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물러난 김기춘 ‘그동안 무슨 일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8개월 천하’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 대해 “사심 없는 분”이라며 변함없는 신뢰를 내비쳤다. 당시 보수 언론조차 김 전 실장을 사퇴를 촉구했지만, 박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영원할 것 같았던 왕실장. 청와대는 지난 2월17일 김 전 실장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정국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그의 18개월을 되짚어봤다.

김 전 실장은 1939년 경상남도 거제에서 태어났다. 경남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59년 21세에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다. 이후 1962년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해 광주와 부산,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검사로 근무했다. 박정희 정부 집권 말기 청와대비서관을 지냈다. 1991년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했다. 그는 현 정권의 전형적인 TK엘리트다. 
 
‘우리가 남이가’
전형적 TK엘리트
 
김 전 실장의 논란은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부인 육영수 여사 이름을 따서 만든 ‘정수장학회’출신이며, 장학생들이 만든 모임인 ‘상청회’의 회장을 지냈다.
 
김 전 실장은 1972년 법무부 과장 시절 유신헌법 제정 실무팀 일원으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뒤 유신헌법 초안 작성에 핵심 역할을 했다. 초안에는 민주주의를 위협한 핵심 조항인 '긴급조치권'을 현실화시켰다.
 

같은 해 12월 김 전 실장은 대검찰청이 발행한 ‘검찰’ 48호에 ‘유신헌법 해설’ 이란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그는 글에서 ‘유신헌법은 우리 현실에 가장 알맞은 민주주의 제도로 이 땅 위에 뿌리박아 토착화시키는 일대 유신적 개혁의 시발점’이라고 주장하며, 독재정권을 옹호하기도 했다. 
 
그가 활약했던 중앙정보부 5국은 공안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이었다. 인혁당 사건과 같은 용공조작 사건도 대부분 김기춘의 5국에서 담당했다. 
 
1974년 육영수 저격 사건 당시 그는 중앙정보부 5국의 파견 검사로 해당 사건을 맡았다. 그는 묵비권을 행사하는 문세광을 하루 만에 설득해 범행 과정 일체를 자백 받아 기소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건의 조작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있다. 
 
김 전 실장의 출세 배경 자체가 공안과 정보 조작, 고문을 담당했던 중앙정보부 5국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경력 덕분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말년에는 청와대 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다. 이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대부’라고 불리기도 했다. 
 
유신독재 박정희 전 대통령을 섬겼던 김 전 실장은 현 정부의 제2인자로 올라설 수 있는 완벽한 존재였다. 
 
내정부터 퇴임까지 조용한 날 없어
각종 논란·파문에도 꿋꿋하게 버텨
 

검찰총장이던 1989년 8월12일 기자간담회에서는 “더 많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가보안법 등 피의자의 변호인 접견권에 일시적 제한·금지가 필요하며 이는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안기부(현 국가정보원)·검찰에 의한 변호인 접견 금지에 대해 변호인들이 변호인 접견금지 취소청구준항고를 법원에 내자 법원은 접견금지가 위법이라는 결정을 잇달아 내린 바 있다.
 
92년 대선을 앞둔 12월 부산 ‘초원복집’에서 김 전 실장은 당시 전 법무부 장관과 김영환 부산직할시장 등 부산지역 기관장들을 모아 민주자유당 김영삼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지역 감정을 부추기는 내용을 유포시키자는 대화를 나눴다. 이 비밀회동에서 “우리가 남이가, 이번에 안 되면 영도다리에 빠져 죽자”“민간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겨야 돼”와 같은 지역감정을 건드리는 발언을 했다. 이 내용을 통일국민당 관계자들이 도청해 언론에 폭로했다. 
 
 
하지만 김영삼 후보 측은 이 사건을 음모라고 규정했다. 주류 보수 언론은 관권선거의 부도덕성보다 주거침입에 의한 도청의 비열함을 더 부각해 사건의 본질을 호도했다. 이 때문에 통일국민당은 여론의 역풍을 맞았고, 영남 지지층을 집결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사건으로 김 전 실장은 기소됐으나 무혐의로 풀려났다. 오히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아 승승장구했다. 김 전 실장이 15대 신한국당 의원 후보로 나올 당시 ‘초원복집 사건’으로 낙선대상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15대부터 내리 한나라당 3선 의원직으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정치공작 전문가?
욕먹고 못들은척
 
2004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업이 있다. 바로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었다. 박정희를 위한 유신헌법을 만들었던 김 전 실장에게 헌법을 이용한 탄핵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참여정부 시절 김 전 실장은 법사위원장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고,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과정에서 소추위원 역할을 맡았다.
 
2006년 김 전 실장은 한나라당 긴급 의원 총회에서 “대통령은 이미 정치적으로 하야한 만큼 즉각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발언했다. 또한 “노무현은 사이코다. 자기 검정 조절하지 못하고 자제력이 없다”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그녀의 멘토단인 ‘7인회’의 좌장격인 김 전 실장을 정치 한복판으로 불러냈다. 2013년 김 전 실장 임명을 놓고 시민단체와 여론은 ‘잘못된 인사’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시민 단체와 여론은 ‘유신의 부활’ 혹은 ‘김기춘식 세계관의 정치가 복원될 것’이라는 예측을 쏟아냈다. 
 
특히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는 “초원복집 사건 김기춘의 청와대 비서실장 임명을 취소하라” 등 성명을 내고 청와대를 질타했다. 이어 “1974년부터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에서 근무했으며, 민주주의를 파괴한 유신헌법 초안 마련을 주도한 인물”이라며 “청산해야 할 과거의 주역을 되살리는 이번 인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논평도 빼놓을 수 없다. 경실련은 “이번 청와대 수석비서진 부분 교체는 취임 후 줄곧 지적됐던 인사실패를 자인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현재 시스템으로 국정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불통으로 내린 인사”라고 주장했다. 지난 18개월 동안 이런 주장은 현실이 됐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날 당시 대통령은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해 7월7일 대통령비서실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 전 실장은 ‘사라진 7시간'에 대해 두루뭉술한 답변을 해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었다.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가 있던 날 대통령은 어디에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제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또 “대통령이 집무실에 있었느냐, 비서실장이 모르면 누가 아느냐”는 질문에도 “대통령의 위치에 대해서는 제가 알지 못한다. 비서실장이 일거수일투족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이 논란은 8월 일본 산케이 신문의 <박근혜 세월호 7시간 미스테리>라는 스캔들 기사로 번지는 단초가 됐다. 이후 김 전 실장은 한참 뒤인 11월 국회에서 “(대통령의 위치를)모른다고 했지만, 그 이후에는 국가 원수 경호 때문에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고 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문의 7시간과 관련해 김 전 실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김 대표는 “그런 유언비어가 퍼진 건 국회에서 답변을 잘 못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에 출석한 김 실장이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보를 분 단위로 밝혔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김 실장이 국회에 열 번이라도 나와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한다”고 거듭 김 실장의 책임을 지적했다. 
 
“사심 없는 분”
대통령 절대신임
 

세월호 사고 당시 구원파 신도들은 금수원애 ‘김기춘 비서실장 갈데까지 가보자. 우리가 남이가’라는 현수막을 걸어, 김 전 실장과 유병언의 교감설이 주목 받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의 후보자 낙마율은 14.5%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김 전 실장이 재임 당시 안대희 총리 후보자에 이어 문창극 후보자가 낙마했다. 이 외에 사회부총리를 겸할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송광용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 등 교육 분야 최고위직 두 명은 논물 표절도 밝혀졌다.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 등 구린 구석이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은 청와대 인사위원회가 맡고 있다. 당시 인사위원장은 비서실장이 겸하고 있었다. 김 전 실장은 인사위원장으로 두 차례나 총리 후보자를 부실하게 검증한 책임에 벗어나기 어려웠다. 여당인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김 실장이 인사와 공천에 개입한 것은 잘못”이라며 김 전 실장의 책임론을 공론화하고 나선 적도 있다.
 
하지만 인사 실패에 대한 책임도 김 전 실장의 자리를 위태롭게 할 수 없었다.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낙마했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경질했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 자진 사퇴 때는 인사 수석실을 신설했다. 부실 검증 논란이 일 때마다 언제나 김 전 실장에게는 일종의 출구가 마련돼 있었다.  
 
당시 문창극 후보자의 낙마 시도에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가세하면서 청와대의 갈등설도 불거졌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의 조정력은 전혀 발휘되지 못했다.   
 
김 전 실장의 외아들 김성원씨가 2013년 12월31일 교통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중앙대 의대를 졸업한 인재로 재활의학 병원을 개원해 운영하던 시기에 발생한 사고였다.  
 
김 전 실장은 아들이 사고가 난 날 오후 5시에는 “대통령은 전혀 개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긴급 브리핑을 하고 확산되는 개각 논란의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3일에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4 신년 인사회’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를 만나는 등 자리를 지켰다. 청와대 수석들도 그의 흔들림 없는 행보에 아들이 위중한 상태에 놓여 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박정희 시절부터 인연…지금도 무한신뢰
시민단체·여론은 여전히 “잘못된 인사”
 
김 실장은 모든 일과가 끝난 후 병원을 찾아 아들 옆을 지켰다고 전해진다. 그의 잦은 병원 출입에 일각에서는 김 전 실장의 이상설 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지난 1월9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김 전 실장은 “개인적으로 자식이 병원에 누워 사경을 헤맨 지 1년이 넘었는데 자주 가지 못해 인간적으로 매우 아프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비선실세 의혹을 받았던 정윤회 논란이 일파만파 퍼졌다. 이 가운데 불길이 김 전 실장에게 옮겨붙었다. 사건의 핵심은 정씨와 청와대의 권력자들이 정기적으로 청와대와 정부의 동향을 논의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내용이 자신이 지휘하는 비서실에서 작성되 대량으로 유출됐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박지만 EG그룹 회장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명의의 문건이 대량 유출된 건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김 전 실장에게 제안했다. 더구나 지난해 1월6일 작성된 ‘정윤회씨 국정개입’ 보고서를 처음으로 보고 받은 뒤 당사자인 ‘문고리 3인방’ 등에게 사실이 아니라는 확인만 받고, 이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3∼4월과 6월에 내부 문서 유출 사실이 확인된 이후 최소한 4차례의 문서 회수 기회를 날려버리기도 했다. 다시 말해 알고도 이를 방치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두 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는 정윤회와 박지만의 권력투쟁이 밖으로 드러날 경우 박근혜 대통령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에 무조건 덮어버리려고 했을 것이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당시 김 전 실장의 입장에서 치부가 드러나는 일은 막아야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정윤회와 박지만, 두 비선라인의 싸움을 통해 어부지리를 취하려고 했다는 주장이다. 검찰장악이라는 큰 명제를 해결한 김 전 실장은 두 비선라인한테 토사구팽을 당해야 할 인물이었다. 그런 견제를 막기 위해 김 전 실장은 오히려 내부 갈등을 키워 자신은 권력투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계획일 수도 있었다는 주장이다. 무엇이 됐든 김 전 실장은 문고리 권력이라는 사실이 둘오넌 계기였다.
 
문건 공개 이후 벌어진 특별검찰 때 오모 행정관에 대한 강압조사 논란이 벌어지고, 한모 경위에 대한 청와대 회유 의혹이 불거진 것에 대한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에 대한 이런 비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재신임’ 탓에 공허한 지적으로 막을 내리는 분위기였다. 
 
정윤회 후폭풍 
온몸으로 막어
 
실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2일 김 실장의 시무식 발언을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하는 것으로 김 실장에 대한 자신의 재신임에 ‘쐐기’를 박은 바 있다. 
 
김 실장은 시무식에서 자신의 책임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이 직원들에게 “국가원수를 모시면서 개인의 영달이나 이익을 위해 직위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충(忠)이 무엇인가? 중심(中心)이다. 중심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 이심(異心)을 품어서는 안 된다” 며 질책을 했다. 이더 “저도 분발하겠다”며 건재를 과시하기도 했다.
 
<min1330@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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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