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비운의 성완종 파란만장 인생사

억울해서 극단적 선택? 궁지몰려 비극적 결말?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기자회견까지 열어 "나는 MB맨이 아니다"라며 검찰의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다음날 그는 유서를 남긴 채 돌연 잠적하면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날은 해외자원개발 비리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기업인 출신 정치인으로 떵떵거리는 삶을 누렸던 그는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그는 1951년생으로 충남 해미에서 태어났다. 너무나 가난했던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무작정 엄마를 찾아 서울로 상경했다. 그가 가진 것이라곤 외삼촌이 쥐어준 10원짜리 지폐 몇 장과 엄마가 식모살이한다는 집 주소뿐이었다. 이후 그는 서울 영등포의 한 교회에 머물며 신문팔이와 약국 심부름을 했다. 하루 15시간씩 중노동을 하며 돈을 모았다. 
 
여야 넘나드는 
정치권 인맥들 
 
1970년 성 회장은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모은 돈으로 화물운송업을 시작했다. 1976년 서산토건 지분을 인수해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30대 중반 대전과 충남지역 3위 건설업체였던 대아건설을 인수했다. 성 회장은 회사가 안정되자 1991년 사재 31억원을 출연해 서산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서산장학재단은 수백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장학과 학술·교육사업, 문화 및 사회복지사업을 벌여왔다. 
 
2000년 성 회장은 충청도 출신 정·관계 인사와 언론인들로 구성된 ‘충청포럼’을 창립했다. 생전 그의 화려한 인맥의 원천도 바로 충청포럼이다. 특히 성 회장은 여야와 정권을 넘나들며 탄탄한 정치권 인맥을 구축했다. <일요시사>가 보도한 “‘특사만 2번’ 성완종 인맥창고 충청포럼 해부”에 따르면 성 회장은 충청포럼을 통해 여야 가리지 않고 상당한 인맥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포럼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의 면면은 실로 화려하다. 특히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충청포럼 창립 당시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충청포럼 관련 행사에는 빠지지 않을 정도로 열성적이다.   
 

성 회장과 경남기업의 인연은 2003년부터 시작된다. 주택건설을 통해 자본금을 마련한 그는 해외시장 진출을 고민했다. 성 회장은 대우그룹에서 분리된 경남기업에 눈독을 들였다. 당시 경남기업은 워크아웃이 진행되는 등 경영 부침을 겪었다. 성 회장은 대아건설을 통해 경남기업 지분 51%를 확보했다. 경남기업을 흡수합병하면서 회장 자리에 올랐다.  
 
당시 국내 도급순위 20위권 중반의 경남기업을 인수하면서 일약 대기업 반열에 오르면서 그가 기업가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성 회장은 평소 경남기업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고 강조했다. 주인이 수차례 바뀌기는 했지만 건축과 토목 부문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건설업계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1962년 도급순위 30위권 건설기업 중 최근까지 순위를 유지한 업체는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경남기업이 유일하다.
 
성 회장은 정치인형 기업인이만 막상 정치권에서는 유독 부침을 겪었다. 
그가 정·계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것은 2000년 16대 총선부터다. 당시 충청권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자민련 공천을 받으려다가 탈락했다. 2003년 김종필 총재의 특보단장을 맡으면서 자민련 전국구 2번으로 공천을 받았지만 득표율이 저조해 국회의원이 되지 못했다. 
 
자원외교 검찰 수사받다 목숨 끊어
전날 무혐의 호소 눈물의 기자회견
 
성 회장은 2007년 대선 때는 당시 한나라당의 경선후보였던 박근혜 후보를 측면에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자유선진당이 이름을 바꾼 선진통일당의 공천으로 자신의 고향인 충남 서산-태안에서 당선돼 초선의원이 됐다. 이후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이 합당하면서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됐다. 하지만 얼마 뒤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 당선무효형이 선고 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성 회장과 경남기업은 파란만장했다. 온갖 우여곡절을 겪었어도 매번을 기사회생해 살아났다. 이 때문에 언론은 성 회장과 경남기업이 매번 역대 정권에게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번 특별사면
3번 워크아웃
 
경남기업은 1951년 설립되며 국내 건설업체 처음으로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다. 경남기업은 해외건설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경남기업의 굴곡진 역사는 1988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분을 인수하면서 시작된다. 대우그룹이 지분을 인수하면서 대우 계열사로 편입됐다. 하지만 1999년 대우그룹 해체로 떨어져 나왔다. 이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경남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됐고 같은 해 8월 워크아웃을 처음으로 신청하게 된다.
 
2003년 성 회장은 경남기업을 인수했다. 이후 매출액 2조원을 달성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2008년 세계금융 위기가 터졌다. 이로 인해 경남기업은 건설경기 위축에 따른 자금난에 시달려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경남기업은 2011년 워크아웃 조기 졸업을 했다. 하지만 2013년 다시 경남기업은 고질적인 자금난으로 회사는 또 다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생전 성 회장은 두 번의 특별사면을 받았다. 성 회장은 2004년 자민련 불법정치자금 16억원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005년 5월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성 회장은 집행유예 잔형이 면제됐다.  
 
성 회장은 특사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한 행담도 개발 비리에 연루돼 다시 기소됐다. 행담도 개발사업 공사시공권을 받은 대가로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에게 120억원을 빌려준 혐의로 1·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007년 12월31일 재판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또 다시 특별 사면을 받았다. 

맨주먹으로 성공 ‘자수성가 기업인’
종자돈 200만원으로 2조 그룹 일궈
 
2012년 성 회장이 국회의원이 된 해에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2011년 총선을 앞둔 당시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었던 서산장학재단을 통해 지역구 주민 2000여명을 대상으로 가을 음악회 공연을 무료 관람토록 했다. 또 충남 지역 유력단체인 충남자율방범연합회에 청소년 선도 지원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기부했다.
 
1심에서 재판부는 기부행위라며 유죄를 판단해 성 회장에게 국회의원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선거법상 실형이나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국회의원직이 상실된다. 성 회장은 즉각 항소했다. 2심에선 청소년 선도 지원금 혐의만 인정돼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됐다. 이 역시 당선무효형이었다.  
 
 

이후 성 회장은 곧바로 경남기업 회장직에 복귀했다. 그가 국회의원이 돼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경남기업은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당시 경남기업의 부채비율은 200%가 넘었을 정도로 심각했다. 그는 워크아웃 중인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성 회장은 복귀 후 베트남 서기장을 만나 상호 간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등 경남기업을 살리기에 주력했다. 성 회장은 경남기업의 자산매각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려 했지만 1조원이 웃도는 차입금과 금융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해 결국 법정관리 절차를 개시했다.
 
성 회장은 지난 8일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 16층 뱅커스클럽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 회장은 최근 자원외교 비리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 가운데 그는 “나는 MB맨이 아니다”라며 자신을 향해 겨눠진 검찰의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이명박맨?
박근혜맨?
 
입장 발표에서 그는 “기업과 정치를 하면서 부끄러운 적은 있어도 파렴치하게 살아오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정직하게 살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계에 대해 “2007년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 자문위원 추천을 받았으나 첫 회의 참석 후 중도 사퇴했다”며 말했다. 이어 “2012년 총선 선진통일당 서산태안 국회의원으로 당선됐고, 새누리당과 합당 이후 대선 과정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혼신을 다했다”며 이명박 정권과 결탁해 특혜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성 회장은 “2013년 워크아웃 신청도 당내가 현역 국회의원이었지만 어떠한 외압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성 회장은 해외자원개발 과정 300억원의 융자금을 개인적으로 횡령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성공불융자금은 해외 자원개발에 참여하는 기업은 모두 신청할 수 있다”며 “당사의 모든 사업은 석유공사를 주간사로 해 한국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유독 경남기업만 특혜를 받았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남기업은 2011년까지 총 1342억원을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했다. 석유 및 가스탐사 사업 4건에 653억을 투자했다”며 “이 중 321억원은 성공불 융자로 지원받고 332억원은 지자체자금으로 투자해 모두 손실처리해 회사도 큰 손해를 봤다”고 강조했다. 
 
성 회장은 “경남기업이 암보토비 니켈 사업에 지분율 2.75%로 참가해 689억원을 투자했다. 이중 에너지 특별융자로 127억원을 받았지만 대우인터내셔널에서 해당 지분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성 회장은 “잘못 알려진 사실로 인해 한평생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 같아 참담하다. 왜 내가 자원외교의 표적 대상이 됐는지, 있지도 않은 일들이 마치 사실인 양 부풀려졌는지, 이유를 모르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흐느껴 울기도 했다.
 
지난 9일 성 회장이 유서를 남기고 잠적했다. 그는 10시간 만에 서울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에서 300m 떨어진 나무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성 회장은 2m 높이의 나뭇가지에 넥타이로 목을 맨 상태였다. 
 
성 회장은 이날 새벽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자택에서 유서를 남기고 잠적했다. 유서에는 “나는 결백한 사람이다.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는 억울하다. 결백을 밝히기 위해 자살한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은 오전 9시 경남기업의 기업회생절차 법정관리인이 취임하는 날이었다. 또 오전 10시 성 회장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돼 있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6일 800억원대 융자금 사기 대출과 9500억원대 분식회계를 통해 250억원가량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횡령·사기 등)로 성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성 회장의 수사 방식의 적절성 여부에 논란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수사 받던 중 불행한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며 “자원 개발 비리는 국민적 관심사가 큰 사안이어서 흔들림 없이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서 내용은?
공개시 후폭풍
 
이명박 정부를 겨냥했던 태풍이 성 회장이 목숨을 끊으면서 정치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현 정부가 역풍을 맞은 꼴이 됐다. 성 회장이 생전 전·현 정부 주요 인사 등 정치권과 친분을 맺어왔다. 그는 죽기 전에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 자신에게 금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그의 시신에서 발견된 메모에 거론된 인물만 보더라도 일각에서는 ‘성종완 리스트’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min1330@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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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