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뭐가 뭔지∼’ 정신없는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

'메르스 시국'서 멍∼때리다 골든타임 놓쳤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메르스 사태 원인은 초기 대응 실패다. 안일한 정부의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 화살은 보건복지부로 향했다. 수장인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화살이 집중포화 됐다. 그런데도 문 장관은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매뉴얼’ 탓만 했다. ‘내 탓 아니오’라고 일관하는 그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자질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문형표 장관은 1956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고,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문 장관은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등과 서울고 27회 문과 동기이기도 하다. 연세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수료했다. 이후 1998년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 사회복지 행정관으로 일했다. 2002년에는 미국 UC버클리대학의 객원교수로 지내기도 했다.  
 
부적절한 인사
처음부터 논란
 
문 장관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재정·복지정책 연구부장으로 근무했다. 당시 그는 KDI에서 주로 한국의 노후소득보장체계 구축에 관한 연구와 경제 위기에 따른 분배구조의 변화와 시사점, 공적연금의 재정적 고찰 및 개선과제 등을 연구했다. 또 복지지출 수준의 평가와 전망 등 주로 공공경제학을 연구했다. 
 
문 장관과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은 2004년 기초연금으로 맺었다. 당시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를 맡은 박 대통령이 연금 전문가들로 꾸린 특별 태스크포스에 합류해 주요 멤버로 참여했다. 이 때문에 장관으로 임명됐을 당시 ‘수첩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문 장관은 진 영 전 장관이 전격적으로 사퇴하자 공석이던 자리를 맡았다. 진 전 장관은 청와대가 대선 당시 내세웠던 ‘65세 이상 고령자 모두에게 월 20만원 기초연금 지급’ 약속을 깨고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 지급하는 기초연금안’을 제시하자 “양심에 위배된다”며 사퇴했다. 
 
문 장관은 박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발탁될 때부터 기초연금을 처리하기 위한 구원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수첩인사가 매번 그랬듯이 문 장관도 자질 논란을 피해갈 수 없었다.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나설 당시 문 장관의 과거 발언이나 이력이 속속 드러나면서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판을 샀다.
 
문 장관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KDI에 재직하면서 부인과 아들의 생일에 법인카드를 사용해 저녁식사를 하는 등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목희 민주당 의원은 윤 장관이 2008년부터 지난해 최근 5년간 아들 생일과 배우자 생일에 총 8번에 걸쳐 KDI법인카드로 고급 호텔과 일식집 등에서 식사했다며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공개했다. 
 
문 장관은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발뺌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했는데, 부인과 아들 생일 저녁에 같이 밥 한 끼 안 먹고 계속 남들과 일하면서 먹었다는 소리냐”며 “배우자와 아들 생일이 일 년에 여러 번 있는 것도 아닌데 밥을 먹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고 하면 누가 믿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문 장관이 2008년부터 지난 5년 간 KDI 재직 시 사용했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분석한 결과 기재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집행 지침을 위반한 사례가 500여건, 7000만원이 넘었다. 개인휴가 때 법인카드를 사용한 건수는 총 5건(54만원)이며 공휴일 및 토·일요일에 사용한 것이 총 70건(609만원), 관외지역 사용이 총 455건(6384만원)이었다.
 
 

이 의원은 “KDI가 있는 종로구, 동대문구 성북구 등 관내 지역을 벗어나 주로 문 후보자의 주거지인 서초구와 강남구 일대의 식당에서 집중적으로 결재된 건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증거 아니냐”며 추궁했다.
이에 대해 문 장관은 “주말에도 근무하는 날이 많아 회사에 나가 직원들과 식사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법인카드 사용과 관련한 기록은 모두 제출된 것으로 안다. 시간을 주시면 더 파악해서 사후에라도 보고를 드리겠다”며 진땀을 뺐다. 
 
경제학자에 국민 보건을 맡겨놨으니…
메르스 걷잡을 수 없이 전국으로 확산
 
문 장관은 KDI 연구원 시절 공적연금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보편적 복지보다는 선별적 복지를 강조했다. 기초연금도 예외가 아니었다. 심지어 용역보고서를 통해 청와대 안이었던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 방식’도 “시기상조”라며 반대했다. 
 
하지만 청문회에서 그는 “개인 학자적 입장에서 말하자면 원칙적으로 필요한 분에게 집중적 지원을 하는 제도가 우선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면서도 “재정적 여건이 허락한다면 (보편적 복지) 공약을 실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을 바꿔 소신이나 실력도 없는 인사라며 비판을 받았다. 
 
문 장관은 명실공히 연금 분야에서 국내 최고로 인정받는 경제학자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연금과 복지 분야의 이해가 깊은 것과 달리 보건과 의료는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자인 문 장관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며 우려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전국으로 퍼지고 격리자가 1800여명을 넘어서면서 국민의 불안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초기 대응에 실패한 정부와 보건당국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아졌다. 문 장관의 책임론 또한 빗발쳤으며 언행불일치로 뭇매를 맞기도 했다. 
 
무능·무책임
사퇴요구 빗발
 
지난 5월29일 문 장관은 직접 주재한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회의 모두 발언에서 “개미 한 마리라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자세로 하나하나 철저하게 대응해서 국민이 정부 대응체계를 신뢰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장관의 발언을 지켜보던 관계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생물학을 전공한 그는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방역문제에 대해 ‘개미 한 마리’라는 표현은 절대 못 쓴다”며 “매우 정치적인 수사에 불과한 표현으로 전혀 신뢰가 안 간다”며 지적했다.
 
 

지난 3일 메르스 확진자 중 2명이 사망한 가운데 환자 수는 30명으로 늘어났다. 더욱이 3차 감염자도 나온 상황이라 긴장감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 장관은 메르스 관련 지역과 병원의 비공개 원칙을 고수, 국민의 불안감과 불신을 키웠다. 하지만 문 장관은 태평했다. 그는 “메르스는 밀접 접촉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어떤 환자가 해당 병원에 있었다고 해서 그 병원에 가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며 병원명 비공개 원칙을 밝혔다. 
 
이 같은 문 장관의 발언은 병원 경영을 위해 주민의 안전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을 면치 못했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루머와 일명 ‘찌라시’가 확산되면서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은 그 여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문 장관은 경제학자이고 차관은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경제관료에게 복지 행정의 수장을 맡기고 차관조차 보건에 대한 아무런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에게 맡길 정도로 우리나라는 보건의료정책을 경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 장관은 이른바 ‘마스크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지난 2일 문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메르스 관련 관계부처 장관회의 결과 및 향후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메르스 마스크에 관한 언급을 했다. 문 장관은 메르스가 공기 중 감염이 아니므로 확진 환자가 발생한 병원을 방문한 환자 등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느냐는 질문에 “마스크 착용하는 것들은 메르스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위생을 위해서 장려한다. 굳이 메르스 때문에 추가적인 조치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기대응 실패…뒤늦게 ‘허둥지둥’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비판 일색
 

네티즌들은 문 장관이 지난달 23일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 메르스 확산방지를 위해 카타르 도하발 항공기의 특별 검역상황을 점검할 당시 마스크를 착용한 사진을 거론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누리꾼들은 이번 발언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해당 사진들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공간에 확산시켰다. 네티즌들은 “보여주기식 복장과 발언은 국민의 불안감만 키울 것”이라며 문 장관을 비판했다.
 
문 장관은 지난 8일 메르스 확산 관련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부실 대응에 대해 사과는 했지만, 정부의 ‘실패’를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경직된 매뉴얼에 책임을 돌렸다. 청와대 책임 지적에는 답변을 얼버무렸다.
 
문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메르스 관련 긴급현안질문에 출석해 “초동대응에서 좀 더 면밀하게 대응했으면 지금보다 더 빨리 메르스 사태를 종식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과 정의당 정진후 의원 등이 ‘정부가 실패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묻자 “실패라기보다는 충분치 못했다”고 말했다. 또 “복지부 전체 정책 방향이 실패라고 말씀하시면 그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문 장관은 초기 단계의 문제점 중 하나로 “지침이 기존에 경직돼 있어 모니터링 망을 짜면서 상당히 협소하게 짰다”고 말했다. 사실상 ‘경직된 매뉴얼(지침)’ 탓을 한 것이다.
 
그는 “메르스 지침을 만들어 놓고 있었는데, 그 지침이 상당히 경직적으로 돼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메르스라는 질환에 대해서도 정확한 정보가 담겨 있지 않았는데 일선 현장에서 담당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마치 딱 맞게만 해야 한다는 식으로 경직적으로 운용하다 보니 상당히 많은 누락이 발생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 야당은 문 장관이 매뉴얼 탓도 모자라 책임을 일선 현장의 직원들에게 돌리는 게 아니냐며 비판했다.
 
 
문 장관은 “완벽하지 못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매뉴얼대로 해오고 있지만 아무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어서 놓치는 사람(환자)도 있고, 본인들이 감추고 숨기면 찾아내는 데 한계가 있었던 점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 장관의 발언에 야당은 “왜 실패라는 말을 쓰기를 그렇게 두려워하느냐”며 “1차 유입 방지 실패, 2차 초기대응 실패, 3차 감염자 확산 실패, 실패의 연속이었지 않나”라고 질타했다. 그러자 문 장관은 “실패라는 단어에 집착되기보다는…”이라며 실패에 대한 시인을 주저했다.
 
이랬다 저랬다
말바꾸기 뭇매
 
문 장관은 청와대 책임 부분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는 정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이 6월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환자의 기본적인 숫자조차도 잘못 말했다”고 지적하자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확진 환자 숫자를 18명이라고 발표했으나, 불과 몇 시간 뒤에 열린 청와대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15명이라고 말했다. 이는 청와대가 정상적으로 이번 사태를 보고받고 파악하고 있는지 여부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문 장관은 “보고가 잘못된 건가, 청와대에 문제가 있는 건가”라는 정 의원의 추궁에 “거기에 대해서는 과정을 잘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뭐라 말씀드리기는 그렇다”고 얼버무렸다. 이어 “보고는 제대로 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알고 있다”고 문 장관은 답했다. 이어 “그러면 청와대가 문제 아니냐”는 거듭된 지적에 “잘 모르겠다”고 즉답을 회피했다. 그러면서 “보고한 시간이나 이런 것에 대해서는 살펴보겠다”라고 덧붙였다.
 
야당은 문 장관에게 “박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를 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문 장관은 “5월26일 국무회의에서 첫 보고를 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공식 회의 이외에 대면보고를 했는지에 대해선 "유선상과 통화로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고 에둘러 답변했다.
 
문 장관은 정부 발표에서 병원 정보가 틀린 데 대해선 “정말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겠다”며 거듭 사과했다. 그는 “실수였고 저희 직원들이 24시간 대기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야당은 “오타가 아니라 명백히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인데, 이것은 정말 국민을 화나게 하는 것”이라며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병원 명단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질병관리본부가 어떻게 메르스를 제대로 관리하겠나”라고 질타했다.
 
이번 사태로 문 장관의 사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야당은 비상사태의 진원지는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무개념의 총체적 결과물이라며 문 장관이 말하면 반대로 된다고 해서 ‘문형표의 저주’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며 문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는 ‘펠레의 저주’에서 비롯됐다. 축구선수 펠레가 예측하면 결과는 항상 정반대로 나오기 때문이다. 문 장관이 지금까지 메르스 사태를 대수롭지 않게 예측하고 안일하게 대응했다. 하지만 사태가 심각해지자 펠레의 저주는 문형표의 저주로 탈바꿈됐다.   
 
새누리당조차도 문 장관이 사퇴해야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박근혜 정부 내각에 위기관리를 할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며 “리더십 있는 인물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 문제가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이 친박계 맏형으로서 그 동안 청와대 국정운영을 뒷받침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는 문 장관 등의 사퇴를 돌려 말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태 진정돼도
사퇴 불가피
 
문 장관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쪽은 정치권만이 아니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현장에서 직접 체험한 의사들도 문 장관의 사퇴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모임인 ‘미래를 생각하는 소아청소년과의사 모임’은 최근 “의학적 지식과 경험이 없어 메르스 사태 해결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라며 문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또 초기 대응 실패의 책임을 해당 환자를 진료한 병원과 의료진에게만 물리는 문 장관의 행태에 장관 자격은 이미 바닥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문 장관은 본인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사태 조기 안정에 노력하겠다”며 밝힐 뿐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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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