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이번엔 다를까’ 이병호 신임 국정원장

당장 급한 불 껐지만…산 넘어 산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 속에 더 이상 새롭게 발탁할 만한 인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신임 국정원장에 이병호(74) 전 국가안전기획부 2차장을 깜짝 지명했다. ‘돌려막기’ ‘올드보이 귀환’ ‘불통’ 등 현 정부 인사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보여준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과거 그의 전력을 본다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  

 
지난 19일 국정원 개혁이라는 과업을 안고 이병호 제33대 국가정보원장이 취임했다. 이 원장은 국정원 개혁에 대해 이미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육군사관학교(19기)를 졸업한 뒤 26년간 국가안전기획부(국정원의 전신)와 외교부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1963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육군 소위로 임관했다. 정보학교 교관, 미국 태평양정보학교 통역장교를 거쳐 1970년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직원으로 임용됐다. 1980년 7월 중령으로 전역했고, 1981년 1월부터 국가안전기획부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국가관 확고” 
“정치색 강해”
 
그는 ‘관운의 사나이’로도 통한다. 1993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사돈이었던 김정원 전 안기부 제2차장이 취임 3개월 만에 석연찮은 이유로 물러나면서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됐다. 이후 1996년 12월까지 4년여 동안 안기부 제2차장을 지냈다. 그가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면서 퇴임을 앞두고 후배들에게 대한민국 정보기관의 국제사회에서의 역할과 당부 등을 남긴 장문의 편지는 국정원 내에선 유명한 일화다. 
 

안기부에서 나온 후에는 1997년 1월부터 10월까지 외무부에서 근무했다. 이후 2000년 8월까지 주 말레이시아 대한민국 대사관 특명전권대사를 지냈다. 2003년 9월부터는 울산대학교 초빙교수로 임용됐다. 2007년에는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외교정책자문단으로 활동했다.
 
1940년생인 이 원장은 그동안 정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다. 다만 대학교수 신분으로 언론사에 기고문을 발표해 국정원 개혁과 관련된 소신을 피력해왔다. 그는 2013년 한 일간지에 ‘언제까지 국정원도 권력기관인가’라는 글을 기고하며 “선진국 어느 나라도 정보기관을 권력기관으로 묘사하지 않고 있다. 정무 기능을 과감히 정리하고 국가안보 사안에만 전력도록 업무 집중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 재판 1심에서 관련자 전원이 실형을 선고받는 등 국정원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이를 경계하는 기고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국정원을 몹쓸 기관으로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건 국정원 개혁 의지를 약화하고 안보체계의 근간을 흔든다”며 “국정원의 정보역량 강화를 지원해야 할 정치권 일각이 이런 분위기에 동조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원의 정상적 업무 수행에 반드시 필요한 통신비밀보호법·테러방지법·사이버테러방지법 등이 몇 년째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며 “전 세계에서 휴대전화 감청을 못 하는 정보기관은 대한민국 국정원이 유일하다. 국정원의 손발이 묶여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해외 정보기관을 벤치마킹해 국내·해외 업무를 독립 조직으로 분리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 6월 이병기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정원장으로 지명된 직후 쓴 기고문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이스라엘 등 선진국은 해외 파트와 국내 파트를 별도의 독립기관으로 전담토록 하고 있다”며 “한국만이 이 두 기능을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해외·북한을 담당하는 1차장 산하와 국내를 담당하는 2차장 산하를 사실상의 독립된 부서로 분리·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그는 2010년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의 활동을 소개한 책 ‘기드온의 스파이’를 번역·출간하며, 모사드를 ‘교과서적인 정보기관’이라 평하고 “우리나라 정보기관에도 좋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원장의 세 아들과 며느리, 손자·손녀 등 12명 가운데 7명이 미국 시민권자(4명) 또는 영주권자(3명)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 들어 ‘이중국적’논란을 부른 사례로 2013년 3월 초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김종훈씨가 있다. 그는 자신의 이중국적과 중앙정보국(CIA) 연루 의혹에 휩싸여 자진 사퇴한 바 있다. 
 
‘관운의 사나이’

투철한 안보관
 
이 원장의 장남(47)은 홍콩의 한 증권사 임원으로 근무 중이며, 장남의 15·13살 된 두 딸은 미국 시민권과 한국 국적을 동시에 가진 이중국적자이다. 장남의 부인은 미국 시민권만 가지고 있다. 장남은 초중고를 한국과 미국에서 다녔고, 미국에서 졸업했다. 두 딸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부인이 미국인이라 미국의 ‘속인주의’에 따라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 
 
미국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차남(44)은 미국 영주권자다. 차남 역시 중학교까지 한국과 미국에서 공부하다 고등학교와 대학은 미국에서 졸업했다. 차남은 2005년 미국에서 로스쿨을 졸업하고 2010년 영주권을 획득했고, 한국 국적 여성과 결혼했다.
 
 
차남의 부인 역시 2011년 미국 영주권을 얻었다. 차남의 딸은 한국 국적이 없는 순수 미국 시민권자인데, 이름도 미국식으로 미들네임이 있다. 차남의 아들(14)은 한국 국적을 가진 미국 영주권자다. 차남 가족은 미국에 살고 있다. 삼남(44)과 부인, 그의 두 딸은 모두 한국 국적자다.
 
고위 공직 후보자 가족의 국적이 그 후보자의 결격사유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국가 최고 정보기관장 후보자 직계비속의 국적이 특정한 외국에 치우쳐 있는 점은 청문회에서 논란이 컸다. 
 
문병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원장의 친인척들이 미국 영주권·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미간 이익 충돌이 생겼을 때 미국에 불이익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이 원장은 “이 문제에 가족이 끼어들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고 보고, 저의 애국관이 절대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이해 충돌이 있을 땐 절대로 대한민국 국가의 이익만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1일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이 원장 등의 국민건강보험가입 및 납부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원장 장남과 차남이 현재까지 이 원장의 ‘직장피부양자’로 등록돼 보험료를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이 내지 않은 보험료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모두 1억5000만원에 달했다.
 
인사청문요청안 자료에 장남과 차남이 한 해 받은 급여는 지난해 기준으로 각각 3억9000만원, 1억4000만원 정도다. 김 의원은 “건강보험요율과 장기요양보험료를 대입하면 장남은 한 해 약 1300만원을, 차남은 대략 450만원 건강보험료로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깜짝 지명에 돌려막기·올드보이 지적
청문회 가족 국적·과거 전력 등 도마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해외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채 이 원장의 직장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했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공단 부담금 수급은 정지되지 않았다. 특히 이들은 이 기간에 매년 한국에서 진료를 받아 공단부담금을 수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의원은 “서민들은 건강보험료 부담을 겪고 있는데, 해외 고액 연봉자인 국정원장 후보의 아들들이 편법을 저질러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원장 측은 “해외로 나갈 당시 행정적인 부분을 잘 몰라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원장은 지난 2009년 2월2일 울산대 초빙교수 자격으로 <동아일보>에 기고한 ‘용산 참사, 공권력 확립 계기로 삼자’는 제목의 글에서 “용산 사건과 유사한 폭동이 만에 하나 뉴욕이나 파리, 런던 등 다른 선진국 도심에서 발생했다고…”라며 용산참사를 폭동에 비유했다. 이어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이 화염병과 시너로 격렬히 저항한 공무집행 방해 케이스”라며 “이번 사태는 졸속진압이나 과잉진압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법 집행의 격렬한 충돌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발생한 비극적 우발사고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또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 비극을 정쟁거리로 삼으라고 부추기니 다른 선진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는 형국”이라면서 “정쟁거리로 악용해 법치의 근간이 흔들리게 해서는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가족은 미국사람
아들 건보료 미납
 
야당 측 의원들이 질타하자 이 원장은 용산 참사를 폭동에 비유한 것에 대해 “어휘가 사려 깊지 못했으며,부적절했다. 그 용어 때문에 상처받으신 분이 있다면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자성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그 글은 아무리 아픈 사연이어도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해야 한다는 당위성만 지적한 것”이라며 “폭동이란 단어는 적절치 않았다. 대신 전체 글을 읽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개입 댓글 논란으로 국정원 개혁 요구가 나오던 지난 2013년 10월17일에도 같은 신문에 ‘국정원이 일류정보기관이 되면 정치개입은 없어진다’는 기고문을 실어 야당의 개혁안을 맹비난했다. 
 
이 국장은 기고문에서 “민주당 개혁안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인 무책임한 발상”이라며 “국정원을 지속적으로 때리고 흔드는 것은 백해무익한 자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도 이젠 댓글 사건의 미련을 접고 진정한 국가정보역량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 11월12일에는 한 언론사 기고문을 통해 “국정원을 몹쓸 기관으로 매도하는 것은 우리 안보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자해 행위로 국정원의 무력화를 줄기차게 노려 온 북한을 결과적으로 돕는 셈”이라며 역시 정치권의 국정원 개혁 움직임을 비판했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국정원의 정치 중립과 개혁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 개입 사건 등을 언급하며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을 거듭 강조했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정원 정치개입과 정치 관여는 금지돼야 하고 국정원장은 이를 지키기 위해 정권의 운명에 좌우되면 안 된다”며 “유능한 사람들이 (국정원장으로) 와서 안보라는 이름으로 정치에 관여하다 몰락하는 것을 여러 사례에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정원 개혁의 본질은 국내정치 개입 금지 부분”이라고 전제하고, 이 후보자가 게재한 기고문이나 대학교 강연 등을 근거로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 지적했다. 
 
특히 국정원 댓글 사건을 두고 “조직적 선거개입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이 후보자의 기고문을 언급하며 “국정원 조직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당시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참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런 배경에서 쓴 글이니, 개인 의견 표출이라는 점이라고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전형적인 ‘박심’으로 분류
정치적 중립 지킬 수 있을까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국정원이 이른바 ‘논두렁 시계 공작’을 벌였다는 이인규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폭로를 언급하며 “국정원이 비열한 방법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전직 국가원수에 대해 (공작을 했다는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 후보자는 “이런 얘기가 또 나온 게 참으로 당혹스럽다”며 “진실을 좀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후보자가 육군사관학교 생도 시절 5·16 쿠데타 지지행진에 참석했던 이력을 강하게 비판하며 5·16쿠데타에 대한 역사인식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저는 역사적인 사건을 국가안보에 기여했느냐, 안 했느냐의 관점에서 보는 습관이 있다”며 “이 사건은 국가안보를 강화한 역사적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어 박 의원이 계속해서 5·16 쿠데타에 대한 입장을 묻자 “정회 시간에 (다시) 연구했다”면서 “법률적 학술적으로 쿠데타라는 점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울산대로부터 제출받은 ‘이병호 교수 강의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학생들이 불만을 토로했다고 밝혔다. 강의평가에는 ‘교수님 정치색이 너무 강해 레포트를 쓸 때 정치성향을 고려해야 하는지 갈등이 생겼다’ ‘수업시간에 정치적인 색깔을 너무 많이 드러내 자신의 색깔로 수업을 주도해 나갔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용산참사 폭동으로 
5·16은 말 바꾸기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 원장에 대해 “강직하고 국가관이 투철하며 조직 내에 신망이 두터워 국가정보원을 이끌 적임으로 (박 대통령이)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원장 자신도 내정 받은 이후 한 언론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정치 관여는 없다”고 못 박았다. 또한 “제대로 된 정보기관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min1330@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