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창당하는 천정배

“민심 배반한 야당부터 정리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 천정배 무소속 의원이 ‘개혁적 국민당’창당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다만 뚜껑을 열어보니 파격적 인사들은 포함되지 않아 찻잔 속 태풍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년 초까지 창당을 완료키로 한 만큼 향후 두달이 고비일 것으로 보인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측은 지난 18일 오후 2시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개혁적 국민정당 창당추진위원회(이하 창당추진위)’출범식을 갖고 창당작업을 본격화했다. 창당추진위는 오는 13일 창당발기인대회를 개최하고 내년 1월 중하순 중앙당 창당작업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찻잔 속 태풍?
깜짝인사 없어

창당추진위는 전국정당을 지향하며 내년 총선 때 모든 지역에 후보를 내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으나 현실적으로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과 텃밭인 호남민심을 놓고 격돌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천 의원은 이날 출범식에서 “민심은 수명 끝난 정당을 완전히 떠나 희망을 안겨줄 새로운 정치세력을 간절히 원한다”며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희망으로 우뚝 설 것이고, 내후년 대선에서 상생과 협력의 세상을 이끌어갈 새로운 정부를 만들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 의원이 소개한 신당 정책기조는 한국 사회의 독점·특권·부패·차별·폭력을 일소하는 ‘5대 개혁’ 추진으로 집약됐다. 일자리·교육·주거·건강·안정 등 국민생활의 5대 기본을 충실히 채우는 ‘국민기본정당’ 목표도 소개했다.


천 의원측은 출범식에서 신당 작업을 함께할 31명의 창당추진위원도 공개했다. 추진위원장은 천 의원이 직접 맡기로 했다. 이날 공개된 30여명의 추진위원 명단에는 전윤철 전 감사원장과 윤덕홍 전 교육인적자원부 부총리, 박주현 전 청와대 참여혁신수석비서관, 이주헌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등 전직 정·관계 인사들이 포함됐다.

또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과 통상전문가인 한신대 이해영 교수, 전홍준 굿뉴스의료봉사 회장, 박사농부 이동현 미실란 대표, 양미강 한백교회 목사, 장진영 변호사 등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여했다. 장 변호사는 창당추진위 대변인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천 의원이 지난 4·29 보궐선거 당선 직후 “새정치민주연합과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지 6개월 만에 신당 진용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깜짝 놀랄만한 참신성 있는 ‘간판급 인사’는 없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개혁적 국민정당’ 창당 작업 본격 돌입
발기인대회 열고 내년 1월 중앙당 구성

이 때문에 파급력을 가져다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또 최근 <중앙일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천 의원의 신당은 1.2%의 지지율을 보이는 데 그쳤단 점도 있고 전현직 정치인들 역시 어느 누구도 신당에 동참하지 않아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란 주장까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날 축사를 한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앞서 라디오 방송에서 “신당에 대한 고민보다는 야권의 재구성에 대해 고민한다”며 “신당 참여 권유는 몇 차례 받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혁신을 이뤄내고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단은 신당 창당 참여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창당까지 천 의원이 추가 영입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김 전 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신당이 새정치민주연합으로 견인되지 않는 많은 야당 지지자를 잘 모아낸다면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도 “아직은 새정치민주연합이 많이 어렵긴 하지만 스스로 혁신하고 변화해서 야권의 대표정당이 되기를 바란다”며 일단은 합류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호남 지역에서 천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에 대한 지지도가 아직 높지 않은 데다가 무소속 박주선 의원이나 박준영 전 전남지사도 천 의원과 별개로 호남을 기반으로 신당을 추진하고 있어 창당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당 지도체제와 총선 공천문제 등을 둘러싸고 주류와 비주류간 내홍이 격화되고 있어 향후 신당 창당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전국정당 목표
총선에 후보내

천 의원은 이날 인사말에서 “민심은 국민에게 희망을 가져다 줄 새로운 정치세력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민심은 새로운 개혁정당을 향해 불타오르고 있다”고 창당에 박차를 가할 것임을 선언했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축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패권적 세력이 당을 장악해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고 희망도 잃어간다”며 “상식을 갖추고 있지만 동원되지 않는 침묵하는 다수의 꿈을 실현할 개혁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격려했다.
 

천 의원은 출범식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전국 정당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모든 지역에 후보를 내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지역을 뜨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면서 현재 지역구인 광주 서을에서 재도전할 것임을 밝혔다.

신당 창당이 야권 분열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지금은 혁명적 파괴가 필요한 시기”라며 “다만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주는 방식은 충분히 경계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야권 연대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다.

하지만 천 의원은 출범식을 갖고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방문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통합 연대 제안에 “당을 해산하고 새롭게 만드는 수준의 변화가 있기 전에는 다시 수권세력으로 거듭날 수 없다고 본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천 의원은 신당 창당의 돛을 올렸고, 같은 날 문 대표는 호남 광주 강연에서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임시 공동지도부’를 제안하고, 천 의원과의 통합이 가장 이상적인 연대라며 동참을 요청했다.

천 의원은 이날 이와 관련 “문 대표가 나름 하신다고 하시지만 당을 살릴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문 대표의 제안을 평가절하했다. 또 ‘문-안-박’ 연대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그 정도 처방으로 당이 새롭게 수권세력으로 거듭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천 의원은 이어 "저희는 이 상황에서 어떻든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리고 수권능력을 갖춘 새로운 정당, 국민정당을 꼭 성공시켜야 한다"고 신당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천 의원은 이날 창당추진위의 첫 외부 공식 일정으로 시장을 찾은 이유에 대해 “무엇보다 새벽부터 부지런히 일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며 “국민정당은 이렇게 정직하고 부지런하게 열심히 일하는 분들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는 정당, 탐욕이 아니라 많은 서민과 함께 잘 살 수 있는 상생과 협력의 시대를 열 수 있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가락동 시장 현장 방문을 시작으로 현충원과 4·19국립묘지를 잇따라 방문했다.

천 의원은 1954년 전라남도 무안군 암태도에서 2남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조부모 슬하에서 암태초등학교를 다녔다. 이후 목포중학교로 진학하며 가족이 있는 목포로 왔다. 천 의원은 중학교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재학 중에 전라남도 학술경시대회에서 1등을 하는 등 공부에 소질을 보였다. 중학교 졸업 후 목포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입학한다.

하지만 천 의원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단 한 번도 학급 반장을 맡아본 적이 없다고 전해진다. 천 의원은 1972년 목포고등학교를 전체수석으로 졸업하고 그해 대학예비고사에서 인문계 전국수석을 차지한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수석으로 입학하며 ‘목포 3대 천재’로 불렸다.


호남민심 놓고 
박터지는 격돌

그는 서울대 법과대학 1학년 재학 중에 사법시험 1차 시험에 합격한다. 그러나 2차 시험에 응시하지 않았다. 다시 3학년 때 사법시험에 도전했다. 1976년 졸업과 동시에 제1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78년 사법연수원을 3등으로 수료한다. 주변에서는 우수한 그가 판사나 검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천 의원은 수원에 있는 전투비행단에서 공군 법무관으로 복무한다. 그러던 중 1980년 전두환정권에서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다. 그는 당시 정권에서 법관 임용을 거부하고 변호사의 길을 선택한다.

이후 1981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입사했다. 4년간 외환무역 조세관련 국제변호사로 활동한다. 1985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나와 보장된 미래를 버리고 조영래 변호사와 함께 남대문합동볍률사무소를 열며 인권변호사의 길을 자처했다. 이후 1988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창립을 주도했으며 국제인권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당시 그가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맡았던 주요 사건은 ‘구로구청 부정 투표함 사건’ ‘임수경·문익환·리영희 방북사건’ ‘정태춘 음반 사전검열 사건’ 등을 맡았다. 특히 가수 정태춘 사건에서 천 의원은 헌법재판소로부터 ‘음반 사전심의제’ 위헌 결정을 이끌어냈다. 1994년 ‘한국사회의 이해 사건’으로 유명한 경상대학교 교양교재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의 변론을 맡아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1993년 그는 인권변호사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 등과 법무법인 해마루를 창립한다. 1995년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선택했다. 

내년 4월 총선서 새정치와 경쟁
결과 따라 야권재편 주도할 수도


1996년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제15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경기 안산을(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는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다시 안산을에 출마해 재선됐다. 그해 민주당 수석원내부총무를 지냈다. 그는 자유민주연합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을 20석에서 10석으로 낮추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2002년 천 의원은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현역의원으로서는 처음으로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한 것이었다.

그리고 2003년 그는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를 주장했다. 소위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이라 불리는 당내 강경세력으로 지칭됐다. 민주당의 분당과 열린우리당의 창당을 주도한 장본인이 천 의원이다. 이듬해 2004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지냈지만 그해 말 4대 쟁점법안 처리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중도 사퇴했다.

2005년 6월 천 의원은 법무부장관에 임명된다. 10월에는 강정구 동국대학교 교수의 한국전쟁 관련 발언에 관해 검찰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검찰총장의 사퇴를 불러오게 된다. 하지만 그는 국회의원 시절 법무부장관의 검찰 지휘권을 삭제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을 제안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의 소신을 바꿨다는 비판이 있었다.

2012년 천 의원은 민주통합당 간판으로 서울 송파을 선거에 나섰다. 서울 송파을은 새누리당의 텃밭이다. 그는 46%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석패했다. 이후 천 의원은 호남에서 재기를 노렸다. 2013년 광주에 법무법인 해마루를 열었다. 그는 호남 곳곳을 누비며 호남정치 부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난해 7·30 광주 광산을 보궐선거 때 출사표를 내면서 “경선까지 불사하겠다”며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권은희 의원을 전략공천해 출마를 접어야 했던 아픔을 겪기도 했다.

DJ와 목포 천재 
인권변호사 활동

지난 3월16일 천 의원은 4·29재보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했다. 당시 야권에서는 “탈당에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모임의 정동영 전 의원은 천 의원에게 함께하자며 여러 차례 제안했다. 하지만 천 의원은 “호남정치를 복원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국민모임 합류 대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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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