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자치단체장 탐구⑨ 서민의 ‘절친’ 이시종 충북도지사

‘충북토박이’의 시종일관 충북사랑 “진하다”

재선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충북도지사에 출마한 민주당 이시종 후보가 ‘선거불패’의 신화를 이어갔다. 6·2 지방 선거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한나라당 정우택 후보를 따돌리고 ‘충북도의 수장’에 오른 것. 이에 따라 이 지사는 앞으로 4년 간 충북도의 도정을 맡아 꾸려가게 됐다. ‘대한민국의 중심에 우뚝 선 당당한 충북’을 자신 있게 약속한 이 지사. 그의 당찬 행보에 주목해봤다.

행정관료 뿐만 아니라 정치인으로서도 당당히 성공
국비확보 위해 중앙무대 오가며 부지런히 발품 팔아

1947년 4월 충주시 주덕읍 덕련리 창동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이시종 충북지사 는 ‘충북 토박이’다. 청주고를 거쳐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그는 1971년 제10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의 길로 들어섰다.

충북도 법무관으로 공무원의 첫발을 내디딘 그는 강원도 기획담당관, 내무부 행정관리담당관, 대통령 비서실, 충남도 기획관리실장 등을 거친 뒤 1989년 1월부터 2년 간 충주시장으로 일했다. 공무원의 길을 걸은 지 18년 만에 ‘금의환향’한 것.

이후 이 지사는 충북도 기획관리실장과 국무총리 행정조정실 사정기획심의관 등을 지내는 등 중앙과 지방의 다양한 부서에서 두루 근무하며 내무·지방·경제·행정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그에겐 남들이면 한두 개씩 내걸었을 외국 유명대학 박사학위 하나 없다. 외국유학 한번 제대로 못 가본 고지식한 행정전문가인 셈이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당시 공직을 떠나면 마치 죽기라도 할 것처럼 다른 데는 눈도 돌려보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이처럼 공직에 ‘올인’한 때문에 그에게는 ‘일 잘하는 사람’ ‘거짓말 안 하는 정치인’ ‘평범한 목민관’ 등의 각종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녔다.

중앙과 지방을 오가며 쌓은 행정경험 덕분에 그는 1995년 7월 민선 1기 충주시장에 당선된 데 이어 3기까지 잇따라 충주시장을 역임할 수 있었다. 정통 행정관료로 뿌리를 내린 것이다.
2004년 4월 제17대 총선 때 국회로 진출한 그는 4년 뒤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고교 동창이자 친구인 한나라당 윤진식 후보를 접전 끝에 물리치고 재선에 성공하는 등 행정관료 뿐만 아니라 정치인으로서도 성공한 모습을 보여줬다.

일 잘하는 사람
평범한 목민관

이번 지사 선거를 앞두고 ‘도민의 지지로 얻은 국회의원직을 내던지고 지사 선거에 출마했다’는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정우택 후보와 팽팽한 접전 끝에 승리를 거머쥐면서 앞으로 4년 간 충북의 시정을 도맡아 꾸려가게 됐다.

이 지사는 ‘함께 하는 충북’ ‘대한민국의 중심, 당당한 충북’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출범한 이시종호의 취임 후 한 달은 일자리 마련, 투자유치 등 ‘잘 사는 충북’을 위한 기본을 다지는 기간이었다. 공약을 실천할 수 있는 조직개편, 인사에 이어 그는 국비확보를 위해 중앙무대를 오가며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이 지사는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을 방문해 충북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지경부가 승인권을 쥔 지역현안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
또 그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제2차관을 차례로 방문해 “전국 시·도 가운데 도청 소재지와 제1, 제2도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없는 곳은 사실상 충북이 유일하다”며 충청내륙고속도로 관련 예산 반영을 요청했다.

이 지사는 지역 출신 민주당 홍재형, 변재일, 노영민, 오제세 의원과 자유선진당 이용희 의원을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만나 내년 국비예산 확보 등과 관련한 지원사격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에 도 관계자는 “지역현안 해결을 위해 발로 뛰는 지사가 되겠다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공무원들도 중앙부처의 신규 시책이나 충북에 이익을 주는 사업 추진현황을 파악해 대책을 추진하라는 지시에 따라 새삼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 지사는 향토 군부대인 37사단 및 장애인시설 방문 등 바닥의 민의를 읽기 위한 발품도 팔았다.

이 지사는 또 ‘세종시 원안’ 건설이 빨리 이뤄지도록 요청하는 일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이 지사는 홍재형 국회 부의장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행정안전부를 찾아 건설을 앞당겨줄 것을 촉구했다.
이 지사는 맹형규 행안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세종시 건설과 관련된 중앙행정기관 이전계획 변경고시를 8월 중 매듭짓고 세종특별자치시설치특별법이 빨리 만들어지도록 신경 써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청원군 일부지역의 세종시 편입문제와 관련해서도 특별한 관심을 쏟았다. 세종시가 충남도 기초단체로 들어가는 가는 것을 반대하며 정부 직할 특별자치시의 법적지위를 가져야한다는 견해다.
또 이 지사는 과학비즈니스 벨트는 대선 공약인 만큼 세종시 수정안 국회부결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민경제 살리기
지역 균형 개발

이 지사는 “그동안 세종시에 과학비즈니스 벨트를 유치하는 것으로 정부가 가닥을 잡아왔기 때문에 수정안 부결로 과학비즈니스 벨트 중단이 우려된다”며 “충남도지사, 대전시장 등 3개 자치단체장과 민주당, 자유선진당이 공조해 과학비즈니스 벨트를 끌어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지부진했던 청주산업단지와 오창·오송산업단지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기도 했다. 이를 통해 서민경제 살리기, 지역균형발전을 꾀하겠다는 목표다. 

이와 관련, 이 지사는 “중부권 최대의 청주산업단지와 오창·오송 산업단지 활성화를 통해 충북이 기업도시, 경제도시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이들 산업단지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업 수요에 맞는 인력 개발 지원과 클러스터 사업, 기술협력사업 등 산학연 연계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노후화된 청주산업단지는 아파트형 공장 건립, 기반시설 재정비, 친환경 산업단지로 전환하겠다”며 “오창 제2산업단지를 조기 조성하고, 오창산업단지와 청주테크노폴리스 간 연결 도로를 건설하는 한편 경제자유구역 지정 추진 및 청주국제공항 활성화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과학비즈니스 벨트’ 세종시 문제 관계없이 추진돼야”
“산업단지 활성화해 기업·경제도시로 거듭나게 할 것”


또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이 지사는 “가장 먼저 바이오 및 의료 연구시설을 집적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첨단제품 개발에 필요한 세계적 수준의 연구공간을 제공함으로써 향후 10년 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신약 및 첨단의료기기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신약개발지원센터,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실험동물센터, 임상시험신약생산센터 등을 설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그는 단지를 성공적으로 조성·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첨단의료산업기술진흥재단을 설립해 첨복단지의 핵심·지원시설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건립하도록 지원하겠다”며 “성공 가능성은 높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연구개발기관 및 벤처기업 지원을 위해 연구개발기금과 바이오토피아펀드도 조성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바이오·의료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연합연구원을 설립, 단지 내 입주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 우수인력을 공급하겠다”고 덧붙였다.

도내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 육성에도 힘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도내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체 수의 98.4%인 6570여개에 달하고 있다. 고용인원도 13만여 명으로 76.8%를 점유, 충북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에 이 지사는 “그동안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앞으로 중소기업의 경영안정을 위해 중소기업육성자금과 신용보증을 확대 지원할 것”이라며 “우수제품 박람회 참가, 디자인개발 지원 등을 통해 판로 및 수출을 지원하는 한편, 기업인들이 신바람나게 경영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첨단 기술과 아이디어로 미래의 먹거리 사업을 창출하는 도전적·창조적인 벤처기업 육성이 지역 산업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관련 지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내놓겠다”며 “1인 창조기업 육성에 따른 공간을 제공하고, 대학기업 창업 확대, 창업보육 공간 확충 등 중소·벤처기업이 지역에서 창업하고 기업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도민에 다가서려
도청 울타리 철거

이 밖에 이 지사는 “2010 대충청 방문의 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역특성을 살린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보존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충북의 관광기반을 정비하고 업계의 자립기반을 다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앞으로 유엔 산하 기후변화교육관 유치, 충북의 탄소거래소 설치, 백두대간을 비롯한 생태환경 보존 및 활용을 통한 환경관광도 건설, 언론매체 등과 연계한 충북 생태관광 명소 홍보에 나서 충북을 명실공히 누구나 즐겨 찾는 관광도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도청 철책 울타리 철거를 결정하기도 했다. 도민에게 다가가는 도정을 펼치기 위해서다. 도는 “민선 5기 도정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며 “도청 접근성을 높이고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겠다는 의미도 있다”라고 말했다. ‘서민지사’를 표방한 이 당선자는 앞서 지사 관사를 개방하겠다는 공약에 따라 현재 활용 방안을 놓고 도민 의견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도청 인근의 지사 관사는 공모를 거쳐 전시실, 미술관, 어린이·노인 관련 시설, 공원 등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처럼 지금 이시종호가 ‘대한민국의 중심 당당한 충북’을 향한 힘찬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 지사가 앞으로 어떤 도정을 펼쳐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시종 충북도지사 프로필
시종일관 당선…선거의 제왕!


■학력
·1959 충주 덕신 초등학교 졸업
·1962 충주 사범 병설중학교 졸업
·1966 청주 고등학교 졸업
·1971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졸업

■경력
·1971 제 10회 행정고시 합격
·1971 충청북도 법무관, 세정과장
·1975 내무부 사무관
·1980 강원도 기획담당관, 영월군수, 내무부 행정관리 담당관
·1984 내무부 행정관리 담당관
·1985 대통령 비서실 건설교통 행정관
·1987 충청남도 기획관리실장
·1989 충주시장
·1991 부산직할시 재무국장, 충청북도 기획관리실장
·1992 국무총리 행정조정실 심의관
·1994 내무부 지방기획국장
·1994 내무부 지방자치기획단장
·1995 민선1기 충주시장
·1998 민선2기 충주시장
·2002 민선3기 충주시장
·2004 제 17대 국회의원
·2004 열린우리당 원내부대표
·2005 열린우리당 지방선거제도 정책기획단 단장
·2005 열린우리당 여성농업인 특별위원회 위원장
·2005 열린우리당 행복도시연계 충북북부권 고속도로·철도 확충 특별위원회 위원장
·2005 열린우리당 지방자치발전 특위 위원장
·2006 열린우리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2008 제 18대 국회의원
·2008 민주당 충북도당 위원장
·2008 국회지방자치연구포럼 대표의원
·2009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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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