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박콜’ 받은 이완구 국무총리 내정자

‘시나리오대로…’ 손사래 치더니 결국 청와대행

[일요시사 경제2팀] 최현목 기자 = 최근 ‘2PM’이 화제의 중심에 서있다. 여기서 2PM은 가수가 아닌 새누리당 이완구 의원을 뜻한다. 이 의원의 성을 의미하는 ‘2(이)’와 총리를 뜻하는 ‘Prime Minister’ 영단어를 조합해 만들어진 새로운 별명이다. 해석하면 이완구 국무총리. 5월 초에 임기를 마치게 되는 이 의원은 그동안 총리 후보 0순위로 여겨졌다. 과연 전체를 모두 관리한다는 ‘총리’의 뜻처럼 대한민국을 총리할 수 있을지,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총리가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그의 여정을 살펴보자.


2015년 1월23일 박근혜 대통령은 새로운 국무총리로 이완구 원내대표를 지명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총리 후보로 거론되던 그는 그동안 손사래를 치며 내정설을 부인해 왔으나 박 대통령의 내각·청와대 개편에 맞춰 새로운 국무총리로 거듭나게 됐다. 2009년 충청남도 도지사 시절 세종시의 원안을 찬성한 박 대통령과 같은 태도를 취해 신임을 얻기 시작한 그는 원내대표 취임 후 세월호 정국 등을 비교적 원만하게 이끌었다는 평을 받으며 적임자로 지목돼 왔다.

충남 출생
행시 합격

신임 국무총리에 지명된 이완구 의원은 충청남도 청양 출신이다. 1950년생인 그는 1966년에 대전중학교를, 1970년에 양정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듬해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에 진학하게 된다. 그리고 1974년 ‘제15회 행정고등고시’를 합격한 이후 홍성군청 및 경제기획원 사무관을 맡아 ‘제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에 참여하는 등 공직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던 중 그는 1981년부터 경찰직으로 자리를 옮겨 지역을 위해 일하기 시작한다. 이때 31세의 나이로 최연소 홍성경찰서 서장을 역임하는가 하면 최연소 경무관과 40대 초반 최연소 충북·충남지방경찰청장을 역임하는 등 각종 최연소 타이틀을 거머쥐며 고공행진 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1995년 당시 민주자유당(이하 민자당)에 입당하며 정계에 입문한 그는 고향인 충남 청양 홍성지구당 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1996부터 본격적인 정치 인생을 시작한다. 그해 15대 총선에서 이 의원은 충남지역에 출마하게 되는데 당시 사람들은 모두 그의 출마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왜냐하면 자유민주연합(이하 자민련) 텃밭과 같던 충남지역에서 유일하게 신한국당 후보로 나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보란 듯이 당선돼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해 5월21일 이 의원은 <매일경제신문>에 주목받는 정치 신인으로 소개되며 ‘정치권에 경제마인드를 심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한때 ‘철새 정치인’이란 오명을 듣기도 했다. 충남지역에서 신한국당 의원으로 당선된 후 그는 1997년 김종필 전 총리가 있는 자민련으로 당적을 옮겨 원내총무와 대변인 등을 역임한다. 그 후 2000년 16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으나 2002년엔 대선을 앞두고 자민련을 탈당해 당시 한나라당으로 이적하게 된다. 그러나 곧 ‘2억원 이적료 파문’이 불거져 2004년 17대 총선에는 불출마를 선언하게 된다.

당시 이적료 파문은 큰 정치 이슈가 되었다. 김윤식, 이양희 등과 함께 혐의를 받은 이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에 입당한 뒤 지원금 명목으로 2억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로 기소된다. 그러나 지난 2007년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음으로써 그동안의 혐의는 벗어 던지게 되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UCLA대 교환교수로 1년여의 시간을 보낸다.

‘성난민심 부탁해’소통 적임자 판단
“대통령께 쓴소리·직언하겠다” 각오

국내로 돌아온 이 의원은 뚝심 있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아 충남도지사에 당선된 그는 3년 뒤인 지난 2009년 이명박정부가 추진한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며 단식투쟁을 벌였다. 그리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합의한 법을 어겨선 안 된다”고 주장하며 세종시 원안 통과를 요구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도지사 직을 사퇴하기에 이른다. 이때 자신과 함께 뜻을 같이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많은 교류를 하게 되는데 결국 이때의 만남이 계기가 되어 지금의 박 대통령을 위해 힘을 기울이게 된다.


이 의원은 사퇴를 결정한 후 2010년 5월26일에 대전역 광장에서 모습을 드러내 소신 있는 발언을 한 바 있어 당시 대전 주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대전 동구·중구 합동유세에서 이 의원은 젊은 박성효(시장), 이장우(동구청장), 이은권(중구청장) 후보를 추천하기 위해 나온 자리에서 “도지사 그만뒀으면 가만히 집에 앉아있지 왜 돌아다니나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라며 “답답해서 돌아다닌다. 나도 충청도 사람이다. (우려가 앞서) 욕을 먹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고 시민들 앞에서 소리쳤다.

각종 최연소
치안직 역임

이어서 그는 “세종시 문제는 이완구 외에 충청도에서 얘기할 사람 아무도 없다. 세종시 문제로 충청도 (사람) 마음 달래준 박근혜 전 대표 이외에 이 말 할 사람 아무도 없다”고 강조하며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똑바로 확실하게 얘기하자. 세종시와 충청도를 위해 진정성을 보여 달라. 참 일꾼을 뽑아 달라”고 말해 지역에 대한 진심어린 걱정을 전달함은 물론이고 시민들에게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그의 정치 생활의 위기는 당적을 옮김으로써, 도지사직을 사퇴함으로써가 아닌 엉뚱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다발성골수종이라는 혈액암으로 2012년 총선 불출마는 물론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의원은 지난 1년 동안 투병생활을 하면서 항암치료를 했는데 “온몸의 털이 다 빠지는 등의 고통을 겪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고 회상했을 정도로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야했다.

그러나 그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암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선다. 그리곤 2013년 부여·청양 재보궐 선거에서 ‘큰 정치’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워 77.40%의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 화려한 복귀에 성공한다. 이후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의원은 “포기하지 말고 좌절하지 말라. 희망을 잃지 말라. 살겠다는, 그리고 나는 완치될 수 있다는 마음의 자세가 대단히 중요하다. 맑은 마음을 가져라”고 말해 전국의 암 투병 환자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선물했다.

결국 그는 2009년 세종시 정국에서 충남지사직을 던진 후 4년의 정치적 공백을 일거에 해소시키면서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에 이은 충청권의 대표 주자라는 위상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게 된다.
2014년 5월 이 의원은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선출돼 원내지휘를 맡게 된다. 이미 15,16,19대에 당선된 3선 국회의원인 그는 충남지사는 물론 도지사를 역임해 ‘충청권의 맹주’로 불리며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포함해 충청권 출신 첫 원내대표가 된 것이다.

원내대표가 된 후 이 의원은 세월호특별법 제정 등에서 여야 협상을 이끌면서 산적한 현안들을 무난히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자신의 소신을 지킬 때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청와대 문건유출 관련 국회 운영위 소집을 요구하며 불응 시 보이콧을 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보이콧이냐”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또한 “여야가 격론을 벌이고 국회에서 싸울 수는 있지만, 법안심의를 않고 해당 상임위를 안 열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 참 답답하다”며 “일에는 순서와 절차가 있는 법이다. 검찰 수사가 끝나면 그것에 기초해서 국회 차원의 적절한 논의, 대책이 당연히 있어야 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여 자신의 소신을 전달했다.

다재다능한
친박계 핵심

이 의원은 지난 연말부터 정홍원 국무총리의 유력한 후임으로 하마평에 자주 오르내렸다. 그러나 그는 박 대통령의 지명을 받기 전까진 끝내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일례로 지난 1월4일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총리 직 제안을 받으셨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는 “제안 받은 적이 없다”며 “대한민국에 총리를 하실 훌륭한 분들이 굉장히 많다”고 거듭 겸손을 보였다.
 

그러나 이미 정계는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여러 차례 사의를 표한 정 총리의 후임으로 이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2PM이란 별명과 ‘이완구 테마주’ ‘이완구 관련주’와 같은 각종 연관검색어들이 포털사이트에 올라 왔다.

한편 인터뷰 자리에서 이 의원은 또 “5월7일까지가 제 (원내대표) 임기”라며 “자꾸 (원내대표 직에서) 밀어내려고 하는 것 같아서 요즘 좀 섭섭하다”고 계면쩍은 반응을 보였다. 그리곤 “임기를 끝내고 총리로 가시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는데 그는 “JP(김종필)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정치는 귀신도 내일을 모른다”며 “5개월 후를 어떻게 알겠느냐”고 말해 어느 정도의 여지는 있는 모습을 보였다.

JP 잇는 충청권 대표주자 우뚝
도지사 사퇴, 암투병 우여곡절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총리는 어떤 모습일까. 대통령제를 채택한 국가에서 보통은 총리가 지도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의 전·현직 총리들도 야당 등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이지 않는 모습이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의원은 한 인터뷰 자리에서 자신의 머릿속 청사진을 보인 바 있다.

그는 “예컨대 총리가 어떤 문제와 현안이 있으면 야당부터 달려가야 한다”며 “먼저 설명해주고 어떻게 생각하느냐 묻고 충분히 듣고 와서 다시 리뷰하고, 여당가서 설명하고 같이 협조하자고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여야와 정부를 잇는 소통의 다리,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총리의 본분인 것이다.

그런 그는 차기 대권에는 전혀 뜻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권 의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항상 “전혀 없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대답한다. 그래도 질문이 이어지면 그는 “분명히 말씀드리면 (대권) 근처에 가지도 못했고,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고 거듭 강조한다.

흔히 사람들은 이 의원에 대해 다재다능하다는 평가를 한다. 정치는 물론이고 행정적인 수완과 경제 관념까지 두루 겸비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그가 총리로 지명되었으니 아마 실세 총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예견한다. 또한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회운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을 들어 청문회에서 이례적으로 쉽게 통과될 것이라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득표율 77%
돌아온 거물

그에 대한 정계의 평가는 대부분 우호적이다. 전반적으로 ‘철두철미하다’ ‘적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란 목소리가 지배적인 가운데 인연이 깊은 김종필 명예총재는 그를 두고 ‘번개가 치면 먹구름이 낄지, 천둥이 칠지를 아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한편 23일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완구 국무총리 내정자는 여당 원내대표로서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고 경제혁신 3개년 개혁의 효과적 추진과 공직기강확립 등 국정 전반에 대한 폭넓은 경험과 이해를 갖춘 분이다”고 말해 이 의원이 가장 적임자라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청와대는 “이완구 총리 내정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을 잘 이해하는 분”이라고 말해 이 의원에게 힘을 실어줬다.

2015년 1월23일 박 대통령으로부터 지명받고 난 후 그는 다음과 같이 소감을 말했다. “야당과 소통하고 대통령께 직언하는 총리가 되겠습니다” 또 “지금 경제가 매우 어렵다”며 “청문회를 통과해 정식으로 총리가 된다면 경제 상황을 해결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도지사 사퇴, 암투병 등 우여곡절이 많은 삶을 산 그가 앞으로 박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국정에 어떻게 녹여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완구 빠진 새누리당 원내대표 하마평

이완구 원내대표가 임기 중 총리로 차출되면서 당초 5월로 예정됐던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이 앞당겨지게 됐다. 이번에 선출된 원내대표는 내년에 치러질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각 계파별로 눈치 보기가 치열하다.

이미 원내대표 경선 구도는 이주영, 유승민 의원의 2강 구도로 좁혀지고 있다. 두 사람 외에도 홍문종, 심재철, 정병국 의원 등이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선 가능성은 다소 낮다는 평가다. 해양수산부 장관직을 내려놓고 국회에 돌아온 이주영 의원은 친박으로 분류된다. 이 의원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있을 때 비교적 세월호 참사를 잘 수습했다는 평가를 받아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참된 공직자”라는 공개 칭찬을 받기도 했다.

반면 유승민 의원은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원조 친박이었으나 박 대통령과 주변 인물들에게 잇따라 ‘쓴소리’를 하면서 비박으로 돌아섰다. 특히 최근에는 ‘K·Y 수첩’ 파동에서 김무성 대표와 함께 ‘청와대 흔들기 배후’로 지목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친박 주류의 대표주자인 홍문종 의원도 원내대표 도전 의사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어 친박 표가 분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홍 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두 의원에게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오히려 나를 잘 도와달라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심 의원도 “출마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고, 정 의원도 “때가 되면 출마 여부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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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