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대형사건 맡는 김기동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

‘VIP 호위대’ 중수부 부활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전국 단위의 대형 사건을 전담할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을 설치하기로 했다.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편향 수사로 2013년 폐지된 대검 중앙수사부가 사실상 부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에는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꼽히는 김기동 대전고검 차장검사가 임명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일 새해 첫 대국민 메시지로 ‘부패 척결’을 선언한 지 하루 만에 검찰의 ‘사정 수사’ 특별팀이 진용을 갖추기 시작했다. 법무부는 지난 6일, 2016년 상반기 고검검사급 인사를 통해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하 특별수사단)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거나 인적·물적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전국 단위 대형 부정부패 사건의 수사를 전담할 한시적 '특별수사단'을 설치해 운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장과 팀장에 특별수사 분야에서 능력과 자질이 검증된 최우수자원을 배치했다”고 덧붙였다.

한시적 TF
중수부 역할

단장에는 지난해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을 이끌며 육해공의 1조원대 비리를 파헤친 김기동(52·사법연수원 21기) 대전고검 차장검사가 임명됐다. 그는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꼽힌다. 원전비리 합동수사단도 이끈 경험이 있다. 이외 단장 아래 1팀, 2팀으로 구성된다.

김 내정자는 경남 진주 출신으로 부산 혜광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5년 서울지검 남부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1999년 부산지검 강력부 마약담당 검사 재직 시절 마약수사 최우수 검사로 선정돼 화려한 이력의 서막을 알렸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특수1·3부 부장검사를 거쳐 대검찰청 검찰기획단장, 대구지검 제2차장검사,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 등 요직을 역임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재직 당시 BBK 사건을 비롯해 IBM의 660억원대 납품 비리사건, 제이유그룹 로비사건, 경기도 안성시 스테이트월셔 골프장 시행업자의 정관계 로비사건 등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지난 2013년에는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으로 근무하며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불량 케이블’ 사용 등 원전과 관련한 각종 비리와 원전마피아를 수사하는 원전비리수사단 단장을 맡아 이명박정부 ‘왕차관’으로 불린 실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비롯한 한국수력원자력, 한전기술, 납품업체 등 관계자 153명을 재판에 넘기도 했다.

김 내정자는 지난해 11월 출범한 방위사업비리합동수사단을 이끌면서 군 고위직 간부를 재판에 넘겼다. 이 가운데 52명을 구속하고, 최윤희 전 합참의장을 비롯한 장성급 11명(현역 1명·예비역 10명)을 재판에 넘겼다. 떨어진 별만 29개에 달한다.

400여일의 활동 기간 동안 합수단이 규명한 비리 금액은 약 1조원이다. 합수단 수사 성과를 인정받은 그는 지난달 있었던 검사장 인사 발표에서 제외되면서 김수남 검찰총장이 강조해 온 새로운 특별수사 TF(태스크포스팀)의 책임자로 일찌감치 낙점받았다.

김 단장은 강한 추진력을 가졌으면서도 합리적인 리더십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책임감이 강하고 솔선수범하는 스타일로 선후배 검사들에게 신망이 두텁다.

대통령 ‘부패 척결’ 새해 메시지
다음날 ‘사정 수사’ 특별수사단 신설


특별수단장 아래 특별수단 1팀, 2팀으로 구성했다. 중수부장 아래 1과, 2과처럼 업무도 비슷하게 구분될 것으로 보인다. 중수부에서 1과는 정치인을 비롯한 고위공직자 비리, 2과는 대기업 비리를 주로 맡았다.

주영환 부산고검 검사(연수원 27기)가 1팀장,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연수원 27기)이 2팀장을 맡았다. 이들의 면면만 봐도 1팀에선 고위공직자 비리, 2팀에선 기업 수사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1팀장을 맡는 주 검사는 인천지검 외사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유병언 일가’ 검거팀을 이끌었고 지난해엔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단'에 참여한 베테랑 검사다. 주 검사는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을 수사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구속 기소했고, 천신일 세중나모회장을 수사해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파헤치기도 했다.

2팀장에 임명된 한 부장은 2003년 SK그룹 분식회계 사건, 2006년 현대자동차 횡령·배임 사건 수사에 참여했다. 또 채규철 전 도민저축은행 회장과 도로공사 입찰과정에서 담합한 대형 건설사 전·현직 상무급 임원 등을 법정에 세웠다.

특별수사단은 단장-대검 반부패부장-검찰총장으로 이어지는 보고체계로 총장이 직접 지휘하는 수사기구 위상도 갖추게 됐다. 검찰은 김수남 검찰총장 직할 특별수사단 신설을 놓고 옛 대검 중앙수사부의 부활이 아닌 한시적 TF라고 밝혔다. 하지만 총장이 직할하는 지휘체계뿐 아니라, 구성과 규모 면에서도 사실상 대검 중수부 부활이라는 해석이 많다.

기업·공직 수사
전문 검사 배치

중수부 1981년 설치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대검찰청의 공직자 비리수사처로 공안부와 함께 검찰의 양대 중핵을 이루어온 핵심 부서다. 검찰총장의 직할 수사조직으로, 청와대나 검찰총장의 하명(下命)사건 수사를 담당해 오면서 이철희 · 장영자씨 부부 어음사기사건, 명성사건, 5공 비리사건, 수서사건, 율곡비리,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과 한보사건, 김현철씨 비리사건, 이용호게이트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획을 긋는 굵직한 사건들을 맡아왔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중 서거로 정권마다 편향 수사 논란이 일면서 존폐위기에 몰렸다.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중수부 폐지를 내세웠고, 2013년 4월 중수부를 폐지했다.

특별수사단은 아직 평검사와 수사관 규모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검사만 11명 가량인 대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를 비롯 부장검사가 팀장인 2개 팀에는 상황에 따라 각기 4명 안팎의 검사 파견이 추진되고 있어, 수사관까지 최소 30명의 인원이 예상된다. 대검 중수부가 3개과에 총 인원이 70명 가량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적은 편이지만, 특별수사단은 인력을 각지 검찰청에서 파견 받기 때문에 언제든 몸집을 불릴 수 있다.

중수부의 기능이 사실상 부활한 데는 청와대 차원의 재가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사전 예방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정부패 대응 체계를 혁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검찰은 “부패특별수사단은 총장이 대검 반부패부를 통해 지휘하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중수부 폐지 후 검찰총장은 눈에 띄게 힘이 빠졌다. 오히려 청와대는 서울중앙지검과의 ‘직거래’를 통해 굵직한 하명수사를 진행했다는 게 검찰 안팎의 중론이다. 특별수사단 신설은 이 같은 상황을 일거에 뒤집기 위한 회심의 카드인 셈이다. 더구나 사건이 터지면 전국 검찰의 역량을 총결집하던 중수부 때와 달리 최근 검찰의 특수 역량이 크게 떨어졌다는 우려도 특별수사단 신설로 연결됐다.

앞서 김현웅 법무장관도 신년사에서 “특별수사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수사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부정부패는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믿음을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수사단의 첫 수사테마도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기업비리나 공직비리가 될 전망이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이나 공정성에 의심이 없도록, 중수부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 정권에서 검찰은 각종 사건 처리에서 정권 편향적인 결론이 많았다는 점에서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총선, 내년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도 문제다.

중수부와 유사
기획수사 착수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특별수사단 설치가 박근혜정부의 집권 4년차 전략과 맞닿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 임기 말로 치닫고 있는 올해 부패 척결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어 정권의 개혁동력을 확보하고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벌써부터 관가와 재계는 첫 번째 타깃이 어디일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 법조계 일각에서는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빚다가 폐지된 대검 중수부를 꼼수로 부활했다”는 비판과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특별수사단이 중수부와 다르다고 말한 점은 ‘한시적 조직’이라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중수부 부활 논란에 대해 “중수부와 ‘형태’는 같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중수부와 같은 법에서 정한 정식 직제기구나 창설조직이 아니라 한시적 조직이라는 점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지시로 급조?
정치적 편향수사 우려


일반적으로 한시적 조직은 특정한 과제가 생겼을 때 만들어지고 업무가 끝나면 해체된다. 하지만 특별수사단은 당장 특정한 과업이 생겨 만들어진 조직이 아니다. 물론 전국단위 대형 부패수사, 중수부 해체 후 약해진 수사력 보완 등 과업이 있지만, 이는 ‘한시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결국 중수부 부활 등 비판을 고려해 ‘한시적’이라는 꼬리표를 달았지만 일상적인 업무가 주어지는 사실상 상설조직처럼 활동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특별수사단에 대해 “기존 중수부와 겉으로 드러나는 행태는 같지만 운용상의 문제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설명한다. 그러면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강한 수사력이라는 장점은 살리고, 정치적 중립, 공정성은 보완하는 방향으로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단이 마땅히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특별수사단은 한시적인 기구여서 법률적인 규정이 따로 없다. 대검은 내부 운영지침을 마련해 운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지만 어디까지나 내부지침일 뿐이다.

지속적으로 중립성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특별수사단은 중수부처럼 검찰총장의 직접 지휘를 받는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검찰총장이 지시하는 사건을 주로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총장 직속
대형사건 전담

사실상 검찰총장이 좌지우지하는 조직이 될 것이란 이야기다.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검찰총장의 지시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결국 중수부를 폐지할 때 주요 이유가 된 ‘하명수사’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 올해 치러질 총선이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특정 정치 세력에 치명타를 줄 만한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한다면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min1330@ilyosisa.co.kr> 

 

[김기동은?] 

▲경남 진주(64년생) ▲부산 혜광고 ▲서울대 법대 ▲육군법무관 ▲서울지검 남부지청 검사 ▲대구지검 경주지청 검사 ▲부산지검 검사 ▲법무부 인권과 검사 ▲서울지검 검사 ▲대구지검 부부장검사 ▲서울고검 검사 ▲대구지검 의성지청장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검사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검사 ▲대검연구관 겸 검찰기획단장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 ▲대구지검 2차장검사 ▲대전고검 차장검사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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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