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탐구⑬ 시민의 정치인 김관용 경북도지사

‘인기쟁이’ 지사님의 인기비결은 무엇?


 ‘시민의 정치인’이라는 애칭이 더 친숙한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민선4기 경북도지사 재임시절 특유의 근성과 추진력을 발휘하면서 경북 도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16개 시도단체장을 통틀어 75.4%라는 최고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한 것이 이를 뒷받침했다. 이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본인이 기록한 76.8%에 버금가는 높은 지지율이다. 이로써 김 지사는 2회 연속 ‘최고 득표율 당선자’의 주인공이 됐다. 대체 그의 인기 비결은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재임 시절 10조원의 투자유치로 ‘경제도지사’ 평가
4년 간 20조원 투자유치로 일자리 6만 개 만들 것


1942년 경북 구미에서 태어난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대구사범학교,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모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61년 당시 19세의 나이로 고향 구미초등학교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낮에는 교편을 잡았던 그였지만 밤에는 야간대학생으로 변신했다. 이런 주경야독을 통해 김 지사는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제10회 행정고시에 합격, 공직사회에 첫 발을 들여놓게 됐다.

낮엔 교사, 밤엔 학생
주경야독 공직에 첫발

고시 합격 이후 그는 국립중앙도서관과 병무청, 세무서, 청와대 민정비서실 등 중앙의 다양한 부처를 거치며 행정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쌓았다. 그리고 1995년 당시 민자당 후보로 민선 제1대 구미시장에 당선됐다. 이어 그는 1998년 제2대(신한국당), 2002년 제3대(한나라당)로 3선을 연임했다.
구미시장 재임 시절 그는 교사 때 경험을 살려 시청에 4년제 학사과정 야간대학 캠퍼스를 설치하기도 했다. 구미시는 지방행정혁신평가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이후 참여정부 때인 2006년 정장식 전 포항시장, 같은 당 김광원 의원을 누르고 경북도지사 후보로 확정됐다.
그는 초선 도지사로 재임하면서 취임 2년여의 짧은 시간에 10조원의 투자유치를 통해 ‘경제도지사’로서의 발판을 굳혔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지역에서 시작된 새마을운동을 유엔과 함께 아프리카 등지의 미개발국에 보급하고, 한·태국 문화교류 시범사업인 방콕-경주세계문화엑스포, G20재무장관회의 등을 지역에 유치하는 등 지방의 세계화 시대를 연 ‘지방외교관’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이 밖에도 전국에서 처음으로 ‘농민사관학교’를 설립, 농업CEO를 양성하는 등 농어업 살리기에 힘을 쏟은 것도 지역에서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다시 한 번 도민들의 선택을 받게 된 김 지사. 그는 “초심으로 돌아가 집중해서 일하겠다”며 “도민들을 하늘같이 모시고 도민들의 염원과 기대를 받들어 일로써 보답하고 평가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의 민선5기 도정의 최우선 역점은 일자리 창출 문제였다. 그는 “도민이 고루 잘 사는 경북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중앙예산 확보’와 ‘투자유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지사는 앞으로 4년 동안 20조원의 투자 유치로 안정된 일자리 6만 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구미 하이테크밸리와 포항 블루밸리 등 대규모 국가산업단지를 조기에 조성하고 원자력과학산업밸트, 3대 문화권사업, 백두대간, 경마공원, 포항 영일만항, 경제자유구역 등 대단위 사회간접자본(SOC) 및 국책사업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해 관련 일자리 6만 개를 추가로 만들 계획이다.

이 밖에도 사회적 기업 적극 육성 및 다양한 기업 지원 시책과 지역 일자리 종합센터를 확대·추진하는 사업을 통해 좋은 일자리 2만 개를 조성하는 등 향후 4년 간 약 14만 개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공공 부문의 일자리 8만 개를 포함해 모두 22만 개의 일자리 창출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이를 위해 조직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도정의 모든 역량을 일자리 창출로 결집시킬 수 있도록 조직을 정비, 확대 개편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경제과학진흥국은 ‘일자리경제본부’로, 투자통상국은 ‘투자유치본부’로, 새경북기획단은 ‘미래전략기획단’으로 각각 탈바꿈했다. 게다가 더욱 공격적인 투자유치를 위해 ‘경북투자유치단’을 처음으로 설치했다.

이런 노력 끝에 경북도는 민선 5기 출범 1주일여 만에 터치패널 전문기업인 모린스와 첫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모린스는 2012년까지 구미 국가산업1단지에 1181억원을 투자해 휴대전화용 터치패널 제조시설을 설립할 계획이고 이에 따른 고용효과는 1200여 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어 지난 7월19일에는 생명과학 전문기업인 코오롱생명과학과 전구생산업체인 바이오라이트와도 잇달아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두 업체는 김천 일반산업단지에 모두 757억원을 들여 공장을 설립할 예정인데 신규 고용이 600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지역 숙원인 대기업 유치에도 팔을 걷어 붙였다.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뒤 이곳에 투자키로 했던 기업을 타깃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김 지사는 삼성 관계자들을 만나 투자유치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벌이며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과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등의 투자 장점 등을 적극 설명하기도 했다.

대기업 유치에
양팔 걷어 붙여

또 김 지사는 천혜의 강과 산, 바다를 이용해 먹고사는 자원으로 개발하는 데에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낙동강 연안 그랜드플랜, 백두대간 에코비즈벨트, 동해안 해양자원 개발, 울릉도·독도 친환경에너지 녹색의 섬 조성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낙동강 사업에 대해 김 지사는 “낙동강 사업은 죽어가는 강을 살리는 것으로 찬ㆍ반 논쟁을 넘어 반드시 해야 할 역사적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지사는 “이는 정치나 이념을 떠나 주민 삶과 직결된 사업으로 정쟁의 대상이 아니며, 또 소모적인 정쟁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그는 “낙동강 경북권은 상습수해 지역으로 주민들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절박한 현실에 처해 있다”면서 “홍수피해 예방과 물 부족 등을 해결하기 위해 이 사업을 차질없이 계획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김 지사는 “문화와 경제, 친환경 일자리가 공존하는 낙동강을 만들 것”이라며 “사업을 반대하는 환경ㆍ종교단체 등도 계속 설득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독도를 관할하는 최전선의 광역단체장으로서 김 지사는 “독도가 우리나라 섬인데도 불구하고 일본의 터무니없는 야욕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며 “독도 수호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이 왔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방파제, 체험장, 종합해양과학기지를 설치해 독도를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곳으로 만들 것”이라며 “어민들이 살 수 있는 생업 터전을 구축해 여러 면에서 독도가우리나라 영토임을 만방에 알릴 것”이라며 경상북도가 실시하고 있는 독도 수호 방안 계획에 대해 공개했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2019년까지 2200억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녹색 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경상도에서는 울릉도를 ‘어머니의 섬’, 독도를 ‘아들의 섬’이라 부른다. 울릉도와 독도를 모자(母子) 섬으로서 동시 개발해 덴마크의 녹색 섬인 삼소도처럼 ‘그린 에너지 섬’으로 만들 것”이라며 “일본의 침탈 야욕을 사전에 처단할 수 있도록 세계의 명품섬으로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도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공항이 있어야 기업들이 들어오고 그래야 일자리도 생긴다”며 “공항은 지금 시작해도 1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빨리 추진해야 된다”고 말했다.

“낙동강 사업 찬·반 논쟁 넘어 반드시 진행돼야”
녹색 섬 사업으로 독도 ‘그린 에너지 섬’ 만들 것


이를 위해 김 지사는 대구시와 함께 신공항 TF팀을 만들고 정부의 평가기준 등을 면밀히 분석해 밀양 유치논리를 개발하는 한편 수도권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심포지엄 개최, 서명운동 전개, 홍보물 배부 등을 통해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항공우주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에어로테크노밸리 조성사업이 바로 그것. 내년부터 오는 2015년까지 5년간 총 3500억원을 투입할 이 사업은 항공부품 및 정비를 위한 특화단지를 조성하고, 핵심부품소재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김 지사는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공군군수사령부와 MOU를 교환했고, 항공우주 관련에서 워크숍과 포럼 등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오는 11월쯤에 정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또 김 지사는 침체되는 농업 산업에 대해 “목표는 농사만 지어도 잘사는 농촌”이라며 “농민사관학교를 통해 농업 CEO 1만5000명을 양성하고, 이를 통해 2017년까지 억대 농가를 지금의 두 배인 2만 가구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종자혁명 등을 위한 연구개발(R&D) 분야와 글로벌 판로 확보에는 도가 직접 나설 생각이다. 쌀 전담과를 통해 쌀 산업을 6차 산업화하고, 전통음식도 자원화해 나갈 방침이다. 세계대학생 승마선수권대회와 제4경마장과 연계한 말 산업, 고부가가치의 유용 곤충산업도 육성해 나갈 예정이다.

또 김 지사는 문화콘텐츠산업의 발전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6월 도의회 임시회에서 경북도 문화콘텐츠산업 육성조례를 제정했다. 내년에는 194억원을 투자해 융합형 콘텐츠 발굴과 창업 보육을 지원할 경북문화콘텐츠지원센터를 안동시에 건립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통문화를 활용한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발굴해 육성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명문고 육성
무상급식 확대

이 밖에 교육 문제와 관련, 김 지사는 “23개 시·군에 명문고를 육성하고 김천 혁신도시와 신 도청 이전지에 특목고와 외국어고를 유치, 지역인재 유출을 막아 교육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며 “현재 6만7980명(383억원)에 대해 무상 급식이 시행되고 있지만 교육적·복지적 측면에서 신중히 검토, 점진적·단계적으로 무상 급식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