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정성 담긴 ‘삼순이 호두파이’ 김이경 대표


 
제과기술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전업주부가 창업한 호두파이 전문점이 큰 인기를 끌고 있어 화제다. 알이 굵은 통호두를 넣어 씹히는 맛이 좋고 설탕 대신 현미와 검은깨 분말 가루를 넣어 담백함을 살린 ‘삼순이 호두파이’. 하지만 맛난 삼순이 호두파이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바로 호두파이에 담긴 김이경(52) 대표의 ‘사랑과 정성’이다. 김 대표는 이 같은 호두파이 하나로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 진출의 꿈을 키우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에 승부 걸어라”

보통 주부들과 다를 것이 없었던 김이경 대표는 평소 음식 만들기를 좋아해서 주위 사람들에게서 자신이 만든 호두파이를 만들어 줬더니 맛있다는 평을 들었다고 한다.

서초구 명물 1호로 지정
왜 삼순이 호두파이지?
그는 40대에 관절염으로 몸이 여기저기 아프면서 우울증에 빠졌다. 그의 인생에 전환기가 찾아 온 것은 바로 2003년 1월, 동네 동사무소에서 컴퓨터를 배우면서였다. 컴퓨터 선생님이 준 과제로 만든 게 ‘삼순이 빵집’이었다. 그 당시 제과 자격증이 없었던 김 대표는 음식 만들기를 좋아해 동네 서점에서 <기초 빵 만들기>라는 책을 사서 빵과 파이를 만들어 보던 터였다. 자신이 만든 빵을 꽃 돼지가 들고 배달하는 상상 속의 빵집을 컴퓨터 화면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그 당시 집에서 빵과 파이를 5백~6백개씩 만들어 보았던 것 같아요. 가까운 사람들에게 수차례 파이 맛을 선보이면서 맛을 꾸준히 향상시켜 오면서 맛난 파이를 만들게 됐어요. 하루는 집에서 만들어 먹던 호두파이를 남편(장진갑씨) 거래처 사람들에게 인사 차 선물을 했었는데 모두들 ‘어느 호텔에서 사왔느냐’고 물어 보더래요. 그래서 저도 사업을 시작해볼 결심을 하게 됐죠.”
김 대표가 직접 만든 파이를 맛본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던 것이다. 김 대표는 2003년 11월11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 안에 작은 점포를 빌려 삼순이 호두파이의 문을 열게 되었다.
“벌써 11월 11일이면 올해로 5년이 되는군요. 처음 집 앞 아파트 상가에 점포를 차리면서  집에서 쓰던 전화기, 오븐, 선풍기, 냉장고 등 모조리 가지고 왔어요. 돈도 없어서 많은 돈을 투자할 수도 없었어요.”

반복된 실험 통해 얻어낸 ‘삼순이 호두파이’
삼순이 호두파이 맛의 비결은 ‘사랑과 정성’

그 당시 김 대표는 ‘과연 내가 만든 호두파이를 몇 개나 사갈까’라는 고민을 했다고 한다.
“오픈을 하고 하루 종일 호두파이를 팔았는데 7판하고 반을 팔았어요. 참 신기하기도 하고 기쁘더군요.”  
그런데 팔리는 양이 계속해서 늘어났다. 문을 연 지 얼마 안 됐을 때 “거래처에 선물하겠다”며 다음날 아침까지 만들어 달라고 88박스를 한꺼번에 주문해 밤을 새워 만든 적도 있다고 했다.
삼순이 호두파이는 현재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점에도 들어가 있다. 서초구 내에서 그 명성이 자자해 신세계 측에서 직접 러브콜을 받은 것. 다른 백화점에서도 입점해 달라는 제의가 많지만, 공급을 댈 수 없어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태다.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들어와 택배로도 배달을 한다. 더욱이 삼순이 호두파이는 달지 않으면서도 고소한 맛이 소문이 나 ‘서초구 명물 1호’로 지정됐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들어볼 수 없는 ‘삼순이 호두파이’. 어떻게 보면 촌스러운 이름이지만 왠지 정감이 가는 한국적 이름의 호두파이 전문점이다.
호두파이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한 이름인 삼순이 호두파이. 호두파이 사가는 손님들의 입에서는 어김없이 “왜 삼순이예요” 라는 말을 꼭 듣는다고 한다.
“저희 집에서 1남3녀 중 제가 셋째 딸이고 어릴 적 별명이 삼순이였어요. 처음 점포이름을 짓는데 남편과 정말 많이 고민을 했어요. 어떻게 보면 삼순이라는 이름이 정말 촌스럽고 어떻게 보면 정감이 가고 해서 고민 끝에 그냥 삼순이로 하기로 결정했는데 이것이 먹힌 거예요.”
이름을 짓고 난 후 주위 사람들과 동네 아이들이 ‘삼순이~ 삼순이~’ 하며 부르고 다니는 것이 간접 홍보가 되면서 알려지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삼순이 호두파이가 결정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삼순이 호두파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호두파이를 굽기 시작한 것은 2003년 11월11일부터인데  2006년도에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어요. 정말 유명했었죠. 그러면서 동네 사람들이 제가 그 드라마 주인공인 줄 알았던 거예요. 그래서 더욱 홍보가 자연스럽게 이뤄졌고 드라마 하는 동안 삼순이 호두파이 먹으면서 TV를 본다며 주변에서 많이 사가지고 갔어요.”

내가 ‘원조 삼순이’
호두파이 맛의 비결?
김 대표는 비록 드라마 실제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그 계기로 <내 이름은 김삼순> 제작진으로부터 연락이 오게 되었다. 제작진들에게 창업에 관한 얘기를 드려주면서 드라마에 김 대표의 얘기가 반영되었다고 한다.  
삼순이 호두파이는 다른 보통 호두파이들과 달리 특별한 것이 들어 있다고 한다. 삼순이 호두파이 맛의 비결은 ‘삼순이’ 김 대표와 남편만의 비밀. 두 사람은 몇가지 비법을 공개했다.
“보통 호두파이는 도우(껍질)가 두꺼워 맛이 없어요. 그걸 어떻게 하면 파삭파삭하게 만들까 고민했었죠. 도를 하루정도 냉장고에 숙성을 시킵니다. 반죽을 손으로 최대한 얇게 밀고, 가정용 오븐에서 2시간 30분 동안 위치를 바꿔 가며 굽습니다. 오븐 온도는 20분마다 조절해요.”
보통 40~50분 굽는 것에 비하면 굽는 시간이 무척 긴 편이다. 그리고 삼순이 호두파이에는 설탕이나 첨가제, 광택제(방부제)를 넣지 않다.
“보통 제과점에서 파는 호두파이는 설탕을 넣어 달지만 저희는 설탕을 넣지 않아요. 반죽에는 현미가루와 검은깨 분말을 넣어 부드럽고 아삭아삭한 맛을 더했어요. 녹차가루를 넣으면 담백하죠. 통호두를 빽빽하게 올리고, 속을 촉촉하고 달지 않게 만들다 보니 다른 곳보다 돋보이는 것 같아요.”
그러나 정작 삼순이 호두파이 맛의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다.
“재료들도 중요하지만 더욱이 중요한 것은 바로 저의 정성이 들어간다는 거죠. 파이를 하나하나 만들 때 최고의 원료를 가지고 정성스럽게 파이를 만들다 보니 먹는 사람들이 맛있다고 다시 찾는 것 같아요. 모든 음식에는 정성과 사랑이 들어가야 맛있듯이 파이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삼순이 호두파이는 주위에서 접할 수 있는 호두파이를 홈메이드의 따스함과 핸드메이드의 정성을 담아 즉석에서 만들어 내며 최상의 재료로써, 달지 않고 고급스러움이 담긴 정말로 맛있는 호두파이의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다. 주원료인 호두의 경우 신선한 캘리포니아산 호두를 정말 놀랄 만큼 듬뿍 넣어 씹을수록 아삭하고 고소한 맛이 배어난다.

사랑과 정성을 담은 파이
가수가 되고 싶었던 아이
김 대표는 학창시절 서울예고를 나와 이화여대 성악과에 진학할 정도로 노래 부르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는 여대생이었다. 대학 졸업 후 전공을 살려 독일로 유학을 가려고 준비하다가 국립합창단에 합격해 79년~87년까지 활동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 아이들을 모아놓고 앞에서 노래하는 것을 좋아할 정도로 이미자처럼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죠. 1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합창단 단원이 된 후에도 훌륭한 솔리스트가 되기 위해 정말 그 순간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어요.”
그러나 그는 7년 동안 준공무원으로 단원 활동을 하다가 남편이 해외로 발령이 나면서 이민을 가게 됐다.
“지금도 아쉬움이 남아요. 가게 벽에 좋아하는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의 사진을 붙여 놓고, 칼라스 노래를 틀면서 노래 공부도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일이 바쁘다 보니 목소리를 다듬을 시간이 없더군요.”
김 대표가 질 좋고 맛있는 호두파이를 만드는 데 주력하면 오랫동안 비즈니스를 해온 남편은 사업전략을 짠다. 비싼 재료를 쓰는데다 공을 많이 들여 만드니 가격을 높이자는 남편의 의사에 김 대표의 대답은 “노”라며 “내 호두파이는 누구나 쉽게 사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좋은 것을 많이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묻어 있다. 돈을 많이 벌면 좋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이렇게 맛난 것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이곳 아니면 어디가서 먹어 보겠어요”라고 인사를 하고 갈 때면 정말 보람을 느끼면서 더더욱 맛있게 만들어야 겠다는 다짐을 한다.

장애인복지관 찾아 따스한 사랑의 손길 전해
‘나만의 명품’ 호두파이로 세계 입맛에 도전

김 대표 부부는 호두파이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날 때마다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아가 사랑을 전한다. 김 대표 부부는 몇 년 전부터 경기도에 위치한 ‘성분도 장애인 복지관’ 봉사를 하고 있다.
“성분도 복지관은 장애아들이 있는 곳이예요. 매년 1번씩 바자회를 여는데 장애아이들이 직접 만든 물건들을 백원짜리부터 만원짜리까지 파는데 그곳에 파이를 후원해주고 있어요. 간혹 아이들이 만든 것을 저희 부부에게 가지고 와서 선물을 주면 참 고맙더군요.”
김 대표 부부는 성분도 장애인 복지관과 인연을 맺은 지 벌써 4년이 되었다. 이것만이 아니다. 최근엔 지역구인 서초구에서 장애인 단체를 연결해줘서 매달 지역으로 봉사를 다닌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사회 어두운 곳과 사랑이 필요한 곳에 봉사를 하고 싶어요. 저희 부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사랑과 정성이 담긴 삼순이 호두파이를 들고 어디든지 달려갈게요.”
 
사랑을 나누는 김 대표 부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
삼순이 호두파이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제의도 많았다고 한다. 더군다나 지금 정도의 신뢰라면 당연히 프랜차이즈 사업에 손을 댈 만한데도 프랜차이즈 얘기를 꺼내자 김 대표는 고개를 흔들었다.
“호두파이 전문점을 내고 싶다며 또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조차 기술을 배우기 위해 몇 천만원을 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모두 거절했어요. ‘삼순이’처럼 이름값 한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거절한 이유는 딱 한가지예요. 저 하나 믿고 창업에 도전했다가 혹 잘못이라도 되면 그분들 인생은 어떻게 될까하는 생각 때문이었죠.”
대신 김 대표는 창업으로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요즘 보면 경험도 없이 퇴직금 가지고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창업이라는 것은 많은 돈을 들인 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에요. 저는 처음 시작할 때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50만원인 자리였어요. 적은 돈을 들이던 많은 돈을 들이던 중요한 것은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에 승부를 거는 것이죠.”
40대에 찾아온 성인병으로 한의원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어도 낫지 않았던 관절염이 김 대표가 하고 싶었던 호두파이 만드는 일을 하면서 병까지 말끔히 낫게 되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몸도 좋아지더라고요. 참 고마운 일이죠.”
마지막으로 ‘왜 호두파이를 택했느냐’는 질문에 “호두파이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며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을 어떻게 맛있게 만들 수 있겠느냐”고 김 대표는 자신 있게 웃으며 말했다.


<‘삼순이 호두파이’ 4가지 차별화된 특징>

1. 업소용 오븐이 아닌 집에서 쓰는 가정용 오븐으로 구워낸 정성이 깃든 제품을 만들어 낸다.  
2. 일반제과점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방부제와 설탕, 광택제 등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 진정한 웰빙상품이다.  
3. 도우를 만들 밀가루 반죽을 하루 냉장고에 숙성시킨다. 파이 만들기의 전과정을 1백% 손으로 하는 진정한 수제파이이다.  
4. 여기에 최고의 원료로 파이 하나 하나 ‘사랑과 정성’을 담아 만든다.
삼순이 호두파이에 관한 문의는 전화 02-536-7743,인터넷 홈페이지www. samsuni.co.kr.

글 구명석·사진 송원제 기자/gms7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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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