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물러난 유승민 손익계산서

당심 잃고 민심 얻고..."배신자라 쓰고 소신파라 읽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결국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다 반강제적으로 원내대표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지난한 주는 ‘유승민 정국’이라고 불릴 만큼 그의 소신과 존재감이 빛났다. 지고도 이겼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 의원의 손익계산서가 나쁘지 않다.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제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입니다.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작은 것 버리고 
큰 것을 취하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사퇴 회견문의 일부다. 지난 8일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확인된 의원들의 뜻을 수용하며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지난 2월2일 원내대표에 선출된 지 156일,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유 의원을 향해 “배신의 정치”라고 선언한 지 13일 만이다. 
 
유 의원은 사퇴 회견문에서도 박 대통령에게 맞서는 소신 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였다. 특히  헌법 1조 1항을 언급했다. 이는 의원들 손으로 선출한 원내대표를 일방적으로 끌어내리려 해 반민주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박 대통령과 친박근혜계 의원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조 친박이었던 유 의원이 사실상 이번 행보로 박 대통령과 친박과 완전히 결별을 선언한 셈이다.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의 뜻대로 결국 등 떠밀려 사퇴했다. 겉으로 보기에 유 의원이 원내대표직 자리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계 관계자들과 여론의 평가는 이번 행보가 유 의원이 정치인으로서 존재감이가장 빛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다시 말해 오히려 얻은 게 더 많다는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9일 공개한 차기 여권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유 의원은 지난달 조사에 비해 11.4%포인트나 오른 16.8%를 기록해 김문수 전 경기지사(6.0%), 정몽준 전 의원(5.7%), 오세훈 전 서울시장(5.1%)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특히 19.1%로 1위를 차지한 김무성 대표와는 2.3%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리얼미터의 이번 조사는 유 의원이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지난 8일 하루 동안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지역별로는 대전·충청·세종(36.0%)과 광주·전라(19.7%)에서 1위에 올랐고, 대구·경북(TK)에서는 김무성 대표(22.2%)에 불과 1.1%포인트 뒤진 21.1%로 2위를 기록했다. 서울(16.8%)과 부산·경남·울산(12.8%), 경기·인천(12.7%)에서도 모두 2위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30대(24.0%)와 40대(29.7%)에서 김무성 대표(30대 8.1%, 40대 9.4%)를 크게 이겼고,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각각 12.6%, 10.1%를 기록했다. 성별로는 여성(18.0%)에서 1위, 남성(15.7%)에서는 김 대표(23.7%)에 이어 2위였다.

반강제적으로 사퇴…소신·존재감 빛나
‘마이웨이’ 선언 개혁적 보수로 거듭나

지지 정당별로는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9.8%의 지지율로 2위로 올라섰고,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에서는 20.1%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무당층에서는 20.9%의 지지율로 김 대표(5.3%)에 크게 앞섰다. 대구 출신의 중진 의원에서 전국구 정치인으로 거듭난 셈이다. 결과적으로 유 의원은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았지만, 지지율이 급등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치적 자산을 얻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 의원은 지난 4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야권의 찬사를 이례적으로 끌어냈다. 이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혁신적인 보수’이미지를 확고히 함으로써 중도·진보층까지 정치적 저변을 확장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비박계가 다수 포진한 수도권을 중심으로는 유 의원이 총선 전에 재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잠룡군에 포함
여권주자 2위
 
유 의원이 이번 행보로 원내대표직을 잃었다. 일각에서는 원내대표직 자리는 다양한 역할을 통해 정치력을 정상적으로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유 의원이 사퇴를 통해 그가 지도자로서 대중에게 보여준 소신과 존재감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잃은 것도 아니라고 입 모아 말한다. 
 
하지만 유 의원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당내에서는 유 의원은 내년 4월 총선에서 박 대통령의 ‘표적 낙천 대상 1호’가 돼 공천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 의원은 표면적으로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끝까지 버티기는 했지만 결국엔 사퇴를 수용했기 때문에 박 대통령 주요 지지층인 보수층에게 배신자라는 꼬리표는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유 의원의 지역구가 대구 동구 을로,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TK)에서 재기가 가능할지 여부를 두고서도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유 의원이 박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90도 사과를 했지만, 그 후 청와대와 친박계의 반응이 냉정했고, 사실상 '원내대표 찍어내기'로 이어졌기 때문에 내년도 총선에서 공천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유 의원의 명운은 향후 박 대통령의 순항과 새누리당 체제에 달려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 정부가 내년 총선 전까지 순항하느냐 아니면 위기를 맞느냐에 따라 유 의원의 ‘몸값’이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정치 평론가들은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입김이 내년 총선까지 이어지면 정치인 유승민은 위기에 놓일 것”이라면서 “하지만 정치적인 유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총선 전에 유승민의 가치가 주목받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유 의원은 그 동안 굴곡진 정치 역정을 걸어왔다. 그는 소신 있는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여당 인사다. 정치 무대 한가운데서 화려하게 활동을 하다가도 한순간 무대에서 사라져 버릴 정도로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을 가지고 있어서다. 

사퇴회견까지 당당
대통령에게 직격탄 
 
아버지는 판사 출신으로 제13대, 14대 국회의원을 지낸 유수호 전 의원이다. 유 의원은 1958년 대구 출생으로 경북고, 서울대 경제학과 등을 졸업하며,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만기 제대를 했다. 이후 1987년 위스콘신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까지. 전형적인 ‘TK(대구경북)’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1983년부터 4년간 위스콘신대 경제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도 시장의 자율을 중시하는 신고전학파 학풍과 달리 정부 개입의 필요성 등 소신을 피력하고는 했다.
 
유 의원은 박사학위 취득 이후 1987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선임연구원을 지낸다. 이 당시 그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해소 연구에 주력했으며, 우리나라 공정거래정책 연구에 초석을 놓은 사람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1998년 유 의원은 이회창 전 총재를 만난 후 KDI 교수를 그만두고 한나라당으로 입당한다.  월급도 없는 한나라당의 여의도연구소장직을 맡아 이 총재를 도왔다. 하지만 이 총재의 핵심 경제 참모로 대선을 치른 유 의원은 대선 패배한다. 이에 더해 이른바 ‘차떼기’파동으로 감옥에 간 정치인들을 면회하며 야인의 시간을 보낸다. 
 
한때 친박 선봉
지금은 등 돌려
 
그러던 중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한나라당 대표직을 맡은 박 대통령의 ‘호출’을 받았다. 유 의원은 세 번을 고사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삼고초려 끝에 그를 비서실장으로 영입했다. 
 
2005년 박 대통령은 비서실장 유 의원을 대구에 보내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변신시켰다. 그는 ‘유승민 정치’를 강조해왔다. 따지고 보면 유 의원은 박 대통령에 대한 의리가 있었던 정치인이었다. 그는 유승민의 정치를 잠시 접고, 박 대통령의 인간적인 매력에 끌려 2007년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이명박 정부의 저격수도 마다치 않았다.
 
유 의원은 지난 2011년 당 대표 경선에 나서면서 유승민의 정치를 가동했다. 그는 당시 홍준표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친박계의 표가 분산되지 않았던 게 주요 요인이었다. 하지만 유 의원은 표 때문에 박 대통령을 무작정 ‘숭배’하지 않았다. 다른 친박과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유 의원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을 ‘동지’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는 상명하복식의 친박계 분위기에서는 감히 내뱉을 수 없는 발언이다.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을 동지로 생각했지만, 박 대통령은 유 의원을 신하 정도로 여겼던 것 같다. 이 지점이 결별의 씨앗이었던 셈이다. 또 유 의원은 평소 직언을 서슴지 않는 스타일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원만치 않았다. 
 
박 대통령은 2009년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황우여 원내대표’ 카드를 밀었지만, 유 의원은 이를 지지하지 않았다. 유 의원은 또 2011년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박 대통령의 행보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새누리당으로 당명 개정도 강하게 반대했다. 지난해 10월엔 청와대 외교안보팀을 ‘청와대 얼라(어린아이의 경상도 사투리)’라고 지칭하면서 날을 세웠다.
 
유 의원은 올해 초 집권여당의 원내사령탑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는 원내대표 경선 때 박 대통령을 위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겠다고 선언, 박 대통령과의 관계회복에 나서는 듯했다.
 
그러나 유 의원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박 대통령의 ‘공약 가계부’를 거론하며 “더 이상 지킬 수 없다. 반성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청와대로선 매우 불쾌한 대목”이라고 한 친박계 의원은 전했다. 유 의원은 또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정치적 소신을 거리낌 없이 밝혔고, 박 대통령 역시 이와 관련해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북한의 핵위협에 맞서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도입 공론화를 주장하는 등 청와대와 잇따라 엇박자를 냈다.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배신의 정치”를 운운하며 유 의원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사실상의 사퇴 압박이다. 유 의원은 곧장 국회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우리 박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대통령께서 국정을 헌신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데 여당으로서 충분히 뒷받침해 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한 마음 금할 길 없다”며 몸을 바싹 낮췄다.
 
당 공천 불투명
향후 행보 주목
 
하지만 지난달 29일 청와대가 반대했던 국회법 개정안을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함께 통과시키자 두 사람의 관계는 결국 파국에 치닫게 됐다. 유 의원은 원내대표직 사퇴한 다음날인 9일 측근들과의 만찬에서 “내년 총선에서 다들 잘돼서 살아남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유 의원의 미약한 정치적 기반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파국에 치달았던 당과 청와대의 실타래를 그가 풀 수 있을지. 또 앞으로 그가 홀로서기에 성공해 차기 대선 주자로까지 발돋음 할 수 있을지 향후 행보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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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