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탐구⑬ 시민의 정치인 김관용 경북도지사

‘인기쟁이’ 지사님의 인기비결은 무엇?


 ‘시민의 정치인’이라는 애칭이 더 친숙한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민선4기 경북도지사 재임시절 특유의 근성과 추진력을 발휘하면서 경북 도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16개 시도단체장을 통틀어 75.4%라는 최고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한 것이 이를 뒷받침했다. 이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본인이 기록한 76.8%에 버금가는 높은 지지율이다. 이로써 김 지사는 2회 연속 ‘최고 득표율 당선자’의 주인공이 됐다. 대체 그의 인기 비결은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재임 시절 10조원의 투자유치로 ‘경제도지사’ 평가
4년 간 20조원 투자유치로 일자리 6만 개 만들 것


1942년 경북 구미에서 태어난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대구사범학교,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모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61년 당시 19세의 나이로 고향 구미초등학교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낮에는 교편을 잡았던 그였지만 밤에는 야간대학생으로 변신했다. 이런 주경야독을 통해 김 지사는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제10회 행정고시에 합격, 공직사회에 첫 발을 들여놓게 됐다.

낮엔 교사, 밤엔 학생
주경야독 공직에 첫발

고시 합격 이후 그는 국립중앙도서관과 병무청, 세무서, 청와대 민정비서실 등 중앙의 다양한 부처를 거치며 행정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쌓았다. 그리고 1995년 당시 민자당 후보로 민선 제1대 구미시장에 당선됐다. 이어 그는 1998년 제2대(신한국당), 2002년 제3대(한나라당)로 3선을 연임했다.
구미시장 재임 시절 그는 교사 때 경험을 살려 시청에 4년제 학사과정 야간대학 캠퍼스를 설치하기도 했다. 구미시는 지방행정혁신평가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이후 참여정부 때인 2006년 정장식 전 포항시장, 같은 당 김광원 의원을 누르고 경북도지사 후보로 확정됐다.
그는 초선 도지사로 재임하면서 취임 2년여의 짧은 시간에 10조원의 투자유치를 통해 ‘경제도지사’로서의 발판을 굳혔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지역에서 시작된 새마을운동을 유엔과 함께 아프리카 등지의 미개발국에 보급하고, 한·태국 문화교류 시범사업인 방콕-경주세계문화엑스포, G20재무장관회의 등을 지역에 유치하는 등 지방의 세계화 시대를 연 ‘지방외교관’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이 밖에도 전국에서 처음으로 ‘농민사관학교’를 설립, 농업CEO를 양성하는 등 농어업 살리기에 힘을 쏟은 것도 지역에서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다시 한 번 도민들의 선택을 받게 된 김 지사. 그는 “초심으로 돌아가 집중해서 일하겠다”며 “도민들을 하늘같이 모시고 도민들의 염원과 기대를 받들어 일로써 보답하고 평가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의 민선5기 도정의 최우선 역점은 일자리 창출 문제였다. 그는 “도민이 고루 잘 사는 경북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중앙예산 확보’와 ‘투자유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지사는 앞으로 4년 동안 20조원의 투자 유치로 안정된 일자리 6만 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구미 하이테크밸리와 포항 블루밸리 등 대규모 국가산업단지를 조기에 조성하고 원자력과학산업밸트, 3대 문화권사업, 백두대간, 경마공원, 포항 영일만항, 경제자유구역 등 대단위 사회간접자본(SOC) 및 국책사업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해 관련 일자리 6만 개를 추가로 만들 계획이다.

이 밖에도 사회적 기업 적극 육성 및 다양한 기업 지원 시책과 지역 일자리 종합센터를 확대·추진하는 사업을 통해 좋은 일자리 2만 개를 조성하는 등 향후 4년 간 약 14만 개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공공 부문의 일자리 8만 개를 포함해 모두 22만 개의 일자리 창출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이를 위해 조직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도정의 모든 역량을 일자리 창출로 결집시킬 수 있도록 조직을 정비, 확대 개편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경제과학진흥국은 ‘일자리경제본부’로, 투자통상국은 ‘투자유치본부’로, 새경북기획단은 ‘미래전략기획단’으로 각각 탈바꿈했다. 게다가 더욱 공격적인 투자유치를 위해 ‘경북투자유치단’을 처음으로 설치했다.

이런 노력 끝에 경북도는 민선 5기 출범 1주일여 만에 터치패널 전문기업인 모린스와 첫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모린스는 2012년까지 구미 국가산업1단지에 1181억원을 투자해 휴대전화용 터치패널 제조시설을 설립할 계획이고 이에 따른 고용효과는 1200여 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어 지난 7월19일에는 생명과학 전문기업인 코오롱생명과학과 전구생산업체인 바이오라이트와도 잇달아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두 업체는 김천 일반산업단지에 모두 757억원을 들여 공장을 설립할 예정인데 신규 고용이 600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지역 숙원인 대기업 유치에도 팔을 걷어 붙였다.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뒤 이곳에 투자키로 했던 기업을 타깃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김 지사는 삼성 관계자들을 만나 투자유치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벌이며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과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등의 투자 장점 등을 적극 설명하기도 했다.

대기업 유치에
양팔 걷어 붙여

또 김 지사는 천혜의 강과 산, 바다를 이용해 먹고사는 자원으로 개발하는 데에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낙동강 연안 그랜드플랜, 백두대간 에코비즈벨트, 동해안 해양자원 개발, 울릉도·독도 친환경에너지 녹색의 섬 조성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낙동강 사업에 대해 김 지사는 “낙동강 사업은 죽어가는 강을 살리는 것으로 찬ㆍ반 논쟁을 넘어 반드시 해야 할 역사적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지사는 “이는 정치나 이념을 떠나 주민 삶과 직결된 사업으로 정쟁의 대상이 아니며, 또 소모적인 정쟁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그는 “낙동강 경북권은 상습수해 지역으로 주민들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절박한 현실에 처해 있다”면서 “홍수피해 예방과 물 부족 등을 해결하기 위해 이 사업을 차질없이 계획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김 지사는 “문화와 경제, 친환경 일자리가 공존하는 낙동강을 만들 것”이라며 “사업을 반대하는 환경ㆍ종교단체 등도 계속 설득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독도를 관할하는 최전선의 광역단체장으로서 김 지사는 “독도가 우리나라 섬인데도 불구하고 일본의 터무니없는 야욕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며 “독도 수호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이 왔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방파제, 체험장, 종합해양과학기지를 설치해 독도를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곳으로 만들 것”이라며 “어민들이 살 수 있는 생업 터전을 구축해 여러 면에서 독도가우리나라 영토임을 만방에 알릴 것”이라며 경상북도가 실시하고 있는 독도 수호 방안 계획에 대해 공개했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2019년까지 2200억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녹색 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경상도에서는 울릉도를 ‘어머니의 섬’, 독도를 ‘아들의 섬’이라 부른다. 울릉도와 독도를 모자(母子) 섬으로서 동시 개발해 덴마크의 녹색 섬인 삼소도처럼 ‘그린 에너지 섬’으로 만들 것”이라며 “일본의 침탈 야욕을 사전에 처단할 수 있도록 세계의 명품섬으로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도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공항이 있어야 기업들이 들어오고 그래야 일자리도 생긴다”며 “공항은 지금 시작해도 1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빨리 추진해야 된다”고 말했다.

“낙동강 사업 찬·반 논쟁 넘어 반드시 진행돼야”
녹색 섬 사업으로 독도 ‘그린 에너지 섬’ 만들 것


이를 위해 김 지사는 대구시와 함께 신공항 TF팀을 만들고 정부의 평가기준 등을 면밀히 분석해 밀양 유치논리를 개발하는 한편 수도권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심포지엄 개최, 서명운동 전개, 홍보물 배부 등을 통해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항공우주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에어로테크노밸리 조성사업이 바로 그것. 내년부터 오는 2015년까지 5년간 총 3500억원을 투입할 이 사업은 항공부품 및 정비를 위한 특화단지를 조성하고, 핵심부품소재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김 지사는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공군군수사령부와 MOU를 교환했고, 항공우주 관련에서 워크숍과 포럼 등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오는 11월쯤에 정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또 김 지사는 침체되는 농업 산업에 대해 “목표는 농사만 지어도 잘사는 농촌”이라며 “농민사관학교를 통해 농업 CEO 1만5000명을 양성하고, 이를 통해 2017년까지 억대 농가를 지금의 두 배인 2만 가구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종자혁명 등을 위한 연구개발(R&D) 분야와 글로벌 판로 확보에는 도가 직접 나설 생각이다. 쌀 전담과를 통해 쌀 산업을 6차 산업화하고, 전통음식도 자원화해 나갈 방침이다. 세계대학생 승마선수권대회와 제4경마장과 연계한 말 산업, 고부가가치의 유용 곤충산업도 육성해 나갈 예정이다.

또 김 지사는 문화콘텐츠산업의 발전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6월 도의회 임시회에서 경북도 문화콘텐츠산업 육성조례를 제정했다. 내년에는 194억원을 투자해 융합형 콘텐츠 발굴과 창업 보육을 지원할 경북문화콘텐츠지원센터를 안동시에 건립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통문화를 활용한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발굴해 육성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명문고 육성
무상급식 확대

이 밖에 교육 문제와 관련, 김 지사는 “23개 시·군에 명문고를 육성하고 김천 혁신도시와 신 도청 이전지에 특목고와 외국어고를 유치, 지역인재 유출을 막아 교육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며 “현재 6만7980명(383억원)에 대해 무상 급식이 시행되고 있지만 교육적·복지적 측면에서 신중히 검토, 점진적·단계적으로 무상 급식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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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