언급해 화재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클라라와 이 회장의 ‘협박 논란’에 대해 다뤘다. 당시 방송에서 클라라의 지인은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이 클라라에게 로비스트가 되는 게 어떻겠냐”며 “(클라라에게) 너는 영어도 잘하니까 로비스트로 만들고 싶다고 제안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린다 김은 “이 회장과 클라라 그 두 사람만 생각하면 불쾌하고 불편하다”며 “이 회장의 생각이 마음에 안 든다. 영어 잘하고 얼굴 예쁘니까 로비스트 해라? 난 이해가 안 간다”고 토로했다.

뭐하며 지낼까
근황 알아보니…

린다 김은 “요즘에 정말 예쁘고 톱 탤런트라 하면 기본적으로 영어는 다 한다. 그런 마인드라면 제일 예쁜 사람이 나가면 성공률이 높겠다는 것 아니냐. 근데 미모만 갖고 타협이 되겠냐”며 “경쟁이 붙으면 얼굴 하나로 타협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이어 “로비스트들이 하는 일이 (미국에서는) 불법은 아니다. 지극히 합법적”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돌아가는 무기 시장에 로비스트가 안 끼고 성사된 적이 한 건도 없다. 로비스트가 누구 하나 안 다고, 줄 하나 있다고 무작정 들어와서 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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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