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탐구⑫‘리틀 노무현’ 김두관 경남도지사

오뚝이 같은 집념 개혁적 업무 스타일 “쏙 빼 닮았네”


번번이 선거에서 고배를 마셔야했던 김두관 경남도지사. 그럼에도 그는 오뚝이 같은 집념을 발휘, 결국 지난 6·2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에 당선됐다. 이에 따라 김 지사 향후 4년간 경남도민들의 살림살이를 챙기게 됐다. 그리고 취임 이후 2달여 남짓이 지난 지금, 도청직원들은 “경남도청은 지금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는 반응 일색이다. 김 지사가 경상남도의 무엇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 그 안을 들여다봤다.


계속된 낙선에도 포기하지 않아…뿌리 깊은 근성
 “경남을 세계 신에너지 산업 수도로 만들 것”


김 지사는 1959년 경남 김해에서 가난한 농민 집안의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청년시절 당당한 체구에 제법 알아주던 씨름 선수로 통하던 김 지사는 남해종합고, 영주경산전문대 행정학과, 동아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25세 되던 해인 1986년, 재야단체인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 간사로 일하던 그는 직선제 개헌투쟁 청주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당시 김 지사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1년 만에 특별 사면·복권됐으며 이 일로 민주화운동관련 유공자로 인정받고 있다

직선제 개헌투쟁 집회
주도한 혐의로 구속

1987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그는 고향에서 농민운동에 투신, 남해농민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다. 이어 1988년 남해·하동에서 총선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그 뒤 “행정과 주민을 연결하는 심부름꾼이 되겠다”며 마을 이장이 됐다. ‘빗자루를 든 이장: 김두관이 던지는 희망 메시지’라는 저서는 김 지사가 마을 이장을 역임할 당시 경험이 바탕이 됐다.

이후 남해신문을 발간, 직접 배달하기도 했다. 이후 언론과 정치의 기로에서 고민하던 그는 1995년 6월 지방선거에서 36세의 나이로 남해군수에 당선되면서 정치판에 첫발을 들였다. 전국 최연소 기초단체장이 된 것이다. 그리고 1998년 재선에 성공했다. 군수 재임 시절 그는 계도용 신문 구입을 중지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기자실 철거 작업을 벌이는 등 파격적인 행보로 전국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내게 인사 청탁을 하는 사람에겐 불이익을 주겠다”고 선언했으며, 실제로 돈으로 인사를 청탁하려는 사람에게 불이익 조처를 내리기도 했다. 또 환경을 최우선 가치로 둔 그는 남해를 환경시범도시로 만들었으며 한·일 월드컵 직전에는 본선 진출팀인 덴마크 훈련캠프를 유치하기도 했다. 이후 2002년 제2회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노 전 대통령의 권유로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

2003년 참여정부 시절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발탁돼 지역구도 타파와 학력ㆍ경력 파괴의 상징으로 떠오르며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외부 환경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오뚝이 같은 집념, 파격적이고 개혁적인 업무 스타일을 쏙 빼닮았다는 평가다. 그러나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한총련 시위 사태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을 이유로 제출한 해임건의안이 같은 해 9월 가결되면서 7개월여 만에 물러났다.
 
이어 2004년(제17대)과 2008년(제18대) 총선에 출마했지만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김 지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 삼수에 출사표를 던진 것. 당시 민주·민주노동·국민참여당 등 야3당은 경남 지역 후보를 내지 않기로 결정, 무소속 출마한 김 지사에게 힘을 실어줬고 그는 당당히 경남도지사에 당선될 수 있었다.

생명과 풍요의
낙동강 바꾸기

이로서 향후 4년간 도정을 도맡게 된 김 지사. 그는 경남을 세계 신에너지 산업 수도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세계는 90년대의 정보화혁명에 이어 이제는 에너지 혁명의 시대”라며 “지구 온난화와 화석 연료의 고갈은 새로운 에너지산업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남은 산업적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이라며 “경남의 주력산업인 조선과 기계, 항공, 로봇과 최근에 주목 받고 있는 부품, 신소재와 문화관광 등을 최고로 키우면서 신에너지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김 지사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육성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복합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 경남의 기반산업을 적극활용하고 풍력, 태양광, 연료전지, 바이오, 전기차 등 고속성장 산업을 집적화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

R&D센터와 대학을 유치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생산력을 보유한 경남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탄소 배출권 시장이 전 세계 녹색성장의 핵인 만큼 탄소 배출권 거래소를 경남에 유치하겠다”며 “그리고 좋은 일자리 5만 개를 만들어 도민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경남도내는 물론 부산-경남-울산을 아우르는 대중교통 환승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김 지사는 ▲수도권과 같은 수준의 경남도내 버스 환승체계 구축 ▲환승할인 및 무료환승 확대 ▲고속철도, 경전선, 통합창원시 도시철도, 경전철 등 철도망과 버스체계 연결 ▲버스정보시스템 도입 확대 ▲부산울산경남 연결 광역환승체계 구축 등을 공약했다. 김 지사는 “대중교통이 활성화되면 경남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고, 동남경제권에 활력을 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에도 신경 쓰는 모습이다. 장애인을 위한 정책으로 김 지사는 ▲장애인 맞춤형 일자리 창출 ▲중증 장애인 전문 치과 개설 ▲장애인 복지 인프라 확충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 확대 ▲장애인 평생교육연수원 건립 ▲발달장애인 지원 확대 등을 공약했다.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틀니와 임플란트를 공급하겠다는 공약도 눈길을 끈다.

경남전체 인구의 11.4%를 차지하는 만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2010년 시범사업실시, 2011년부터 임기 내에 80% 보급을 목표로 틀니와 임플란트를 보급할 계획이다. 김 지사는 “전문가와 자치단체, 치과의사협회 등이 추진방안에 대해 협의한 뒤, 추진협약을 체결하고 가격협상을 거친 뒤 시범사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중등학교 친환경 무상급식’을 내세운 교육 공약도 대표 사업이 될 전망이다. 그는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임기 내에 친환경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김 지사가 첫 번째 공약으로 내세운 ‘생명과 풍요의 낙동강 가꾸기’다. 인위적으로 ‘보’를 조성하는 4대강 사업과 달리 인공습지를 조성해 물을 정화하고 홍수를 조절하는 자연친화적 방식으로 낙동강 정비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역구도, 학력 파괴의 상징 ‘리틀 노무현’
취임 후 2달…도청직원 “완전히 다른 세상”


면전에서 부하 직원을 야단치지 못할 정도로 마음 여린 김 지사. 하지만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게 그에 대한 주변인들의 공통된 평가다. 특히 그는 조직을 한번 맡으면 조직의 자원과 정보를 최대한 활용, 최고로 만드는 장기가 있다고 한다. 이런 그가 이끄는 경남 도정, 무엇이 달라졌을까.


김 지사의 취임 뒤 2달여가 지난 지금 경남도청 공무원들은 “완전히 다른 세상인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 도정의 변화를 표현한 말이다. 국책사업인 4대강사업에 대한 정면 반대, 민주노동당 인사의 정무부지사 임명, 공동지방정부의 한 형태인 민주도정협의회 구성 등과 같은, 종전 한나라당 출신 단체장들과는 상반적인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김 지사는 4대강사업의 하나인 낙동강사업 중 김해지역 4개 미착공 구간에 대해 착공을 보류할 것을 지시했다. 이와 함께 아직 발주하지 않은 남강사업은 발주 자체를 금했다. 또 경남도가 시행하는 13개 구간의 4대강사업 구간에서 ‘보’ ‘준설’ 등의 문구가 들어있는 현수막을 철거하는 등 연일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는 또 전국 처음으로 민주노동당 출신인 강병기씨를 정무부지사에 임명해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김 지사는 9월에 공동지방정부의 한 형태인 ‘민주도정협의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민주도정협의회는 지방선거 후보 단일화에 참여했던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 야3당과 시민ㆍ사회단체 대표 등 20∼30명으로 구성된 협의기구다.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정책을 건의하거나 도정에 대해 자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도청은 지금 ‘신세계’
도의회와 마찰 우려도

실험적으로 도입되는 이 협의회는 지방자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새로운 행정 시스템으로 도지사의 폭넓은 창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김 지사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김두관호’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무소속 김 지사의 거침없는 행보에 한나라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경남도의회와의 마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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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들을 파고드는 속도가 달라졌다. 정권 말기 검찰의 생존 본능이라는 평가다. ‘명태균 게이트’의 한 갈래인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꽁꽁 싸매왔다. 봐주기 논란 해소를 위해 김씨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까지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도 열흘이 지났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9부 능선을 넘었다. 체제를 유지하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 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출금 연장 추가 영장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정치권의 특검 명분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지 못한다. 김건희씨도 영부인 지위를 상실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두 사람 모두 자연인이 되면서 회피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된 상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가 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자 위법하다고 인정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불소추특권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만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순 없다”면서도 “사저로 돌아갔으니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면서 “NLL(북방한계선) 인근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과 같이 북풍 공작을 구상한 정황을 확인했다. 고발 3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4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또 대통령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보안폰(비화폰) 서버 삭제 등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수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방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수처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의자로 이첩하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가 왜곡된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불소추특권 상실로 부담감↓…직권남용 적용 가능 경찰·공수처 수사 한창…대면 조사 가능성 거론 공수처는 지금까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수사에 인력을 집중하며 채 상병 수사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비상계엄 정국이 마무리된 만큼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격노를 직접 듣고 해병대 수사단 조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 임 전 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서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명태균 게이트의 정점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청탁을 받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음성을 통해 공천 개입 정황이 확인된 상황서 검찰은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씨는 지난 2022년 5월9일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에) 전화했는데 ‘(김영선을) 그냥 밀라’고 했다”며 “잘될 거니까 지켜보자”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7월 명씨로부터 대선 지지율 등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상태다. 명씨는 김씨가 지난해 총선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서)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무렵 김씨가 김 전 의원과 11차례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검을 막아라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에게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대면 조사 필요성이 있으니 출석해달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명씨 사건이 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전 수사를 담당했던 곳은 창원지검이다. 창원지검은 김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했던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씨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라면서 김씨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 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 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김씨는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 내부서도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역력하다. 검찰의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펴온 민주당 등 야 6당은 수차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해 왔다. 수사 대상에는 명씨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범여권 ‘잠룡’부터 윤 전 대통령과 김씨까지 포함됐다. 못 미더운 수사기관 당초, 명태균 특검법 초안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등 의혹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불법적 정황 증거’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인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명태균 특검법 제2조 제6항에는 ‘제1호부터 5호까지 관련된 의혹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및 범인 도피, 조사·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를 하는 등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라고 적시돼있다. 이는 창원지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수사 진척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미진하게 수사를 진행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으로 특검 수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지난달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이번 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선다. 이는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맞춰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수면 위로 꺼내 윤 전 대통령과 김씨,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을 동시에 흔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국민의힘 차기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한 견제구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씨와 연관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되는 상황서 명태균 특검법 움직임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비용 대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해 왔다. 또 명씨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명태균 게이트’ 봐주기 의혹 해소 급선무 “성과 뺏기면 안 돼” 강도 높은 수사 예고 “여러 차례 만났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오 시장 측은 ‘2021년 1월께 김 전 의원 소개로 명씨를 두 번 만났고, 당시 캠프 실무를 총괄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추가 연락한 것은 맞지만, 부정 여론조사 수법을 확인한 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2월께 완전히 끊어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 전 부시장은 앞서 검찰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면서 “5%의 사실에 95%의 허위를 엮고 있는 명태균 진술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는 자리”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특검이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거부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려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넘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차기 주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도 변수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구속한 지 145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각각 주거지 제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거주지 변경 시 허가 의무 ▲법원 소환 시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의무 등을 걸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기간 만료 내에 공판 종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 등을 고려해 조건을 부과해 보석을 허가했다”고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명씨 변호인은 명씨가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는 점,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난해 12월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 명씨가 다시 폭로전에 나설 경우 6월 대선 전까지 수사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과도한 여론전에 나서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석방되면서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출장 조사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고, 황금폰을 명씨로부터 제출받아 포렌식을 마치는 등 필요한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검찰 간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냐”는 질문에 “이제는 부담감 없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특검에 성과를 뺏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고 수사팀도 의지가 강하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를 통해 ‘타협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요리조리 눈치 보기 검찰은 명씨 사건뿐만 아니라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검토 중인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파면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