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자치단체장탐구⑭> 노무현 오른팔 이광재 강원도지사

파고 헤치고 늦은 출항…일벌레의 하루는 짧다!


민주당 불모지로 여겨지던 강원도에서 ‘북풍’을 헤치고 도지사에 등극한 이광재 강원도지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유명한 정치인이다. 하지만 ‘박연차 게이트’사건과 관련,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취임과 동시에 직무가 정지되는 고초를 겪었다. 하지만 최근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된 지방자치단체장의 직무를 확정판결 전에 정지시키는 지방자치법 조항이 헌법불합치로 판결나면서 이 지사는 직무정지 두 달 만에 공식 업무에 나서게 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 역할 톡톡히 해
38살 나이로 청와대 3대 요직 국정상황실장에 기용
 
 
1965년 평창 산골에서 1남6녀 중 외아들로 태어난 이광재 강원도지사. 공무원이던 아버지의 전근이 잦았던 탓에 평창 초등학교와 정선 예미초등학교를 거쳐 정선 함백중학교에 입학, 평창중학교 및 원주중학교를 다니는 등 전학을 많이 다녀야 했다.

대학시절 사회운동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1983년 연세대 화학공학과에 입학한 그는 동아리 활동과 사회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 지사는 1985년 서울대와 연세대 운동권 학생들이 주축이 돼 만든 ‘백만학도’ 편집에 관여한 혐의로 1987년 가을 체포돼 1988년 4월까지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다.

출소 후인 1988년 5월 이 지사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당시 국회의원이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게 된 것. 이를 계기로 그는 정계에 진출할 것을 결심하게 됐다. 이후 이 지사는 1988년 13대 국회에서 당시 노무현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활약하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의 낙선 이후에는 안희정 등과 함께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만들어 숨고르기를 하다 2002년 선거대책위원회 기획팀장으로서 노 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탄생시키면서 ‘좌희정·우광재’의 시대를 열었다.

참여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에 입성한 이 지사는 2003년 38살의 나이로 당시 비서실장, 정책기획수석과 함께 청와대 3대 요직으로 꼽히던 국정상황실장에 기용됐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당시 김택기, 황창주, 김용학 현역 국회의원을 경선과 본선에서 모두 물리치고 39살에 지역구인 태백, 영월, 평창, 정선에서 초선 국회의원이 됐다. 이어 2008년 18대 총선에서도 야당 후보로 출마해 50%가 넘는 지지를 얻으면서 재선에 성공했다.

승승장구하던 이 지사의 정치 활동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은 2008년 말이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탈세 여부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검찰의 정ㆍ관계 로비 수사로 확대되면서 이 지사가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의혹이 제기된 것. 결국 이 지사는 지난해 3월21일 당시 민주당 의원 신분으로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데 이어 26일 구속되면서 정계 은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구속 5개월만인 지난해 8월 보석으로 풀려난 이 지사는 경남 봉하마을로 내려가 “강원도에 은혜를 갚겠다”며 우회적으로 강원도지사에 출마하리란 의사를 표시해왔다. 이후 강원도지사 후보로 외부인사 영입이 여의치 않자 이 당선자는 지난 4월22일 춘천시 ‘낮은 캠프’에서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경로당과 찜질방 등을 전전하며 서민들의 한표 한표를 끌어모은 끝에 집권 여당의 재선의원인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를 누르고 도백의 자리에 올랐다. 출마선언 40일 만의 일이었다.

당선 후 이 지사는 “변방의 역사를 끝내고 강원도를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바꾸는데 신명을 다 바치겠다”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사자처럼 앞으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 지사는 “18개 시·군 별 1개 사업을 선정해 18개 시·군이 하나의 특화 사업으로 먹고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시·군 별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밀어주는 분위기에서 확실한 사업 기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춘천권은 대학도시로, 강릉 및 동해안권은 환동해권 물류중심도시로 조성해 설악산국립공원과 더불어 사계절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원주권에는 의료기기산업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교통과 관련해서는 원주까지 수도권 전철을 연장하고 동서고속철도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군 접경지역은 군과 지역이 공생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DMZ 생태관광으로 접경지역에 관광객이 몰리고 군 신병교육대 외박제도를 부활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 지사는 공원형·전원형 리조트 등 ‘강원도형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일자리가 최우선’이라는 기치 아래 직업이 없는 청년이 부모님과 고향을 등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노인 일자리를 만들어 어르신들이 손주 용돈을 걱정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고 밝혔다.

능력위주의
인사관리 시사

교육정책과 관련해 이 지사는 강원대, 한림대, 연세대, 상지대, 강릉원주대, 관동대 등 도 내에 있는 대학교의 문을 초·중·고등학생에게 개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도지사, 교육감, 18개 시·군 단체장, 교육장의 정례 연석회의를 통해 교육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강원도 재정의 물꼬를 교육으로 돌려 돈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복지정책과 관련해서는 도 내 장애인 9만8000여명, 독거노인·소년소녀가장 5만4000여명 등 어려운 이웃에 대한 전면적인 복지수요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아동센터를 지원하고 공공의료기관을 특화해 의료복지서비스를 확장하는 방안도 있다. 경로당에 동절기엔 100만원, 평시 5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같은 공약과 함께 출범을 기다리고 있던 이광재호는 당선 직후인 6월11일 ‘박연차 게이트’사건 2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1억1417만원을 선고받으면서 직무가 정지됐다. 도지사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부지사가 권한을 대행토록 규정한 지방자치법 제111조에 따른 것이었다.

“변방의 역사 끝내고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바꿀 것”
춘천권은 대학도시로, 동해안권은 사계절 관광지로


결국 이 지사는 7월1일 취임과 동시에 직무가 정지되고 강기창 강원도 행정부지사가 권한대행 체제로 도정을 이끌게 되자 7월6일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 지사는 문제의 지방자치법 조항에 대해 “선거를 통해 형성된 주권자의 의사와 자치단체장에게 부여된 민주적 정당성을 너무 가벼이 여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지사는 7월20일에는 도지사의 직무 수행을 제한한 지방자치법의 효력정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도 내는 등 강원도지사 업무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된 지방자치단체장의 직무를 확정판결 전에 정지시키는 지방자치법 조항이 헌법불합치로 결정남에 따라 이광재 강원도지사는 직무정지 두 달 만에 공식 업무에 나서게 됐다.

업무에 복귀한 이 지사는 공직사회 개혁을 단행했다. 우선 관리자 위치의 실국장단에는 ‘발로 뛸 것’을 주문했다. 이 지사는 매주 월요일 실국장단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이 자리에서 주간 추진계획을 보고 받기로 했다. 이어 금요일에는 행정부지사를 통해 추진 결과와 경과를 점검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또 실국장단 회의를 개방해 직원들이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정책 제안을 할 수 있도록 운영방식도 바꾸기로 했다.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이동도 이어졌다. 이 지사는 지난 6일 실국장회의에서 정무부지사 직책을 경제부지사로 변경하고 이근식 현 기획관리실장을 내정하기도 했다. 이 실장은 이 지사 당선 직후부터 직무정지 기간 내내 의견교환 창구와 업무 조율 역할 등을 하며 신뢰를 쌓아왔다는 점이 경제부지사 발탁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제부지사는 투자유치본부와 산업경제국, 국제협력실, 건설방재국의 업무를 담당하면서 기업 및 투자 유치, 토지기획단 운영을 위한 공유지 활용방안 마련 등의 역할을 맡게 된다.

노재수 문화예술과장을 비서실장에 내정한 부분도 눈에 띈다. 주로 선거를 도운 측근이나 외부인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비서실장을 내부에서 선택했다는 자체도 관심이지만 2002년 영월군청에서 자리를 옮겨온 노 과장의 인선은 시군과 도청과의 인사교류 활성화는 물론 출신지역이 아닌 능력 위주의 인사관리를 시사하고 있다.

이 지사는 정무특보를 없애고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시스템 구축과 대학 및 대안학교 유치 등을 위해 각각 복지특보와 교육특보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번 인사는 이 지사의 첫 인사로 외부 인사보다 공직사회에 대해 잘 아는 내부 인사를 발탁, 안정성을 추구하는 도정운영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직무정지 기간 동안 운영돼온 ‘열린지사실’은 직무 복귀 후에도 계속 문을 연다. 그간 도청 인근 개인사무실에서 열렸지만 앞으로는 ‘찾아가는 지사실’로 운영되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직무 복귀 후 처음으로 열린지사실이 지난 7일 양양과 강릉에서 열렸다. 이 지사가 이번에 영동지역을 택한 것은 지방선거 당시 ‘일주일에 한 번은 영동으로 출근하겠다’고 밝혀온 약속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 지사실이
찾아가는 지사실로


이 지사는 지난달 17일 강원도개발공사 내 사무실에서 열린지사실을 연 것을 시작으로 매주 화요일 오후 2∼6시 4시간 동안 운영해 왔다. 지난 3차례의 열린지사실이 직무 복귀 결정 전에 운영됐음에도 민원인의 발길이 이어진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상당히 많은 민원인이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원도 관계자는 “열린지사실은 앞으로도 계속 운영될 계획”이라며 “장소는 이 지사의 일정과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재 강원도지사 프로필

학력

1971 평창초등학교 입학
1977 정선 예미초등학교 졸업
1977 정선 함백중학교 입학
1978 평창중학교 재학
1980 원주중학교 졸업
1983 원주고등학교 졸업
1983 연세대학교 화학공학과 입학
2001 연세대학교 법학과 졸업

경력

1993 지방자치경영연구원 기획실장
1995 조순 서울시장 선거대책위원회 기획팀장
2002 노무현 대통령후보 기획팀장
2003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2004 17대 국회의원-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위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열린우리당 강원도당위원장
-IEF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2005년~)
-열린우리당 전략기획위원장(2006년)
-국회문화관광위원회 위원
-평창동계올림픽 유치특별위원회 간사
2008 18대 국회의원(2008년~2010년 5.13)
-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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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