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어깨 무거운 이영렬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예상 깨고 깜짝발탁 “적이 없다”

[일요시사 사회2팀] 박창민 기자 = 김수남 검찰총장 체제의 진용이 갖춰졌다. 당초 지난주 중반으로 예상됐던 검찰 고위 인사가 늦어진 데는 서울중앙지검장 등 요직에 기용할 대상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검찰 수뇌부 간 치열한 물밑싸움이 벌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검찰 2인자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에는 이영렬 검사가 임명됐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구·경북(TK) 출신이 아닌 인사가 임명되기는 4년 만이다.


법무부는 지난 21일 이영렬(57·사법연수원 18기·서울) 대구지검장을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하는 등 검찰 고위직 인사를 발표했다. 서울중앙지검장에 비 TK(대구·경북) 출신이 임명되기는 4년 만이다. 서울 출신인 이 지검장은 서울 경복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28회 사법시험에 합격, 1989년 부산지검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했다.

김수남 체제
진용 갖춰줘

이 지검장은 26년 검사 생활 동안 매사에 원칙을 중시하는 엄정한 업무처리와 함께 합리적이며 조직을 이끄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이 지검장 임명을 두고 ‘최적임자’라는 평이 쏟아졌던 것도 이 때문. 매끄럽고 빈틈없는 업무처리로 ‘수사건, 기획이건 실무에 강하다’고 정평이 나 있다.

그는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서울중앙지검 외사부 부장검사, 서울남부지검장, 대구지검장 등 검찰의 주요 보직을 거치며 수사와 기획 분야에서 두루 경험을 쌓았다. 특히 송광수 전 검찰총장(65·3기) 재임 때 ‘연설문 작성 전담’ 연구관을 맡았을 정도로 뛰어난 문장력을 자랑한다.

이 지검장은 1998년 미국 뉴욕의 한국에너지개발기구(KEDO)에 파견돼 ‘북한에 최장기간 체류한 현직 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사정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다. 이 때 당시 한 후배 검사는 “다음 정권에서 불이익을 우려한 검사들이 모두 파견 제안을 뿌리쳤지만 이 지검장만 ‘조직이 원하면 따르겠다’며 파견 지시를 받아들였다”고 회고했다.

청와대-법무부-대검 치열한 줄다리기
결국 막판에 이 지검장 쪽으로 정리

이 지검장은 원칙을 중시하는 업무 처리로 ‘뚝심형’ 검사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 재직시절에 그는 서울 양천경찰서 고문사건을 수사하며 경찰관이 고문을 당했다는 피의자의 주장을 묵살하고 유치장 서류를 조작한 사실을 밝혀내 관련 경찰관을 구속하기도 했다.

특히 그가 대검 중수부 폐지 후 특수수사를 전담하며 검찰 내 2인자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데 대해 올해 대구지검의 수사성과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올해 대구지검장으로 재직하며 사상 처음 보이스피싱 조직을 범죄조직으로 기소해 1심에서 유죄를 받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이 지검장은 사기범 조희팔 수사도 지휘해 왔다. 조희팔 수사와 관련된 범죄수익을 은닉한 조씨의 아들과 내연녀 등 20여명을 재판에 넘기고 최근 중국 공안에 검거된 ‘조희팔 2인자’ 강태용(54)씨를 국내로 송환해 구속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장 재직 때에는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정착시켰고 청부 살해 혐의로 김형식 서울시 의원을 기소해 무기징역 확정판결을 받아냈다.

이 지검장은 평소 선후배들을 잘 챙기고, 조직 내에 적이 없을 만큼 소통을 잘 하기로 유명하다. 올해 대구지검장에 재직할 때에는 후배 부장검사들을 관사로 불러 직접 고기를 삶아주고 각종 요리를 해줬다고 한다. 특히 후배에게 술을 강권하지 않는다고 한다.

동생 이지원(51) 변호사가 2004년 여검사로는 처음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배치돼 화제에 오르면서 ‘남매 검사’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영문학을 가르치는 부인과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유학 중인 외아들이 있다.


내부 의외 반응
입김 작용했나

법무부는 고검장·검사장급 고위 간부 43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법무부 차관에는 이창재 서울북부지검장이 승진 임명됐고 김주현 법무부 차관은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이동했다. 김 총장과 총장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은 서울고검장으로 이동했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 대해 “검찰 조직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부정부패 척결 및 내년 총선 관리 업무를 차질 없이 수행하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6·17기 고검장들과 18기 검사장들을 대거 ‘용퇴’시키는 과정에서 무리수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부산·경남(PK) 출신 고위 간부들이 옷을 많이 벗었다. 17기 김경수(경남 진주) 전 대구고검장과 조성욱(부산) 전 대전고검장, 18기 강찬우(경남) 전 수원지검장 등이다. 직전 김진태 검찰총장(진주)도 PK로 분류된다. 이번에 고검장 승진자가 없어 고검장 9자리 중 PK 출신은 한 명도 없다.

대구·경북(TK)의 경우 최교일(경북 영주), 조영곤(경북 영천), 김수남(대구), 박성재(경북 청도) 지검장까지 4명 연속 맡았던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비(非) TK 인사에게 내줬다. 하지만 김 총장을 배출한 직후 고검장 1명(김강욱), 검사장 2명(최종원·김영대)의 승진자를 내면서 현상유지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외에 서울·호남 각 3명, 충청 2명의 검사장 승진자를 내며 지역 안배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검장의 발탁은 모두의 예상을 깬 것이었다. 법무부의 인사 발표가 있던 21일, 대검찰청 간부들도 서울중앙지검장 인사에 다소 놀라는 분위기였다. 대검의 한 간부는 “이 지검장이 고검장으로 승진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올지는 오늘 아침까지도 전혀 몰랐다. 다른 간부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뚝심형 검사로 정평
4년 만에 비TK 인사

서울중앙지검장직을 두고 청와대와 법무부, 대검찰청이 각각 치열한 줄다리기를 했던 상황에서 연배가 있으면서도 적이 없는 이 지검장이 막판에 중용, 발탁된 것으로 보인다. 이 지검장이 청와대 고위급과 친분이 있다는 설도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후보군들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고 각자 계산법이 복잡하다 보니, 제3자에게 득이 되는 ‘어부지리식 인사가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검찰 동기인 연수원 19기에서 고검장 3명이 나와 검찰 지휘부의 전체 인사구도를 짤 때 우 수석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이번 서울중앙지검장 인사는 여느 때보다 물밑 조율이 치열했다. 당초 예정보다 늦어진 건 주요 사정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놓고 청와대 측과 김 검찰총장 측 간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서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김주현 법무부 차관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다가 ‘사시 폐지 4년 유예’ 발표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이후 19기 김진모·윤갑근 검사장 등과 샅바 싸움 끝에 18기 이 지검장 쪽으로 정리됐다는 것이다.

매사 원칙 중시 
수사·기획 강해

검찰 고위간부 진용이 갖춰짐에 따라 김 총장은 전국 단위 수사를 위한 상설 조직을 만드는 방안을 포함해 후속 개혁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부장급 인사에서 ‘김수남 체제의 면모’가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min1330@ilyosisa.co.kr>


[이영렬은]

▲서울(58년생)
▲서울 경복고
▲서울대 법학과
▲부산지검 검사
▲광주지검 순천지청 검사
▲서울지검 검사
▲법무부 특수법령과 검사
▲부산지검 부부장검사
▲대검 검찰연구관
▲대구지검 공판부장
▲법무부 검찰국 검찰4과장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사정비서관
▲서울고검 검사
▲수원지검 평택지청장
▲인천지검 2차장
▲남부지검 차장
▲인천지검 부천지청장
▲서울고검 송무부장
▲대전고검 차장
▲전주지검장
▲서울남부지검장
▲대구지검장   


<기사 속 기사> 이상원 신임 서울경찰청장은?

이상원 경찰청 차장(57)이 31대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내정됐다. 이 신임 청장이 서울지방경찰청에 임명되면서 경찰 고위 간부가 만 57세면 퇴임하던 관행인 ‘조정정년’이 2000년 이후 15년 만에 폐지됐다.

이 청장은 1958년 충북 보은 출신으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경찰간부후보 30기로 임용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장·과학수사센터장·형사과장·수사국장, 은평경찰서장, 대전지방경찰청장, 인천지방경찰청장, 경찰청 차장을 거쳐 경찰 조직 내 2인자 자리로 꼽히는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내정됐다.

이 청장은 외유내강의 지휘 스타일로 조직 내에서 덕장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일선 경찰서를 두루 거쳐 현장업무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일 경찰에 따르면 정부는 이 청장 외에 부산지방경찰청장에 권기선 경북지방경찰청장, 인천지방경찰청장에 윤종기 충북지방경찰청장, 경기지방경찰청장에 김종양 경찰청 기획조정관 등 4명을 각각 승진·내정했다.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과 황성찬 경찰대학장은 유임됐다.


이외 치안감급 인사에서는 경무관 10명이 승진한 것을 비롯해 총 25개 직위에 대한 인사가 단행됐다. 이들의 출신지역 및 입직 경로를 살펴보면 치안정감의 경우 출신지역별로는 수도권이 1명 충청권 2명, 호남권 1명, 영남권 2명이며 입직경로별로는 경찰대학 3명, 간부후보 2명, 고시 1명이다.

치안감 승진자의 경우, 지역별로는 수도권 2명, 충청권 2명, 호남권 2명, 영남권 4명이며 입직경로별로는 경찰대학 출신이 6명, 간부후보 3명 고시 1명 이다.

이번 인사에 대해 경찰청은 “업무 성과와 전문성, 도덕성 등에 대한 평가와 검증을 거쳐 적임자를 선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입직경로와 출신 지역 등을 고려하는 한편, 대상자의 경력과 능력 등을 두루 감안해 적재적소 보직 배치를 원칙으로 했다”고 밝혔다. <창>

▲충북 보은(1958년생)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간부후보 30기
▲경남청 수사과장
▲충북 진천서장
▲인천 수사과장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장
▲경찰청 형사과장
▲경찰청 기획수사심의관
▲경기청 제2부장
▲경찰청 수사국장
▲대전지방경찰청장
▲경찰청 보안국장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
▲인천지방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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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