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 리포트 - 그들이 궁금하다’ ③그들은 왜?

아무나 아무런 이유 없이 죽인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연쇄 살인범 김일곤은 평범한 사람이 생각지 못할 엽기적인 방법으로 살인 행각을 저질렀다. 김일곤의 행동은 그의 사고가 정상인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음을 보여준다. 범죄의학자들은 앞다투어 김일곤을 전형적인 ‘사이코패스(Psychopath)’로 평하며 극악무도한 사이코패스의 위험성을 상기시키고 있다.

더 이상 사이코패스 혹은 사이코라는 단어는 그리 낯선 표현이 아니다. 대중매체에서는 사이코패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히어로물까지 등장했으며 타인의 감정이나 상황을 헤아리지 못한 채 특이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농담조로 사이코패스라 부르는 것도 스스럼없다.

사이코보다 더한
반사회 성격장애

그러나 현실세계는 다르다. 사이코패스의 악영향이 강력범죄, 특히 살인으로 표출될 경우 그들의 정신세계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의 문제로 확장된다.

사이코패스라는 용어는 19세기 프랑스 정신과 의사 필리프 피넬이 사이코패시 증상을 연구하면서 알려졌고 1920년대 독일의 심리학자 슈나이더가 사이코패스 개념을 설명하면서 구체화됐다.

이 당시만 해도 사이코패스는 단순 정신질환으로 소개됐지만 이후 캐나다의 심리학자 로버트 헤어가 사이코패스 진단법을 개발하고 <진단명: 사이코패스>라는 책을 내면서 그 심각성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보통 사이코패스는 ‘놀라운 언변과 외적 매력, 과장하는 버릇, 남을 속이거나 조종하려는 태도, 병적인 거짓말 습관, 양심의 가책이나 죄책감의 부재, 타인에 대한 냉담함, 공감 능력 부족,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는 태도 등을 보인다.

정당하다 생각하면 죽이는 소시오패스
자신 감정 조절하고 타인 감정도 이해

그렇다고 무작정 사이코패스로 매도하며 문제 삼을 수 없다. 사이코패스가 모두 범죄자는 아닐 뿐더러 사람들 속에게 이런 특징을 찾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 성향이 나타나는 정확한 이유 역시 밝혀진 바 없다.

사이코패스는 과연 선천적인 것일까? 최근 사이코패스의 뇌구조가 일반인과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나이겔 블랙우드 킹스 칼리지 런던 정신의학연구소 박사 역시 사이코패스가 선천적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나이겔 블랙우드 박사는 사이코패스로 분류된 범죄자 17명과 일반적인 반사회적 성격장애 범죄자 27명, 일반인 22명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한 뒤 뇌 구조를 연구한 결과 사이코패스는 일반인에 비해 전문 측 전두피질과 측두극의 회색질이 다른 범죄자나 일반인들에 비해 적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해당 뇌부위의 회색질은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의도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며 도덕적 행동을 생각할 때 활성화되는 부분이다.

나이겔 블랙우드 박사는 “사이코패스 뇌는 일반인과 달리 감정이입이 되지 않고 죄책감이나 당혹감 같은 자아의식적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모든 사이코패스가 선천적이라고 보는 것도 무리가 따른다. 사이코패스의 한 갈래인 ‘소시오패스(sociopath)’가 이를 뒷받침한다.

소시오패스는 사회를 뜻하는 ‘소시오(socio)’와 병리 상태를 의미하는 ‘패시(pathy)’의 합성어로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일종이다. 정확한 명칭은 ‘반사회성 성격장애(ASPD, 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다.

남다른 정신세계
방조하는 유해환경

미국정신의학회에 따른 소시오패스 증상은 사회규범을 따르지 않으며 자신의 이익과 쾌락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을 속이는 사기성이 있다.

쉽게 흥분하고 공격적이어서 몸싸움이나 타인을 공격하는 일을 반복하면서도 이를 합리화하는 등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특징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소시오패스의 위험성은 일반적인 사이코패스보다 훨씬 크다. 보통의 사이코패스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전혀 없는 반면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알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할 능력도 있다. 다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믿는다.

또한 대체로 두뇌가 뛰어난 축에 속하기 때문에 상류층 인사나 유능한 직업인으로 성공하기 수월하다.

범죄심리학자 니시무라 유키가 ‘정장차림의 뱀’이라 칭하고 로버트 헤어가 화이트칼라에게서 사이코패스의 특징이 많이 발견된다고 언급한 내용은 소시오패스의 특징을 극명히 보여준다. 영화 <양들의 침묵> <아메리칸사이코> 등에서 드러나는 주인공의 폭력성, 자기합리화도 마찬가지다.

지금껏 살인범의 심리 연구는 부단히 이뤄졌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결론은 나지 않은 채 살인의 목적이나 살인 과정에서 느끼는 심리에 대한 견해만 쏟아지고 있다.

주목해 볼만한 사안은 살인범 다수가 자살을 위한 도구로 살인을 택하거나 치밀한 범행으로 자신의 죄가 발각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사례가 빈번히 발견된다는 점이다.

아담 랭크포드 앨라배마대학교 응용범죄학과 교수는 자살에 대한 충동이 살인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사회적 유대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벌이는 이기적 자살 행동의 일종으로 배우자가 부정을 저질렀거나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사람이 가족의 목숨과 자신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가족 살인범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런 특징은 살인을 저지르는 범죄자 상당수가 범행 현장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와 일맥상통한다. 특히 한 장소에서 다수의 사람을 살해하는 대량살인사건일수록 살인범의 현장 자살 비율이 높았다. 랭크포드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그 비중이 31%에 달한다.

‘묻지마 살인’ 피의자 거의 싸이코패스
죄책감 느끼지 않아…사회적 문제 대두

살인을 하더라도 잡히지 않는다거나 자신의 무고를 입증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살인범들이 취하는 대표적인 행동이다.

김일곤 역시 스스로 무죄를 주장했다. 지난 17일 범행 8일 만인 검거된 김일곤은 검거 전 성수동의 한 동물병원에서 개를 안락사시키는 약을 탈취하려다 실패하고 달아났으며 이후 해당 동물병원에서 1㎞ 떨어진 성동세무서 건너편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붙잡혔다.

그러나 경찰서로 압송된 김일곤은 “난 잘못한 거 없고 더 더 살아야 돼”라며 무죄를 주장하는 뻔뻔함을 보였다. 사이코패스의 남다른 특성은 흔히 살인범과 사이코패스 연결시키는 촉매제가 된다. 모든 사이코패스가 살인범의 탈을 쓰고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살인범 가운데 사이코패스 확률이 높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한 사람이 살인을 계획하거나 구체적인 정황을 모의한다면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다.

자살 위한 살인
잡힐 걱정 안해


수많은 살인범이 기존 범죄사건을 모방하는 모습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모방범죄를 계획하는 과정의 교두보 역할은 각종 유해 영상 및 매체가 담당한다. 대표적인 예가 '스너프 필름'이다.

큰 의미에서 스너프 필름은 살인 등 잔인한 장면을 연출과 여과 없이 찍은 것을 뜻하지만 보통 폭력, 살인, 강간 등을 담은 ‘포르노그라피티’의 한 장르로 이해된다. 섹스장면을 그대로 연출하고 상대방을 죽이는 게 주된 내용이다.

포르노에서 스너프가 하나의 장르로 취급받게 된 것은 높은 수위를 요구하는 포르노의 특성에 기인한다. 극단의 자극을 필요로 하는 포르노에서 섹스, 학대, 변태적행위, 살인 등이 총망라된 건 스너프 필름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특히 살인의 진위여부를 쉽사리 확인하기 힘들 만큼 잘 짜여진 스너프 필름은 말초적인 신경을 자극하고 남다른 쾌락의 길로 인도한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은 구역질을 느끼지만 여기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 사람도 적지 않다.

문제는 스너프 필름 속 내용과 강력범죄가 현실사회에서 살인 혹은 살인의도와 결합될 때 나타난다. 이 경우 스너프 필름을 모방하는 범죄행위의 폐단이 극대화된다.

지난 2009년 연쇄살인범 강호순을 우상이라고 칭하며, 심야시간대 귀가 중인 여성을 납치한 뒤 금품을 빼앗고 성폭행한 혐의로 방모(26)씨와 양모(27)씨, 이모(27)씨 등 일당 3명이 경찰에 적발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초등학교 동창인 방씨 등은 새벽을 틈타 서초구 골목에서 피해여성을 강제로 승용차에 태운 뒤 신용카드를 빼앗아 40만여원을 인출하고 충남 천안시 인근 야산에서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범행 당시 “연쇄살인범인 강호순이 우리의 우상이다. 죽고 싶지 않으면 말을 들으라”며 피해자를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살인사건으로 커지진 않았지만 경찰의 수사가 늦어졌다면 살인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았다. 어느새 살인범이 우상처럼 변질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외에 스마트폰을 통해 무분별하게 퍼지는 음란·폭력성 콘텐츠는 범죄가능성이 높은 사이코패스들에게 좋은 자양분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해환경을 효과적으로 차단할만한 뚜렷한 대책은 아직까지 찾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모바일 유해게임은 유통 후 적발이 되더라도 시정을 강제할 수 없다는 규정이 발목을 잡는다.

게임의 경우 제작자가 직접 등급을 매기는데다 이용자의 나이를 인증하는 절차가 없는 경우가 많아 미성년자들의 잠재적인 범행 가능성마저 높인다. 추가적으로 포인트를 구매하면 폭성성과 선정성이 짙어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각한 모방범죄
“막을 방법 없나”

지난 2011년 정부는 게임산업을 키우겠다며 사전 심사 없이 유통 후 모니터링 하도록 제도를 도입했지만 실제로 점검하고 있는 게임은 전체의 6%에 불과하다. 하루에도 수백 건씩 출시되는 게임의 등급을 일일이 심사할 방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적발되더라도 별다른 제재가 내려지지 않을 때가 비일비재하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범인 키우는 소라넷

소라넷으로 대표되는 해외에 서버를 둔 유해 성인용사이트의 폐단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유사한 형태로 음란물을 유통하는 불법사이트도 우후죽순 증가추세다.

공공연히 몰카 영상을 거래하거나 자랑삼아 올릴 뿐만 아니라 강간, 윤간 등 변태적 성행위를 암시하는 영상들도 다수 올라와 있다. 심지어 강간하는 법, 사람 죽이는 법 등 입에 올리기 힘든 내용을 담은 영상들도 눈에 띈다. 사이코패스들의 온상으로 손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수사당국은 유명 음란물 유통·거래 사이트들이 해외에 거점을 둬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은 상태다. 유해사이트 접근이 불가능하도록 도메인 접속을 차단하는 방법만으로는 효과가 극히 제한적이다. 사이트 도메인의 일부만을 바꿔가며 운영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음란물을 법으로 허용하는 국가인 호주·캐나다 등에 서버를 두고 있어 수사 진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쩔 수 없이 경찰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아동음란물 위주로 수사한 뒤 해당 국가에 협조 요청을 구하는 실정이다. 특정 국가의 사이트 출입을 차단하는 방법도 있지만 국제 무역법상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유해물 근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포괄적 규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소라넷의 사례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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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