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물러난 유승민 손익계산서

당심 잃고 민심 얻고..."배신자라 쓰고 소신파라 읽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결국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다 반강제적으로 원내대표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지난한 주는 ‘유승민 정국’이라고 불릴 만큼 그의 소신과 존재감이 빛났다. 지고도 이겼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 의원의 손익계산서가 나쁘지 않다.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제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입니다.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작은 것 버리고 
큰 것을 취하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사퇴 회견문의 일부다. 지난 8일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확인된 의원들의 뜻을 수용하며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지난 2월2일 원내대표에 선출된 지 156일,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유 의원을 향해 “배신의 정치”라고 선언한 지 13일 만이다. 
 
유 의원은 사퇴 회견문에서도 박 대통령에게 맞서는 소신 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였다. 특히  헌법 1조 1항을 언급했다. 이는 의원들 손으로 선출한 원내대표를 일방적으로 끌어내리려 해 반민주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박 대통령과 친박근혜계 의원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조 친박이었던 유 의원이 사실상 이번 행보로 박 대통령과 친박과 완전히 결별을 선언한 셈이다.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의 뜻대로 결국 등 떠밀려 사퇴했다. 겉으로 보기에 유 의원이 원내대표직 자리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계 관계자들과 여론의 평가는 이번 행보가 유 의원이 정치인으로서 존재감이가장 빛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다시 말해 오히려 얻은 게 더 많다는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9일 공개한 차기 여권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유 의원은 지난달 조사에 비해 11.4%포인트나 오른 16.8%를 기록해 김문수 전 경기지사(6.0%), 정몽준 전 의원(5.7%), 오세훈 전 서울시장(5.1%)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특히 19.1%로 1위를 차지한 김무성 대표와는 2.3%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리얼미터의 이번 조사는 유 의원이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지난 8일 하루 동안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지역별로는 대전·충청·세종(36.0%)과 광주·전라(19.7%)에서 1위에 올랐고, 대구·경북(TK)에서는 김무성 대표(22.2%)에 불과 1.1%포인트 뒤진 21.1%로 2위를 기록했다. 서울(16.8%)과 부산·경남·울산(12.8%), 경기·인천(12.7%)에서도 모두 2위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30대(24.0%)와 40대(29.7%)에서 김무성 대표(30대 8.1%, 40대 9.4%)를 크게 이겼고,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각각 12.6%, 10.1%를 기록했다. 성별로는 여성(18.0%)에서 1위, 남성(15.7%)에서는 김 대표(23.7%)에 이어 2위였다.

반강제적으로 사퇴…소신·존재감 빛나
‘마이웨이’ 선언 개혁적 보수로 거듭나


지지 정당별로는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9.8%의 지지율로 2위로 올라섰고,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에서는 20.1%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무당층에서는 20.9%의 지지율로 김 대표(5.3%)에 크게 앞섰다. 대구 출신의 중진 의원에서 전국구 정치인으로 거듭난 셈이다. 결과적으로 유 의원은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았지만, 지지율이 급등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치적 자산을 얻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 의원은 지난 4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야권의 찬사를 이례적으로 끌어냈다. 이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혁신적인 보수’이미지를 확고히 함으로써 중도·진보층까지 정치적 저변을 확장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비박계가 다수 포진한 수도권을 중심으로는 유 의원이 총선 전에 재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잠룡군에 포함
여권주자 2위
 
유 의원이 이번 행보로 원내대표직을 잃었다. 일각에서는 원내대표직 자리는 다양한 역할을 통해 정치력을 정상적으로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유 의원이 사퇴를 통해 그가 지도자로서 대중에게 보여준 소신과 존재감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잃은 것도 아니라고 입 모아 말한다. 
 
하지만 유 의원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당내에서는 유 의원은 내년 4월 총선에서 박 대통령의 ‘표적 낙천 대상 1호’가 돼 공천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 의원은 표면적으로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끝까지 버티기는 했지만 결국엔 사퇴를 수용했기 때문에 박 대통령 주요 지지층인 보수층에게 배신자라는 꼬리표는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유 의원의 지역구가 대구 동구 을로,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TK)에서 재기가 가능할지 여부를 두고서도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유 의원이 박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90도 사과를 했지만, 그 후 청와대와 친박계의 반응이 냉정했고, 사실상 '원내대표 찍어내기'로 이어졌기 때문에 내년도 총선에서 공천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유 의원의 명운은 향후 박 대통령의 순항과 새누리당 체제에 달려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 정부가 내년 총선 전까지 순항하느냐 아니면 위기를 맞느냐에 따라 유 의원의 ‘몸값’이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정치 평론가들은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입김이 내년 총선까지 이어지면 정치인 유승민은 위기에 놓일 것”이라면서 “하지만 정치적인 유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총선 전에 유승민의 가치가 주목받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유 의원은 그 동안 굴곡진 정치 역정을 걸어왔다. 그는 소신 있는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여당 인사다. 정치 무대 한가운데서 화려하게 활동을 하다가도 한순간 무대에서 사라져 버릴 정도로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을 가지고 있어서다. 

사퇴회견까지 당당
대통령에게 직격탄 
 

아버지는 판사 출신으로 제13대, 14대 국회의원을 지낸 유수호 전 의원이다. 유 의원은 1958년 대구 출생으로 경북고, 서울대 경제학과 등을 졸업하며,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만기 제대를 했다. 이후 1987년 위스콘신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까지. 전형적인 ‘TK(대구경북)’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1983년부터 4년간 위스콘신대 경제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도 시장의 자율을 중시하는 신고전학파 학풍과 달리 정부 개입의 필요성 등 소신을 피력하고는 했다.
 
유 의원은 박사학위 취득 이후 1987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선임연구원을 지낸다. 이 당시 그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해소 연구에 주력했으며, 우리나라 공정거래정책 연구에 초석을 놓은 사람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1998년 유 의원은 이회창 전 총재를 만난 후 KDI 교수를 그만두고 한나라당으로 입당한다.  월급도 없는 한나라당의 여의도연구소장직을 맡아 이 총재를 도왔다. 하지만 이 총재의 핵심 경제 참모로 대선을 치른 유 의원은 대선 패배한다. 이에 더해 이른바 ‘차떼기’파동으로 감옥에 간 정치인들을 면회하며 야인의 시간을 보낸다. 
 
한때 친박 선봉
지금은 등 돌려
 
그러던 중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한나라당 대표직을 맡은 박 대통령의 ‘호출’을 받았다. 유 의원은 세 번을 고사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삼고초려 끝에 그를 비서실장으로 영입했다. 
 

2005년 박 대통령은 비서실장 유 의원을 대구에 보내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변신시켰다. 그는 ‘유승민 정치’를 강조해왔다. 따지고 보면 유 의원은 박 대통령에 대한 의리가 있었던 정치인이었다. 그는 유승민의 정치를 잠시 접고, 박 대통령의 인간적인 매력에 끌려 2007년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이명박 정부의 저격수도 마다치 않았다.
 
유 의원은 지난 2011년 당 대표 경선에 나서면서 유승민의 정치를 가동했다. 그는 당시 홍준표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친박계의 표가 분산되지 않았던 게 주요 요인이었다. 하지만 유 의원은 표 때문에 박 대통령을 무작정 ‘숭배’하지 않았다. 다른 친박과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유 의원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을 ‘동지’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는 상명하복식의 친박계 분위기에서는 감히 내뱉을 수 없는 발언이다.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을 동지로 생각했지만, 박 대통령은 유 의원을 신하 정도로 여겼던 것 같다. 이 지점이 결별의 씨앗이었던 셈이다. 또 유 의원은 평소 직언을 서슴지 않는 스타일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원만치 않았다. 
 
박 대통령은 2009년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황우여 원내대표’ 카드를 밀었지만, 유 의원은 이를 지지하지 않았다. 유 의원은 또 2011년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박 대통령의 행보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새누리당으로 당명 개정도 강하게 반대했다. 지난해 10월엔 청와대 외교안보팀을 ‘청와대 얼라(어린아이의 경상도 사투리)’라고 지칭하면서 날을 세웠다.
 
유 의원은 올해 초 집권여당의 원내사령탑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는 원내대표 경선 때 박 대통령을 위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겠다고 선언, 박 대통령과의 관계회복에 나서는 듯했다.
 
그러나 유 의원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박 대통령의 ‘공약 가계부’를 거론하며 “더 이상 지킬 수 없다. 반성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청와대로선 매우 불쾌한 대목”이라고 한 친박계 의원은 전했다. 유 의원은 또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정치적 소신을 거리낌 없이 밝혔고, 박 대통령 역시 이와 관련해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북한의 핵위협에 맞서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도입 공론화를 주장하는 등 청와대와 잇따라 엇박자를 냈다.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배신의 정치”를 운운하며 유 의원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사실상의 사퇴 압박이다. 유 의원은 곧장 국회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우리 박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대통령께서 국정을 헌신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데 여당으로서 충분히 뒷받침해 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한 마음 금할 길 없다”며 몸을 바싹 낮췄다.
 
당 공천 불투명
향후 행보 주목
 
하지만 지난달 29일 청와대가 반대했던 국회법 개정안을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함께 통과시키자 두 사람의 관계는 결국 파국에 치닫게 됐다. 유 의원은 원내대표직 사퇴한 다음날인 9일 측근들과의 만찬에서 “내년 총선에서 다들 잘돼서 살아남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유 의원의 미약한 정치적 기반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파국에 치달았던 당과 청와대의 실타래를 그가 풀 수 있을지. 또 앞으로 그가 홀로서기에 성공해 차기 대선 주자로까지 발돋음 할 수 있을지 향후 행보도 주목된다.  
 
 
<min1330@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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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