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자치단체장탐구⑭> 노무현 오른팔 이광재 강원도지사

파고 헤치고 늦은 출항…일벌레의 하루는 짧다!


민주당 불모지로 여겨지던 강원도에서 ‘북풍’을 헤치고 도지사에 등극한 이광재 강원도지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유명한 정치인이다. 하지만 ‘박연차 게이트’사건과 관련,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취임과 동시에 직무가 정지되는 고초를 겪었다. 하지만 최근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된 지방자치단체장의 직무를 확정판결 전에 정지시키는 지방자치법 조항이 헌법불합치로 판결나면서 이 지사는 직무정지 두 달 만에 공식 업무에 나서게 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 역할 톡톡히 해
38살 나이로 청와대 3대 요직 국정상황실장에 기용
 
 
1965년 평창 산골에서 1남6녀 중 외아들로 태어난 이광재 강원도지사. 공무원이던 아버지의 전근이 잦았던 탓에 평창 초등학교와 정선 예미초등학교를 거쳐 정선 함백중학교에 입학, 평창중학교 및 원주중학교를 다니는 등 전학을 많이 다녀야 했다.

대학시절 사회운동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1983년 연세대 화학공학과에 입학한 그는 동아리 활동과 사회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 지사는 1985년 서울대와 연세대 운동권 학생들이 주축이 돼 만든 ‘백만학도’ 편집에 관여한 혐의로 1987년 가을 체포돼 1988년 4월까지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다.

출소 후인 1988년 5월 이 지사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당시 국회의원이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게 된 것. 이를 계기로 그는 정계에 진출할 것을 결심하게 됐다. 이후 이 지사는 1988년 13대 국회에서 당시 노무현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활약하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의 낙선 이후에는 안희정 등과 함께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만들어 숨고르기를 하다 2002년 선거대책위원회 기획팀장으로서 노 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탄생시키면서 ‘좌희정·우광재’의 시대를 열었다.

참여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에 입성한 이 지사는 2003년 38살의 나이로 당시 비서실장, 정책기획수석과 함께 청와대 3대 요직으로 꼽히던 국정상황실장에 기용됐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당시 김택기, 황창주, 김용학 현역 국회의원을 경선과 본선에서 모두 물리치고 39살에 지역구인 태백, 영월, 평창, 정선에서 초선 국회의원이 됐다. 이어 2008년 18대 총선에서도 야당 후보로 출마해 50%가 넘는 지지를 얻으면서 재선에 성공했다.

승승장구하던 이 지사의 정치 활동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은 2008년 말이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탈세 여부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검찰의 정ㆍ관계 로비 수사로 확대되면서 이 지사가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의혹이 제기된 것. 결국 이 지사는 지난해 3월21일 당시 민주당 의원 신분으로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데 이어 26일 구속되면서 정계 은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구속 5개월만인 지난해 8월 보석으로 풀려난 이 지사는 경남 봉하마을로 내려가 “강원도에 은혜를 갚겠다”며 우회적으로 강원도지사에 출마하리란 의사를 표시해왔다. 이후 강원도지사 후보로 외부인사 영입이 여의치 않자 이 당선자는 지난 4월22일 춘천시 ‘낮은 캠프’에서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경로당과 찜질방 등을 전전하며 서민들의 한표 한표를 끌어모은 끝에 집권 여당의 재선의원인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를 누르고 도백의 자리에 올랐다. 출마선언 40일 만의 일이었다.

당선 후 이 지사는 “변방의 역사를 끝내고 강원도를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바꾸는데 신명을 다 바치겠다”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사자처럼 앞으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 지사는 “18개 시·군 별 1개 사업을 선정해 18개 시·군이 하나의 특화 사업으로 먹고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시·군 별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밀어주는 분위기에서 확실한 사업 기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춘천권은 대학도시로, 강릉 및 동해안권은 환동해권 물류중심도시로 조성해 설악산국립공원과 더불어 사계절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원주권에는 의료기기산업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교통과 관련해서는 원주까지 수도권 전철을 연장하고 동서고속철도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군 접경지역은 군과 지역이 공생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DMZ 생태관광으로 접경지역에 관광객이 몰리고 군 신병교육대 외박제도를 부활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 지사는 공원형·전원형 리조트 등 ‘강원도형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일자리가 최우선’이라는 기치 아래 직업이 없는 청년이 부모님과 고향을 등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노인 일자리를 만들어 어르신들이 손주 용돈을 걱정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고 밝혔다.

능력위주의
인사관리 시사

교육정책과 관련해 이 지사는 강원대, 한림대, 연세대, 상지대, 강릉원주대, 관동대 등 도 내에 있는 대학교의 문을 초·중·고등학생에게 개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도지사, 교육감, 18개 시·군 단체장, 교육장의 정례 연석회의를 통해 교육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강원도 재정의 물꼬를 교육으로 돌려 돈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복지정책과 관련해서는 도 내 장애인 9만8000여명, 독거노인·소년소녀가장 5만4000여명 등 어려운 이웃에 대한 전면적인 복지수요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아동센터를 지원하고 공공의료기관을 특화해 의료복지서비스를 확장하는 방안도 있다. 경로당에 동절기엔 100만원, 평시 5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같은 공약과 함께 출범을 기다리고 있던 이광재호는 당선 직후인 6월11일 ‘박연차 게이트’사건 2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1억1417만원을 선고받으면서 직무가 정지됐다. 도지사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부지사가 권한을 대행토록 규정한 지방자치법 제111조에 따른 것이었다.

“변방의 역사 끝내고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바꿀 것”
춘천권은 대학도시로, 동해안권은 사계절 관광지로


결국 이 지사는 7월1일 취임과 동시에 직무가 정지되고 강기창 강원도 행정부지사가 권한대행 체제로 도정을 이끌게 되자 7월6일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 지사는 문제의 지방자치법 조항에 대해 “선거를 통해 형성된 주권자의 의사와 자치단체장에게 부여된 민주적 정당성을 너무 가벼이 여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지사는 7월20일에는 도지사의 직무 수행을 제한한 지방자치법의 효력정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도 내는 등 강원도지사 업무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된 지방자치단체장의 직무를 확정판결 전에 정지시키는 지방자치법 조항이 헌법불합치로 결정남에 따라 이광재 강원도지사는 직무정지 두 달 만에 공식 업무에 나서게 됐다.

업무에 복귀한 이 지사는 공직사회 개혁을 단행했다. 우선 관리자 위치의 실국장단에는 ‘발로 뛸 것’을 주문했다. 이 지사는 매주 월요일 실국장단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이 자리에서 주간 추진계획을 보고 받기로 했다. 이어 금요일에는 행정부지사를 통해 추진 결과와 경과를 점검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또 실국장단 회의를 개방해 직원들이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정책 제안을 할 수 있도록 운영방식도 바꾸기로 했다.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이동도 이어졌다. 이 지사는 지난 6일 실국장회의에서 정무부지사 직책을 경제부지사로 변경하고 이근식 현 기획관리실장을 내정하기도 했다. 이 실장은 이 지사 당선 직후부터 직무정지 기간 내내 의견교환 창구와 업무 조율 역할 등을 하며 신뢰를 쌓아왔다는 점이 경제부지사 발탁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제부지사는 투자유치본부와 산업경제국, 국제협력실, 건설방재국의 업무를 담당하면서 기업 및 투자 유치, 토지기획단 운영을 위한 공유지 활용방안 마련 등의 역할을 맡게 된다.

노재수 문화예술과장을 비서실장에 내정한 부분도 눈에 띈다. 주로 선거를 도운 측근이나 외부인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비서실장을 내부에서 선택했다는 자체도 관심이지만 2002년 영월군청에서 자리를 옮겨온 노 과장의 인선은 시군과 도청과의 인사교류 활성화는 물론 출신지역이 아닌 능력 위주의 인사관리를 시사하고 있다.

이 지사는 정무특보를 없애고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시스템 구축과 대학 및 대안학교 유치 등을 위해 각각 복지특보와 교육특보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번 인사는 이 지사의 첫 인사로 외부 인사보다 공직사회에 대해 잘 아는 내부 인사를 발탁, 안정성을 추구하는 도정운영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직무정지 기간 동안 운영돼온 ‘열린지사실’은 직무 복귀 후에도 계속 문을 연다. 그간 도청 인근 개인사무실에서 열렸지만 앞으로는 ‘찾아가는 지사실’로 운영되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직무 복귀 후 처음으로 열린지사실이 지난 7일 양양과 강릉에서 열렸다. 이 지사가 이번에 영동지역을 택한 것은 지방선거 당시 ‘일주일에 한 번은 영동으로 출근하겠다’고 밝혀온 약속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 지사실이
찾아가는 지사실로


이 지사는 지난달 17일 강원도개발공사 내 사무실에서 열린지사실을 연 것을 시작으로 매주 화요일 오후 2∼6시 4시간 동안 운영해 왔다. 지난 3차례의 열린지사실이 직무 복귀 결정 전에 운영됐음에도 민원인의 발길이 이어진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상당히 많은 민원인이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원도 관계자는 “열린지사실은 앞으로도 계속 운영될 계획”이라며 “장소는 이 지사의 일정과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재 강원도지사 프로필

학력

1971 평창초등학교 입학
1977 정선 예미초등학교 졸업
1977 정선 함백중학교 입학
1978 평창중학교 재학
1980 원주중학교 졸업
1983 원주고등학교 졸업
1983 연세대학교 화학공학과 입학
2001 연세대학교 법학과 졸업

경력

1993 지방자치경영연구원 기획실장
1995 조순 서울시장 선거대책위원회 기획팀장
2002 노무현 대통령후보 기획팀장
2003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2004 17대 국회의원-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위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열린우리당 강원도당위원장
-IEF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2005년~)
-열린우리당 전략기획위원장(2006년)
-국회문화관광위원회 위원
-평창동계올림픽 유치특별위원회 간사
2008 18대 국회의원(2008년~2010년 5.13)
-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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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