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탐구⑬ 시민의 정치인 김관용 경북도지사

‘인기쟁이’ 지사님의 인기비결은 무엇?


 ‘시민의 정치인’이라는 애칭이 더 친숙한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민선4기 경북도지사 재임시절 특유의 근성과 추진력을 발휘하면서 경북 도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16개 시도단체장을 통틀어 75.4%라는 최고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한 것이 이를 뒷받침했다. 이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본인이 기록한 76.8%에 버금가는 높은 지지율이다. 이로써 김 지사는 2회 연속 ‘최고 득표율 당선자’의 주인공이 됐다. 대체 그의 인기 비결은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재임 시절 10조원의 투자유치로 ‘경제도지사’ 평가
4년 간 20조원 투자유치로 일자리 6만 개 만들 것


1942년 경북 구미에서 태어난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대구사범학교,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모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61년 당시 19세의 나이로 고향 구미초등학교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낮에는 교편을 잡았던 그였지만 밤에는 야간대학생으로 변신했다. 이런 주경야독을 통해 김 지사는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제10회 행정고시에 합격, 공직사회에 첫 발을 들여놓게 됐다.

낮엔 교사, 밤엔 학생
주경야독 공직에 첫발

고시 합격 이후 그는 국립중앙도서관과 병무청, 세무서, 청와대 민정비서실 등 중앙의 다양한 부처를 거치며 행정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쌓았다. 그리고 1995년 당시 민자당 후보로 민선 제1대 구미시장에 당선됐다. 이어 그는 1998년 제2대(신한국당), 2002년 제3대(한나라당)로 3선을 연임했다.
구미시장 재임 시절 그는 교사 때 경험을 살려 시청에 4년제 학사과정 야간대학 캠퍼스를 설치하기도 했다. 구미시는 지방행정혁신평가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이후 참여정부 때인 2006년 정장식 전 포항시장, 같은 당 김광원 의원을 누르고 경북도지사 후보로 확정됐다.
그는 초선 도지사로 재임하면서 취임 2년여의 짧은 시간에 10조원의 투자유치를 통해 ‘경제도지사’로서의 발판을 굳혔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지역에서 시작된 새마을운동을 유엔과 함께 아프리카 등지의 미개발국에 보급하고, 한·태국 문화교류 시범사업인 방콕-경주세계문화엑스포, G20재무장관회의 등을 지역에 유치하는 등 지방의 세계화 시대를 연 ‘지방외교관’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이 밖에도 전국에서 처음으로 ‘농민사관학교’를 설립, 농업CEO를 양성하는 등 농어업 살리기에 힘을 쏟은 것도 지역에서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다시 한 번 도민들의 선택을 받게 된 김 지사. 그는 “초심으로 돌아가 집중해서 일하겠다”며 “도민들을 하늘같이 모시고 도민들의 염원과 기대를 받들어 일로써 보답하고 평가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의 민선5기 도정의 최우선 역점은 일자리 창출 문제였다. 그는 “도민이 고루 잘 사는 경북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중앙예산 확보’와 ‘투자유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지사는 앞으로 4년 동안 20조원의 투자 유치로 안정된 일자리 6만 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구미 하이테크밸리와 포항 블루밸리 등 대규모 국가산업단지를 조기에 조성하고 원자력과학산업밸트, 3대 문화권사업, 백두대간, 경마공원, 포항 영일만항, 경제자유구역 등 대단위 사회간접자본(SOC) 및 국책사업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해 관련 일자리 6만 개를 추가로 만들 계획이다.

이 밖에도 사회적 기업 적극 육성 및 다양한 기업 지원 시책과 지역 일자리 종합센터를 확대·추진하는 사업을 통해 좋은 일자리 2만 개를 조성하는 등 향후 4년 간 약 14만 개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공공 부문의 일자리 8만 개를 포함해 모두 22만 개의 일자리 창출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이를 위해 조직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도정의 모든 역량을 일자리 창출로 결집시킬 수 있도록 조직을 정비, 확대 개편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경제과학진흥국은 ‘일자리경제본부’로, 투자통상국은 ‘투자유치본부’로, 새경북기획단은 ‘미래전략기획단’으로 각각 탈바꿈했다. 게다가 더욱 공격적인 투자유치를 위해 ‘경북투자유치단’을 처음으로 설치했다.

이런 노력 끝에 경북도는 민선 5기 출범 1주일여 만에 터치패널 전문기업인 모린스와 첫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모린스는 2012년까지 구미 국가산업1단지에 1181억원을 투자해 휴대전화용 터치패널 제조시설을 설립할 계획이고 이에 따른 고용효과는 1200여 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어 지난 7월19일에는 생명과학 전문기업인 코오롱생명과학과 전구생산업체인 바이오라이트와도 잇달아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두 업체는 김천 일반산업단지에 모두 757억원을 들여 공장을 설립할 예정인데 신규 고용이 600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지역 숙원인 대기업 유치에도 팔을 걷어 붙였다.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뒤 이곳에 투자키로 했던 기업을 타깃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김 지사는 삼성 관계자들을 만나 투자유치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벌이며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과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등의 투자 장점 등을 적극 설명하기도 했다.

대기업 유치에
양팔 걷어 붙여

또 김 지사는 천혜의 강과 산, 바다를 이용해 먹고사는 자원으로 개발하는 데에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낙동강 연안 그랜드플랜, 백두대간 에코비즈벨트, 동해안 해양자원 개발, 울릉도·독도 친환경에너지 녹색의 섬 조성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낙동강 사업에 대해 김 지사는 “낙동강 사업은 죽어가는 강을 살리는 것으로 찬ㆍ반 논쟁을 넘어 반드시 해야 할 역사적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지사는 “이는 정치나 이념을 떠나 주민 삶과 직결된 사업으로 정쟁의 대상이 아니며, 또 소모적인 정쟁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그는 “낙동강 경북권은 상습수해 지역으로 주민들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절박한 현실에 처해 있다”면서 “홍수피해 예방과 물 부족 등을 해결하기 위해 이 사업을 차질없이 계획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김 지사는 “문화와 경제, 친환경 일자리가 공존하는 낙동강을 만들 것”이라며 “사업을 반대하는 환경ㆍ종교단체 등도 계속 설득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독도를 관할하는 최전선의 광역단체장으로서 김 지사는 “독도가 우리나라 섬인데도 불구하고 일본의 터무니없는 야욕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며 “독도 수호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이 왔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방파제, 체험장, 종합해양과학기지를 설치해 독도를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곳으로 만들 것”이라며 “어민들이 살 수 있는 생업 터전을 구축해 여러 면에서 독도가우리나라 영토임을 만방에 알릴 것”이라며 경상북도가 실시하고 있는 독도 수호 방안 계획에 대해 공개했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2019년까지 2200억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녹색 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경상도에서는 울릉도를 ‘어머니의 섬’, 독도를 ‘아들의 섬’이라 부른다. 울릉도와 독도를 모자(母子) 섬으로서 동시 개발해 덴마크의 녹색 섬인 삼소도처럼 ‘그린 에너지 섬’으로 만들 것”이라며 “일본의 침탈 야욕을 사전에 처단할 수 있도록 세계의 명품섬으로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도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공항이 있어야 기업들이 들어오고 그래야 일자리도 생긴다”며 “공항은 지금 시작해도 1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빨리 추진해야 된다”고 말했다.

“낙동강 사업 찬·반 논쟁 넘어 반드시 진행돼야”
녹색 섬 사업으로 독도 ‘그린 에너지 섬’ 만들 것


이를 위해 김 지사는 대구시와 함께 신공항 TF팀을 만들고 정부의 평가기준 등을 면밀히 분석해 밀양 유치논리를 개발하는 한편 수도권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심포지엄 개최, 서명운동 전개, 홍보물 배부 등을 통해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항공우주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에어로테크노밸리 조성사업이 바로 그것. 내년부터 오는 2015년까지 5년간 총 3500억원을 투입할 이 사업은 항공부품 및 정비를 위한 특화단지를 조성하고, 핵심부품소재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김 지사는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공군군수사령부와 MOU를 교환했고, 항공우주 관련에서 워크숍과 포럼 등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오는 11월쯤에 정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또 김 지사는 침체되는 농업 산업에 대해 “목표는 농사만 지어도 잘사는 농촌”이라며 “농민사관학교를 통해 농업 CEO 1만5000명을 양성하고, 이를 통해 2017년까지 억대 농가를 지금의 두 배인 2만 가구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종자혁명 등을 위한 연구개발(R&D) 분야와 글로벌 판로 확보에는 도가 직접 나설 생각이다. 쌀 전담과를 통해 쌀 산업을 6차 산업화하고, 전통음식도 자원화해 나갈 방침이다. 세계대학생 승마선수권대회와 제4경마장과 연계한 말 산업, 고부가가치의 유용 곤충산업도 육성해 나갈 예정이다.

또 김 지사는 문화콘텐츠산업의 발전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6월 도의회 임시회에서 경북도 문화콘텐츠산업 육성조례를 제정했다. 내년에는 194억원을 투자해 융합형 콘텐츠 발굴과 창업 보육을 지원할 경북문화콘텐츠지원센터를 안동시에 건립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통문화를 활용한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발굴해 육성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명문고 육성
무상급식 확대

이 밖에 교육 문제와 관련, 김 지사는 “23개 시·군에 명문고를 육성하고 김천 혁신도시와 신 도청 이전지에 특목고와 외국어고를 유치, 지역인재 유출을 막아 교육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며 “현재 6만7980명(383억원)에 대해 무상 급식이 시행되고 있지만 교육적·복지적 측면에서 신중히 검토, 점진적·단계적으로 무상 급식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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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