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출신 최초 김황식 총리 후보자

세대와 지역 아우르는 ‘안정적 관리형 재상’(?)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새 국무총리 후보자에 김황식 감사원장을 지명했다. 건국 이래 최초의 전남 출신 총리 후보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어 예단은 이르다. 하지만 여야 모두 김 후보자의 경륜과 도덕성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혀옴에 따라 국회 인준 가도에는 ‘청신호’가 들어온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정운찬 전 총리의 사퇴 이후 지속된 총리 공백사태가 마감될 지 여부에 세인들의 이목이 모이고 있다.

부동산 등기, 독일법 분야에서 국내 최고 실력자
인사청문회 무난 통과, 도덕성 흠결 적은 법관 출신


김황식 감사원장은 1948년 전라남도 장성 출생으로, 광주 제일고를 거쳐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이후 독일으로 건너가 마르부르크 필립대학교에서 수학했다.

온화, 합리적 성품
업무처리 능력 탁월

지난 1972년 제14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사법연수원을 수석으로 수료한 그는 광주고등법원·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법원행정처 차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사법 분야 뿐 아니라 법원행정에서도 경험을 쌓았다. 이후 지난 2005년 대법원 대법관에 올라 재직 중 2008년 9월 감사원장에 임명됐다.

부동산 등기 및 독일법 분야에서 국내 최고 실력자로 꼽히는 김 감사원장. 그는 법관 재직 시절 형사 피고인의 인권보호에 관심을 갖고 형사재판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판결을 많이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광주지법원장 재직 중에는 법원 내부통신망을 통해 매주 전 직원에게 법원 업무 개선점, 직원과의 대화를 통해 느낀 점 등을 보냈다. 당시 직원들은 이를 모아 <지산통신>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청와대는 후보자 지명에 청문회 통과 가능성을 상당히 많이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자진 사퇴한 때문이다.

김 감사원장은 감사원장 임명 당시 인사청문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검증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김 감사원장은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품에 업무처리 능력도 탁월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직후인 지난 달 29일부터 후임 총리 후보자 인선작업에 착수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총리 후보자와 장관 내정자 2명이 동시에 낙마한 상황이라 인사청문회 통과를 최우선으로 후보자를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인선 초기부터 인사청문회에서 무난히 통과한 경력이 있는 인사와 상대적으로 도덕성에 흠결이 적은 법관 출신 인사들이 유력 후보군으로 부상했다. 이때부터 김 감사원장과 조무제 전 대법관 등이 후보군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화두로 내세운 것이 김 감사원장에게 유리하게 작용됐다. 이 대통령은 한때 공정총리와 경제총리 사이에서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기조인 공정한 사회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 김 감사원장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김 감사원장은 자신이 병역면제자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 수차례 총리직 제의를 고사하기도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김 감사원장을 설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감사원장이 호남 출신이라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첫 전남 출신 총리라는 역사적인 의미 외에도 인사와 예산 분야에서 영·호남 불균형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결국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저녁 김 감사원장을 1순위 총리 후보자로 낙점했다. 그리고 지난 16일 오전 대통령실장과 정책실장 그리고 정무 민정 홍보수석이 참여한 내부 청문회 절차를 거쳐 김 감사원장을 최종 총리 후보로 확정했다.

여야 정치권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

이에 김 감사원장은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문회를 거쳐 국무총리로 정식 임명되면 38년간에 걸친 공직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잘 보좌해 부강한 나라,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 감사원장은 “낮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을 섬기고 소통을 하면서 국리민복과 나라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며 “우리 사회에서 현재 필요 이상으로 증폭된 갈등과 대립구조를 최소화해 사랑과 평화가 넘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감사원장은 또 “그동안 모든 국민이 더불어 함께 잘 사는 선진일류국가, 복지국가, 사랑과 배려가 넘치는 아름다운,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공직에서 지내왔다”며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총리에 지명돼 영광이며,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김 감사원장이 국무총리에 내정된 사실에 여야 정치권에서는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호남 출신으로서 지역 화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며 “김황식 감사원장은 법조계에서 높은 신망을 받아왔고 감사원장으로서도 소임을 잘해낸 분으로 신망과 능력을 고루 갖춘 분”이라고 호평했다.
이어 안 대변인은 “야당도 이제는 총리 후보자에 대해 인신공격성, 정치공격성 흡집내기를 자제하고 국정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민주당 조영택 비대위 대변인 역시 “대법관, 감사원장 등 주요 공직을 거치면서 상당한 검증이 이뤄진 인물로 평가하고 있지만 국회 청문 과정을 통해 더욱 엄격한 검증을 할 것”이라며 “이 정부가 계속 비판을 받아왔던 지역 간 불균형 인사, 영남 독식 인사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평가했다.

또 조 대변인은 “대통령의 예스맨이 아니라 헌법상 내각을 통할하는 지위에 있는 총리로서 책임 있는 직무수행 여부가 인사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김 감사원장의 총리 내정 후보자 지명을 앞두고 청와대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모의 청문회’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모의 청문회’ 는 이번에 개선된 인사검증 시스템에 따라 도입된 것으로 청와대 인사추천위원들이 고위직 후보 유력 내정자를 상대로 청문회에 준한 심층면담을 해 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김 감사원장의 청문회 통과가 어렵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있다. 2년 전 감사원장 인사청문회 때 떠올랐던 쟁점들이 바로 그것. 당시 김 후보자에게는 병역면제를 비롯, 자녀 학비 부당공제, 세금탈루 등의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출신이라는 강점…영·호남 불균형 해소 기대
병역면제, 부당공제, 세금탈루 등 넘어야 할 산도


김 감사원장은 부동시(양쪽 눈의 시력 차이)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와 관련, 청와대 측은 자체 검증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입대 신체검사 때와 법관 임용 신체검사 때의 결과가 달랐다는 대목은 석연찮다는 지적이다. 입대 신체검사 당시 양쪽 눈의 시력이 심하게 차이가 났던 것과 달리 법관 임용 신체검사 때는 양쪽 눈의 시력차이가 0.1 밖에 되지 않았던 것.

김 감사원장은 “법관 임용 때는 공무원 임관 신체검사여서 검사하는 사람이 안경을 쓰고 ‘괜찮냐’고 하면서 넘어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에서도 이 전력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증여세 탈루 의혹도 걸림돌 중 하나다. 누나들로부터 2억원을 빌리고 이자를 내지 않아 사실상 증여를 받은 게 아니냐는 것이 골자다. 이에 김 감사원장은 “2억원은 누님들이 딸 혼사와 공직생활 자금으로 빌려준 것”이라며 “퇴임 후 갚으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유학 중인 자녀의 대학원 학비 700만원을 부당하게 소득공제 받은 것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잘못됐다”며 부당공제 사실을 시인한 뒤, “반납하겠다”고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김 감사원장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가결시키면서도 “법관 재직 도중 사퇴한 것과 자녀 대학원 등록금의 소득공제 문제, 소명이 충분히 되지 않은 군면제 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병역, 부당공제 등
‘넘어야 할 산’

한편, 지난 4월 공개된 ‘2009년도 고위공직자 재산변동신고내역’에 따르면 김 감사원장의 재산은 지난해 12억2593만원에서 현재 10억8952만원으로 1억3000여만원 감소했다. 김 원장의 재산은 주로 본인과 배우자 소유의 단독주택과 아파트, 의료시설 등의 가격이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집계됐다.
김 감사원장의 재산은 본인과 배우자 소유의 전남 장성군 북하면·동화면 소재 전답, 전남 소재 단독주택 2채·의료시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예금 등으로 구성돼 있다.


김황식 총리 내정 후보자 프로필

학력
1963~1966 광주제일고등학교
1967~1971 서울대학교 법학 학사
1978~1979 독일 마르부르크필립대학교 수학

경력
1972 제14 회 사법시험 합격
1974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1977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
1978 독일유학
1980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판사
1981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판사
1983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1983 법원행정처 법정심의관 (겸임)
1985 서울고등법원 판사
1988 대법원 재판연구관
1989 전주지방법원 부장판사
1991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1991 법원행정처 법정국장 (겸임)
1993 서울형사지방법원 부장판사
1996 광주고등법원 부장판사
1997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
2000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2000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겸임)
2004 광주지방법원장
2005 법원행정처 차장
2005 대법원 대법관
2008 감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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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