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장관감 의심받는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

‘연금전문’ 내리고 ‘의료전문’ 올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구멍난 메르스 방역의 책임을 물어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을 경질했다. 후임자로는 정진엽 분당서울대병원 교수가 내정됐다. 연금개편을 성공적으로 마친 연금전문 장관에 이어 의료전문 장관을 내세운 것이다. 정진엽 내정자를 내세워 ‘의료 규제 완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노림수가 숨어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그동안 교체 대상자로 거론돼온 보건복지부장관 교체 인사를 단행, 신임 장관에 정진엽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를 내정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이러한 인사내용을 발표했다.
 
“의료체계 전반에 
 이해·식견 갖춰”
 
민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오늘 보건복지부장관에 정진엽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를 내정했다”며 “정 내정자는 25년간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다양한 의료 경험을 통해 한국 의료체계 전반에 대해 깊은 이해와 높은 식견을 갖고 있어서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국민건강에 안정을 이룰 적임자”라고 밝혔다.
 
정 내정자는 1955년 서울 출신으로 서울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원자력병원 선임의사를 거쳐 서울대병원 교수로 재직했다. 33년 동안 의료계에 종사하며 특히 소아 뇌성마비 치료의 권위자로 평가 받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개원 이후 교육연구실장, 정형외과 과장, 진료부원장을 역임했다. 또 4∼6대 분당서울대병원장을 역임하며, 서울대병원에서 산하 병원장을 3차례 연임한 것은 정 내정자가 처음이다.  
 
정 내정자가 원장에 취임한 다음 해인 2009년 개원 이래 최대 규모의 경영실적을 달성하는 성과를 올렸다. 인근 지역 외에 전국 각지의 환자들이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으면서 전국 병원으로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상급종합병원에도 선정됐다. 
 
분당이라는 지역적 편중성을 극복하기 위해 전국 지방의료원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등 ‘전국 병원’의 기틀을 마련했다. 또 최첨단 의료정보 시스템 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해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힘스 애널리틱스사로부터 미국 밖에서는 세계 처음으로 의료정보화 최고 수준인 7단계 인증을 받는 등 의료IT 선도 병원으로서 탄탄한 입지를 굳혔다.
 
정 내정자는 분당서울대병원장일 당시 고객 중심의 병원 문화를 구축했다. 국립대병원은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 등 민간병원에 비해 불친절하다는 편견이 상당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 내정자부터 권위를 탈피하고 직원들과 소통에 나섰다. 직원들이 스스럼없이 환자만족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전체 병원에 확산시키는 문화를 만들었다. 병원업계 처음으로 ‘6시그마’ 경영기법을 도입해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병원 시스템도 정비했다. 
 
특히 개인 이메일 공개와 SNS 개설 등 얼리어답터로서 교직원들의 고충과 아이디어, 제언 등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며 주 1회 가정의 날로 정해 '칼퇴근'을 지시하는 등 여타 병원장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지난 2011년 분당서울대병원 암병원 개원을 앞두고 언론과 인터뷰에서 “출신 대학과 근무병원에 관계없이 실력 있는 전문의를 스카우트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면서 의료계 구태인 학연과 지연을 탈피한 실력 중심의 탕평책을 천명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런 정 내정자의 당시 행보로 직원들로부터 명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능력있는 병원장
경영 탁월한데…
 
정 내정자를 발탁 배경에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 초대 이사장을 맡았던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의 각별한 인연이 자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성 이사장은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초대 이사장을 맡은 인연으로 지금도 박근혜 대통령과 직접 통화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며 “본인이 장관 후보로 올랐지만 이를 고사하고 정 후보자를 추천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전했다.
 
정 내정자는 박정희정권 시절에 의과대학 학생회장을 맡아 민주화운동을 해 1년 늦게 졸업했다. 그런 그가 박근혜정부에서 복지부장관을 맡게 된 것은 기묘한 인연으로 보인다.
 
정 내정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민영화’ 기조에도 잘 맞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 내정자는 병원경영자의 이익집단인 대한병원협회에서 병원정보관리 이사를, 의료기기업자의 이익집단인 의료기기상생포럼에서 총괄운영위원장 등을 맡았다. 삼성과 SK텔레콤 등 전자회사와 통신사들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바이오산업과 헬스케어산업 등에 족적을 남겼다. 특히 그는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의 영리 합작회사인 헬스커넥트 사업에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산업창의융합포럼’ 글로벌헬스케어분과위원장을 맡아 ‘의료 규제 완화론’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기도 했다. 공무원연금 개편도 끝난 지금, 이러한 이력을 가진 정 내정자가 박 대통령 임기 말까지 ‘의료 영리화’ 정책에 박차를 가할 적임자로 평가받는 이유다.
 
특히 정 내정자가 현 정부가 논란 속에 추진해온 원격의료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의료에 활용하는 정부 정책에 속도와 힘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원격진료는 안전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고, 복지장관이 특허를 보유한 이해당사자일 경우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 내정자가 갖고 있는 21개 특허의 상당수는 원격진료, 병원자동화 영역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6월22일 출원돼 지난 4월8일 등록된 ‘원격진료 서비스 시스템 및 방법’ 특허는 정형외과전문의인 정 내정자가 의과 교수 5명과 함께 특허 발명자로 이름을 올렸다. 
 
구멍난 메르스 방역 책임 문형표 경질
서울대병원 교수 내정…대통령 의도는?
 
특허 내용은 수술 후 퇴원한 환자의 만성창상(욕창·궤양 등 만성적으로 자리 잡은 상처)을 의료진이 원격으로 관리하는 서비스 방식과 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환자가 스마트폰 같은 휴대용 단말기를 통해 환부 영상과 문진 정보를 의사에게 전송하면 의사가 상처 관리법, 치료용 제품, 영양·생활습관 권고 등을 다시 환자의 단말기로 전송하게 된다. 
 
정 내정자가 갖고 있는 특허에는 ‘휴대용 단말기를 이용한 의료정보시스템’과 ‘전자의무기록시스템’ 등도 포함돼 있다.
 
 
정 내정자의 특허 내용은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 취지와 일치한다. 복지부는 “자가관리를 해야 하는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나 수술 후 퇴원 환자의 편의를 위해 원격의료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도서벽지·원양선박·전방부대·교정시설 등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들은 원격의료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원격의료가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더 부추길 것이라며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의협은 원격의료·의료영리화 정책에 반발해 집단휴진까지 감행한 바 있다. 정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복지부장관으로 취임하면 원격의료의 전면적 도입 시기가 앞당겨질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의료민영 염두?
비전문가 논란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성명을 내고 “정 내정자는 분당서울대병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병원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동지역 의료수출을 추진한 인물”이라며 “박 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보건복지부를 아예 ‘복지는 없는 의료상업화 부처’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후보자 내정은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공공의료를 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병원정보시스템을 활용한 의료수출론을 키워 SK텔레콤 등이 벌인 개인의료정보 거래 등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의료산업화를 가속화할 인사정책”이라고 우려했다.
 
사실 정 내정자는 대내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야 의원실은 이번 청와대 인사 발표를 듣고 의외 인사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문형표 전 장관은 그래도 좀 알려진 인사였는데 정 후보자는 하마평에도 없었고 전혀 알지 못하는 인물”이라며 “정 후보자에 대해 알아본 뒤 청문회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야는 벌써부터 정 내정자의 관련 전문성을 놓고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새누리당은 관련 업무 전문가라고 치켜세웠지만, 새정치연합은 전문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정 내정자는 의료분야의 전문가다. 앞으로 질병에 대한 예방과 대처에 빈틈없이 능력을 발휘하고 국민의 복지 향상에 이바지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반면 김성수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정 내정자는 행정경험이라고는 분당서울대병원장 경력뿐이라 보건복지와 관련된 복잡한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로 보기 어렵다. 공적연금 등 당면한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하고 메르스 사태로 실추된 보건당국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정 내정자가 복지부장관으로 임명되려면 국회 인사청문회라는 1차 관문을 넘어야 한다.
 
17년만에 나온 의사출신 장관
끊임없이 지적되는 자질 논란 
 
문형표 전 장관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재직하면서 법인카드 사용 문제로 홍역을 치른 것에 비춰보면 정 내정자를 향한 야당의 파상공세가 예상된다. 정 내정자는 병원장 재직 시절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야당이 이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 가능성이 높다.
 
정 내정자가 장관에 임명된다고 해도 해결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등 공적연금 개혁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문형표 전 장관의 유임설이 나온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반면 정 내정자는 이 분야에 전혀 경험이 없으므로 국민적 관심사인 공적연금 개혁에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따라다닌다.  
 
보건의료단체는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분야를 별도 부처로 독립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복지부 의사결정구조에서 보건전문가가 전무하다는 이유여서다. 정 내정자의 이번 인사는 이런 요구를 일면 수용한 듯하지만, 메르스로 타격을 입은 보건의료단체와 정부 관계를 복원하는 문제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정 내정자가 장관에 임명돼 원격의료 도입을 추진하면 지난해 대한의사협회 파업 같은 극단적인 갈등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
 
예상 못한 인사
풀 현안 산적
 
정 내정자도 이같은 점을 인식하고 있다. 정 내정자는 이번 인선이 확정된 이후 간담회를 열고 “의료인으로서 (장관으로) 지명된 것은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복지와 더불어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를 더욱 발전시키라는 뜻으로 생각한다”며 “장관이라는 중책을 맡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청문회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통과해 장관에 임명되면 국민 건강과 복지 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min1330@ilyosisa.co.kr>
 
 
[정진엽은?]
 
▲ 서울 출생(58)
▲서울고, 서울대 의대, 서울대 의과대학원
▲원자력병원 선임의사
▲서울대병원 전임강사
▲미국 길레트 아동병원 펠로우
▲서울대병원 교수
▲서울대병원 소아정형외과 분과장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육연구실장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과장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진료부원장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원장
▲대한소아정형외과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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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