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선택받은 김수남 검찰총장 내정자

‘그럼 그렇지∼’ 역시 박근혜다운 선택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김수남 대검찰청 차장이 신임 검찰총장으로 내정됐다. 김 내정자는 지난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과 당직자들을 기소한 내란음모(RO) 사건을 지휘하며 수사 성과를 인정받아 검찰 내에서 ‘넘버2’로 꼽혔다. 또 올해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수사를 매끄럽게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신임 검찰총장에 김수남(56·사법연수원 16기) 내정자로 인선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김 내정자는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수원지검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법무·검찰 주요 보직을 역임하면서 검찰 업무에 높은 식견과 경륜을 쌓아왔다”며 “대형 부정부패 사건을 수사한 경험이 풍부하며, 법질서와 법치주의 확립에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엄정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으로 검찰을 잘 지휘하여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인 적폐들을 시정해나갈 적임자”라고 말했다.
 
나라종금 로비
삼성비자금 등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8일 김 내정자를 비롯해, 김경수(55·경남·17기) 대구고검장, 김희관(52·전북·17기) 광주고검장, 박성재 (52·경북·17기) 서울중앙지검장을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김현웅 법무부장관에게 추천했다. 김 장관은 이중 김 내정자를 박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법무부는 “신임 총장을 중심으로 검찰의 지휘부를 새롭게 구성함으로써 조직의 기강과 분위기를 일신하는 동시에, 공정하고 투명한 검찰권 행사를 통해 ‘법질서 확립’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의 구현’ ‘비정상의 정상화’ 등 검찰 본연의 임무와 주요 국정과제 수행에 더욱 만전을 기하고자 했다”고 인사 취지를 밝혔다.
 

이미 몇 달 전부터 신임 검찰총장 인사를 두고 김 내정자가 될 것이라는 말이 파다했다. 김 내정자는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차장 등 검찰 내 고위 직책 중에서도 핵심적인 자리를 거쳤기 때문에 일찌감치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됐다. 
 
또 정권이 TK출신을 선호한다는 점도 이번 인사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는 그동안 굵직한 사건을 맡으며, 청와대에 공을 세웠다는 평가도 있다. 김 내정자의 아버지인 김기택씨는 전 영남대학교 총장이었다. 영남대학교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사장으로 있었던 곳이다. 김 내정자의 검찰총장 내정은 예견된 인사라는 것이다. 
 
이 외에도 법무·검찰 조직 간의 지역적 안배도 고려 요인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장관이 호남 출신이고, 김진태 현 검찰총장은 경남 출신이어서 차기 검찰총장은 TK 쪽 인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일찍이 제기된 바 있다. 박근혜 정부의 남은 2년간 검찰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할 필요성이 감안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 인사에는 핵심 사정라인을 확실히 장악하려는 청와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중론이다. 법무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총장은 정권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이미 김 내정자가 신임 검찰총장으로 임명될 것이라는 말은 파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내정자는 그 동안 이석기 내란음모 수사와 정윤회 문건 파문 등 수사를 무난하게 지휘한 ‘공이 있다”고 말했다.
 
실세 3명 제치고 최종 총장후보 추천
‘2인자’ 일찌감치 유력한 차기로 거론
 
김 내정자는 대구 청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판사로 임관해 3년 근무한 뒤 검사로 전관했다. 그는 대검 컴퓨터수사과장, 대검 중수3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 법무부 정책홍보관리관, 서울중앙지검 3차장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서울 남부지검장을 거쳤다.
 

김 내정자는 온화하고 원만한 성품의 소유자로 알려진다. 그는 수사 능력과 기획력이 뛰어나며 추진력도 강한 ‘특수통’으로 불린다. 대언론 관계도 매끄럽다. 또한 공소장 변경 제도에 대한 연구로 법학 석사 학위를 받는 등 학구적인 성향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검 중수부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에서 반장을 맡아 ‘나라종금 로비의혹 사건’ 재수사를 한 경력이 있다.
 
2007년에는 삼성그룹 비자금 특검에 앞서 검찰 특별수사 감찰본부 차장을 맡아 수사를 실질적으로 지휘했으며,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설에는 재벌 2∼3세 주가조작 사건을 처리했다. 또한 미네르바 사건, 교원공제회 사건 등을 처리했다. 최근에는 수원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을 맡으면서 일찌감치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내정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사 능력에 있어서는 수준급이라는 평가지만 정치적으로는 민감한 사건을 많이 맡아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굵직한 사건들 
맡은 ‘특수통’
 
김 내정자는 지난해 9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내란선동 및 음모,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하거나 이에 동조한 혐의로 수원지법에 기소했다. 내란음모 및 선동,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이적동조) 등 세 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에 나선 지 14일 만이었다. 당시 김 내정자는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김 내정자는 발표에서 ▲사건개요 ▲공소사실 요지 ▲지하혁명조직 RO 실체 및 주요활동 ▲내란음모 등 경과를 나눠 설명했다. 김 내정자는 “2010년 제보자 신고로 통합진보당(당시 민주노동당) 내부에 지하혁명조직인 이른바 RO가 활동 중이라는 단서를 입수하고 내사에 착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2013년 5월 RO 조직원들이 북한의 전쟁 도발에 호응해 국가 기간시설 파괴 등 폭동을 음모한 사실을 확인해 핵심 관련자 10여명의 주거지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총 604점의 압수물을 분석해 다량의 증거물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를 토대로 총책인 이석기 의원 등 핵심 관계자 4명을 구속해 수사한 결과 ▲RO의 실체와 비밀회동에 관한 조직원의 진술 ▲각종 녹취록 ▲압수된 문건과 디지털 증거 등에 비춰 혐의가 인정돼 구속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RO의 실체에 대해서는 “김일성 주체사상이 조직과 사업 전반의 지도 이념임을 명백히 밝히고, 주체사상으로 철저히 의식화된 사람들만 조직원으로 받아들이는 폐쇄적 조직운영을 해왔다”며 실체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내란음모에 대해서 “주체사상과 대남혁명론을 수행 목표로 삼고 있는 조직원들이 사회혼란을 획책하는 행위는 체제변혁을 위한 것으로 명백히 국헌문란 목적이 있다”며 “뚜렷한 내란선동 음모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이석기 의원 등 4명을 구속 기소함에 따라 30여년 만에 내란음모 사건 재판이 열리게 됐다.
2007년에는 삼성 비자금 의혹 특검에 앞서 검찰 특별수사 감찰본부 차장을 맡아 수사를 실질적으로 지휘했다. 당시 김 내정자는 “김용철 변호사로부터 삼성 구조조정본부 비상연락망 같은 주소록을 받았다”며 “수사에 필요한 부분은 모두 참고자료로 썼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우리는 관련자 소환조사에서 굉장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특검이 이와 관련된 수사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특수본이 3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으므로 최장 105일까지 수사가 가능한 ‘삼성 비자금 의혹 특검팀’이 관련자 소환 등을 통해 수사에 나서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했다.
 
삼성 비자금 사건은 2007년 10월, 삼성그룹의 전직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 삼성그룹의 비자금을 폭로하면서 큰 논란이 됐었다. 50여억원의 비자금을 자신이 관리해왔다고 밝히면서, 검찰 및 시민단체에 대한 로비를 이건희 회장이 지시했다는 문건을 공개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김용철은 변호사는 <한겨레> <시사IN> 등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방식과 전방위적 로비의 실체, 삼성그룹 고위 임원들의 과도한 충성 모습들을 공개했다.
 
이후 삼성 특검법이 발의, 통과돼 관련자들을 조사했으나, 결국 특검은 삼성 에버랜드 사건과 삼성SDS 사건, 삼성화재 횡령 및 증거인멸 사건만을 기소한 채 나머지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수사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 지방 검사에게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그대로 수사를 종결 후 주요 관련자들을 불구속 입건하는 데 그쳐 ‘면죄부 특검’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2008년에는 미네르바 사건을 맡았다. ‘미네르바 사건’은 2008년 하반기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서 당시 리먼 브라더스의 부실과 환율폭등 및 금융위기의 심각성 그리고 당시 한국 경제추이를 예견하는 글로 주목을 받던 인터넷 논객 박대성씨가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체포 및 구속됐다가 무죄로 석방된 사건이다.

매끄러운 일처리
전형적 정치검사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허위사실 유포 전담반’을 신설하고 박씨를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 위반으로 긴급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인터넷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범죄 사실에 대한 해명이 있고, 외환 시장 및 국가신임도에 영향을 미친 사안으로 사건의 성격 및 중대성에 비춰 구속 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당시 미네르바 사건은 한국사회에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물음표를 던졌다. 이후 박씨는 허위사실유포죄에 해당하는 전기통신위반법 47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고 위헌 판결을 받았다.
 
2009년에는 특정 보수 언론의 광고주를 상대로 불매 운동을 벌인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관계자들을 기소했다. 조선·중앙·동아일보에 대한 ‘광고중단 압박 운동’을 벌인 네티즌들에게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당시 광고중단 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인터넷 카페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개설자 이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운영자 양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당시 검찰은 “불매운동 자체가 협박은 아니지만 언소주 측이 벌인 불매운동 행태는 법에서 인정하는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 보인다”며 “신문사 광고주에 대한 불매운동은 타인의 기본권, 기업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통진당 내란음모사건 수사 지휘
공 세웠으니? 청와대 의중 실렸나
 
또한 2012년에는 MBC 파업에 참여한 MBC노조 집행부 구속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노조 집행부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당시 MBC노조는 김 내정자를 맹비난했다. MBC노조 관계자는 “MBC노조 집행부에 2주 동안 두 번이나 구속영장을 신청한 검사”라며 “미네르바 구속해서 인터넷 언론에 재갈을 물린 책임자, 미네르바 무죄여도 이 분은 영전했다”라고 김 내정자를 겨냥하며 “이젠 MBC노조”라며 비난했다.
 
한편 김 내정자는 이번 인선에 대해 “검찰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많은 시기에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아직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차분하고 겸허한 자세로 청문회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총장에 임명된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검찰 총장 인선에 대해 “대한민국에 검사가 TK밖에 없나”라며 맹비난했다. 김성수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애초에 TK의 내부 다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지만 역시나 TK이라니 정말 실망스럽다”며 논평했다. 
 
김 대변인은 “검찰의 주요보직을 TK로 채우려는 것인지, TK 외에는 검사가 없다는 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대구경북 출신이 민정수석, 국세청장,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검찰까지 주요 사정기관 중 4곳을 장악했다는 점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공적
‘보상’인가
 
아울러 김 대변인은 “청와대는 김 내정자에 대해 ‘적폐들을 시정할 적임자’라고 설명했지만, 김 내정자는 미네르바 사건, 통합진보당 내란 음모 사건,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인물”이라며 “대형 정치 사건을 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이 정부 들어 현저히 훼손되고 있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직무수행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적임자인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새정치연합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김 내정자가 과연 법과 정의를 실현할 검찰총장에 적임자인지 검증하겠지만 국민의 검찰을 만들 적임자는 아니라는 회의가 강하게 든다는 점을 밝혀둔다”고 강조했다. 
 
 
<min1330@ilyosisa.co.kr>
 
 
[김수남 내정자는?]
 
▲대구 출생 ▲대구 청구고 졸업 ▲서울대 법학과 학사, 석사 수료▲제26회 사법시험 합격▲제16기 사법연수원▲대구지방법원 판사▲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광주지검 공안부장▲대검찰청 컴퓨터수사과장▲대검찰청 중수3과장▲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법무부 홍보관리관▲인천지검 2차장▲서울중앙지검 3차장▲법무부 기획조정실장▲서울남부지검 검사장▲수원지방검찰청 검사장▲대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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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