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요즘 가장 핫한 유아인

스크린에 안방극장까지…지금은 ‘아인시대’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배우 유아인의 행보를 보면 올해 최고의 대세남으로 손색이 없다. 영화 <베테랑>이 대표 흥행작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어 최근에 개봉한 <사도>까지 인기몰이를 하며, 스크린에서 종횡무진이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출연으로 안방극장 점령도 예고하고 있다.

 
  
배우 유아인(29)은 올해로 데뷔 11년 차다. 동년배 배우에 비해 연기 좀 하는 기대주로 통했다. 유아인은 이미 5년 전에 방영된 <성균관스캔들>에 출연하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모든 면에서 최고의 배우로 꼽혔다. 
 
그런 그가 지난 8월에 개봉한 영화 <베테랑>에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무엇이든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재벌 3세 악역 조태오 역을 맡아 최고 스타로 발돋움했다. <베테랑>에서 유아인은 연기 변신은 물론 최고의 히트작까지 내놓으며 상종가를 치고 있다. 
 
앞길 창창한 
충무로 블루칩 
 
사실 유아인은 이미 스타 반열에 올라 승승장구한 배우다. 유아인의 행보가 새삼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이유는 최근 불황인 영화계에서 거둬들이고 있는 성과 때문이다. 유아인이 첫 악역으로 연기 변신을 시도한 <베테랑>은 1300만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으며 메가 히트작이 됐다. 
 
유아인의 연기력도 크게 한몫했다. 극중 망나니 재벌가 자제 역을 소화한 유아인의 연기에 모두가 엄지를 추켜세웠다. 특히 극 중 유아인이 내뱉는 대사 중 “지금 내 기분이 그래…어이가 없네”는 가장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대사 중 하나다. 
 

이 대사는 부당한 해고와 밀린 임금을 받으러 자신을 찾아온 배 기사(정웅인)에게 조태오는 액수를 묻고, 돌아온 대답을 들은 조태오가 내뱉는 대사다. “맷돌을 돌려야 하는데 손잡이가 없다, 즉 사소한 것 때문에 하고자 하는 일을 하지 못할 때 ‘어이가 없다’는 표현을 쓴다”며 조태오가 배 기사에게 말하는 대사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는 목숨을 걸 만큼 커다란 금액이지만 조태오 앞에선 사소한 게 돼버리고, 그 사소함을 하찮게 생각하는 조태오의 악랄한 캐릭터가 잘 표현된 대사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완벽하게 소화한 유아인을 보며, 관객들은 그의 변신에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영화 내내 재벌 3세답게 말끔하게 고급 슈트를 걸치고, 머리를 깨끗하게 빗어넘긴 단정한 모습으로 악행을 일삼는 모습 역시 어색하지 않았다. 영화 내내 남녀노소 불문하고 그의 연기력에 빠져들었다. 
 
또 <베테랑>이 유아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스케일이 큰 영화다. 그동안 유아인은 화제성 높은 드라마에 모습을 보이던 것과 달리 영화를 고를 때는 <깡철이> <완득이> 등 저예산에 가까운 작품을 주로 택했다. 스케일보다 알찬 내용을 내세우는 영화라 캐릭터가 부각돼 배우가 돋보일 순 있었지만 극장가를 장악할 만큼 좋은 성적을 얻지는 못했다. <베테랑>은 유아인을 티켓 파워까지 보장되는 ‘톱스타’로 성장하게 만든 발판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달 16일에 개봉한 영화 <사도>도 지난 1일 누적 관객수 500만명을 돌파했다. 사도는 어떤 순간에도 왕이어야 했던 아버지 영조(송광호)와 단 한 순간이라도 아들이고 싶었던 세자 사도(유아인), 역사에 기록된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를 담아낸 이야기다.
 
제대로 악역 맡아 제대로 대박 
천만 <베테랑>으로 최고 대세남 
 
유아인은 <사도>에서 또 한번 연기 변신을 꾀한다. 사도 세자의 광기 어린 연기를 소화하며 평단의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다. 추석 시즌 가장 많은 관객을 끌어모았다. 1232만명으로 역대 흥행 8위인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보다도 빠른 기록이라 흥행 열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유아인이 <베테랑> 이후 <사도>까지 두 편의 1000만 영화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흥행 열풍이 식기도 전에 유아인이 <육룡이 나르샤>로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시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창사 25주년 특별기획 <육룡이 나르샤> 제작 발표회가 열렸다. <육룡이 나르샤>는 2011년 SBS 방영된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가 나오게 된 이전 과정의 이야기를 담은 프리퀄이다. 고려에서 조선으로 건국되는 과정을 담는다. 
 
1300만 <베테랑>
<사도>까지 대박
 
유아인은 극중에서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인 이방원 역으로 출연한다. 유아인은 기대만큼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다. 갖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이 분명한 인물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인간 이방원의 모습을 기대하게 만든다. 
 
유아인은 이방원의 18세부터 32세까지 성인의 모습을 연기한다. 9세부터 11세까지는 아역 배우가 연기한다. 유아인은 “이방원이라는 인물이 청춘의 시기를 지난다. 그렇다고 이방원이 오늘날의 청춘들에게 ‘정답이다’ 말할 것도 없다”며 “이방원이라는 인물을 통해 어떻게 이 시대를 바라볼 것인지 자문할 수 있는 캐릭터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유아인의 연기생활이 내내 평탄했던 건 아니다. 데뷔는 2004년. 대구 경북예술고등학교 재학시절 오디션을 통과해 당시 인기리에 방영됐던 KBS2 TV 성장드라마 <반올림>에 고아라의 남자친구 역으로 출연했다. 
 
10대의 순수함이 엿보이면서도 반듯하고 모성애를 자극하는 외모, 그리고 신인임에도 꽤나 안정적인 연기로 단번에 주목받았다. 이듬해에는 가능성을 인정받아 당시 업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김종학프로덕션과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이때만 해도 당장 스타가 될 수 있을 듯했던 분위기였지만 쉽진 않았다. 이후 <4월의 키스> 등 드라마와 영화 <좋지 아니한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등에 출연했지만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외모와 시크한 매력으로 ‘아인빠’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팬카페 회원수만 15만명에 육박한 적도 있다.
 
 
이후 광고 모델, 뮤직비디오, 아역, 단막극 등에 출연했다. <말아톤> 오디션을 봤는데 일정에 맞지 않아 출연하지 못했다. 당시 정윤철 감독은 꽤 아쉬웠는지, 이후 다음 작품인 <좋지 아니한가>에 유아인을 캐스팅한다.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영화에 진출한다. 그는 독립영화 등 저예산 영화에 출연한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우울한 청춘 종대 역과, <좋지 아니한가> 등에 출연해 좋은 연기를 선보이며 기존의 아역배우 이미지를 벗고 영평상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데뷔 이후 꾸준히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해 안정적인 연기를 보였지만,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그렇게 이어진 5년여 정체기는 다행히도 2010년 SBS 드라마 <성균관스캔들>을 만나면서 마무리됐다. 이 드라마에서 유아인은 과묵하고 남성적인 캐릭터 걸오를 연기하며 호응을 얻어 다시 청춘스타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반올림 이후로 드디어 제대로 된 대표작이었다. 
 
2011년 영화 <완득이>의 주인공 도완득역을 연기해 원작과 비견될 만큼 완벽하게 선보였다. 김윤석과의 앙상블 역시 호평을 받으며 전국 관객 531만명을 동원하고 올해의 영화상에 올해의 발견상을 수상했다. 
2012∼2013년 사이 출연한 드라마에서는 고베를 마셨다.
 
2012년 드라마 <패션왕>에서 주인공 강영걸 역으로 출연해 비굴하지만 인간미 넘치는 불운의 캐릭터를 잘 표현했다는 평을 얻었다. 하지만 초반에 비해 개연성이 떨어지는 충격적인 결말로 10% 안팎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안정적인 연기력 
청춘배우로 반짝
 
2013년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숙종으로 출연. 새로운 장옥정을 보여주려고 야심 차게 기획되었지만 착한 장옥정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그리 열광적이진 않았다. 아쉽게  시청률 10%대 정도로 마무리됐다. 영화로는 주연작인 영화 <깡철이>가 개봉했다. 전국 관객은 120만명에 그쳤다.  
 
2014년 드라마 <밀회>에 남자주인공 이선재 역으로 출연하였는데 상대 여배우 김희애와 무려 19살 차이가 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완득이 이후 흥행면에서 뒤지지만, 케이블로는 상당히 높은 5%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방영하는 동안 VOD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으며, 일본 중국 등에 방영되어 호평을 받았다.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도 높았지만 극 중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라는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유아인은 뚜렷한 자기 주관을 가진 배우기도 하다. 그는 2006년부터 미니홈페이지 게시판에 본인이 쓴 글을 게시하고 있다. 그는 뚜렷한 주관을 바탕으로 논리정연할 글을 잘 쓰기로 유명하다. 그동안 그는 SNS상에서 가감 없이 정치적 성향이나 생각을 밝혔다.
 

인기 배우서 실력파 배우로 거듭나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출연 기대↑
 
2009년 영화 <하늘과 바다>에 출연할 때는 제작자로 나선 장나라의 부친 주호성을 정면공격하는 글을 미니홈피에 올렸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제작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그 중심에 제작자 주호성의 월권행위가 있었다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 주호성이 불같이 화를 내며 글의 내용을 부정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아인이 쓴 글을 단순히 어린 배우의 치기 어린 폭로라고 생각하지만은 않았다. 그만큼 유아인의 글은 논리정연했고 대담했다. 
 
그가 쓴 글을 보면 정치적으로 진보주의와 자유주의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아인은 지난 대선 때 투표를 독려하는 등의 글을 잇달아 남기며 ‘개념배우’로 불렸다. 안철수 후보 사퇴 관련 글을 남긴 적도 있었으며, 
 
대선이 치러진 이후 유아인은 술렁였던 SNS에  “이제 48%의 유권자는 51%의 유권자의 결정을 인정해야 한다. 존중하지 않아도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이민 가겠다고 떼쓰지 말고 (중략)희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글을 남겼다. 48%를 향해 일침을 날린 것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나에게 진보 우월주의 같은 것이 있었나 보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보수에 대한 이해가 생겼다'는 글을 남겼다. 
 
 
이 외에도 유아인은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한 탓에 악플러들의 타겟이 됐다. 이런 탓에 그도 악플러를 도발하는 등 논란이 됐다. 2014년 유아인은 군복무 관련해 서울 경찰 홍보단 오디션에 합격했다. 하지만 당시 연예 사병 폐지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그가 “경찰 홍보단으로 빠진 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다. 
 
특히 평소 개념발언을 한 유아인은 악플러들이 공격하기 안성맞춤이었다. 이 때 당시 유아인은 트위터에 ‘가만히 있으니 가마니로 보는 듯 싶어 등 따숩게 가마니 코스프레로 가만히 좀 있을까 (중략) 다이다이 함 뜨까’라며 악플러들을 도발했다. 결국 이 글이 문제가 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경찰 홍보단 최종면접을 보러 가지 않았다. 
 
글 쓰는 취미
논란 일기도
 
동년배 연기자 중에선 연기력으로 상위권을 인정받고 있다. 드라마 영화 모두 꽤 괜찮은 성적을 보이며 상당히 괜찮은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2015년에는 <베테랑>에서 동년배 남배우들 가운데 손꼽히는 악역연기를 선보여 연기파 배우라는 인식을 대중들에게 확실히 인식시켰다. 사실 유아인 정도의, 이미 남주인공급으로 올라선 젊은 배우가 악역을 자처해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2015년 기준 현재 사도도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어 올해는 유아인에게 상당히 고무적인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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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