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자치단체장 탐구⑧ ‘충남의 새로운 기수’ 안희정 충남도지사

‘안녕하세요?’ 도민과 소통하는 ‘다정한 도지사님’

6·2 지방선거에서 안희정 후보가 박상돈 자유선진당 후보와 피 말리는 접전 끝에 충남도지사에 당선됐다. 득표율은 불과 2%여 차이. 안 후보가 충남의 ‘새로운 기수’를 내세우며 선거운동을 펼친 끝에 이뤄낸 성과였다. ‘대화와 소통’을 통한 도정 운영을 키워드로 내걸고 이제 막 항해에 나선 안희정호가 어떻게 충남도민들과 이야기를 풀어나갈 지 주목해봤다.

2002년 대선서 ‘좌희정’으로 불리며 노 정권 창출
보고에서 ‘토론’중심 회의로…‘대화와 소통’ 적용
사람이 행복한 장기적 인프라 구축…‘사람 유치’
“의제 놓고 소통하면 반드시 좋은 방안 나올 것”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1964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고교 입학 5개월 만에 5·18 광주민주화항쟁에 의문을 품었다는 이유로 계엄사에 끌려가 중퇴했다. 검정고시로 1983년 고려대 철학과에 입학했고,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트위터, 시민들과의
소통의 장으로 활용

통일민주당 김덕룡 의원 보좌관으로 정치에 발을 들인 그는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좌희정, 우광재’로 불리며 노무현 정권을 창출했지만 참여정부 5년 간 아무런 공직을 맡지 못한 채 ‘비운의 정치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18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공천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선거 첫 도전인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에 당선되면서 일약 ‘거물 정치인’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안 지사는 행정경험이 없다는 약점이 있다. 정치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럼에도 앞으로 펼쳐질 도정 방향에 대해서는 전문 행정가 못지않은 포부를 밝혔다. 안 지사가 도정을 꾸려갈 향후 4년 간 충청남도에는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까.
‘대화와 소통’을 통한 도정 운영을 키워드로 내걸고 출범한 안희정호는 취임 직후 첫 간부회의를 주재하면서 회의를 보고 중심이 아니라 ‘토론’ 중심으로 진행했다. 자신의 철학인 ‘대화와 소통’을 간부회의에도 적용한 것이다.

회의 의제는 회의 때마다 2∼3건의 도정현안이 채택되며, 회의 방식은 보고 형식의 격식을 없애고 해당 시ㆍ국장의 브리핑과 문제 제기,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된다. 간부회의 참여범위가 실ㆍ국장에서 실ㆍ국 주무과장으로 확대됐고 회의시간이 매주 화요일 오전 8시40분으로 정례화됐으며, 회의장소도 좁고 폐쇄적인 도지사 집무실에서 벗어나 넓고 개방적인 회의실로 옮겨졌다.

이 같은 안지사의 노력에 민선 5기의 지난 1개월은 도정 슬로건인 ‘행복한 변화, 새로운 충남’ 건설의 기초를 다진 시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대화와 소통’의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조직문화가 이전의 소극적인 모습에서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모습으로 바뀌었다. 또 현안 발생 시 직원들이 모든 사항을 부담 없이 드러내놓고 솔직하고 진지하게 토론하면서 공직사회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토론문화가 형성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안 지사는 “‘대화와 소통’을 강조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좀 더 잘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민주주의야말로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요인”이라며 “민주주의를 잘 하는 나라가 대부분 선진국인 것이 이를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도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주민과 기업인 등 이해당사자가 얼마나 많이 참여해 대화하고 소통했느냐가 정책의 품질을 결정한다”며 “도청 직원 모두 ‘대화와 소통의 리더십’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트위터’도 안 지사의 소통방식 중 하나다. 현재 안 지사의 팔로워는 1만2000여 명으로, 충청권 정치인 가운데 가장 많다. 그는 트위터를 하면서 팔로워들과 소통을 한다. 거의 모든 글에 댓글을 달아줄 정도로 열심이다. 팔로워들이 안 지사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놓거나 민원 등을 제기하면 안 지사는 실시간으로 자신의 솔직한 의견을 개진한다. 반대로 팔로워들을 통해 안 지사는 그가 생각지도 못한 의견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받는다.

안 지사는 “도지사 취임 이후 저와 ‘대화와 소통’을 하려는 팔로워가 부쩍 늘었다”며 “이제 트위터는 저에게 새로운 소통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눈에 띄는 변화는 충남도의 경제정책이다. 민선4기 이완구 전 충남지사가 기업의 투자 유치를 통한 강한 충남 건설을 내세운데 비해 안 지사의 신경제 발전전략은 ‘사람 유치’다.

단기적 토목 개발 중심의 산업단지전략에서 사람이 행복한 장기적 인프라 구축을 통한 지역산업 전략을 펼치겠다는 심산이다.
또 기업이전 보조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해 도 재정에 부담이 되는 거품 낀 기업 유치에 매몰돼 소외받는 계층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4대강사업의 전면
재검토·대안 마련

혁신인재 양성 및 인재유치 센터를 설립해 연구개발 역량을 갖춘 핵심 인재를 육성해 나갈 뜻도 밝히고 있다. 또 생산시설이 집적된 기존의 산업단지가 아닌 주거와 교육·문화·환경이 어우러진 3세대 복합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충청권 광역경제 상설협의회를 구성한 뒤 중장기적으로 광역경제청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충남도의 특성상 상당수 도민이 농업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만큼 각 마을의 작목반을 중심으로 생산자 조합을 구성하고 특성화 영농조합법인을 육성해 도시 못지않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농촌을 건설하겠다는 포부다.

산업화세대의 은퇴 시점이 다가오는 것에 맞추어 이들이 농촌에 잘 정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안 당선자의 구상이다.
이와 함께 골목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창업과 운영지원시스템을 구축하고 보호대책이 없는 대기업의 진입은 제한할 계획이다.
안 당선자는 “현재의 기업 유치와 산업단지 조성 전략으로는 싼 값으로 용지만 제공하고 부가가치는 서울로 유출되게 된다”면서 “양질의 노동력을 육성하고 사람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사람 유치 전략으로 발상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제 막 항해에 나선 안희정호 앞에는 난초들이 즐비하다. 금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 정부의 방침과 도민 여론의 조화를 통해 금강을 명강(名江)으로 만드는 일도 안 지사가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이에 따라 4대강 문제를 전담하게 되는 조직 또는 특별위원회(특위) 설치가 추진됐다.
특위는 우선 4대강사업의 전면 재검토와 대안 마련을 위한 전담조직을 구성해 금강유역내 주민들이 참여해 하천관리방향을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는 민관협력체계의 모태로서의 역할을 할 것을 권고했다.

또 4대강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단체장과 공무원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므로 공무원대상으로 교육이나 현장방문과 함께 도민들이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지역별 순회토론회 등을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종교계, 학계와 협력해 4대강을 반대하는 범 도민기구를 구성으로 4대강 사업 전면재검토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유지하고 4대강을 반대하는 광역단체의 특위나 범야 정치권 등과 협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 지사가 지난 지방선거 기간에 공약한 ‘항만·물류 전담부서 설치’도 추진된다. 4개 담당에 20여 명의 직원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당진항 등 충남도내 주요 항만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신항만 건설 및 개발을 위한 계획 수립 등을 도맡게 된다. 현재 충남도내에는 무역항 5개(평택·당진항, 대산항, 태안항, 장항항, 보령신항)와 연안항 2개(대천항, 비인항) 등 모두 7개의 항만이 있다.

이외에 저출산·고령화 대책, 다문화가정 및 장애인·노인 복지, 농정 혁신, 일자리 창출, 초·중학교 무상 급식 등의 주요 공약을 추진하기 위한 조직 개편도 예상되고 있다.

또 코앞으로 다가온 ‘2010 세계대백제전’도 안 지사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현재 준비하고 있는 콘텐츠와 홍보방식으로 관람객 유치 목표치인 260만명(외국인 20만명 포함)을 과연 유치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이에 안 시장은 “그동안 세계대백제전조직위원회가 준비를 잘 해왔을 것으로 믿는다”며 “대백제전이 성황리에 개최될 수 있도록 티켓을 열심히 팔고 국내외에 홍보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도청신도시 조성사업도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분양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도 안 지사의 고민거리다. 안 지사의 공약사업 추진을 위한 각종 위원회와 재단 설치 방안도 본의와 상관없이 새로운 논란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민간 에너지를 공조직에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위원회 등의 적극적인 활용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일각에선 기존 업무와 중복되거나 자신의 사조직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 년째 국비확보에 실패하는 바람에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진 보령신항 건설사업과 정부의 국책사업 우선순위에 밀려 시행이 불투명한 조치원-청양-공주-보령 충청선 철도 개설사업 등도 안 지사가 재임 중 해결해야 할 과제다.

“믿고 함께 해주면
성원에 보답할 것”


안 지사는 “공무원과 전문가는 물론 도민들과 의제를 놓고 대화하고 소통하면 반드시 좋은 방안이 나올 것으로 믿는다”며 “좋은 의견을 얻을 수 있도록 늘 마음을 열어 놓고 도정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어려운 순간이 오더라도 끝까지 저를 믿고 함께 해달라”며 “그 믿음 절대로 버리지 않고 도민 여러분의 성원에 꼭 보답하겠다”며 ‘행복한 변화, 새로운 충남’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프로필

■학력
·1977 충남 논산 구자곡 초등학교 졸업
·1980 대전 남대전고 중퇴
·1983 고려대 철학과 입학
·1995 고려대 철학과 졸업
·2003 대전 남대전고 명예졸업

■경력
·1990 민주당 중앙당 조직국 당직자
·1994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사무국장
·2001 노무현 대통령 후보 경선캠프 사무국장
·2002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 비서실 정무팀장
·2002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정무팀장
·2003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
·2003 열린우리당 논산·금산·계룡 지구당 창당준비위원장
·2005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원
·2007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
·2008 민주당 충남 논산·계룡·금산 지역위원장
·2008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소장
·2008 민주당 최고위원
·2009 민주당 ‘행복도시 원안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2010 충청남도 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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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