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광역자치단체장 탐구⑥>15년 만에 돌아온 강운태 광주광역시장

‘화가 시장님’이 그리는 행복한 광주 이야기 “기대하라”

민주당 광주시장 공천과정에서 상대후보들로부터 ‘당선인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가 제출되는 등 우여곡절을 거치며 공천을 받아 광주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강운태 후보가 결국 광주광역시장에 당선됐다. 이로써 강 시장은 향후 4년 간 광주의 시정을 꾸려가게 됐다. 지난 95년 임명직 시장에 이어 15년 만의 일이다. ‘행복한 창조도시 광주’를 목 놓아 외치며 4년 간의 임기에 첫발을 디딘 강운태 시장. 그의 발자취와 앞으로의 행보에 주목해봤다.

초등학교만 네 곳 전전…자연스레 친화력 길러져
광주 비엔날레 개최해 세계인 이목 한 몸에 집중

강운태 광주시장은 어린 시절 초등학교만 네 곳을 다녔다. 일선 공무원인 아버지를 따라 이사를 다니다보니 여러 학교를 전전하게 됐던 것. 그의 아버지는 전남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근무했다. 1년 이상 머문 곳이 드물 정도였다. 이는 아버지의 강직한 성품 탓이었다. 그의 아버지가 고흥군청에 근무하던 시절, 누군가 쌀 한 가마니를 집으로 가져와 즉각 되돌려준 일이 있었는데 그 후부터 전근이 이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초등학교 1학년은 담양에서, 2학년은 보성에서, 3·4 학년은 학다리(함평군)에서 보냈다. 잃은 것도 많았지만 얻은 것도 많았다. 여러 지역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다. 또 늘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야 했기에 자연스레 친화력이 길러졌다.
초등학생 시절 늘 상위권을 유지하던 그의 성적은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공부를 게을리한 탓이었다. 특히 영어는 한심할 정도였다. 1학년이 다 끝날 무렵까지 영어사전 찾는 법도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공부가 주는 즐거움을 깨닫게 된 계기가 찾아왔다. 동네에서 우연히 한 여학생을 만나 이야기하다가 영어 때문에 창피를 당한 일이 생긴 것. 여학생은 ‘president’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물어왔다. ‘대통령’이라는 뜻 말고 다른 의미도 있는가도 물었다. 그는 당황했다. 당시 그는 발음하는 법은 물론 대통령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조차도 알지 못했던 때문이다. 그는 얼버무리며 자리를 피했다.

영어로 망신당한 후
공부 재미에 눈 떠

집에 돌아온 강 시장은 둘째형에게 달려갔다. 영어사전 찾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그제야 그는 영어의 재미에 눈뜨게 됐다. 그 덕에 그의 성적은 상위권으로 급부상할 수 있었다. 공부의 동기를 부여해준 그 여학생은 강 시장에게 은인과 같은 존재다.
중학교 3학년이 끝나갈 무렵, 그의 담임선생님은 서울고에 응시하라고 권유했다. 이에 그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 때만 해도 이것이 그의 인생의 첫 좌절이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시험 전 날, 뼛속까지 시렸던 겨울밤을 2시간 가까이 헤맨 끝에 겨우 시험장 인근 허름한 여인숙에 몸을 누일 수 있었다. 이윽고 시험 날 아침이 밝았다. 하지만 그는 몸에 이상을 발견했다. 어지러움증과 구토, 두통이 몰려왔다. 연탄가스에 중독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몸보다 곧 있을 시험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시험장에 도착한 강 시장은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심호흡을 한 후 시험에 임했다. 어지러움이 가시진 않았지만 예상시간보다 빨리 마친 그는 시험지를 다시 한 번 읽어보고 답안을 확인하는 여유를 갖기도 했다. 1교시 시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시험지를 제출하려 일어설 때였다.

“아뿔싸!”. 시험지 뒷장에도 문제가 빼곡히 있었음에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앞면만 열심히 풀었던 것이다. 정신없이 마지막 시험까지 치르고 나니 눈앞이 가물거리기 시작했다. 시험지에 머리를 처박을 정도였다.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서울고 입학시험에서 고배를 마신 그는 학다리고로 진학하게 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1학년을 재학 중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더 이상 학업을 이어갈 수 없게 된 것. 신세를 한탄하며 방황을 하던 그는 어느 날 문뜩 검정고시에 응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1년 간 검정고시를 준비한 그는 응시 한 번 만에 당당히 합격할 수 있었다.

이어 그는 서울로 올라와 죽기살기로 공부했다. 덕분에 또래의 아이들이 졸업할 나이에 서울대 외교학과에 합격할 수 있었다.
대학교 3·4학년 시절 강 시장은 학교에서 자취를 했다. 이 말을 들은 사람은 누구나 의아해 한다. 거기에는 사연이 있었다.
당시 강 시장은 서울대 총학생회장에 입후보했다가 낙선한 적이 있었다. 이 때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친구가 그에게 총무부장 자리를 제의했다. 한때 당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였지만 학생회 운영을 위해 손을 빌려줄 것을 요청한 것.

총학생회 생활을 하게 된 그는 동숭동 법대와 문리대 사이의 건물 교실 한 칸을 얻어 살게 됐다. 그곳에서 그는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시국에 대한 논쟁을 벌이곤 했다.

그가 미술과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때의 일이었다. 그는 ‘자취방’에서 그림을 그리며 미술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혀갔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지난 1998년, IMF 이후 광주의 예술인 40여 명과 함께 ‘실직자 기금 마련을 위한 백령도 스케치전’에 2박 3일간 참가하기도 했다. 당시 그가 그렸던 그림은 참가한 화가들의 것들과 함께 판매돼 실직자 기금으로 사용됐다. 뿐만 아니라 미술을 통해 갖게 된 문화에 대한 관심은 광주 비엔날레를 창설하는 밑거름이 됐다.

1994년 광주시장에 당선된 그는 광주를 빛낼 만한 빅 이벤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세계인들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국제적인 문화예술행사를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이를 토대로 광주를 문화산업도시로 도약시키려는 심산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비엔날레를 성공리에 개최하기 위해 사방으로 뛰어 다녔다.

하지만 당시 문화체육부에서는 비엔날레라는 생소한 행사에 대해 협조적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비엔날레를 개최하려는 그의 뜻은 난항을 겪게 됐다.

그러던 중 기회가 찾아왔다.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광주를 방문한 것. 이날은 지역현안사업을 보고하고 대통령으로부터 비엔날레에 대한 확답을 구해야 했기에 강 시장에게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날이었다.

강 시장은 김 전 대통령에게 광주 비엔날레가 가져올 이익에 대해 설명함과 동시에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김 전 대통령은 비엔날레에 관심을 표했고 그 날로 중앙정부는 협조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예산 지원은 물론 ‘광주 비엔날레 지원협의회’ 등의 기구가 구성됐다. 그 이후에도 숱한 어려운 점이 있었다. 하지만 고생 끝에 낙이 왔다. 1994년 광주 비엔날레가 우리나라 세계 문화 축제의 효시를 이룬 역사적인 행사로 자리 잡게 된 것.

최연소·농촌출신 장관
일본 시장 점유율 ‘펄쩍’

임기를 마친 뒤 그는 농림수산부 장관에 임명됐다. 이 때 언론은 최연소 장관, 농촌 출신 장관이라며 앞 다퉈 보도했다. 그의 나이 46세, 관계에 발을 들인 지 23년 만의 일이었다.

농림수산부 장관직을 역임하던 그는 농어촌의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강구했다. 그러던 중 돼지고기를 일본 시장에 수출하는 문제에 대해 머리를 싸매게 됐다. 당시 일본 돼지고기 수출시장 점유율이 매우 낮았던 것이 그 이유다. 천고의 노력 끝에 그는 불과 1년 만에 돼지고기 수출을 4만4000톤으로 거의 3.5배 늘리는 값진 성과를 달성했다.

농림수산부 장관직을 사임하고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강 시장은 내무부장관에 임명되었다. 전남 출신으로는 자그마치 25년 만의 일이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내무부장관의 여러 가지 소임 중 공명선거를 역점에 뒀다. 공명선거에 대한 그의 소신은 한결같았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 내정’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선거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이 그것이다.

또 그는 지난 1997년 10월부터 장애인들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당시 각 장애인연합회를 통괄하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의 명예회장으로 추대되면서부터다. 책임을 다하기 위해 그는 장애인들을 위한 행사를 개최하거나 장애인 인권 문제를 개선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행복한 창조도시 광주를 만들겠다”며 목 놓아 외치던 강 시장. 이제 막 출항에 나선 강운태호가 광주라는 도화지 위에 어떤 그림을 그려낼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46세, 관계 입문 23년 만에 ‘최연소 장관’
“행복한 창조도시 광주 만들겠다” 포부 밝혀


강 시장은 광주에서 만든 문화와 상품, 도시 경영이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의 모델이 되는 창조적 거점도시 건설을 꿈꾸고 있다. 그는 광주 발전을 위한 4대 과제와 20개의 핵심 공약을 제시했다.

4대 과제는 ▲풍요로운 경제공동체 ▲멋들어진 문화공동체 ▲세계 속의 평화공동체 ▲참여와 소통의 자치공동체 등이다. 강 시장은 4대 과제를 실천하기 위한 핵심공약으로 ▲신규 일자리 10만개 창출 ▲최하위권 경제규모를 중상위권으로 도약 ▲5대 주력산업과 미래가치산업의 집중 육성 ▲R&D 특구 개발 및 LED 특화단지 조성 ▲문화투자진흥지구 지정ㆍ활용 통해 문화산업 집중 육성 ▲시민이 함께하는 명품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조성 ▲여성의 사회참여 기회 확대 및 복지 향상을 비롯해 20가지를 제시했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 강 시장은 “시정의 최우선을 일자리를 통한 신성장 체제에 두고 오는 2014년까지 신규 일자리 10만 개를 창출, 실업난을 해소하고 고용률을 60% 이상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국 7대 도시 가운데 최하위의 경제 규모를 4위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1인당 생산액을 3000만원 이상 달성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그는 옛 전남도청 주변과 사직공원, 송암공단 일대를 문화투자진흥지구로 지정해 문화산업체를 500개 이상 집중 육성하고 임명직 시장 때 창설했던 비엔날레와 김치축제, 첨단 엑스포 등 3대 축제를 시민이 주인 되는 세계적인 문화ㆍ경제ㆍ관광상품으로 정착시켜 광주를 명실상부한 문화산업 메카로 육성할 방침이다.

또 강 시장은 문화투자진흥지구에 대해 “광주 문화산업체에 조세감면혜택을 주는 법안이 지난 2009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도 현재까지 문화투자진흥지구를 지정하지 않아 산업유치가 부진한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그는 “예향 광주는 시민들의 예술적 영감과 끼가 탁월하기 때문에 문화산업 육성에 가장 적합한 지역”이라며 “문화 투자 진흥지구 지정과 문화산업체 유치, 문화적 가로환경 조성을 통해 문화산업 시범도시로 가꿈으로써 타 지역에서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CT연구원을 유치해 한민족의 문화적 심성을 콘텐츠로 만드는 한류의 산실로 육성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규 일자리
10만개 창출


또 그는 여성의 사회 참여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여성의 권익 증진에 앞장서고 출산장려 등 복지의 질을 높이기로 했다. 누구나 시장을 만날 수 있고 시정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참여와 소통의 열린 공동체를 만들 예정이다.
더불어 갈수록 늘고 있는 고령자와 독신자, 그리고 핵가족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미래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불리는 헬스케어 가전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강운태 광주광역시장 프로필

<학력>
·1965년 함평 학다리고교 수학, 대입검정고시 합격
·1972년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졸업
·1987년 미국 인사관리처 OPM과정 수료
·200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AMP) 수료.

<경력>
·1972년 행정고시 합격(11회)
·1989년 순천시장
·1994년 광주광역시장
·1995년 농림수산부장관
·1997년 내무부장관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2000년 새천년민주당 제2정책조정위원장
·2003년 국회 재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2003년 새천년민주당 사무총장
·2004년 새천년민주당 광주시당 위원장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2009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일자리창출 및 중소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위원,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 위원
·2010년 광주광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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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심우정 검찰총장이 ‘딸 특혜 채용 논란’에 휩싸였다.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에 최종 합격했다. 외교부가 오직 심 총장의 딸을 위해 전형까지 엎었다는 게 골자다. 외교부는 특혜가 아니라던 입장을 뒤집고, 심 총장 지녀 채용을 보류했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사안처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며 맹공을 펼치고 나섰다.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 심모씨는 ‘아빠 찬스’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과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에 합격할 수 없었다. 지원 자격 자체가 미달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입시 비리 혐의를 받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사안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수사기관이 심씨를 즉각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아빠 찬스? 수상한 합격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서 심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지난해 9월 심 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서 언급됐었다. 당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심 총장의 장녀가 1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는데, 심 후보자가 이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시 “후보자 장녀가 최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며 “후보자 자녀는 대학생들이 선망하는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다. (장녀가)서울대 국제대학원 1학년 때 박철희 교수에게 수업을 받았다”며 “박 교수는 현직 주일대사고, 후보자 본인 장녀가 입사할 당시 국립외교원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나카소네 야스히로상 수상자”라며 “제1회(수상자) 박철희 주일대사고, 윤석열정부서 ‘중요한 건 일본 마음’이라고 말한 김태효 차장이 제5회 장려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심 총장이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자, 박 의원은 “그러면 채용 서류를 내라.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전부터 채용서류 전체를 내라고 하는 것”이라며 “의원실서 계속 요구하지만 후보자 동의가 없어서 (외교원이) 내질 않고 있다”고 따져 물었다. 외교부의 지난 1월 1차 공무직 연구원 채용 공고에는 ‘경제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가 응시 자격이었다. 그런데 한 달 뒤인 2차 공고는 갑자기 심씨가 전공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됐다. 외교부는 응시 가능 대상을 확대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변경 전에 응시했던 이들은 2차 공고 때는 응시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공정채용 가이드라인 등에 따르면, 채용공고를 변경할 때는 채용 관련 심의기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외교부는 인사기획관실과 서면 협의만 거쳤다. 심의기구를 통한 공정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채용 공고를 변경한 셈이다. 채용 경력을 두고도 외교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심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지적도 거세다. 채용 공고에는 해당 분야 실무 경력 2년 이상이 응시 자격이었다. 그러나 심씨의 경력은 국립외교원 연구원 8개월,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보조원 22개월, UN 경제사회국 인턴 6개월로 실제 경력은 8개월에 불과했다. 경력 1년도 안 되는데 스펙 과대 포장해 지원 외교부 전형까지 뒤집어…기존 면접자는 탈락 외교부는 학창 시절의 경험도 경력으로 인정한다고 해명했지만, 외교부 산하 기관서 2022년과 2023년에 낸 채용공고엔 인턴이나, 교육생, 학위 취득에 소요되는 행정조교 등은 경력서 제외한다고 적시돼있다. 심씨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산하 EU센터서 연구보조원으로 근무했다고 실무 경력에 적었다. 하지만 서울대 국제학연구소가 발간한 2023년 연례보고서에는 심씨가 연구 보조원이 아닌 EU센터 ‘석사 연구생’으로 적혀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심씨의 외교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진상조사단을 출범했다. 조사단에는 한 의원을 포함해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배·홍기원·이재강 의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기표·박희승 의원,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이용우 의원,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이정문 의원,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의원,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백승아 의원 등 총 12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심 총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고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는 지난 1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면접까지 통과해 현재 신원 조사 절차만 남겨둔 심씨의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 채용은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유보됐다. 공익감사는 감사 대상 기관이 자체 감사기구서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 윤재관 대변인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은 검찰의 2중대 역할을 자처해 왔다.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감사원을 동원해 면죄부를 받으려는 시도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사단은 심 총장 자녀 관련 ‘권력형 비리’ 의혹과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규명하고 대응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심 총장 딸의 외교부 특혜 채용 비리 의혹 및 서민금융 대출 논란, 심 총장 아들의 장학금 수령 특혜 의혹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외교원 연구원 채용 공고상 자격 요건에 ‘해당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자 중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 경험자’라고 돼있지만 심 총장 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혜 채용 의혹을 주장한 바 있다. 급 바뀐 채용공고 심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총장의 자녀는 대한민국의 다른 모든 청년들과 같이 본인의 노력으로 채용 절차에 임했다. 국회에 자료 제출을 위한 외교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도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한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심씨 특혜 채용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은)윤석열정권 출범 직후 2022년 7월 정도에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실로 들어갔다가 2024년 1월에 외교부로 복귀해 5월 말, 한반도 평화교섭본부를 없애고 새롭게 신설한 외교전략정보본부 외교정보기획국장으로 보직받아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2023년 외교부 연구직 채용 1차 공고 당시 직접 면접에 참여한 박 국장은 지원자 A씨를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하지만 A씨는 한국서 나고 자라 학위까지 받은 인물로 언어능력을 문제 삼을 만한 근거는 부족했다. A씨의 탈락 이후 외교부는 2차 공고를 내며 채용 자격을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에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다. 이때 국제협력 분야를 전공한 심씨가 합격하게 된 것이다. 한 의원은 박 국장의 대통령실 근무 경험이 심씨의 채용 과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채용 실무가 인사기획관실이 아닌 외교정보기획국 산하 외교정보1과서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아무래도 용산에 파견 나가 있으면 조금 더 넓게 여러 부처와 관련된 사람들을 접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과정서 어떤 방식이든지 어떤 접점이 이뤄지지 않았겠냐라고 하는 것은 있는데 그 부분은 저희가 조금 더 깊이 파봐야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먹잇감 심 총장과 갈등을 빚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심씨의 사건은 좋은 먹잇감이다. 지난 3일 공수처는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이 심 총장과 조태열 장관을 직권남용,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수사3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해 고발당한 심 총장 사건도 수사 중이다. 사세행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수장인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을 뇌물성 채용한 행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감사원이 공익감사 청구를 각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익감사 청구는 6개월 이내 결과를 내놔야 하되 기한은 자체 판단으로 늘릴 수 있는데, 그전에 감사에 착수할지 여부부터 감사위원회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감사 청구를 각하하는 이유는 통상 이미 같은 사안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가 많다. 공수처 수사가 각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상 감사원이 거부할 수 없는 국회 요구 감사의 경우에도 수사나 재판을 이유로 ‘사실상 각하’했던 최근 사례도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5일 국회가 요구한 방송통신위원회 2인 구조 등 감사를 두고, 같은 사안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위법성 여부를 감사원이 결론 내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매듭지은 보고서를 내놨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심씨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입시 비리 논란을 일으켰던 조 전 장관 부부가 받았던 수사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면 검찰의 이중적 잣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조 전 장관이 받았던 검찰 수사를 보면 입시 비리 혐의만으로도 압수수색 등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같은 혐의를 받는 심 총장 딸의 경우 멀쩡하게 살고 있다는 걸 국민 눈높이서 봤을 때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라며 “이건 상식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조민은 집유 “강도 높게 수사해야” 용산 파견 키맨 박장호 국장 뒷배? 여당인 국민의힘도 조용하다. 지난달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을 두고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를 넘어 제2의 조국 사태”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공수처가 심 총장과 심씨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력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고발 사건이 이어지면서 수사 지연은 불가피하다. 지난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인사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3명 등 4명의 검사 임명을 대통령실에 제청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임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9월에도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 등 3명의 검사를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은 반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답이 없는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될 때까지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송창진 수사2부장의 면직을 재가하면서도 신규 검사 임명은 하지 않았다. 한 총리의 뒤를 이은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찰청 등 부처 인사는 진행하면서도 공수처 검사는 임명하지 않았다. 신규 검사 임명이 늦어지면서 고질적인 공수처 인력난도 지속되고 있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이지만 현재 검사 인원은 휴직자 1명을 포함해 14명에 불과하다. 정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신규 검사 7명을 임명해도 정원보다 4명이 부족하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과부하 상태라는 우려가 나온다. 12·3 비상계엄 수사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비위 의혹 수사 등 기존 수사에 인력이 집중돼있어 타 수사를 들여다볼 여력이 없다는 토로도 상당하다. 수사? 미지수 공수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고발 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배당받은 사건을 전부 들여다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이 하루빨리 검사 임명을 해줘야 타 사건도 들여다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박에 반박 나선 외교부 외교부가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장을 재반박하는 장문의 입장문을 내놨다. 외교부는 “관점에 따라 제도 운영 과정서 미흡했던 부분이 지적될 수는 있겠지만, 이를 특정 인물에 대한 특혜로 연결 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자’를 대상으로 채용 공고한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에 석사 취득 예정 상태였던 심씨가 채용된 것에 대해 심씨만 특별히 배려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학위 취득 예정서를 공식 증명서로 증빙하면 자격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했던 사례가 2021~2025년까지 총 8건 더 있었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올 초 외교부 정책조사 연구원 채용 과정서 이미 최종 면접까지 마친 응시자가 불합격 처리되고, 심씨를 위한 ‘맞춤형’으로 응시 자격을 바꿔 재공고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1차 공고를 냈을 때 응시 인원이 6명에 불과했고, 그 중 유일하게 경제 관련 석사학위를 소지한 응시자 1명에 대해 외부 인사 2명과 내부 인사 1명으로 구성된 면접위원회가 최종 면접을 했으나 채용 부적격 판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1차 채용 공고문에 ‘응시자 중 적격자가 없을 경우 선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사전에 공지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2차 공고에선 응시 가능 대상을 넓히기 위해 자격 요건을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고, 그 결과 19명의 지원자가 응시해 심씨를 포함한 5명이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처럼 1차 공고 후 적격자가 없어 전공·자격증 분야 등 응시 자격 요건을 변경해 재공고한 사례는 타 부처는 물론 외교부 내에서도 과거 전례가 있다면서 “(심씨가)유일하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앞서 외교부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응모한 사람이 적더라도 (같은) 채용 공고 사이트를 보면 재공고를 해서라도 기한을 연장해 해당 분야 사람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심씨가 또 다른 응시 요건인 ‘실무 경력 2년 이상’을 충족했는지도 논란이 큰 쟁점이다. 외교부는 심씨의 실무 경력을 국립외교원 경력 8개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보조원, 유엔 산하 기구 인턴 등을 포함해 총 35개월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인턴, 조교 등은 통상 실무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경험과 경력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