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광역자치단체장 탐구⑥>15년 만에 돌아온 강운태 광주광역시장

‘화가 시장님’이 그리는 행복한 광주 이야기 “기대하라”

민주당 광주시장 공천과정에서 상대후보들로부터 ‘당선인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가 제출되는 등 우여곡절을 거치며 공천을 받아 광주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강운태 후보가 결국 광주광역시장에 당선됐다. 이로써 강 시장은 향후 4년 간 광주의 시정을 꾸려가게 됐다. 지난 95년 임명직 시장에 이어 15년 만의 일이다. ‘행복한 창조도시 광주’를 목 놓아 외치며 4년 간의 임기에 첫발을 디딘 강운태 시장. 그의 발자취와 앞으로의 행보에 주목해봤다.

초등학교만 네 곳 전전…자연스레 친화력 길러져
광주 비엔날레 개최해 세계인 이목 한 몸에 집중

강운태 광주시장은 어린 시절 초등학교만 네 곳을 다녔다. 일선 공무원인 아버지를 따라 이사를 다니다보니 여러 학교를 전전하게 됐던 것. 그의 아버지는 전남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근무했다. 1년 이상 머문 곳이 드물 정도였다. 이는 아버지의 강직한 성품 탓이었다. 그의 아버지가 고흥군청에 근무하던 시절, 누군가 쌀 한 가마니를 집으로 가져와 즉각 되돌려준 일이 있었는데 그 후부터 전근이 이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초등학교 1학년은 담양에서, 2학년은 보성에서, 3·4 학년은 학다리(함평군)에서 보냈다. 잃은 것도 많았지만 얻은 것도 많았다. 여러 지역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다. 또 늘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야 했기에 자연스레 친화력이 길러졌다.
초등학생 시절 늘 상위권을 유지하던 그의 성적은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공부를 게을리한 탓이었다. 특히 영어는 한심할 정도였다. 1학년이 다 끝날 무렵까지 영어사전 찾는 법도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공부가 주는 즐거움을 깨닫게 된 계기가 찾아왔다. 동네에서 우연히 한 여학생을 만나 이야기하다가 영어 때문에 창피를 당한 일이 생긴 것. 여학생은 ‘president’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물어왔다. ‘대통령’이라는 뜻 말고 다른 의미도 있는가도 물었다. 그는 당황했다. 당시 그는 발음하는 법은 물론 대통령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조차도 알지 못했던 때문이다. 그는 얼버무리며 자리를 피했다.

영어로 망신당한 후
공부 재미에 눈 떠

집에 돌아온 강 시장은 둘째형에게 달려갔다. 영어사전 찾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그제야 그는 영어의 재미에 눈뜨게 됐다. 그 덕에 그의 성적은 상위권으로 급부상할 수 있었다. 공부의 동기를 부여해준 그 여학생은 강 시장에게 은인과 같은 존재다.
중학교 3학년이 끝나갈 무렵, 그의 담임선생님은 서울고에 응시하라고 권유했다. 이에 그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 때만 해도 이것이 그의 인생의 첫 좌절이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시험 전 날, 뼛속까지 시렸던 겨울밤을 2시간 가까이 헤맨 끝에 겨우 시험장 인근 허름한 여인숙에 몸을 누일 수 있었다. 이윽고 시험 날 아침이 밝았다. 하지만 그는 몸에 이상을 발견했다. 어지러움증과 구토, 두통이 몰려왔다. 연탄가스에 중독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몸보다 곧 있을 시험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시험장에 도착한 강 시장은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심호흡을 한 후 시험에 임했다. 어지러움이 가시진 않았지만 예상시간보다 빨리 마친 그는 시험지를 다시 한 번 읽어보고 답안을 확인하는 여유를 갖기도 했다. 1교시 시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시험지를 제출하려 일어설 때였다.

“아뿔싸!”. 시험지 뒷장에도 문제가 빼곡히 있었음에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앞면만 열심히 풀었던 것이다. 정신없이 마지막 시험까지 치르고 나니 눈앞이 가물거리기 시작했다. 시험지에 머리를 처박을 정도였다.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서울고 입학시험에서 고배를 마신 그는 학다리고로 진학하게 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1학년을 재학 중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더 이상 학업을 이어갈 수 없게 된 것. 신세를 한탄하며 방황을 하던 그는 어느 날 문뜩 검정고시에 응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1년 간 검정고시를 준비한 그는 응시 한 번 만에 당당히 합격할 수 있었다.

이어 그는 서울로 올라와 죽기살기로 공부했다. 덕분에 또래의 아이들이 졸업할 나이에 서울대 외교학과에 합격할 수 있었다.
대학교 3·4학년 시절 강 시장은 학교에서 자취를 했다. 이 말을 들은 사람은 누구나 의아해 한다. 거기에는 사연이 있었다.
당시 강 시장은 서울대 총학생회장에 입후보했다가 낙선한 적이 있었다. 이 때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친구가 그에게 총무부장 자리를 제의했다. 한때 당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였지만 학생회 운영을 위해 손을 빌려줄 것을 요청한 것.

총학생회 생활을 하게 된 그는 동숭동 법대와 문리대 사이의 건물 교실 한 칸을 얻어 살게 됐다. 그곳에서 그는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시국에 대한 논쟁을 벌이곤 했다.

그가 미술과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때의 일이었다. 그는 ‘자취방’에서 그림을 그리며 미술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혀갔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지난 1998년, IMF 이후 광주의 예술인 40여 명과 함께 ‘실직자 기금 마련을 위한 백령도 스케치전’에 2박 3일간 참가하기도 했다. 당시 그가 그렸던 그림은 참가한 화가들의 것들과 함께 판매돼 실직자 기금으로 사용됐다. 뿐만 아니라 미술을 통해 갖게 된 문화에 대한 관심은 광주 비엔날레를 창설하는 밑거름이 됐다.

1994년 광주시장에 당선된 그는 광주를 빛낼 만한 빅 이벤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세계인들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국제적인 문화예술행사를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이를 토대로 광주를 문화산업도시로 도약시키려는 심산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비엔날레를 성공리에 개최하기 위해 사방으로 뛰어 다녔다.

하지만 당시 문화체육부에서는 비엔날레라는 생소한 행사에 대해 협조적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비엔날레를 개최하려는 그의 뜻은 난항을 겪게 됐다.

그러던 중 기회가 찾아왔다.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광주를 방문한 것. 이날은 지역현안사업을 보고하고 대통령으로부터 비엔날레에 대한 확답을 구해야 했기에 강 시장에게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날이었다.

강 시장은 김 전 대통령에게 광주 비엔날레가 가져올 이익에 대해 설명함과 동시에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김 전 대통령은 비엔날레에 관심을 표했고 그 날로 중앙정부는 협조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예산 지원은 물론 ‘광주 비엔날레 지원협의회’ 등의 기구가 구성됐다. 그 이후에도 숱한 어려운 점이 있었다. 하지만 고생 끝에 낙이 왔다. 1994년 광주 비엔날레가 우리나라 세계 문화 축제의 효시를 이룬 역사적인 행사로 자리 잡게 된 것.

최연소·농촌출신 장관
일본 시장 점유율 ‘펄쩍’

임기를 마친 뒤 그는 농림수산부 장관에 임명됐다. 이 때 언론은 최연소 장관, 농촌 출신 장관이라며 앞 다퉈 보도했다. 그의 나이 46세, 관계에 발을 들인 지 23년 만의 일이었다.

농림수산부 장관직을 역임하던 그는 농어촌의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강구했다. 그러던 중 돼지고기를 일본 시장에 수출하는 문제에 대해 머리를 싸매게 됐다. 당시 일본 돼지고기 수출시장 점유율이 매우 낮았던 것이 그 이유다. 천고의 노력 끝에 그는 불과 1년 만에 돼지고기 수출을 4만4000톤으로 거의 3.5배 늘리는 값진 성과를 달성했다.

농림수산부 장관직을 사임하고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강 시장은 내무부장관에 임명되었다. 전남 출신으로는 자그마치 25년 만의 일이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내무부장관의 여러 가지 소임 중 공명선거를 역점에 뒀다. 공명선거에 대한 그의 소신은 한결같았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 내정’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선거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이 그것이다.

또 그는 지난 1997년 10월부터 장애인들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당시 각 장애인연합회를 통괄하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의 명예회장으로 추대되면서부터다. 책임을 다하기 위해 그는 장애인들을 위한 행사를 개최하거나 장애인 인권 문제를 개선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행복한 창조도시 광주를 만들겠다”며 목 놓아 외치던 강 시장. 이제 막 출항에 나선 강운태호가 광주라는 도화지 위에 어떤 그림을 그려낼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46세, 관계 입문 23년 만에 ‘최연소 장관’
“행복한 창조도시 광주 만들겠다” 포부 밝혀


강 시장은 광주에서 만든 문화와 상품, 도시 경영이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의 모델이 되는 창조적 거점도시 건설을 꿈꾸고 있다. 그는 광주 발전을 위한 4대 과제와 20개의 핵심 공약을 제시했다.

4대 과제는 ▲풍요로운 경제공동체 ▲멋들어진 문화공동체 ▲세계 속의 평화공동체 ▲참여와 소통의 자치공동체 등이다. 강 시장은 4대 과제를 실천하기 위한 핵심공약으로 ▲신규 일자리 10만개 창출 ▲최하위권 경제규모를 중상위권으로 도약 ▲5대 주력산업과 미래가치산업의 집중 육성 ▲R&D 특구 개발 및 LED 특화단지 조성 ▲문화투자진흥지구 지정ㆍ활용 통해 문화산업 집중 육성 ▲시민이 함께하는 명품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조성 ▲여성의 사회참여 기회 확대 및 복지 향상을 비롯해 20가지를 제시했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 강 시장은 “시정의 최우선을 일자리를 통한 신성장 체제에 두고 오는 2014년까지 신규 일자리 10만 개를 창출, 실업난을 해소하고 고용률을 60% 이상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국 7대 도시 가운데 최하위의 경제 규모를 4위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1인당 생산액을 3000만원 이상 달성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그는 옛 전남도청 주변과 사직공원, 송암공단 일대를 문화투자진흥지구로 지정해 문화산업체를 500개 이상 집중 육성하고 임명직 시장 때 창설했던 비엔날레와 김치축제, 첨단 엑스포 등 3대 축제를 시민이 주인 되는 세계적인 문화ㆍ경제ㆍ관광상품으로 정착시켜 광주를 명실상부한 문화산업 메카로 육성할 방침이다.

또 강 시장은 문화투자진흥지구에 대해 “광주 문화산업체에 조세감면혜택을 주는 법안이 지난 2009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도 현재까지 문화투자진흥지구를 지정하지 않아 산업유치가 부진한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그는 “예향 광주는 시민들의 예술적 영감과 끼가 탁월하기 때문에 문화산업 육성에 가장 적합한 지역”이라며 “문화 투자 진흥지구 지정과 문화산업체 유치, 문화적 가로환경 조성을 통해 문화산업 시범도시로 가꿈으로써 타 지역에서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CT연구원을 유치해 한민족의 문화적 심성을 콘텐츠로 만드는 한류의 산실로 육성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규 일자리
10만개 창출


또 그는 여성의 사회 참여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여성의 권익 증진에 앞장서고 출산장려 등 복지의 질을 높이기로 했다. 누구나 시장을 만날 수 있고 시정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참여와 소통의 열린 공동체를 만들 예정이다.
더불어 갈수록 늘고 있는 고령자와 독신자, 그리고 핵가족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미래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불리는 헬스케어 가전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강운태 광주광역시장 프로필

<학력>
·1965년 함평 학다리고교 수학, 대입검정고시 합격
·1972년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졸업
·1987년 미국 인사관리처 OPM과정 수료
·200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AMP) 수료.

<경력>
·1972년 행정고시 합격(11회)
·1989년 순천시장
·1994년 광주광역시장
·1995년 농림수산부장관
·1997년 내무부장관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2000년 새천년민주당 제2정책조정위원장
·2003년 국회 재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2003년 새천년민주당 사무총장
·2004년 새천년민주당 광주시당 위원장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2009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일자리창출 및 중소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위원,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 위원
·2010년 광주광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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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