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장관감 의심받는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

‘연금전문’ 내리고 ‘의료전문’ 올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구멍난 메르스 방역의 책임을 물어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을 경질했다. 후임자로는 정진엽 분당서울대병원 교수가 내정됐다. 연금개편을 성공적으로 마친 연금전문 장관에 이어 의료전문 장관을 내세운 것이다. 정진엽 내정자를 내세워 ‘의료 규제 완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노림수가 숨어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그동안 교체 대상자로 거론돼온 보건복지부장관 교체 인사를 단행, 신임 장관에 정진엽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를 내정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이러한 인사내용을 발표했다.
 
“의료체계 전반에 
 이해·식견 갖춰”
 
민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오늘 보건복지부장관에 정진엽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를 내정했다”며 “정 내정자는 25년간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다양한 의료 경험을 통해 한국 의료체계 전반에 대해 깊은 이해와 높은 식견을 갖고 있어서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국민건강에 안정을 이룰 적임자”라고 밝혔다.
 
정 내정자는 1955년 서울 출신으로 서울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원자력병원 선임의사를 거쳐 서울대병원 교수로 재직했다. 33년 동안 의료계에 종사하며 특히 소아 뇌성마비 치료의 권위자로 평가 받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개원 이후 교육연구실장, 정형외과 과장, 진료부원장을 역임했다. 또 4∼6대 분당서울대병원장을 역임하며, 서울대병원에서 산하 병원장을 3차례 연임한 것은 정 내정자가 처음이다.  
 
정 내정자가 원장에 취임한 다음 해인 2009년 개원 이래 최대 규모의 경영실적을 달성하는 성과를 올렸다. 인근 지역 외에 전국 각지의 환자들이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으면서 전국 병원으로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상급종합병원에도 선정됐다. 
 
분당이라는 지역적 편중성을 극복하기 위해 전국 지방의료원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등 ‘전국 병원’의 기틀을 마련했다. 또 최첨단 의료정보 시스템 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해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힘스 애널리틱스사로부터 미국 밖에서는 세계 처음으로 의료정보화 최고 수준인 7단계 인증을 받는 등 의료IT 선도 병원으로서 탄탄한 입지를 굳혔다.
 
정 내정자는 분당서울대병원장일 당시 고객 중심의 병원 문화를 구축했다. 국립대병원은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 등 민간병원에 비해 불친절하다는 편견이 상당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 내정자부터 권위를 탈피하고 직원들과 소통에 나섰다. 직원들이 스스럼없이 환자만족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전체 병원에 확산시키는 문화를 만들었다. 병원업계 처음으로 ‘6시그마’ 경영기법을 도입해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병원 시스템도 정비했다. 
 
특히 개인 이메일 공개와 SNS 개설 등 얼리어답터로서 교직원들의 고충과 아이디어, 제언 등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며 주 1회 가정의 날로 정해 '칼퇴근'을 지시하는 등 여타 병원장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지난 2011년 분당서울대병원 암병원 개원을 앞두고 언론과 인터뷰에서 “출신 대학과 근무병원에 관계없이 실력 있는 전문의를 스카우트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면서 의료계 구태인 학연과 지연을 탈피한 실력 중심의 탕평책을 천명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런 정 내정자의 당시 행보로 직원들로부터 명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능력있는 병원장

경영 탁월한데…
 
정 내정자를 발탁 배경에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 초대 이사장을 맡았던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의 각별한 인연이 자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성 이사장은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초대 이사장을 맡은 인연으로 지금도 박근혜 대통령과 직접 통화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며 “본인이 장관 후보로 올랐지만 이를 고사하고 정 후보자를 추천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전했다.
 
정 내정자는 박정희정권 시절에 의과대학 학생회장을 맡아 민주화운동을 해 1년 늦게 졸업했다. 그런 그가 박근혜정부에서 복지부장관을 맡게 된 것은 기묘한 인연으로 보인다.
 
정 내정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민영화’ 기조에도 잘 맞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 내정자는 병원경영자의 이익집단인 대한병원협회에서 병원정보관리 이사를, 의료기기업자의 이익집단인 의료기기상생포럼에서 총괄운영위원장 등을 맡았다. 삼성과 SK텔레콤 등 전자회사와 통신사들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바이오산업과 헬스케어산업 등에 족적을 남겼다. 특히 그는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의 영리 합작회사인 헬스커넥트 사업에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산업창의융합포럼’ 글로벌헬스케어분과위원장을 맡아 ‘의료 규제 완화론’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기도 했다. 공무원연금 개편도 끝난 지금, 이러한 이력을 가진 정 내정자가 박 대통령 임기 말까지 ‘의료 영리화’ 정책에 박차를 가할 적임자로 평가받는 이유다.
 
특히 정 내정자가 현 정부가 논란 속에 추진해온 원격의료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의료에 활용하는 정부 정책에 속도와 힘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원격진료는 안전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고, 복지장관이 특허를 보유한 이해당사자일 경우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 내정자가 갖고 있는 21개 특허의 상당수는 원격진료, 병원자동화 영역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6월22일 출원돼 지난 4월8일 등록된 ‘원격진료 서비스 시스템 및 방법’ 특허는 정형외과전문의인 정 내정자가 의과 교수 5명과 함께 특허 발명자로 이름을 올렸다. 
 
구멍난 메르스 방역 책임 문형표 경질
서울대병원 교수 내정…대통령 의도는?
 
특허 내용은 수술 후 퇴원한 환자의 만성창상(욕창·궤양 등 만성적으로 자리 잡은 상처)을 의료진이 원격으로 관리하는 서비스 방식과 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환자가 스마트폰 같은 휴대용 단말기를 통해 환부 영상과 문진 정보를 의사에게 전송하면 의사가 상처 관리법, 치료용 제품, 영양·생활습관 권고 등을 다시 환자의 단말기로 전송하게 된다. 
 

정 내정자가 갖고 있는 특허에는 ‘휴대용 단말기를 이용한 의료정보시스템’과 ‘전자의무기록시스템’ 등도 포함돼 있다.
 
 
정 내정자의 특허 내용은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 취지와 일치한다. 복지부는 “자가관리를 해야 하는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나 수술 후 퇴원 환자의 편의를 위해 원격의료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도서벽지·원양선박·전방부대·교정시설 등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들은 원격의료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원격의료가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더 부추길 것이라며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의협은 원격의료·의료영리화 정책에 반발해 집단휴진까지 감행한 바 있다. 정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복지부장관으로 취임하면 원격의료의 전면적 도입 시기가 앞당겨질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의료민영 염두?
비전문가 논란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성명을 내고 “정 내정자는 분당서울대병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병원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동지역 의료수출을 추진한 인물”이라며 “박 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보건복지부를 아예 ‘복지는 없는 의료상업화 부처’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후보자 내정은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공공의료를 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병원정보시스템을 활용한 의료수출론을 키워 SK텔레콤 등이 벌인 개인의료정보 거래 등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의료산업화를 가속화할 인사정책”이라고 우려했다.
 

사실 정 내정자는 대내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야 의원실은 이번 청와대 인사 발표를 듣고 의외 인사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문형표 전 장관은 그래도 좀 알려진 인사였는데 정 후보자는 하마평에도 없었고 전혀 알지 못하는 인물”이라며 “정 후보자에 대해 알아본 뒤 청문회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야는 벌써부터 정 내정자의 관련 전문성을 놓고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새누리당은 관련 업무 전문가라고 치켜세웠지만, 새정치연합은 전문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정 내정자는 의료분야의 전문가다. 앞으로 질병에 대한 예방과 대처에 빈틈없이 능력을 발휘하고 국민의 복지 향상에 이바지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반면 김성수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정 내정자는 행정경험이라고는 분당서울대병원장 경력뿐이라 보건복지와 관련된 복잡한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로 보기 어렵다. 공적연금 등 당면한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하고 메르스 사태로 실추된 보건당국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정 내정자가 복지부장관으로 임명되려면 국회 인사청문회라는 1차 관문을 넘어야 한다.
 
17년만에 나온 의사출신 장관
끊임없이 지적되는 자질 논란 
 
문형표 전 장관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재직하면서 법인카드 사용 문제로 홍역을 치른 것에 비춰보면 정 내정자를 향한 야당의 파상공세가 예상된다. 정 내정자는 병원장 재직 시절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야당이 이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 가능성이 높다.
 
정 내정자가 장관에 임명된다고 해도 해결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등 공적연금 개혁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문형표 전 장관의 유임설이 나온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반면 정 내정자는 이 분야에 전혀 경험이 없으므로 국민적 관심사인 공적연금 개혁에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따라다닌다.  
 
보건의료단체는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분야를 별도 부처로 독립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복지부 의사결정구조에서 보건전문가가 전무하다는 이유여서다. 정 내정자의 이번 인사는 이런 요구를 일면 수용한 듯하지만, 메르스로 타격을 입은 보건의료단체와 정부 관계를 복원하는 문제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정 내정자가 장관에 임명돼 원격의료 도입을 추진하면 지난해 대한의사협회 파업 같은 극단적인 갈등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
 
예상 못한 인사
풀 현안 산적
 
정 내정자도 이같은 점을 인식하고 있다. 정 내정자는 이번 인선이 확정된 이후 간담회를 열고 “의료인으로서 (장관으로) 지명된 것은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복지와 더불어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를 더욱 발전시키라는 뜻으로 생각한다”며 “장관이라는 중책을 맡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청문회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통과해 장관에 임명되면 국민 건강과 복지 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min1330@ilyosisa.co.kr>
 
 
[정진엽은?]
 
▲ 서울 출생(58)
▲서울고, 서울대 의대, 서울대 의과대학원
▲원자력병원 선임의사
▲서울대병원 전임강사
▲미국 길레트 아동병원 펠로우
▲서울대병원 교수
▲서울대병원 소아정형외과 분과장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육연구실장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과장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진료부원장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원장
▲대한소아정형외과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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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