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성완종 게이트' ⑧사건 풀 키맨 7인

그들이 입 열면 여럿 목 날아간다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산자는 말이 많다. 세상을 등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을 대신해 측근들은 할 말이 많아 보인다. 검찰은 성 회장 측근 7인에 대해  명령을 내리고 빠른 시일 안에 소환해 조사를 벌일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성완종 게이트’의 열쇠를 쥐고 있는 ‘키맨’ 이들은 누구인가.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검찰은 회장 측근 다수를 출국금지 조치했다. 성 회장의 심복으로 분류되는 5∼6명을 추려내고 지난 14일부터 조사에 돌입했다. 검찰은 성 회장의 장례식이 끝난 직후부터 측근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소환 일정 등을 조율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일단 증언부터 
물증 확보 주력
 
수사 시작 사흘 만에 특수팀은 성 회장 측근들의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도 실시했다. 검찰은 성 회장이 <경향신문> 인터뷰를 통해 폭로한 내용을 뒷받침할 자료를 측근 등을 통해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4일과 15일 성 회장의 최측근 이용기 경남기업 홍보부장을 가장 먼저 소환 조사했다. 특수팀은 성완종 리스트에 거명된 인사들에게 성 회장이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날짜와 당시 상황을 조사했다. 이 부장은 성 회장이 자살 직전 홍준표 경남 도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에도 동석해 대화 내용을 녹취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뿐만 아니라 성 회장이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이완구 총리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고 주장한 ‘2013년 4월4일 부여 소재 선거사무소’에서 현장 동행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이다. 이 부장은 검찰 조사에서 “리스트에 기재된 사람들을 포함한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일부 동행했다”며 “당시 한장섭 재무담당 부사장을 통해 돈이 준비되는 과정도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이 부장은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또 2011년과 2012년 성 회장의 정치자금 전달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성 회장 최측근들 출국금지
줄줄이 소환 예정 ‘무슨 말 할까’
 
이 부장은 경남기업에 입사한 후 비서로 발탁됐다. 2008년부터 성 회장의 수행비서를 지냈다. 그는 현재로써 성 회장의 최근 동행과 개인사를 가장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성 회장이 2012년 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자 국회 수석보좌관으로 임명됐다. 이 부장은 평소 성 회장을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또 성 회장 지인들은 “모든 것은 이 부장이 알고 있다.
 
성 회장이 없을 때는 이 부장이 회장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할 정도다. 성 회장이 의원직을 잃은 뒤에도 그의 곁에 남았다. 현재는 경남기업의 부장급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 3일 성 회장이 사기·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동행했다. 성 회장 로비 의혹의 실체를 밝히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참고인 중 한 사람이다.
 
윤승모(50) 전 경남기업 총괄 부사장도 성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검찰은 지난 12일 윤 전 부사장에게 출국금지 명령을 내렸다. 검찰은 성 회장의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발신자 위치정보 분석으로 성 회장이 숨지기 이틀 전에 윤 전 부사장과 접촉한 정황을 포착했다. 윤 전 부사장은 성 회장이 자살하기 전 과거 금품을 전달했던 ‘배달부’들을 다시 만나 당시 정황을 물었다.
 
이를 비밀장부에 복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성 회장이 인터뷰에서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2011년 당 대표 경선 자금 명목으로 1억원을 건넬 때 금품 전달을 맡겼다’고 언급한 인물이다. 일부 언론은 특수팀이 계좌추적과 관련자 진술을 통해 경남기업 자금 1억원이 윤씨에게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사건 발생하고 윤 전 부사장은 ‘과거 성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시 일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해 사실상 돈을 받은 사실을 시인하는 말을 남겨 논란이 됐다. 윤 전 부사장은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친박계 인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성 회장은 이 같은 점을 고려해 그를 2010년 경남기업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이를 거쳐 그는 회사 관리부문 총괄 부사장까지 올랐다. 검찰은 윤 전 부사장이 홍 지사 외에도 2012년 대선자금 전달책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앞으로 소환 조사 때 이 점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경남기업의 홍보담당 임원을 지낸 박준호 전 상무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현재 출국금지 조치도 내려진 상태다. 박 전 상무는 성 회장의 대외 홍보 활동을 전담했다. 검찰은 그가 정관계 인사와의 만남과 금품 로비와 관련해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성 회장의 빈소에서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가 담긴 메모지를 아무 이유 없이 유족에게 반환하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일거수일투족 
그림자처럼 보좌
 
박 전 상무는 비서들에게 수시로 보고를 받으며 언론 보도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했다. 그는 추미애 의원 비서, 조배숙 전 의원 등 야당 보좌관 출신이다. 2003년 경남기업에 입사했다. 주로 성 회장의 비서로 근무했고, 경남기업 홍보 담당 상무, 계열사인 대원건설산업 이사 등을 지냈다.
 
박 전 상무는 성 회장의 비공식 개인 일정까지 챙겼던 측근이다. 그는 이완구 총리가 공개적으로 성 회장을 “잘 모른다”고 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이 총리의 발언을 반박했다. 당시 기자들은 박 전 상무에게 “성 회장이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정치인 8명 중 누구와 가장 친분 있었느냐”고 물었다.
 
박 전 상무는 “이 총리와 성 회장이 얼마나 친한지는 모른다”며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이 총리가 처음에 성 회장을 잘 모른다고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상가에 있을 때도 서산에 계신 몇몇 분들은 이 총리의 그런 말에 불쾌해 했다”고 말했다.  
 
“곧 판도라 상자 열린다”
뇌물 경로 집중적 추궁
 
전직 경남기업의 재무 담당이자 앞선 경남기업 비리 사건의 피의자였던 한장섭(50) 전 부사장도 요주 인물이다. 성 회장은 국회의원 출마를 저울질하던 2004년부터는 한 전 부사장에게 경남기업의 전결권을 줬다. 회사 경영을 통째로 믿고 맡긴 셈이다. 그는 성 회장의 ‘금고지기’로 검찰 수사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전 부사장은 성 회장의 비자금 32억원 입출금 내역이 담긴 USB를 검찰에 넘겼다. 성 회장과 나눈 대화도 녹음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부사장은 비자금 조성 경위와 사용처에 대해서 상당히 구체적인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부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2011년 6월 전도금 32억원 가운데 1억원을 성 회장의 측근 윤승모 상무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성 회장이 윤씨를 시켜 당시 한나라당 대표 선거를 준비하던 홍준표 후보에게 1억원을 갖다줬다는 언론 인터뷰 내용과 일치한다.
 
 
그는 성 회장 일가의 ‘집사’ 역할을 했다. 비자금 조성에 직접 개입했으며, 1994년 11월부터 경남기업 상무에서 최근 7년 동안 최고재무책임자로 근무하면서 금고지기 역할을 했다. 또 경남기업 계열사 대아레저 대표도 지냈다. 성 회장의 활동과 특히 자금 흐름을 누구보다 자세히 알고 있다. 그는 성 회장이 금품을 건넨 정치권 인사들을 폭로할 대책회의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부사장은 이 내용도 녹음해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녹취가 성 회장이 넘긴 메모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 녹취보다 더 구체화된 성완종 리스트의 확장판이 될 수 있다. 성 회장의 변호인은 한 전 부사장이 자원외교 관련 검찰 조사 과정에서 실제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이 때문에 성 회장은 사망 직전 한 전 부사장에 대한 실망감을 털어놓기도 했다고 밝혔다.
 
성 회장이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을 지낸 금모씨는 바깥 활동에 늘 동행하는 수행비서다. 그는 늘 성 회장이 탄 승용차 조수석에 탔다. 금씨 역시 지난 검찰 출석 당시 성 회장과 함께 검찰청에 모습을 보였다. 그는 성 회장이 마지막 구명활동을 위해 정치인들을 만나러 다닐 때 동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씨는 성 회장이 국회의원이 된 이후 발탁된 인물이다. 그는 성 회장의 일정을 관리하고, 수행·의전 등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 회장과 지근거리에서 활동한 만큼 검찰은 그가 성 회장의 동선이나 만났던 인사들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성 회장의 운전기사인 여모(39)씨는 지난 9일 아침 자택에서 유서를 발견해 최초로 경찰에 신고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 15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3000만원이 담긴 박스를 차에 싣고 이완구 총리를 만나러 갔다고 밝혔다. 2013년 당시 4.24 재선을 앞두고 성 회장과 함께 이 총리가 있던 충남 부여의 선거사무소를 방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함께 따라간 수행 직원이 박스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실이 보도된 이후 지난 16일 검찰은 여씨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7명이 게이트
열쇠 쥐고 있다
 

성 회장의 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던 정낙민 경남기업 인사총무팀장도 측근 중 한사람이다. 검찰은 정 팀장의 직책상 자금 등의 실무를 맡았기 때문에 성 회장의 개인적인 돈 심부름을 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팀장은 과거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보좌관 출신이다. 당시 성 회장이 야당 인맥을 위해 영입한 인물이라는 소문이 났다.
 
 
경남기업의 1대 금고지기로 알려진 전모 전 재무담당 상무도 성 회장의 측근으로 통한다. 전 전 상무는 2003년부터 대아건설 경리담당 임원을 지냈다. 2009년까지 경남기업의 자금관리를 책임져 왔던 인물이다. 전씨는 또 2002년 회삿돈 16억원으로 자민련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로 2004년 성 회장과 함께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전 전 상무는 2006년 경남기업이 분식회계로 비자금을 조성한 게 드러날 당시 재무를 담당했다. 검찰은 전 전 상무가 당시 자금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5일 검찰의 압수수색은 야간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앞서 검찰은 이틀간 성 회장의 주변 인물을 추려서 총 11명을 압수수색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날 오전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이 발부되자마자 오후 5시40분부터 자정 가까운 시간까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경남기업 본사와 업체 3곳, 경남기업 전·현직 직원 11명의 주거지 등 총 15곳에 검사와 수사관 30여명을 보냈다. 약 3시간여 동안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이용기 경남기업 홍보부장과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 성 회장의 수행비서 금모씨, 성 회장의 운전기사 여모씨, 성 회장의 여비서 등이 포함됐다. 
 
특수팀은 성 회장의 집무실을 비롯해 전·현직 직원 11명이 근무했던 사무실과 성 회장의 차량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컴퓨터 하드디스크, 서류, 명함, 다이어리 등 상자 8개 분량의 압수물을 확보했다.
 
특수팀은 오후 8시 쯤 경남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을 종료했다. 그 뒤 나머지 직원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은 산발적으로 진행됐다. 다만 이번 압수수색에 성 회장의 자택과 아들 등 유가족은 제외됐다. 
 
특수팀은 지난 13일 출범 후 사흘간 성 회장이 빼돌린 것으로 의심되는 32억여원의 사용처를 파악하고 있다. 전액 현금으로 이뤄진 전도금 특성상 회계 조작을 통해 손쉽게 비자금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검찰 조사 결과 성 회장의 측근들이 밝힌 부분과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대부분 일치했다. 또 성 회장은 숨지기 2∼3일 전부터 경남기업 핵심 관계자들과 폭로에 대비한 자료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부장을 포함한 성 회장의 측근 5, 6명을 상대로 성 회장 주장의 신빙성을 검증하고 있다. 경남기업 측은 15일 “유가족 및 경남기업 관계자를 비롯한 모든 지인이 한 점 의혹도 없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다”며 검찰 수사에 협조할 뜻을 밝혔다. 
 
특수팀은 보강 증거 수집에 집중하고 있다. 특수팀은 평소 금전 출납 등을 꼼꼼히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성 회장이 ‘비자금 장부’를 숨겨놨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 회장은 또 일지 형태의 비망록에 지난 수년간 만난 사람들과 일시, 장소, 자금 출납 등을 기록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비망록은 전 회장의 동선을 말해주기 때문에 금품 전달 사실을 입증할 유력한 근거로 쓸 수 있다. 특수팀은 13일 장례절차를 마친 유족을 접촉해 증거 자료를 남긴 것이 사실인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팀은 성 회장의 휴대전화 2대의 분석 결과를 받아, 숨지기 전 누구한테 ‘구명 전화’를 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평상시 같으면 증거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부터 시작하겠지만, 아직 상중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초기에 최대한 많은 정황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수사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십억원 비자금
사용처 파악 주력
 
그 일환으로 검찰은 성 회장이 사망 전 <경향신문> 기자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남긴 48분 분량의 녹음 파일을 넘겨받아 금품 수수를 입증할 추가 증거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이날 수사팀에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4, 5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특수팀 소속 검사가 15명 안팎이 되면서 과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맞먹는 규모가 됐다. 성 회장 측근들의 입을 통해 향후 정치권을 강타할 성완종 리스트 확장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min1330@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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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