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성완종 게이트' ⑧사건 풀 키맨 7인

그들이 입 열면 여럿 목 날아간다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산자는 말이 많다. 세상을 등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을 대신해 측근들은 할 말이 많아 보인다. 검찰은 성 회장 측근 7인에 대해  명령을 내리고 빠른 시일 안에 소환해 조사를 벌일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성완종 게이트’의 열쇠를 쥐고 있는 ‘키맨’ 이들은 누구인가.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검찰은 회장 측근 다수를 출국금지 조치했다. 성 회장의 심복으로 분류되는 5∼6명을 추려내고 지난 14일부터 조사에 돌입했다. 검찰은 성 회장의 장례식이 끝난 직후부터 측근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소환 일정 등을 조율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일단 증언부터 
물증 확보 주력
 
수사 시작 사흘 만에 특수팀은 성 회장 측근들의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도 실시했다. 검찰은 성 회장이 <경향신문> 인터뷰를 통해 폭로한 내용을 뒷받침할 자료를 측근 등을 통해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4일과 15일 성 회장의 최측근 이용기 경남기업 홍보부장을 가장 먼저 소환 조사했다. 특수팀은 성완종 리스트에 거명된 인사들에게 성 회장이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날짜와 당시 상황을 조사했다. 이 부장은 성 회장이 자살 직전 홍준표 경남 도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에도 동석해 대화 내용을 녹취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뿐만 아니라 성 회장이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이완구 총리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고 주장한 ‘2013년 4월4일 부여 소재 선거사무소’에서 현장 동행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이다. 이 부장은 검찰 조사에서 “리스트에 기재된 사람들을 포함한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일부 동행했다”며 “당시 한장섭 재무담당 부사장을 통해 돈이 준비되는 과정도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이 부장은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또 2011년과 2012년 성 회장의 정치자금 전달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성 회장 최측근들 출국금지
줄줄이 소환 예정 ‘무슨 말 할까’
 
이 부장은 경남기업에 입사한 후 비서로 발탁됐다. 2008년부터 성 회장의 수행비서를 지냈다. 그는 현재로써 성 회장의 최근 동행과 개인사를 가장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성 회장이 2012년 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자 국회 수석보좌관으로 임명됐다. 이 부장은 평소 성 회장을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또 성 회장 지인들은 “모든 것은 이 부장이 알고 있다.
 
성 회장이 없을 때는 이 부장이 회장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할 정도다. 성 회장이 의원직을 잃은 뒤에도 그의 곁에 남았다. 현재는 경남기업의 부장급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 3일 성 회장이 사기·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동행했다. 성 회장 로비 의혹의 실체를 밝히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참고인 중 한 사람이다.
 
윤승모(50) 전 경남기업 총괄 부사장도 성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검찰은 지난 12일 윤 전 부사장에게 출국금지 명령을 내렸다. 검찰은 성 회장의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발신자 위치정보 분석으로 성 회장이 숨지기 이틀 전에 윤 전 부사장과 접촉한 정황을 포착했다. 윤 전 부사장은 성 회장이 자살하기 전 과거 금품을 전달했던 ‘배달부’들을 다시 만나 당시 정황을 물었다.
 
이를 비밀장부에 복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성 회장이 인터뷰에서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2011년 당 대표 경선 자금 명목으로 1억원을 건넬 때 금품 전달을 맡겼다’고 언급한 인물이다. 일부 언론은 특수팀이 계좌추적과 관련자 진술을 통해 경남기업 자금 1억원이 윤씨에게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사건 발생하고 윤 전 부사장은 ‘과거 성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시 일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해 사실상 돈을 받은 사실을 시인하는 말을 남겨 논란이 됐다. 윤 전 부사장은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친박계 인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성 회장은 이 같은 점을 고려해 그를 2010년 경남기업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이를 거쳐 그는 회사 관리부문 총괄 부사장까지 올랐다. 검찰은 윤 전 부사장이 홍 지사 외에도 2012년 대선자금 전달책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앞으로 소환 조사 때 이 점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경남기업의 홍보담당 임원을 지낸 박준호 전 상무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현재 출국금지 조치도 내려진 상태다. 박 전 상무는 성 회장의 대외 홍보 활동을 전담했다. 검찰은 그가 정관계 인사와의 만남과 금품 로비와 관련해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성 회장의 빈소에서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가 담긴 메모지를 아무 이유 없이 유족에게 반환하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일거수일투족 
그림자처럼 보좌
 
박 전 상무는 비서들에게 수시로 보고를 받으며 언론 보도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했다. 그는 추미애 의원 비서, 조배숙 전 의원 등 야당 보좌관 출신이다. 2003년 경남기업에 입사했다. 주로 성 회장의 비서로 근무했고, 경남기업 홍보 담당 상무, 계열사인 대원건설산업 이사 등을 지냈다.
 
박 전 상무는 성 회장의 비공식 개인 일정까지 챙겼던 측근이다. 그는 이완구 총리가 공개적으로 성 회장을 “잘 모른다”고 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이 총리의 발언을 반박했다. 당시 기자들은 박 전 상무에게 “성 회장이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정치인 8명 중 누구와 가장 친분 있었느냐”고 물었다.
 
박 전 상무는 “이 총리와 성 회장이 얼마나 친한지는 모른다”며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이 총리가 처음에 성 회장을 잘 모른다고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상가에 있을 때도 서산에 계신 몇몇 분들은 이 총리의 그런 말에 불쾌해 했다”고 말했다.  
 
“곧 판도라 상자 열린다”
뇌물 경로 집중적 추궁
 
전직 경남기업의 재무 담당이자 앞선 경남기업 비리 사건의 피의자였던 한장섭(50) 전 부사장도 요주 인물이다. 성 회장은 국회의원 출마를 저울질하던 2004년부터는 한 전 부사장에게 경남기업의 전결권을 줬다. 회사 경영을 통째로 믿고 맡긴 셈이다. 그는 성 회장의 ‘금고지기’로 검찰 수사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전 부사장은 성 회장의 비자금 32억원 입출금 내역이 담긴 USB를 검찰에 넘겼다. 성 회장과 나눈 대화도 녹음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부사장은 비자금 조성 경위와 사용처에 대해서 상당히 구체적인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부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2011년 6월 전도금 32억원 가운데 1억원을 성 회장의 측근 윤승모 상무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성 회장이 윤씨를 시켜 당시 한나라당 대표 선거를 준비하던 홍준표 후보에게 1억원을 갖다줬다는 언론 인터뷰 내용과 일치한다.
 
 
그는 성 회장 일가의 ‘집사’ 역할을 했다. 비자금 조성에 직접 개입했으며, 1994년 11월부터 경남기업 상무에서 최근 7년 동안 최고재무책임자로 근무하면서 금고지기 역할을 했다. 또 경남기업 계열사 대아레저 대표도 지냈다. 성 회장의 활동과 특히 자금 흐름을 누구보다 자세히 알고 있다. 그는 성 회장이 금품을 건넨 정치권 인사들을 폭로할 대책회의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부사장은 이 내용도 녹음해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녹취가 성 회장이 넘긴 메모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 녹취보다 더 구체화된 성완종 리스트의 확장판이 될 수 있다. 성 회장의 변호인은 한 전 부사장이 자원외교 관련 검찰 조사 과정에서 실제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이 때문에 성 회장은 사망 직전 한 전 부사장에 대한 실망감을 털어놓기도 했다고 밝혔다.
 
성 회장이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을 지낸 금모씨는 바깥 활동에 늘 동행하는 수행비서다. 그는 늘 성 회장이 탄 승용차 조수석에 탔다. 금씨 역시 지난 검찰 출석 당시 성 회장과 함께 검찰청에 모습을 보였다. 그는 성 회장이 마지막 구명활동을 위해 정치인들을 만나러 다닐 때 동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씨는 성 회장이 국회의원이 된 이후 발탁된 인물이다. 그는 성 회장의 일정을 관리하고, 수행·의전 등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 회장과 지근거리에서 활동한 만큼 검찰은 그가 성 회장의 동선이나 만났던 인사들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성 회장의 운전기사인 여모(39)씨는 지난 9일 아침 자택에서 유서를 발견해 최초로 경찰에 신고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 15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3000만원이 담긴 박스를 차에 싣고 이완구 총리를 만나러 갔다고 밝혔다. 2013년 당시 4.24 재선을 앞두고 성 회장과 함께 이 총리가 있던 충남 부여의 선거사무소를 방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함께 따라간 수행 직원이 박스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실이 보도된 이후 지난 16일 검찰은 여씨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7명이 게이트
열쇠 쥐고 있다
 

성 회장의 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던 정낙민 경남기업 인사총무팀장도 측근 중 한사람이다. 검찰은 정 팀장의 직책상 자금 등의 실무를 맡았기 때문에 성 회장의 개인적인 돈 심부름을 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팀장은 과거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보좌관 출신이다. 당시 성 회장이 야당 인맥을 위해 영입한 인물이라는 소문이 났다.
 
 
경남기업의 1대 금고지기로 알려진 전모 전 재무담당 상무도 성 회장의 측근으로 통한다. 전 전 상무는 2003년부터 대아건설 경리담당 임원을 지냈다. 2009년까지 경남기업의 자금관리를 책임져 왔던 인물이다. 전씨는 또 2002년 회삿돈 16억원으로 자민련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로 2004년 성 회장과 함께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전 전 상무는 2006년 경남기업이 분식회계로 비자금을 조성한 게 드러날 당시 재무를 담당했다. 검찰은 전 전 상무가 당시 자금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5일 검찰의 압수수색은 야간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앞서 검찰은 이틀간 성 회장의 주변 인물을 추려서 총 11명을 압수수색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날 오전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이 발부되자마자 오후 5시40분부터 자정 가까운 시간까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경남기업 본사와 업체 3곳, 경남기업 전·현직 직원 11명의 주거지 등 총 15곳에 검사와 수사관 30여명을 보냈다. 약 3시간여 동안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이용기 경남기업 홍보부장과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 성 회장의 수행비서 금모씨, 성 회장의 운전기사 여모씨, 성 회장의 여비서 등이 포함됐다. 
 
특수팀은 성 회장의 집무실을 비롯해 전·현직 직원 11명이 근무했던 사무실과 성 회장의 차량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컴퓨터 하드디스크, 서류, 명함, 다이어리 등 상자 8개 분량의 압수물을 확보했다.
 
특수팀은 오후 8시 쯤 경남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을 종료했다. 그 뒤 나머지 직원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은 산발적으로 진행됐다. 다만 이번 압수수색에 성 회장의 자택과 아들 등 유가족은 제외됐다. 
 
특수팀은 지난 13일 출범 후 사흘간 성 회장이 빼돌린 것으로 의심되는 32억여원의 사용처를 파악하고 있다. 전액 현금으로 이뤄진 전도금 특성상 회계 조작을 통해 손쉽게 비자금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검찰 조사 결과 성 회장의 측근들이 밝힌 부분과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대부분 일치했다. 또 성 회장은 숨지기 2∼3일 전부터 경남기업 핵심 관계자들과 폭로에 대비한 자료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부장을 포함한 성 회장의 측근 5, 6명을 상대로 성 회장 주장의 신빙성을 검증하고 있다. 경남기업 측은 15일 “유가족 및 경남기업 관계자를 비롯한 모든 지인이 한 점 의혹도 없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다”며 검찰 수사에 협조할 뜻을 밝혔다. 
 
특수팀은 보강 증거 수집에 집중하고 있다. 특수팀은 평소 금전 출납 등을 꼼꼼히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성 회장이 ‘비자금 장부’를 숨겨놨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 회장은 또 일지 형태의 비망록에 지난 수년간 만난 사람들과 일시, 장소, 자금 출납 등을 기록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비망록은 전 회장의 동선을 말해주기 때문에 금품 전달 사실을 입증할 유력한 근거로 쓸 수 있다. 특수팀은 13일 장례절차를 마친 유족을 접촉해 증거 자료를 남긴 것이 사실인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팀은 성 회장의 휴대전화 2대의 분석 결과를 받아, 숨지기 전 누구한테 ‘구명 전화’를 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평상시 같으면 증거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부터 시작하겠지만, 아직 상중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초기에 최대한 많은 정황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수사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십억원 비자금
사용처 파악 주력
 
그 일환으로 검찰은 성 회장이 사망 전 <경향신문> 기자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남긴 48분 분량의 녹음 파일을 넘겨받아 금품 수수를 입증할 추가 증거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이날 수사팀에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4, 5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특수팀 소속 검사가 15명 안팎이 되면서 과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맞먹는 규모가 됐다. 성 회장 측근들의 입을 통해 향후 정치권을 강타할 성완종 리스트 확장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min1330@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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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