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몸값 대박난 손흥민

‘400억 사나이’ 밥값은 해야 될텐데…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손세이셔널’ 손흥민(23)이 마침내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다. 그 동안 한국의 유망주로서 축구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손흥민이 올 여름 프리미어리그 이적시장에서 9번째로 비싼 이적료를 기록하며, 토트넘 홋스퍼에 안착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뛰던 손흥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핫스퍼로 공식 이적했다. 토트넘은 지난달 28일 구단 트위터로 “23살 공격수 손흥민이 레버쿠젠에서 공식 이적했다. 계약 기간은 2020년까지다. 손흥민의 등번호는 7번”이라고 발표했다. 손흥민은 이적이 확정되면서 EPL에서 뛰는 13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년 계약 입단
등번호 7번 받아
 
영국 <가디언>과 <BBC>는 손흥민의 이적료가 2200만파운드(약 398억원)라고 보도했다. 손흥민이 2013년 6월 함부르크에서 레버쿠젠으로 팀을 옮길 때 이적료는 1000만유로(약 133억원)였다. 약 2년 만에 몸값이 3배로 뛴 것이다. 손흥민의 이적료로 알려진 2200만파운드는 아시아 선수 이적료 중 역대 최고액이다. 지금까지는 일본의 나카타 히데토시가 2001년 이탈리아 AS로마에서 파르마로 이적하면서 기록한 2600만유로(약 346억원)가 최고였다.
 
토트넘은 손흥민에게 거액의 이적료를 투자하는 것과 함께 팀내 중심 선수임을 뜻하는 등번호 7번을 줬다. 현재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맨체스터 시티의 라힘 스털링 등이 7번을 단다. 데이비드 베컴도 현역 시절 7번을 달았고, 박지성도 국가대표로 출전할 때는 대부분 7번을 달고 뛰었다.
 

장지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최근 EPL 구단들의 수입이 늘어나 이적료가 높아지는 추세였기 때문에 손흥민의 이적료가 놀랍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토트넘이 올 여름 영입한 선수 중에선 최고 이적료다. 거액의 이적료를 부담하고 등번호 7번을 준 것은 손흥민에게 거는 토트넘의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축구종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입성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액…토트넘 안착
 
토트넘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분데스리가에서 맹활약하는 손흥민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올 시즌 들어 2무1패로 부진한 출발을 보이고 있는 토트넘은 공격수 해리 케인과 호흡을 맞춰 득점력을 높여줄 파트너로 손흥민 측에 더욱 강하게 구애했고, 손흥민 역시 잉글랜드 무대를 선택하면서 결국 이적이 성사됐다. 
 
토트넘이 큰돈을 쓴 만큼 손흥민은 당장 중용될 가능성이 크지만 내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트트넘의 최전방 스트라이커 해리 캐인은 지난 시즌 21골을 터뜨린 무서운 신예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공격 자원이기도 하다. 공격 2선에는 크리스티안 에릭센, 무사 뎀벨레, 나세르 샤들리, 에릭 라멜라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버티고 있다. 
 
손흥민이 확실한 주전이라는 보장은 없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도 해야 하고 골로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장지현 해설위원은 “토트넘에는 알렉스 프리차드와 같은 유망주들이 많다. 손흥민에게 3∼4경기는 기회가 주어지겠지만, 그 이후는 장담할 수 없다. 손흥민도 새 출발한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해야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구단 트위터를 통해 “나는 축구를 정말 사랑하는 선수다. 내가 다녔던 학교의 축구부 코치였던 아버지 밑에서 축구를 배웠다”며 “토트넘 팬들 앞에서 하루빨리 경기를 뛰고 싶다. 팬들의 응원이 내겐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나는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 과감하고 대담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 내 축구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손세이셔널’
그의 활약은?
 
토트넘은 손흥민 띄우기에도 나섰다. 지난달 30일 영국 런던의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린 2015-201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과 에버턴의 4라운드 경기 전.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토트넘 관중은 손흥민에게 우레 같은 박수를 보냈다. 
 
아직 경기에도 출전하지 않은 이적생을 팬들에게 소개하는 것은 무척 이례적이었다. 지난달 15일 올림피크 리옹으로부터 공격수 클린턴 은지예를 영입했을 때에도 이런 이벤트는 없었다. 토트넘이 손흥민에게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손흥민은 10대 후반부터 상당한 실력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의 재능이 일찍 만개한 까닭은 그의 아버지 덕분이다. 손흥민 아버지 손웅정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가지 지낸 선수 출신이며, 어렸을 때부터 손흥민에게 직접 축구를 가르쳤다. 손웅정은 손흥민에게 직접 개인기와 탄탄한 기본기를 차근차근 가르쳤다. 손흥민은 “내가 유럽에서 뛸 수 있는 건 절반 이상이 아버지 몫이다”라고 말할 만큼 아버지는 아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손정웅은 손흥민에게 승패에 집착과 부담을 버리게 만들고 축구 자체를 즐기게 가르쳤다. 손정웅은 아들이 공을 자유자재로 다룰수 있을 때까지 패스나 여타 다른 기술을 가르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아버지의 남다른 축구 교육 끝에 손흥민은 일찍 남들보다 뛰어난 기량을 보였다.  FC 서울의 유스팀이었던 동북고등학교에 진학했으나, 약 3개월 남짓만 뛰고 중퇴했다. 이후 함부르크SV 유스팀에 1년간 유학을 하고 돌아와 2007∼2009년 이광종호의 일원으로 U-17 월드컵 대표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손흥민은 2009년 U-17 월드컵때 등장해서 엄청난 활약으로 그 재능을 전세계에 각인시켰다. 그는 대표팀 최다골인 3골을 넣어 대한민국이 8강에 오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에 분데스리가 1부 리그팀인 함부르크SV가 재빨리 다시 그를 스카우트를 영입했다.
 
손흥민은 함부르크SV 데뷔 이전부터 소속팀 감독과 스태프 모두 엄청난 재능이라고 극찬 받았다. 심지어는 같은 소속팀 동료인 전설적인 축구선수 루드 반 니스텔루이가 마치 어렸을 때의 자신을 보는 것 같다며 후계자로 삼는 듯한 발언을 몇 차례 했다. 반 니스텔루이는 자신이 젊었을 때 지도해 줄 선배가 없어서 괴로웠다고 했다. 이번엔 자신이 그런 선배가 되어서 재능 있는 손흥민을 지도해 주겠다고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첫 시즌인 2010-2011 분데스리가에서 손흥민은 9경기 9골이라는 배어난 골 결정력을 보여주며 재능을 만개했다. 프리시즌 중에는 첼시를 상대로 넣은 골이었다. 당시 최정상급 센터백인 존 테리와 히카르두 카르발류를 순간적인 스피드로 농락하면서 골을 넣는 장면에 엄지를 추켜세웠다. 첫 풀타임 선발 출전 때도 골을 기록하며, 함부르크SV 역사상 최연소 득점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2010년 성공적으로 함부르크SV와 4년 재계약을 체결했다.
 
2011-2012 시즌을 앞둔 프리시즌에서는 손흥민은 10경기에서 18골을 넣는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주며 새 시즌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헤르타 베를린과의 리그 2라운드에 첫 출전하여 시즌 첫 골을 기록했다. 시즌 중간 함부르크SV는 강등권까지 떨어질 정도로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손흥민이 매 경기마다 결정적인 골을 넣으며 팀을 강등권에서 구출하는 데 일조했다.
 
골 넣는 센스 

기복 심한 편
 
2012-2013 시즌에는 리그 33경기 12골 2도움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기량을 자랑했다. 원정경기인 프랑크푸르트 전에서 1:3으로 뒤지던 후반에 시즌 첫 골을 터트렸다. 비록 2:3으로 경기는 졌으나 자신감을 보여줬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21라운드 경기에서는 1:1로 맞서던 전반전에 수비수 한명을 제치고 측면 돌파후 왼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시즌 8호 골이자 역전골을 넣었고, 후반 44분 낮은 크로스를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9호 골을 넣으면서 팀의 4:1 승리를 이끌었고, 최고 평점을 받음과 동시에 함부르크SV의 리그 순위 또한 5위까지 끌어올렸다.
 
4월 14일 마인츠 05와의 경기에서 10호, 11호 2골을 몰아쳐 팀의 2:1 승리에 크게 기여하는 동시에 대한민국 선수로는 차범근, 설기현, 박주영에 이어 네 번째 유럽파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했으며, 특히 빅리그(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독일 푸스발-분데스리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는 차범근에 이어 두 번째이다. 뒤이어 어린 나이에 12호 골도 성공시켰다. 
 
손흥민은 시즌이 종료된 후 이적시장이 시작되자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토트넘 등이 노렸고 분데스리가에서는 도르트문트, 레버쿠젠이 영입전을 벌였다. 하지만 손흥민은 자신이 주전으로 뛸 수 있고 경쟁력이 충분히 있는 팀이라는 조건에 부합했던 바이어 04 레버쿠젠으로 이적을 확정지었다.  
 
2013-2014 시즌 바이어 04 레버쿠젠에서 손흥민은 31경기 10골 4도움으로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친정팀 함부르크SV와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의 5:3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 이 해트트릭은 설기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 선수가 유럽 리그에서 기록한 것이다.
 

이런 활약으로 평점 만점을 받았으며 MOM (Man Of the Match)에도 선정됐다. 또한 FIFA는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37경기 무패행진으로 독일 분데스리가 신기록을 수립한 FC 바이에른 뮌헨과 더불어 함부르크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손흥민의 활약상을 집중 조명했다. 
 
2014-2015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4라운드에서 FC 제니트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상대로 챔피언스리그 2, 3호 골로 멀티골을 득점하였으며 팀은 1:2 로 승리하였고 MOM에 선정됐다.
 
13번째 한국선수…기대 한몸에
“먼저 내부 경쟁서 살아남아야”
 
리그 21라운드 VfL 볼프스부르크와의 경기에서 통산 2번째 해트트릭을 기록했으나 바스 도스트가 4골을 넣는 활약을 하며 4-5로 패배했다. 마인츠와의 리그 경기에서 1골을 성공시켜 리그 11호골이자 시즌 17호골을 기록했다. 이로써 세 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손흥민은 어린 나이임에도 킥이 강하고 정확해 지공과 속공, 박스 안과 바깥을 가리지 않고 득점 루트가 다양하다. 감아차든 발등으로 강하게 차든 자유자재로 킥을 구사하는 편이다. 또한, 킥에서 늘 반 박자 빠른 타이밍을 가져간다. 단순히 반 박자가 빠른 게 아니라 수비수의 행동을 빠르게 파악해서 언제나 자신에게 유리한 찬스를 만들 줄 아는 센스가 있다. 찰나의 순간이 중요한 빅리그에서 공격수로 살아남는 데 필요한 재능 중 하나다.
 
드리블 상황에서의 손흥민은, 상대편의 수비 진영 그 자체를 제치고 들어가기보다, 간결하게 한 명 한 명씩 제쳐버리는 방식을 선호한다. 과거 연륜이 부족했던 2012년이나 2013년에는 단순한 드리블 패턴으로 일관하다 상대 수비수에 허무하게 차단당하는 일이 많았지만, 현재는 많이 개선된 모습이다.

단순한 드리블
단점 보완해야
 
장점이 있는 만큼 보완할 점도 있다. 손흥민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기복이다. 함부르크SV와 바이엘 04 레버쿠젠을 거치며 폭발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이따금씩 기복 있는 플레이를 드러냈다. 기세를 타면 누구도 막기 힘든 선수지만 조용할 때는 한없이 조용했다. 또한 돌파를 시도할 때는 공만 보다가 수비수들에게로 돌진해 동료의 움직임을 놓치는 경우가 잦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토트넘 어떤 팀?
 
손흥민이 이적한 토트넘 홋스퍼는 133년 역사를 자랑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구단이다. 영국 런던 북부의 토트넘을 연고로 1882년 창단했으며 홈구장은 3만6000여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화이트 하트 레인이다.

역시 런던 북부가 연고지인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는 양 구단의 자존심을 건 빅매치로 손꼽힌다. 잉글랜드축구협회컵(FA컵)에서 8차례, 리그컵에서도 4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린 토트넘이지만 1부 리그 우승 기록은 단 2차례(1950-1951시즌 1960-1961시즌)뿐이다. 프리미어리그가 1992년 출범한 뒤에는 한 번도 정상에 선 적이 없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 출범 뒤 2부 리그로 떨어진 적이 없는 몇 안 되는 팀 중 하나이며 언제나 상위권 전력을 구축했다. 최근 10년 사이에는 20개 팀 가운데 주로 4∼6위에서 안정적인 성적을 냈다. 배경에 유대인 자본이 있어 재정적으로도 풍족한 것으로 알려진 토트넘은 최근 5년간 공격수 영입에 큰 돈을 썼으나 3위 안에 들어보지 못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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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