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광역자치단체장 탐구④ ‘말보다 실천형’ 김범일 대구광역시장

“‘희망의 도시, 일류 대구’ 꽃 피울 것”


6·2 지방선거 개표 결과, 한나라당 김범일 대구시장 후보가 민주당 이승천, 진보신당 조명래 후보를 큰 표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자로 확정됐다. 지난 2006년 대구시장에 당선된 데 이어 다시 한 번 대구시민들의 부름을 받은 것. 이 같은 대구시민들의 끊임없는 신뢰에 김 대구시장은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시장이 되겠다”며 “4년 전 초심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지난 4년 간 뿌린 씨앗을 꽃 피워 대구를 다시 일으켜 세우리라는 김 시장. ‘희망의 도시, 일류 대구’라는 싹을 틔우기 위해 분주한 그의 움직임에 주목해봤다.

중앙 관가에서 ‘잔뼈’ 굵은 정통 행정관료 출신
민선 4기 시절 지역 미래 발전 위한 포석 깔았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30여년 동안 중앙 관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행정관료 출신이다. 업무와 관련해서는 부하 직원들을 정신없을 정도로 몰아치는 스타일이지만 인간적 친화력이 뛰어나다고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중앙 정부 등에 두루두루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치 있는 입담으로
‘술 약점’ 당당히 극복

대학교 4학년 때 고시에 합격한 김 시장은 행시 12회로 공직에 입문해 총무처 공보관과 의정국장, 청와대 비서실 행정비서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상임위원, 행정자치부 기획관리실장, 산림청장, 대구시 정무부시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03년 산림청장 재직시절 차관급 자리에서 물러나 직급을 낮춰 대구시 정무부시장에 지원해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당시 ‘대구지하철 참사’ 등 잇단 대형 사고와 누적부채 급증 등으로 대구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지인들의 만류가 이어졌다.

하지만 김 시장은 “나를 키워 준 고향을 위해 일을 하는데 직급이 무슨 상관이냐”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는 대구시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뛰어난 영어 실력과 국제화 감각 또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경북고 재학 시절에는 교내 영어 동아리에서 활동했고 총무처 서기관 재직 때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대학원에서 2년 간 행정학을 공부했다.

주량은 맥주 1병 수준으로 비교적 약한 편이다. 이는 자칫 대인관계에 약점으로 작용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재치 있는 입담은 ‘술 약점’을 극복하고도 남을 정도다.

김 시장은 현재 세계지방자치단체연합 아시아·태평양(UCLG ASPAC) 집행위원회 회장과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공동 위원장, 전국 시도지사협의회 감사, 프로축구 대구FC 구단주 등의 보직을 맡고 있다.

민선 4기 시절 김 시장은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와 국가과학산업단지 조성,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을 통해 지역의 미래 발전을 위한 포석을 깔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김 시장이 취임 직후부터 “변변한 대기업 하나 없는 대구를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바꿔 ‘먹고 사는 문제’부터 해결하겠다”며 온 힘을 쏟은 데 대한 대가다.

154개 공약 중 118개가 완료…공약 이행률 ‘양호’
‘교육도시 대구’ 명성 되찾기 위해 투자 강화할 것

그리고 이런 굵직한 사업들의 행보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의 재임으로 사업의 연속성을 가지게 된 지금, 어떻게 성공적인 안착으로 이어갈 것인지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또 대구시의 민선 4기 공약 추진상황을 보면 미래 성장 동력 창출 분야를 비롯해 문화, 복지 등 10개 분야 154개 공약 가운데 118개가 완료됐고 나머지는 추진 중으로 공약 이행률이 양호하다.

미래 성장동력 창출에서는 IT와 첨단기계부품소재, 모바일 산업 부문의 육성, 모발연구 및 한방산업 지원 등 전체 29건 중 23건이 완료됐다. 서민경제 활성화는 중소기업 지원과 대형마트 신설 억제 등 14건 중 13건이 이행됐다.

과학기술 중심도시 도약으로는 산·학·연·관 협력 네트워크 구축, 융합형 기술개발의 공동 추진 등에서 성과를 보였고 인재중심도시를 위해서는 인력양성 해외 아카데미 유치, 영어마을 조성과 활성화 등을 이뤄냈다.

도시공간 재창조를 위해서는 도시디자인위원회 구성, 동성로 공공디자인 개선 등 문화도시 19개 공약 중 17건이 이행됐으며, 복지 부문은 임대주택 매입 확대, 저소득층 자녀 방과 후 바우처제도 도입 등을 시행했다.

특히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국가과학산업단지 조성,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각종 국책사업과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 등은 공약 이행과는 별도로 민선 4기의 주요 성과로 꼽힌다.

김 시장은 “그동안 대구의 미래를 위해 큰 그릇을 준비해왔다고 본다”며 “앞으로 4년은 지금까지 유치한 대형 국책사업이 성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민선 4기의 성과를 발판 삼아 그의 선거 슬로건처럼 대구를 ‘확’ 키우겠다는 것. 이에 따라 향후 시정이 어떤 방향으로 추진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방형 직위 확대
신상필벌 인사 철저

김 시장은 대구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지식산업 도시이자 교육특별시 ▲문화예술 중심도시이자 친환경 녹색도시 ▲따뜻한 복지도시이자 젊음이 넘치는 국제도시를 제시했다.

그는 민선 4기부터 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국가과학산업단지 개발, 동남권 신국제공항 조기 건설 등 핵심 현안은 지금까지의 기조를 유지함과 동시에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공직쇄신 등 변화의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김 시장은 우선 지역 공직사회의 변화를 주도할 계획이다. 대구가 오랜 경제적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공무원의 경직된 사고, 복지부동의 자세 등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김 시장은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개방형 직위를 확대하고 신상필벌 인사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겠다고 밝혔다.

대구를 키우는 수단으로 김 시장은 ‘지식산업도시’를 만들어 좋은 일자리를 5만개 창출하고 첨단의료복합단지, 국가과학산업단지, 경제자유구역, 연구개발특구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데 역점을 둘 계획이다.

또 과거 ‘교육도시 대구’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교육 부문에 대한 투자도 강화할 예정이다. 김 시장은 “그동안 교육은 교육감이 하는 일이라며 대구시가 방치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시·군·구가 적극 교육 부문을 지원하도록 하겠다. 먼저 재정적인 지원을 대폭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김 시장은 교육 지원예산을 1000억원 대로 확대, 고등학교 기숙사 건립 지원,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방과 후 학교 지원, 학교급식을 위한 친환경 음식재료 구입비 지원 확대, 세계적 수준의 명문대학 육성 등을 약속했다.

이와 함께 그는 시민들이 ‘품격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는 대구’를 구상 중이다. 각종 공연예술은 물론 대구미술관 개관, 문화창조발전소, 출판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대구를 국제적인 문화예술도시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또 김 시장은 “대구를 ‘친환경 녹색도시’로 만들어 시민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겠다”고도 밝혔다. 낙동강 살리기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금호강과 도심하천을 생태공원화해 시민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대구가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동남권 신국제공항 건설이 필수적이며 그 장소는 밀양이 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시민 곁의 시장
“적극 소통할 것”

김 시장은 노인, 장애인, 여성, 외국인근로자, 다문화가정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따뜻한 복지도시’를 지향하고 ‘젊은 대구’를 만들기 위해 상상력과 패기가 넘치는 광장과 거리문화를 활성화시키는 데도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김 시장은 시민 곁의 시장이 되기 위해 시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더 큰 대구 만들기 위원회’를 구성해 미래를 위한 그림을 그리고 실천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이와 함께 그는 앞으로 4년 동안 대구정신을 바탕으로 대구를 ‘확’ 키워 ‘희망의 도시, 일류 대구’를 반드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범일 대구광역시장 프로필

학력
·1963 대구초등학교 ·1966 경북중학교 ·1969 경북고등학교 ·1973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1984 미국 남가주대학교대학원(행정학 석사)


경력
·1972 제 12회 행정고등고시 합격 ·1980 총무처 교육훈련과장 ·1984 88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 휘장사업과장 ·1991 총무처 공보관 ·1993 중앙공무원교육원 교수부장 ·1994 총무처 의정국장 ·1996 대통령비서실 행정비서관 ·1997 총무처 조직국장 ·1998 정부조직개편위원회 실행위원 ·1998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상임위원(1급 상당)·1998 행정자치부 기획관리실장(관리관) ·2002 산림청장(차관급)·2003 대구광역시 정무부시장 ·2006 대구광역시장 ·2008 세계지방자치단체연합 아태지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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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