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전 국민이 쫓는 조희팔

사기꾼 뒤봐준 거물급 해결사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희대의 사기범 조희팔(58)은 정말 살아있는 걸까. 광범위한 검경 로비 의혹과 중국 밀항, 석연찮은 사망 발표에 이르기까지, 그를 둘러싼 ‘8년 미스터리’가 드러날 수 있을까. 조씨의 핵심 측근이 중국 공안에 붙잡혀 국내 송환을 앞두면서 ‘단군 이래 최대 다단계 사기’로 불리는 이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조희팔은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밖에 다니지 못했다. 10대 시절부터 돈을 벌기 위해 대구에 터를 잡아 일용직과 장사 등으로 생계를 꾸렸다. 조씨가 다단계 사업에 발을 들인 것은 형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말 죽었나
곳곳서 목격
 
형이 다니던 다단계 회사 에스엠케이(SMK)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2004년 10월 건강용품 대여 회사인 비엠시(BMC)를 차리고 사업을 시작했다. 투자금을 모아 골반교정기, 안마기 등을 사들인 뒤 목욕탕이나 이발소에 빌려주고 대여금을 받았다. 조씨는 한 계좌당 440만원을 투자하면 매일 3만5000원씩 8개월 동안 581만원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32%의 고수익이 보장되는 다단계 사업이었다.
 
수익이 크게 나지 않자 조씨는 새로운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약속한 수익금을 지급했다. 조씨는 회사명을 ‘엘틴’ ‘벤스’ 등으로 바꾸며 10여개 법인을 세웠고 각 법인에 자신의 측근을 대표로 앉히는 방식으로 수사망을 피했다. 하지만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괴는 방식의 사업은 한계가 뚜렷했다. 수익금 지급이 불가능해지자 조씨는 2008년 10월 도주했다. 
 
조씨는 지명수배에도 불구하고 중국 밀항에 성공했다. 해경은 조씨의 밀항을 도운 양식업자 박모씨의 제보를 받고도 그를 체포하지 못했다. 해경은 당시 “밀항자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해 조씨인지 몰랐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보를 받고 체포에 실패한 것을 두고 해경 안에 조씨를 비호하는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검찰은 5년 동안의 피해액을 2조원대로 파악하고 있으나, 피해자들은 6조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 수도 2만∼10만명으로 차이가 크다. 법원은 조씨 등의 1심 판결문에서 사기 피해액을 2조5620억원, 피해자를 2만4599명으로 명시했다. 이 사건 수사는 조씨와 그의 최측근 4인방이 검찰·경찰 수사가 본격화된 2008년 말 중국으로 달아나면서 진전되지 못했다. 
 
단군이래 최대 4조 다단계 사기
중국으로 밀항한 뒤 장례 소식
 
흐지부지됐던 수사가 다시 시작된 것은 2012년이었다. 경찰은 2012년 2월 조씨의 공범인 황모씨가 자수하고, 최모씨 등이 중국 공안에 체포되자 재수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경찰이 2012년 5월 조씨의 중국 사망진단서와 조씨 가족들이 보관하고 있던 장례식 동영상 등을 근거로 ‘조씨가 2011년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사망했다’고 발표한 뒤 수사는 힘을 잃었다.
 
조씨의 핵심 측근이자 2인자인 강태용(54)이 검거되면서 재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조씨의 측근인 강씨가 도피 7년 만에 중국 공안에 검거되면서 사건 수사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조씨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검은 지난 12일 “강씨가 송환되는 대로 조희팔 사건 전반에 대한 수사를 다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강씨의 ‘입’에 기대를 걸고 있다. 강씨는 조씨의 밀항을 돕고 중국 도피 생활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씨의 생사 및 중국에서의 행적을 누구보다 소상히 알고 있을 수 있다. 대검 국제협력단은 지난주 초 대구지검으로부터 강씨 소재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즉각 중국 측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대검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10여명의 특별팀을 꾸려 검거 의뢰 4일만에 강씨를 붙잡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2012년 5월 경찰의 조씨 사망 발표 이후에도 사안을 종결하지 않고 ‘기소중지’ 상태로 조씨의 행방을 쫓아왔다. 같은 해 9월 중국 측에 ‘조씨의 생사를 확인해 달라’는 공문을 보낸 뒤에도 법무협렵관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조씨 소재파악 협조를 요청해 왔다. 
 
최측근 검거
진상 밝혀지나
 
조씨가 살아있다는 핵심 증거가 공개됐다. 그 동안 계속 조씨가 살아있다는 의혹만 제기된 가운데 조씨가 살아 있음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그동안 조씨가 생존해 있을 것이라는 구체적인 증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씨의 조카 ㄱ씨와 조씨 측근이라는 ㄴ씨의 통화 내용을 녹음한 파일에는 조씨가 전 검찰 고위간부 등을 상대로 구명 로비를 벌였음을 시사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조씨가 중국에서 도피 중이던 2011년 변호사가 현지에서 조씨를 만났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두 사람이 통화한 시점은 2012년 2∼3월로 알려졌다. 파일은 총 23분 분량이다. 
 
통화는 조씨가 살아 있다는 것을 전제로 두 사람이 여러 문제를 상의하는 내용이다. ㄱ씨는 특히 “삼촌(조희팔)이 노발대발하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삼촌이~했다’는 식으로 여러번 말하고 있다. 
 
ㄱ씨와 ㄴ씨가 통화한 녹취록 일부를 보면 ㄱ씨는 “근데 그 A씨가예. 중국 공안부에 협조요청을 했다고 카는데. B변호사가 일을 한다 카는 게 아니라 카면서 (삼촌이) 그래가 막 성을 막 내시더라고예”라고 말했다. 또 ㄱ씨는 “나도 자세한 건 모르겠는데예. 삼촌이 그런 식으로 이야기 하시더라고예”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조씨의 생존설은 줄기차게 제기 돼 왔다. 중국에서 조씨가 살아 있다는 증언이 계속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조씨가 중국 도피 생활을 하며 성형을 했다는 소문이 있었으며, 골프장이나 술집에서 그를 목격했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기도 했다.
 
녹음파일 내용이 사실이라면 경찰이 밝힌 조씨의 사망 시점(2011년 12월) 이후에도 조씨가 살아 있었고 검찰 고위층 등에 구명 로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와 수사기관의 유착관계가 속속 드러나면서 그의 생존설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그 동안 조씨가 검·경과 정치권에 대한 금품 로비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씨 관련 사건의 판결문에 따르면 강씨는 수사기관의 압박이 거세지자 조씨를 대신해 자신의 고교 인맥을 동원한 로비에 나섰다. 
 
먼저 강씨는 고교 동문인 김광준 전 검사에게 건넨 것으로 확인된 액수만 2억7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검사는 뇌물수수 사건으로 2014년 5월 징역 7년형이 확정됐다. 강씨는 또 2007년 3월 당시 부산지검 부장검사로 재직하던 김 전 검사와 대구 일대에서 수시로 술자리를 가졌다. 이후 2008년 5월부터 10월까지 “불법 다단계 유사수신 수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세 차례에 걸쳐 돈을 건넸다. 
 
 
강씨는 2008년 주위에 “내 친구가 부장검사다. 서울에 신경 써주는 사람이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는 얘기를 서슴없이 했다. 당시 김 전 검사의 다이어리에는 강씨의 영문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적힌 메모지가 발견된 점에 비춰보면 강씨의 중국 도피에 관여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이 외에도 전직 검찰서기관 오모씨가 조씨 수사 무마 부탁과 함께 2억7000만원과 15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형이 확정됐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 

피해액 6조원 
어디에 은닉?
 
경찰은 권모 전 총경 등 5명의 전직 경찰관이 현역시절 조씨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 권 전 총경은 대구지방경찰청 강력계장이던 2008년 조씨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김모 전 경위는 권 전 총경으로부터 1억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 
 
대구지방경찰청은 또 2008년 1월 강씨에게 차량구입비 등의 명목으로 수차례 걸쳐 56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동부경찰서 지능팀에 근무하던 안모 경사를 얼마 전에 구속했다. 이런 사실을 지금까지 숨긴 것으로 밝혀져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앞서 2013년 조씨의 자금 관리책인 대구지방경찰청 소속 임모 전 경사, 조씨 밀항 후 2008년 중국에서 강씨로부터 골프 접대 등을 받은 정모 전 경사도 각각 구속기소 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현재까지 확인된 30억원의 로비자금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강씨는 앞선 로비 사건에서 돈 전달의 핵심적인 구실을 했고, 조씨의 ‘오른팔’로 다단계 사업의 재무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사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강씨의 국내 송환으로 조씨를 비호한 세력의 실체가 드러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거수일투족 의혹과 의문
정관계 추가 배후세력 추적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당사자인 박관천 전 경정도 이 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경정은 2011년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으로 이 사건을 전담하고 있었다. 또 2011월 12월 조씨가 중국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박 전 경정은 “조씨가 중국 청도의 식당에서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기던 도중 숨졌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증거로 응급진료기록부, 사망진단서, 화장증, 장례식 동영상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중국 현지 의사가 작성한 사망진단서는 공식 입증자료라고 보기엔 조악하다는 평가가 나왔고, 더욱이 장례식장에서 입관돼 있는 시신을 동영상으로 촬영한다는 것 자체도 정서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사망이 조작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고, 경찰 내부에서도 조씨가 의사를 매수했을 가능성까지 나왔지만 경찰은 기존 입장을 철회하지 않았다.
 
지난 13일 강신명 경찰청장은 조씨가 사망했다는 것에 대해 과학적 물증이 없다고 밝혔다. 강 청장은 조씨 사망 발표 당시 경찰청 수사국장으로 근무했다. 강 청장은 “중국 측에서 보낸 자료가 있는데, 이걸 보고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며 “명확한 것은 조씨가 사망했다고 할만한 과학적 증거는 아직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병원의 진단서나 화장장의 화장증만 보고 ‘죽었다’고 선언한 것은 섣불렀다고 과오를 인정한 것이다. 
 
강 청장은 다만 “생존 반응이 없는 점은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생존반응이란 주변인물들을 통해 전해지는 피의자의 동향을 일컫는 말이다. 그간 중국을 통해 들어온 외사기능첩보에서 조씨의 생존을 뒷받침할 만한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 공안에 붙잡힌 강씨 역시 7년간 도피해 있었지만, 이렇다 할 생존 반응이 보고된 바 없다. 

속속 드러나는
돈로비 정황들
 
수사기관이 찾아낸 조씨의 은닉재산은 12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710억원은 조씨의 재산을 숨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씨가 피해자 구제 명목으로 법원에 공탁했다. 2010년 조씨 등을 상대로 먼저 소송을 내 대법원에서 피해금액을 확정받은 280여명이 지난해 나머지 피해자 1만6000여명을 상대로 공탁금을 먼저 가져가겠다는 소송을 냈다. 조씨의 은닉재산이 추가로 나오더라도 국고로 환수될지 피해자들에게 돌아갈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희팔 사건 일지
 
▲2008.10=경찰 4조원대 사기 행각 벌인 혐의로 조희팔 등 일당 수배.
▲2008.12.09=조희팔 중국으로 밀항.
▲2009.04.01=조희팔 일당 중 김모씨 등 임원급 2명과 권모씨 등 센터장급 13명 추가 구속.
▲2010.10.11=사기 피해자 105명이 조희팔 등 8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
▲2012.05.21=경찰, 중국으로 밀항한 조희팔 지난해 12월 현지에서 사망했다고 발표. 
▲2012.11.26=경찰, 중국 공안에 조희팔 생존 여부 재확인 요청.
▲2013.03.04=조희팔의 자금을 관리한 전직 경찰 임모씨 등 3명 불구속 기소.
▲2014.12.18=검찰, 사기범 조희팔 1200억원대 은닉재산 확인.
▲2015.10.10=조희팔 최측근인 강태용 도피 7년 만에 중국에서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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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