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오프’ 임태희 노동부장관 초강수 복심

“놀고먹는 ‘노조 완장’ 전부 벗겨라!”


임태희 노동부장관이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를 두고 정면 돌파에 나섰다. 오는 7월 개정 후 14년째 발이 묶였던 노동조합법의 본격 시행을 압두고 강경모드에 돌입한 것이다. 임 장관은 전임자에 대한 유급지원 대상을 대폭 축소한 ‘타임오프’ 한도 조정으로 대기업 노조 옥죄기에 들어갔다.

노동계는 정책연대 파기, 자진사퇴 촉구 등을 내세우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임 장관은 흔들림이 없다. 임 장관이 노동계의 비난과 정치권 곳곳의 중재 요구에도 불구하고 ‘타임오프’ 고시를 강행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조합법 개정 노동계 반발 속 14년간 표류
임 장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논란 정면 돌파


최근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이하 근면위)가 노조전임자에 대한 ‘타임오프’ 한도를 결정하면서 정부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근면위의 이번 결정으로 노조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된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도마에 오른 노조전임자 문제는 수년째 노사정간에 논란이 된 사안이다. 논란의 핵심은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 문제다. 회사에서 일은 하지 않은 채 노조 활동에만 집중하는 직원에게 기업이 월급을 줘야하느냐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기업에서 급여를 받은 국내 전체 전임자는 1만583명으로 1인당 평균 4300만원을 지급받았다. 영국과 미국, 일본 등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을 100% 노조가 부담하는 선진국의 노사문화와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노조 왕국’으로 불리며 한국의 노사관계를 대표하는 현대차를 살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현대차는 전임자가 200명이 넘는다.

현대차는 당초 단체협약을 통해 98명을 전임자로 두기로 했지만 실제론 임시 상근직 110여 명을 포함해 214명이 전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회사 일은 일절 제쳐두고 전적으로 노조 활동에만 전념하면서 매월 월급을 받아간다. 게다가 교대로 일하는 일반 근로자가 기본급과 잔업수당만 받는 데 비해 전임자는 기본급에 고정 잔업수당, 휴일 특근 수당 등 갖가지 수당을 더 얹어 받는다.

핵심 전임자들은 회사로부터 차량 및 유류비를 지원받는 특혜까지 누리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임자가 존재하는 현실이 발전적인 노사관계 형성을 가로막고 각종 부당한 관행의 근원”이라며 “전임자 급여 지급으로 인해 ‘노동귀족’이 존재하고 노동운동의 ‘직업화’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노동계 반발에 ‘흐지부지’
14년 먼지 쌓인 개정안

국내 기업은 전임자 임금 지급으로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뿐 아니라 노조전임자 주도의 비합리적 투쟁을 초래하고 권력화에 따른 비리와 부패가 만연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재계는 수년째 전임자 임금 지급 폐지를 정부에 강도 높게 요구해왔다. 하지만 전임자 임금 지급 폐지를 골자로 한 노조법 개정은 지난 14년간 제자리를 맴돌았다.

이미 1997년 ‘전임자는 회사로부터 급여를 지급 받아서는 안 되고, 회사도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긴 노조법이 개정됐지만 아직까지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과 선거철 마다 반복되는 정치권의 눈치 보기 때문에 ‘흐지부지’되어 왔던 탓이다. 지난 시간 안팎의 반발에 총 4차례나 연기됐던 노조법 개정안의 유예기한은 오는 6월까지다. 

정부는 이번에야 말로 노사 선진화 방안의 핵심 과제인 노조전임자의 임금 지급 폐지를 반드시 시행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정부는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이 폐지되면 기업 활동 여건이 나아져 생산성 증가와 안정적인 노사 관계 유도에 도움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 역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전임자 임금 지급의 경우 다른 나라에서 임금을 조합비로 충당하지 않는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선 원칙적으로 내년에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말해 법 시행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타임오프 한도결정
전임자 대폭 축소

하지만 노동계의 반발은 거셌다. 최근 노조법 개정안의 최종 유예기한이 다가오자 노동계는 여느 때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동계는 전임자 임금 문제를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렇듯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첨예한 가운데 중재안으로 마련된 것이 ‘타임오프’ 제도다. 타임오프는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대신 노조공동 활동을 한 시간만 임금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그동안 명확한 기준과 적용범위가 정해지지 않아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들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노사정 관계자들로 구성된 근면위는 지난 1일 타임오프 한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했다. 12시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끝내 합의 도출에 실패, 결국 투표를 통해 한도가 정해졌다. 타임오프 한도는 조합원 규모에 따라 11단계로 세분화됐다.

일정 기준에 따라 타임오프를 활용할 수 있는 인원도 제한됐다. 김태기 근면위 위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노조 활동을 더 지원할 수 있는 ‘하후상박’ 원칙을 적용했다”며 “대기업 노조의 경우 노조 자체 재정으로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는 관행을 정착시킬 수 있다고 판단해 유급활동시간 한도를 낮게 적용했다”고 말했다.

노동계 연대파기 위협
임 장관 고시 ‘강행’

김 위원장의 말처럼 근면위의 타임오프 한도는 대기업 노조에게는 상당히 불리한 모양새다. 근면위는 타임오프 총량을 나눠 쓸 수 있는 전체 전임 활동가들의 숫자를 300인 미만 사업장은 전임자 수의 3배, 300인 이상 사업장은 2배로 제한했다.

근로시간 면제한도는 조합원 50명 미만 사업장의 경우 1000시간, 50~99명은 2000시간, 100~199명은 3000시간, 200~299명은 4000시간, 300 ~499명은 5000시간, 500~99 9명은 6000시간, 1000~2999명은 1만 시간, 3000~4999명은 1만4000시간, 5000~9999명은 2만2000시간, 1만~1만4999명은 2만8000시간, 1만5000명 이상은 2만8000시간(조합원 3000명당 2000시간 추가)으로 정했다. 단, 1만5000명 이상 대기업 사업장의 경우 2012년 7월1일부터는 3만6000시간이 적용된다.

노조전임자 인원도 대폭 제한됐다. 전임자 1인당 연간 유급 활동시간 2000시간을 기준으로 조합원이 50명 미만인 경우에는 전임자 0.5명, 100명 미만은 1명, 1000명 미만은 3명, 5000~9999명은 11명, 1만~1만4999명은 14명, 1만5000명 이상인 사업장에는 24명 까지 전임자를 둘 수 있다. 다만 노조원 1만5000명 이상 대기업의 경우, 단계적으로 전임자를 줄여나가 2012년 7월부터는 전임자 18명까지만 임금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에 해당 안건이 시행되는 오는 7월1일부터 기업별 노조전임자는 한도에 맞춰 규모를 줄이거나 자체적으로 임금을 해결해야 한다. 애초 노동계는 1인당 연평균 노동활동 2100시간을 기준으로 사업장 규모를 5단계로 세분화해 최저 1050시간에서 최대 4만8300시간까지 면제 한도를 보장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번 타임오프 한도는 노동계의 요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모습이다. 노동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기업 유급 지원 대상 대폭 축소
오는 7월24명…2012년 18명 조정


한국노총은 노동부가 타임오프 고시를 강행한다면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를 파기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월30일인) 협상 시한을 넘겨 정해진 타임오프 한도는 무효이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노총은 고시를 강행할 경우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는 선언도 덧붙였다.

뿐만 아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법원에 근면위의 의결에 대한 효력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한편 임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임 장관이 타임오프 한도 설정 작업을 배후 조종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노동계의 이 같은 반발에도 임 장관은 여전히 ‘강경모드’다. 임 장관은 장기간 표류됐던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문제는 정부의 핵심 선결과제인 만큼 끝까지 밀어붙인다는 입장이다.

임 장관은 지난 5일 한 언론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전임자를 없애라는 것도 아니고 줄이라는 것인데 어떻게 정책연대 파기를 거론할 수 있느냐”며 “(타임오프의) 골간을 움직일 생각도 없고 타협하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장관은 타임오프와 관련해 가장 반발이 거센 금융노조를 향해서는 따끔한 질타도 덧붙였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월급을 가장 많이 받는 은행노조가 타임오프에 불만을 갖는 것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 (금융노조의 요구는) 균형 없는 주장이다”고 지적했다. 고시를 강행하겠다는 입장도 여전히 변함이 없다. 지난 6일 국회 환노위 현안보고에서 이화수 한나라당 의원은 “양대노총에서 (근면위) 의결에 대한 효력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기 때문에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임 장관은 “근면위 의결의 고시 효력에는 문제가 없다”며 “법원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고시를 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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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