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귀 간지러운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 내정자

법조인이 인권이 뭔지 알기나 해?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 이성호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내정했다. 현직 서울중앙지법원장을 내정한 데 대해 시민사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또다시 밀실 인선했다는 지적과 후보 자격 검증 논란이 일 전망이다. 

 
“선배 법관을 대신해 억울하게 고초를 겪은 시민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고인이 된 이씨가 하늘나라에서 평안하기를 바라며 나머지 피해자들도 평화와 행복을 찾기 바란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의 대표적인 용공조작 사건인 ‘아람회 사건’에 대해 사건 발생일로부터 29년, 재심 청구 9년 만인 2009년에 전원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당시 판결을 내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였던 이성호(58·12기) 국가인권위원회 내정자도 주목을 받았다.
 
원칙주의자 정평
다양한 사건 다뤄 
 
이 내정자는 판결문을 통해 “법관에게는 소수자 보호라는 핵심 과제가 있어 절대권력자가 진실에 반하는 요구를 해도 소수자를 보호해야 한다”며 “극심한 불이익이 예상되더라도 진실을 밝히고 지켜내야 하는 것이 법관의 의무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다”며 선배 판사들을 대신해 사죄했다. 이 판결은 이 내정자가 30년을 판사로 재직하면서 ‘원칙주의자’로서 소신 있게 판결을 내려온 그의 모습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이 내정자는 충북 영동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0년 사법시험 제22회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12기로 법조계 생활을 시작했다. 1985년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부산고법 판사,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수원지법 부장판사, 서울지법 부장판사,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원장을 거쳐 서울중앙지법원장에 임명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은 법관이다. 지난해는 대법관 후보자로 추천되기도 했다.  이예림(31·사법연수원 40기) 울산지법 판사가 딸이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자상하고 균형감각을 갖춘 선배’ ‘사회적 약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에 뛰어난 법관’으로 정평이 나 있다. 행정·입법·사법부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관으로 핵심가치인 인권을 수호하는 인권위원회의 수장으로는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다뤘던 사건의 스펙트럼도 넓다. 서울고등법원 형사부장으로 있을 때는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과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 등 굵직하고 까다로운 항소심 재판을 원만하게 진행했다. 
 
미국 대학 연수로 쌓은 해외 법령 지식을 바탕으로 재판연구관 시설 비교법연구회 간사로 활동했다. 특히 지적 재산권 분쟁의 국제법적 문제에 관해 전문가로 꼽히며, 지적재산권을 주제로 40여편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로 있을 때는 로스쿨 실무수습생과 재판연구원의 첫 선발을 무난히 지휘해 사법행정 능력도 인정받았다. 
 
지난 20일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국가인권위원장에 이성호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 내정자는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와 서울남부지방법원장을 역임하는 등 약 30년 동안 판사로 재직하면서 인권을 보장하고 법과 정의, 원칙에 충실한 다수의 판결을 선고했고, 합리적 성품과 업무 능력으로 신망이 높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이어 “이 내정자는 인권 보장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탁월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인권위원회를 이끌 적임자로서 인권위원회의 발전과 대한민국의 위상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평판 나쁘지 않지만
인권전문가 아니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번 인선에 대해 시민사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또다시 밀실 인선을 하면서 인권위원장 후보 자격을 검증할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인권단체로 구성된 ‘국가인권위 인권위원장 인선절차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는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단체는 인권위원장 인선절차와 투명성 확보를 위해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국제민주연대, 인권정책연구소, 성소수자차별 반대 무지개 행동 등 10여개 시민단체들이 구성한 조직이다. 연석회의는 “그동안 인권위원장 인선절차를 마련하라는 국내외 인권단체 요구에 응하지 않다가 갑자기 위원장을 내정했다”고 비판했다. 
 
다수의 인권·시민사회단체는 ‘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은 인권위원 선출의 독립성에서 온다’며, 그간 인권위원장을 비롯한 인권위원 선출 절차 마련을 요구해왔다. 지난 4월에는 연석회의를 구성하고 청와대, 국회, 대법원에 ‘신임 인권위원장 및 인권위원 선출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인권위원 선출 절차를 마련하라는 요구는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의 경고를 따른 것이기도 하다. 
 
ICC는 2015년 3월 인권위원회 등급을 보류하며, 한국 정부가 인권위원장을 선임할 때 △공석을 널리 공고할 것 △다양한 사회계층 및 교육 배경을 지닌 지원자의 수를 최대화 할 것 △지원, 심사 및 선출 과정에 있어서 광범위한 협의 및 참여를 도모할 것 △사전에 결정된 객관적이며 공개된 기준으로 지원자들을 평가할 것 등을 이행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또 그쪽에서…” 시민단체들 비판 목소리
청와대 밀실 인선·후보 자격 검증 논란
 
ICC는 지난 2014년 3월, 10월도 등급심사를 보류했다. 위원 선출 기준을 정립하지 않고, 심사 및 선출 과정에 광범위한 협의와 참여를 증진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3회 연속 등급 보류는 사실상 강등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인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가 또다시 밀실 인선을 한 것은, 인권위원회 위상을 더 이상 추락하지 않게 하기 위한 시민 사회와 국제기구의 노력을 수포로 돌린 것이라는 지적이다. 연석회의 관계자는 “청와대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시민사회와 함께 후보자를 정할 것을 촉구했지만, 이날 인선이 있기까지 연락 한 통 받지 못했다”며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내정자가 인권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충분한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독립 기관이지만, 대통령이 임명권을 갖는다. 하지만 현직 법원장을 차출한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직속기관인 감사원장에 현직인 황찬현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차출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삼권 분립 훼손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이 지명한 이 내정자가 바로 황찬현 원장의 후임이었다.
 
“인선절차 없다”
입맛대로 내정
 
이 내정자가 인선된 것에 대해 법원공무원들까지 들고 일어났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청와대가 현직법관에게 인사권을 행사한 것과 다름없어, 삼권분립의 헌법정신 훼손을 우려한다”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 발표를 요구했다. 
 

법원본부는 이명박정부 이례로 고위법관의 행정부 고위관료 임용이 하나의 패턴처럼 굳어져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금까지 고위법관들이 행정부 고위관료로 간 사례를 보면, 2008년 김황식 대법관 감사원장 지명, 2013년 황찬현 서울중앙지방법원장 감사원장 지명, 2014년 최성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 임명 등이 있다.
 
법원본부는 “사법부의 독립은 법관 인사의 독립과 판결의 독립이 그 핵심이라 말할 수 있다”며 “그러나 현 정부는 2013년부터 해마다 현직법관을 행정부 고위 관료로 임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것은 청와대가 현직법관에게 인사권을 행사한 것과 다름없다. 사법부 독립을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권위원회가 제3의 사법기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인권위원회에 법조인이 너무 많아서다. 현재 인권위원회의 위원 11명 가운데 법조 출신이 8명이다. 상임위원 4명 중 3명이 법조인으로 구성돼 있다. 사회적 다양성을 대표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내정자의 전문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5조 2항에 따르면 “위원은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중략) 인정되는 사람 중에서 다음 각 호의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판검사 출신 가득한 인권위
추락한 위상 되찾을지 의문
 

하지만 이 내정자는 법률 전문가지 인권전문가는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로써 인권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는지도 알려진 게 없다. 청와대가 이 내정자를 인권위원장으로 인선했을 때 어떤 근거로 추천했는지 의문이다. 이 내정자는 수락한 근거가 무엇인지도 의뭉스럽다며 입 모아 말한다.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명숙 집행위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인권은 법을 뛰어넘어 사람의 권리와 존엄을 더 옹호하는 가치를 잣대로 명가해야 한다”며 “실정법에 한정해서 평가하는 그런 편협한 시각을 벗어나야 하는 게 중요하다”며 법조인 인선에 대해 비판했다.
 
박 대통령의 법조인 사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꾸릴 때부터 나타났다. 김용준(77·고시9회) 전 헌법재판소장을 위원장으로, 안대희(60·7기) 전 대법관을 정치쇄신특위위원장으로, 판사 출신인 진영(65·7기) 새누리당 정책위원장을 부위원장으로 기용했다. 
 
대통령 취임 후에는 김기춘(76·고시 12회) 전 법무부 장관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검찰 출신인 정홍원(71·4기)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국무총리로 임명했다. 지난해 4월에는 법원장을 마치고 재판업무에 복귀한 최성준(58·13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방송과 통신·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했고, 지난달에는 정부의 첫 법무부장관으로 2년3개월간 장수한 황교안(58·13기) 장관을 국무총리에 발탁했다.

또 법조인 사랑
인사청문회 고비
 
현 정부 들어 법조인 중용이 계속되는 이유는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에 잘 부합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또 판·검사 등 오랜 공직 경험과 법조인으로서의 절제된 삶으로 다른 직역에 비해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가 수월하다는 점도 대통령이 법조인을 선호하는 이유로 꼽힌다. 한편 국가인권위원장 임기는 3년으로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한다. 장관직에 준하기 때문에 국회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여야는 오는 8월11일 이 내정자의 후보 인사청문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min1330@ilyosisa.co.kr>
 
 
[이성호 내정자는?]
 
▲충북 영동
▲서울 신일고
▲서울대 법대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지법 부장판사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원장
▲서울중앙지법원장
 

<기사 속 기사> 추락한 인권위 '어제와 오늘'
 
전 세계에 100개가 넘는 나라에 국가인권기구가 있다. 1993년 채택된 파리원칙에 따라 독립적인 기구로서 해당 국가의 인권증진을 도모하고, 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은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를 설립했다. 인권위는 그간 국가 권력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다. 노무현정부 시절이던 2003년엔 이라크전 파병에 대해 반대 견해를 밝히며 정부에 신중히 판단할 것을 권고했다. 비록 실현되지 못했지만 인권위가 독립기구로서 역할을 다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후로도 인권위는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2004)와 사형제 폐지(2005),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인정과 대체복무제 입법 권고(2005) 등 때마다 제 목소리를 냈다. 덕분에 2007년엔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부의장국에 오르는 등 세계적인 모범 사례로도 소개됐다. 
 
하지만 2008년 보수 정권의 등장 이후 국가인권위원회는 권력의 인권침해에 대해 침묵하고 방조하기 시작했다. 
 
이명박정부 출범과 함께 급격하게 인권위원회 위상이 추락했다. 특히 2009년 현병철 위원장 취임 후 인권위가 만신창이가 됐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현 위원장은 내정자 시절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도마 위에 올랐다. 또 스스로 “인권에 대해 잘 모른다”고 실토했을 만큼 인권 경력이 전무해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이명박 대통령은 인사를 강행했다. 
 
그동안 현병철 인권위원회 체제는 이명박정부 때 ‘피디수첩 사건’ ‘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 등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며 인권 침해 문제에 눈을 감았다.
 
또 온 국민을 비통에 잠기게 한 세월호 참사와 헌정사상 초유의 정당해산, 집회 현장에서의 경찰 채증 등 정부에 불리한 인권 사안을 의도적으로 보고서에서 누락시킨 인권위원회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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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