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연대’ 선도하는‘장애인 문화공간’최재호 대표


 
“대중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바로잡혀 있느냐에 따라 장애인 문화도 발전하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전환입니다.”
‘장애인 인권’과 ‘장애인 문화권’을 찾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이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장애인 문화공간’ 최재호(43) 대표다. 지체장애 3급인 최 대표는 장애인실업자종합지원센터(이하 장실센터)에서 사업팀장으로 활동하다가 2003년 7월 ‘장애인문화공간’의 대표라는 날개를 달고 새로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전환 시급하다”

그동안 장애인은 경제적 부담감, 부족한 편의시설, 사회 인식 부족, 접근권 및 이동권 등의 문제로 인해 문화예술 활동에 있어 ‘소외계층’이었다. 그렇다면 장애인에게 있어 문화란 어떤 것이며 장애인이 문화예술 활동에서 받고 있는 차별은 무엇일까. 최 대표는 그동안 ‘장애인문화공간’을 운영하면서 느꼈던 장애인 문화에 대해 흉금을 털어놓았다.
“영화, 연극, 노래, 영상, 이런 것들을 소위 문화 예술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장애인이 문화활동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신체적 조건이 맞아야 하지요. 하지만 대부분 장애인은 신체적 결함에 의해 문화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애인이 주체가 되는 문화
“장애인에 대한 인식전환 필요”

실제로 우리 사회는 대부분의 문화가 장애인이 중심이기보다 비장애인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진행되기 때문에 장애인은 문화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적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 대표는 “장애인이 문화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늘 관객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스스로 문화활동에 참여하고 또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문화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있어 장애인은 항상 객이었다. 문화를 포함하여 장애인 운동을 통해 장애인이 객이 아닌 주인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최 대표는 무엇보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고 거듭 주장한다.
“장애인계의 노력 끝에 장애인에게 가해지고 있는 차별을 법을 통해 금지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나 ‘활동보조인 제도’가 제정된 것과 아울러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인식 전환도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비장애인들이 중증장애인들에게 손과 발이 되어주어 장애인들이 집안에서 집밖으로 바로 문화 속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계속해서 도와줘야겠지요.”
장애인계의 오랜 숙원 사업 중 하나였던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지난 7년간의 지루한 싸움 끝에 2007년 3월6일 열린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이 제정됐고 이 법은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장차법은 총 6장 49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장애인의 고용, 이동, 정보접근, 문화예술 활동, 모 부성권 성, 복지시설, 장애여성 아동, 교육 등에서 발생하게 되는 차별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동안 장애인들이 늘 부르짖던 시설 문제에 관한 것입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수화 등 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문화 활동에 있어서도 장애인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최 대표의 말대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그동안 장애인들이 부르짖어 왔던 장애인 차별금지에 대한 뚜껑이 열리게 됐다. 이 뚜껑이 잘 열려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이 법이 시행되는 시점인 1년 뒤에 또다시 평가해야 한다고 최 대표는 말한다.
최 대표는 장차법이 형식적인 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문화의 손과 발과 입과 귀가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와 정부, 문화 사업자, 장애인 당사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거듭 강조하지만 비장애인들의 장애인에 대한 사고방식이 얼마나 바뀔 수 있느냐의 문제도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장차법이 올해 시행됐다고 사회 전체가 바로 변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눈에 띌 정도의 변화가 생긴다면 장애인 문화를 비롯해 장애인의 삶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인문화공간은 진보적 장애인문화운동이라는 기치아래 2004년 6월12일 고려대 학생회관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본격적인 문화운동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최 대표는 장애인문화공간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문화운동의 첫걸음
‘장애인문화공간’
 
“장실센터에서 함께 활동한 장애인 동료들과 문화적인 고민들을 함께 하던 중 장애인운동계에 ‘장애인문화공간’이라는 새로운 공간이 필요함을 느끼게 됐지요. 장애인문화공간은 2004년 6월에 만들어졌고, 사무실에는 비장애인 3명, 장애인 3명해서 6명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최 대표는 장애인문화공간을 통해 장애인인권영화제, 장애인 노래패 ‘시선’의 공연 등을 이끌어내며 장애인 당사자들의 문화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틀을 잡아가고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그냥 흘려버릴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념과 생각들을 붙잡아두고 싶었습니다.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참여하는 문화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대표도 처음에는 손떨림 때문에 사진 찍는 것 자체를 두려워 했었다고 한다. “집회나 행사장을 찾았을 때 남들보다 많이 찍어야 괜찮은 사진 몇 장 건지곤 했지만 자꾸 찍다보니 카메라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지더군요. 아마 많은 장애인들이 저와 비슷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주변의 환경이나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아 어떻게 문화를 즐겨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최 대표는 이러한 장애인들에게 다양한 문화환경을 제공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장애인의 모습을 당사자가 직접 카메라에 담아 영상물을 만들고 편집하면서, 작품을 만든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기보다 자신이 만든 영상에 대한 고민과 통찰을 유도하고 싶다는 것이 최 대표의 소박한 바람이다.
최 대표가 이끄는 장애인문화공간은 장애인문화학교를 개강하여 운영하면서 장애인당사자들의 문화적 욕구를 해결해주는 통로가 되고 있다.
장애인 문화공간은 올해도 6번째 서울 장애인 인권영화제를 지난 4월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개최했다. 여기에는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만든 영화 24편을 상영했다. 하지만 상영작 공모 결과 장애인의 시각에 맞춰 만들어진 영화보다 지금까지 방송에서 보여줬던 이미지를 그대로 카메라에 담은 영화들이 많았다고 한다.
“2003년도에는 사회전반에 장애인문화라는 컨셉이 없었습니다. 대중들도 관심이 없었지요. 그러나 요즘 들어 사진과 영상이라는 문화를 통해 대중들과의 소통과 연대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예전에 비해 요즘 들어 사회전반에 걸쳐 장애인에 관한 소재는 무궁무진해졌다. 하지만 최 대표에게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아있다.
“예전에 비해 장애인에 관한 소재가 많아졌지만 아쉬운 것은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역시나 ‘착한 장애인’, ‘눈물을 자극하는 내용’, ‘인간승리’ 들로만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는 아직도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글을 써 내려가야 공감대가 형성되는데 아무래도 작가는 제3자의 입장이다 보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표현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6번째 맞은 ‘장애인 인권영화제’
비협조적인 서울시와 재단

최 대표는 특히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누구나 자신을 위한 문화를 만들어 갈 줄 아는 공간을 만들면 얼마든지 문화의 혜택을 누릴 수가 있다고 말한다. 물론 이는 정책적인 기반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단체들이 대중들과 소통하고 어울리기 위해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발표하면 서울시나 재단의 사업담당자들은 이 사업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전에 예산이 들어가면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데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비영리 단체들은 사업이나 예산 받기가 더욱 힘들어 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예전에 비해 절반 정도도 사업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장애인문화공간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해결하기 위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소속되어 같이 연대하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장애인의 몸으로 장애인을 위해 봉사하고 투쟁하는 최 대표는 정책적 기반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 대해 정부와 서울시 그리고 재단이 함께 나서서 관심과 배려를 가져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애인을 대하는 기본 에티켓 10가지>

1.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용어는 장애인입니다. 불구자나 장애자라는 단어는 쓰지 않는 것이 옳다.
2. 뇌성마비로 언어장애가 있고 온몸을 흔든다고 지능이 낮은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3. 정신지체를 바보 또는 정신박약이라고 놀리고, 나이에 상관없이 반말을 하는데 그들의 인격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4. 아침에 시각장애인을 보면 재수가 없다고 피하는데 그런 낡은 사고 방식은 버려야 한다.
5. 청각장애인의 언어인 수화를 몇 단어라도 익히자. 간단한 인사를 하면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다.
6. 청각장애인은 알아듣지 못한다고 함부로 말을 하는데 청각장애인들은 그것을 이미 알고 있다.
7. 장애인이 지나가면 발길을 멈추고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 시선을 장애인들은 고통스러워한다.
8. 장애인과 눈길이 부딪히면 먼저 미소를 띄우자. 호감을 갖고 있다는 표시가 되어 마음이 편해진다.
9. 비가 올 때 장애인들은 곤란을 느낀다. 두 손을 목발에 빼앗겨야 하기 때문이다. 우산을 받혀 주는 것은 어떨까.
10.택시를 잡으려고 쩔쩔매는 장애인을 만나게 될 때 택시를 잡아 태워주는 친절이 필요하다.

글 구명석·사진 송원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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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