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1억 배우’ 오달수

대작엔 꼭…빠지면 서운한 감초 "통했다"

[일요시사 경제2팀] 최현목 기자 = 씬 스틸러. 흔히 주연보다 잘나가는 조연을 두고 우린 이렇게 부른다. 그들은 주연보다 등장하는 ‘씬’은 적지만 단 몇 분 안에 관객의 시선을 ‘스틸’해 버리는 능력자들이다. 한국영화에도 이러한 자들이 있다. 고전적으로 감초라 불리는 그들은 밥상에 비유하자면 반찬과 같은 존재다. 반찬이 없다고 해서 밥을 못 먹겠냐마는 싱겁다 못해 넘길 수 없을 만큼 퍽퍽할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감초가 없다면? 모르긴 몰라도 영화가 밍밍하다 못해 곤욕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한 달 후 최고의 반찬이 다시 한 번 우리를 찾아온다. 비록 최고급 재료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몇 공기는 뚝딱할 수 있는 반찬, 그런 밥 도둑 같은 배우 오달수가 <국제시장>에 이어 스크린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제 오달수는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에서 ‘개장수’역을 맡아 관객에게 더욱 강력한 웃음을 선사할 준비를 마쳤다. 벌써부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작품은 2011년에 개봉해 470만명의 관객을 모은 동명의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후속작이다.

대학생 신분
극단에 진출

오달수는 1968년 대구광역시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란 ‘경상도 사나이’다. 충무로에 진출하기 전까지 줄곧 경상도권에서 지낸 그는 말을 할 때 사투리의 강한 억양이 자연스레 배어 나오는 배우로 유명하다. 자칫 배우로서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는 이후 연기력을 바탕으로 이러한 선입견을 과감히 타파해 버린다.

송강호의 연기도 이러한 편견을 깨는데 일조했다. 서울에 있는 한 예술대학교 특강자리에서 오달수는 자신의 억양에 대해 “처음 서울에 올라와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사투리 때문에 싫은 소리도 많이 들었다”며 “그런데 <넘버3>에서 송강호 선배의 사투리 연기가 확 뜨면서 사투리 연기에 대한 편견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연극을 통해 연기자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부산에 있는 동의대학교 공업디자인학과에 진학한 그는 당시 인쇄물을 배달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그때 단골이던 ‘가마골소극장’에 자주 드나들 기회가 생겼고 그곳의 단원들과 함께 밥을 먹고 공연을 보는 등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해서 그는 당시 연기하던 배우들과 함께 연기자로 나아가게 된다.


1990년부터 그는 극단 ‘연희단거리패’에 입단하게 된다. 그곳에서 3개월을 지낸 후 <오구>라는 연극에서 처음 단역을 맡으며 무대에 선다. 이후 <남자충동> <인류최초의 키스> <흉가에 볕들어라> 등 다양한 무대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 당시도 소극장 등에서 연극을 하는 배우의 삶은 넉넉하지 못했다. 최근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그 시절을 회상하며 “연극 무대에 설 때 월급이 15만원 정도 됐다”며 “다음 월급 날까지 끼니를 해결할 라면을 먼저 사 놓고 나머지를 생활비와 술값 등으로 사용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20대 청춘의 시절을 전부 연극에 바친 그이기에 가능한 생활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연극에 대한 열정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현재 그는 ‘신기루 망원경’ 극단을 운영하며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 “매번 출연한 작품들을 보면서 후회한다. 아쉬운 게 너무 많다”면서도 “나도 그렇지만 우리 극단의 후배들도 작품을 통해 스스로 배웠으면 한다. 그래서 극단 후배들이 올리는 공연에 아쉬운 점이 보여도 간섭하지 않는다. 직접 느껴서 자기 살로 만들어야한다”며 후배들을 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영화 사상 최초 누적관객 1억명 돌파
충무로 미친 존재감…출연만 하면 구름 떼

그의 재능을 담기에 연극 무대가 너무 작았던 것일까. 그는 2002년 <해적, 디스코왕 되다>에 출연하여 본격적인 충무로 진출을 알린다. 비록 영화판에서는 신입이었지만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연극무대에서 쌓아온 내공은 그의 가치를 퇴색시킬 수 없었다. 이후 그를 눈여겨 본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에서 사설감옥 사장 ‘철웅’역으로 오달수를 캐스팅한다.

그리고 다들 알고 있는 것과 같이 그는 이 영화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다. 특히 극중 오대수(최민식)의 이빨을 뽑으려 할 때 “인간은 상상을 하기 때문에 비겁해지는 거래. 그니깐 상상을 하지마. 그럼 용감해질 수 있어”라는 대사와 함께 보이는 음흉한 미소는 잔인한 인간의 내면을 투영시키기에 충분한 연기였다. 극 속에서 오달수는 낯선 외모와 독특한 몸짓, 그리고 말투로 극사실주의 연기의 정수를 보여준다.
 

배우가 범할 수 있는 실수 중 하나는 바로 이미지의 고착화, 그리고 소진이다. 대표작이나 인상적인 연기로 호평을 받은 후 그 역할에 심취해 다른 연기를 선보이지 못하는 경우를 우린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오달수는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완벽히 자유로운 배우다. 그는 <올드보이>에서 섬뜩한 악역 연기를 한 후 곧바로 <효자동 이발사>에 출연해 코믹연기를 선보인다.


이후 그는 <달콤한 인생> <음란서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의 영화에서 때론 조폭으로 때론 주인공의 친구로 등장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는 것은 물론이고 본인의 연기 스펙트럼 또한 넓혀간다. 심지어 그는 놀랍게도 영화 <괴물>에서 한강에 방류된 독극물에 의해 돌연 변이된 ‘괴물’의 목소리 연기도 해낸다.

연기에 바친
20대 청춘

그렇게 그는 2002년부터 한해도 빠지지 않고 영화를 찍었고 결국 지난 3일 <국제시장>의 700만 돌파와 함께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누적관객 1억명을 돌파하는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국제시장> 전까지 12년 동안 서른아홉 작품에 출연해 만들어낸 쾌거였다. 지난해에는 <7번 방의 선물>과 <변호인>으로 한해 두 편의 1000만 영화에 출연한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제부터 그가 영화에 출연 할 때마다 충무로의 역사는 새로 쓰여지는 것이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제작보고회에서 그는 1억 관객을 기록한 것에 대해 “관객 여러분 덕분이다”며 “새로운 마음가짐과 기분으로 더욱 더 겸손하게 시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제가 출연한 작품의 총 관객을 굳이 따지자면 1억25만명 정도 된다”며 “25만명은 연극 무대를 찾은 관객이다. 힘들었지만 그때 극장을 찾은 25만의 관객을 나는 절대 잊을 수 없다”고 밝혀 어려운 연극생활에 힘을 준 관객에 대한 감사의 표시도 잊지 않았다. 누적 1억 관객 돌파는 꾸준한 작품 활동과 탄탄한 연기력, 그리고 관객을 불러 모으는 흥행적 요소가 없으면 결코 이룰 수 없는 대기록으로 평가된다.

현재 그가 영화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들이 그와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의 존재만으로도 흥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친절한 금자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쥐> 등에서 함께한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감독들이 누구나 캐스팅하고 싶어하는 워너비 배우로 거듭난다.

맡은 역할은 강하지만 그의 푸근한 인상과 인간적인 모습이 알려지면서 대중들에게 더욱 사랑받고 있다. 특히 그가 학창시절까지 보낸 부산에서는 팬들 사이에서 ‘달수 행님(형님의 경상도 사투리)’ 또는 ‘달수 오빠야’ ‘달수 아저씨’로 불린다고 한다.

그는 충무로에서 ‘바른 사나이’로 유명하다. 박찬욱 감독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 만들어낸 ‘너무 예의바른 남자’ 캐릭터가 오달수를 보고 만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을 정도로 항상 겸손하고 깍듯한 모습을 유지한다. 또한 그는 ‘충주중앙병원’에서 환자 위문행사와 토크쇼를 갖는 등 바쁜 와중에도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후배를 위하는 배려심에 있어서도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배우다. ‘금정 예술공연지원센터’에서 개최한 토크콘서트인 ‘부산의 청춘들아 기죽지 마라’에서 그는 ‘영화배우 오달수가 되기 전’이라는 주제로 연극단 활동을 하면서 힘들었던 시절을 관객과 공유했다. 이어서 그는 예술가의 눈으로 보는 서울과 부산의 청년문화를 비교해 현실적이면서 진솔한 얘기를 전했고 부산의 청년문화가 서울보다 부족한 부분, 더 나은 부분 등을 관객들과 함께 토론했다. 그리고 관객과 격이 없는 대화의 시간도 잊지 않았다.

그의 이런 모습 때문일까. 동료 배우들 사이에서도 인기남이다. 이번에 함께 영화에 출연하게 된 김명민은 4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오달수에 대해 “현장에서 달수 형과의 조합이면 더할 것도 없이 행복한 작업이다”며 “어떤 헤어진 집사람을 다시 만나서 사는 그런 기분이 든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한 곧 1000만 관객을 넘을 것으로 보이는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은 극중 달구 역할은 오달수가 아니면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신뢰감을 표현했다.

호흡 맞는 배우?
송강호와 황정민

그와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춘 배우는 송강호다. ‘국민 배우’라 불리는 송강호는 오달수와 <효자동 이발사>를 시작으로 <괴물> <우아한 세계>를 비롯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박쥐> <푸른 소금> <변호인> 등 총 7개의 작품을 함께 했다. 평소 오달수가 가장 존경하는 배우로 꼽히는 송강호는 <변호인> 촬영 당시 서로의 호흡에 대해 “상황에 몰입하면 기가 막히게 나를 받아낸다”며 “굉장히 흡수력이 강하고 이질적인 느낌이면서도 가장 잘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준다”라고 그의 연기를 칭찬했다.
 

최근 개봉한 1000만 관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국제시장> 속 오달수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잇따른 흥행으로 어느새 주연으로까지 성장한 그는 이번 영화에서 황정민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극중 주인공 덕수(황정민)의 절친한 죽마고우 달구(오달수)로 나오는 그는 기존의 친구 캐릭터와 사뭇 다른 모습을 연기한다. 주인공의 친구는 일반적으로 극의 전개에서 끌려가기 마련이지만 달구는 오히려 덕수를 이끌고 간다. 그리고 중요한 순간에 사건을 물어다 주는 등 극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꾼으로 나온다.

맛깔 나는 밑바닥 연기 일품
남다른 열정…서민적인 배우


뿐만 아니라 그는 그 세대를 살던 사람들의 옷가짐, 행동은 물론 정서까지 적절하게 표현해 관객에게 리얼리즘을 불어넣었다. 극중 유행에 민감한 부산 청년인 달구는 그 당시만 해도 낯선 청바지에 빨간 가죽 자켓을 걸치고 머리를 한껏 빗어 넘긴다. 이후 한국에까지 여성 팬을 확보하게 될 제임스 딘을 따라한 것이다.

또한 뭔가 흐느적거리며 껄렁한 걸음걸이를 통해 그 당시 한창 잘나가시던 형님들의 모습을 온전히 담아내는 데 성공했고 무도회에서 현란한 손목 스냅과 발재간을 이용해 트위스트를 추던 그의 모습은 영락없이 잘나가던 오빠들의 그것과 같았다. 비록 <국제시장>이 영화적으로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은 아니라는 평을 듣고 있지만 황정민과 김윤진, 그리고 오달수라는 연기 귀재들이 있었기에 자칫 유치해 질 수 있었던 이야기를 지금과 같은 휴먼 영화로 이끌어 갈 수 있었다.

거지, 조폭…
다양한 연기색

데뷔 초기에는 배우 오광록과 유사하다며 헷갈려하는 관객이 있을 정도로 그의 이름 석자를 알아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색깔 있는 연기와 변화무쌍한 모습, 그리고 인간적인 냄새와 거기에서 배어나오는 내면의 아름다움은 그를 더이상 재야에 묻어둘 수 없는 배우로 만들었고 이젠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지닌 연기자로 거듭났다.

거의 모든 배우들은 영화 시나리오를 받게 되면 매니저 또는 소속사의 담당 직원이 먼저 검열을 한다. 그러나 오달수는 <올드보이>를 시작으로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자신에게 들어오는 시나리오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다 읽어보고 선택한다고 전해진다. 그런 그의 꼼꼼함과 연기에 대한 고민, 노력이 뒷받침되었기에 지금과 같은 대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 ‘조족지혈’과 같던 분량을 가진 배우에서 이젠 ‘군계일학’의 연기를 선보이는 오달수, 그는 분명 이 시대 최고의 연기파 배우임에 틀림없다.

 

<chm@ilyosisa.co.kr>

 


[오달수 주요 출연작은?]

▲해적, 디스코왕 되다(2002)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달콤한 인생(2005)
▲괴물(2006)
▲음란서생(2006)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박쥐(2008)
▲방자전(2010)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
▲7번방의 선물(2012)
▲도둑들(2012)
▲변호인(2013)
▲국제시장(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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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