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박콜’ 받은 이완구 국무총리 내정자

‘시나리오대로…’ 손사래 치더니 결국 청와대행

[일요시사 경제2팀] 최현목 기자 = 최근 ‘2PM’이 화제의 중심에 서있다. 여기서 2PM은 가수가 아닌 새누리당 이완구 의원을 뜻한다. 이 의원의 성을 의미하는 ‘2(이)’와 총리를 뜻하는 ‘Prime Minister’ 영단어를 조합해 만들어진 새로운 별명이다. 해석하면 이완구 국무총리. 5월 초에 임기를 마치게 되는 이 의원은 그동안 총리 후보 0순위로 여겨졌다. 과연 전체를 모두 관리한다는 ‘총리’의 뜻처럼 대한민국을 총리할 수 있을지,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총리가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그의 여정을 살펴보자.


2015년 1월23일 박근혜 대통령은 새로운 국무총리로 이완구 원내대표를 지명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총리 후보로 거론되던 그는 그동안 손사래를 치며 내정설을 부인해 왔으나 박 대통령의 내각·청와대 개편에 맞춰 새로운 국무총리로 거듭나게 됐다. 2009년 충청남도 도지사 시절 세종시의 원안을 찬성한 박 대통령과 같은 태도를 취해 신임을 얻기 시작한 그는 원내대표 취임 후 세월호 정국 등을 비교적 원만하게 이끌었다는 평을 받으며 적임자로 지목돼 왔다.

충남 출생
행시 합격

신임 국무총리에 지명된 이완구 의원은 충청남도 청양 출신이다. 1950년생인 그는 1966년에 대전중학교를, 1970년에 양정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듬해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에 진학하게 된다. 그리고 1974년 ‘제15회 행정고등고시’를 합격한 이후 홍성군청 및 경제기획원 사무관을 맡아 ‘제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에 참여하는 등 공직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던 중 그는 1981년부터 경찰직으로 자리를 옮겨 지역을 위해 일하기 시작한다. 이때 31세의 나이로 최연소 홍성경찰서 서장을 역임하는가 하면 최연소 경무관과 40대 초반 최연소 충북·충남지방경찰청장을 역임하는 등 각종 최연소 타이틀을 거머쥐며 고공행진 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1995년 당시 민주자유당(이하 민자당)에 입당하며 정계에 입문한 그는 고향인 충남 청양 홍성지구당 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1996부터 본격적인 정치 인생을 시작한다. 그해 15대 총선에서 이 의원은 충남지역에 출마하게 되는데 당시 사람들은 모두 그의 출마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왜냐하면 자유민주연합(이하 자민련) 텃밭과 같던 충남지역에서 유일하게 신한국당 후보로 나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보란 듯이 당선돼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해 5월21일 이 의원은 <매일경제신문>에 주목받는 정치 신인으로 소개되며 ‘정치권에 경제마인드를 심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한때 ‘철새 정치인’이란 오명을 듣기도 했다. 충남지역에서 신한국당 의원으로 당선된 후 그는 1997년 김종필 전 총리가 있는 자민련으로 당적을 옮겨 원내총무와 대변인 등을 역임한다. 그 후 2000년 16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으나 2002년엔 대선을 앞두고 자민련을 탈당해 당시 한나라당으로 이적하게 된다. 그러나 곧 ‘2억원 이적료 파문’이 불거져 2004년 17대 총선에는 불출마를 선언하게 된다.

당시 이적료 파문은 큰 정치 이슈가 되었다. 김윤식, 이양희 등과 함께 혐의를 받은 이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에 입당한 뒤 지원금 명목으로 2억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로 기소된다. 그러나 지난 2007년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음으로써 그동안의 혐의는 벗어 던지게 되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UCLA대 교환교수로 1년여의 시간을 보낸다.

‘성난민심 부탁해’소통 적임자 판단
“대통령께 쓴소리·직언하겠다” 각오

국내로 돌아온 이 의원은 뚝심 있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아 충남도지사에 당선된 그는 3년 뒤인 지난 2009년 이명박정부가 추진한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며 단식투쟁을 벌였다. 그리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합의한 법을 어겨선 안 된다”고 주장하며 세종시 원안 통과를 요구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도지사 직을 사퇴하기에 이른다. 이때 자신과 함께 뜻을 같이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많은 교류를 하게 되는데 결국 이때의 만남이 계기가 되어 지금의 박 대통령을 위해 힘을 기울이게 된다.


이 의원은 사퇴를 결정한 후 2010년 5월26일에 대전역 광장에서 모습을 드러내 소신 있는 발언을 한 바 있어 당시 대전 주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대전 동구·중구 합동유세에서 이 의원은 젊은 박성효(시장), 이장우(동구청장), 이은권(중구청장) 후보를 추천하기 위해 나온 자리에서 “도지사 그만뒀으면 가만히 집에 앉아있지 왜 돌아다니나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라며 “답답해서 돌아다닌다. 나도 충청도 사람이다. (우려가 앞서) 욕을 먹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고 시민들 앞에서 소리쳤다.

각종 최연소
치안직 역임

이어서 그는 “세종시 문제는 이완구 외에 충청도에서 얘기할 사람 아무도 없다. 세종시 문제로 충청도 (사람) 마음 달래준 박근혜 전 대표 이외에 이 말 할 사람 아무도 없다”고 강조하며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똑바로 확실하게 얘기하자. 세종시와 충청도를 위해 진정성을 보여 달라. 참 일꾼을 뽑아 달라”고 말해 지역에 대한 진심어린 걱정을 전달함은 물론이고 시민들에게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그의 정치 생활의 위기는 당적을 옮김으로써, 도지사직을 사퇴함으로써가 아닌 엉뚱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다발성골수종이라는 혈액암으로 2012년 총선 불출마는 물론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의원은 지난 1년 동안 투병생활을 하면서 항암치료를 했는데 “온몸의 털이 다 빠지는 등의 고통을 겪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고 회상했을 정도로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야했다.

그러나 그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암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선다. 그리곤 2013년 부여·청양 재보궐 선거에서 ‘큰 정치’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워 77.40%의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 화려한 복귀에 성공한다. 이후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의원은 “포기하지 말고 좌절하지 말라. 희망을 잃지 말라. 살겠다는, 그리고 나는 완치될 수 있다는 마음의 자세가 대단히 중요하다. 맑은 마음을 가져라”고 말해 전국의 암 투병 환자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선물했다.

결국 그는 2009년 세종시 정국에서 충남지사직을 던진 후 4년의 정치적 공백을 일거에 해소시키면서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에 이은 충청권의 대표 주자라는 위상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게 된다.
2014년 5월 이 의원은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선출돼 원내지휘를 맡게 된다. 이미 15,16,19대에 당선된 3선 국회의원인 그는 충남지사는 물론 도지사를 역임해 ‘충청권의 맹주’로 불리며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포함해 충청권 출신 첫 원내대표가 된 것이다.

원내대표가 된 후 이 의원은 세월호특별법 제정 등에서 여야 협상을 이끌면서 산적한 현안들을 무난히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자신의 소신을 지킬 때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청와대 문건유출 관련 국회 운영위 소집을 요구하며 불응 시 보이콧을 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보이콧이냐”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또한 “여야가 격론을 벌이고 국회에서 싸울 수는 있지만, 법안심의를 않고 해당 상임위를 안 열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 참 답답하다”며 “일에는 순서와 절차가 있는 법이다. 검찰 수사가 끝나면 그것에 기초해서 국회 차원의 적절한 논의, 대책이 당연히 있어야 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여 자신의 소신을 전달했다.

다재다능한
친박계 핵심


이 의원은 지난 연말부터 정홍원 국무총리의 유력한 후임으로 하마평에 자주 오르내렸다. 그러나 그는 박 대통령의 지명을 받기 전까진 끝내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일례로 지난 1월4일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총리 직 제안을 받으셨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는 “제안 받은 적이 없다”며 “대한민국에 총리를 하실 훌륭한 분들이 굉장히 많다”고 거듭 겸손을 보였다.
 

그러나 이미 정계는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여러 차례 사의를 표한 정 총리의 후임으로 이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2PM이란 별명과 ‘이완구 테마주’ ‘이완구 관련주’와 같은 각종 연관검색어들이 포털사이트에 올라 왔다.

한편 인터뷰 자리에서 이 의원은 또 “5월7일까지가 제 (원내대표) 임기”라며 “자꾸 (원내대표 직에서) 밀어내려고 하는 것 같아서 요즘 좀 섭섭하다”고 계면쩍은 반응을 보였다. 그리곤 “임기를 끝내고 총리로 가시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는데 그는 “JP(김종필)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정치는 귀신도 내일을 모른다”며 “5개월 후를 어떻게 알겠느냐”고 말해 어느 정도의 여지는 있는 모습을 보였다.

JP 잇는 충청권 대표주자 우뚝
도지사 사퇴, 암투병 우여곡절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총리는 어떤 모습일까. 대통령제를 채택한 국가에서 보통은 총리가 지도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의 전·현직 총리들도 야당 등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이지 않는 모습이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의원은 한 인터뷰 자리에서 자신의 머릿속 청사진을 보인 바 있다.

그는 “예컨대 총리가 어떤 문제와 현안이 있으면 야당부터 달려가야 한다”며 “먼저 설명해주고 어떻게 생각하느냐 묻고 충분히 듣고 와서 다시 리뷰하고, 여당가서 설명하고 같이 협조하자고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여야와 정부를 잇는 소통의 다리,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총리의 본분인 것이다.

그런 그는 차기 대권에는 전혀 뜻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권 의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항상 “전혀 없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대답한다. 그래도 질문이 이어지면 그는 “분명히 말씀드리면 (대권) 근처에 가지도 못했고,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고 거듭 강조한다.

흔히 사람들은 이 의원에 대해 다재다능하다는 평가를 한다. 정치는 물론이고 행정적인 수완과 경제 관념까지 두루 겸비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그가 총리로 지명되었으니 아마 실세 총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예견한다. 또한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회운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을 들어 청문회에서 이례적으로 쉽게 통과될 것이라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득표율 77%
돌아온 거물

그에 대한 정계의 평가는 대부분 우호적이다. 전반적으로 ‘철두철미하다’ ‘적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란 목소리가 지배적인 가운데 인연이 깊은 김종필 명예총재는 그를 두고 ‘번개가 치면 먹구름이 낄지, 천둥이 칠지를 아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한편 23일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완구 국무총리 내정자는 여당 원내대표로서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고 경제혁신 3개년 개혁의 효과적 추진과 공직기강확립 등 국정 전반에 대한 폭넓은 경험과 이해를 갖춘 분이다”고 말해 이 의원이 가장 적임자라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청와대는 “이완구 총리 내정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을 잘 이해하는 분”이라고 말해 이 의원에게 힘을 실어줬다.

2015년 1월23일 박 대통령으로부터 지명받고 난 후 그는 다음과 같이 소감을 말했다. “야당과 소통하고 대통령께 직언하는 총리가 되겠습니다” 또 “지금 경제가 매우 어렵다”며 “청문회를 통과해 정식으로 총리가 된다면 경제 상황을 해결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도지사 사퇴, 암투병 등 우여곡절이 많은 삶을 산 그가 앞으로 박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국정에 어떻게 녹여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완구 빠진 새누리당 원내대표 하마평


이완구 원내대표가 임기 중 총리로 차출되면서 당초 5월로 예정됐던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이 앞당겨지게 됐다. 이번에 선출된 원내대표는 내년에 치러질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각 계파별로 눈치 보기가 치열하다.

이미 원내대표 경선 구도는 이주영, 유승민 의원의 2강 구도로 좁혀지고 있다. 두 사람 외에도 홍문종, 심재철, 정병국 의원 등이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선 가능성은 다소 낮다는 평가다. 해양수산부 장관직을 내려놓고 국회에 돌아온 이주영 의원은 친박으로 분류된다. 이 의원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있을 때 비교적 세월호 참사를 잘 수습했다는 평가를 받아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참된 공직자”라는 공개 칭찬을 받기도 했다.

반면 유승민 의원은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원조 친박이었으나 박 대통령과 주변 인물들에게 잇따라 ‘쓴소리’를 하면서 비박으로 돌아섰다. 특히 최근에는 ‘K·Y 수첩’ 파동에서 김무성 대표와 함께 ‘청와대 흔들기 배후’로 지목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친박 주류의 대표주자인 홍문종 의원도 원내대표 도전 의사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어 친박 표가 분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홍 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두 의원에게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오히려 나를 잘 도와달라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심 의원도 “출마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고, 정 의원도 “때가 되면 출마 여부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