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1억 배우’ 오달수

대작엔 꼭…빠지면 서운한 감초 "통했다"

[일요시사 경제2팀] 최현목 기자 = 씬 스틸러. 흔히 주연보다 잘나가는 조연을 두고 우린 이렇게 부른다. 그들은 주연보다 등장하는 ‘씬’은 적지만 단 몇 분 안에 관객의 시선을 ‘스틸’해 버리는 능력자들이다. 한국영화에도 이러한 자들이 있다. 고전적으로 감초라 불리는 그들은 밥상에 비유하자면 반찬과 같은 존재다. 반찬이 없다고 해서 밥을 못 먹겠냐마는 싱겁다 못해 넘길 수 없을 만큼 퍽퍽할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감초가 없다면? 모르긴 몰라도 영화가 밍밍하다 못해 곤욕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한 달 후 최고의 반찬이 다시 한 번 우리를 찾아온다. 비록 최고급 재료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몇 공기는 뚝딱할 수 있는 반찬, 그런 밥 도둑 같은 배우 오달수가 <국제시장>에 이어 스크린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제 오달수는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에서 ‘개장수’역을 맡아 관객에게 더욱 강력한 웃음을 선사할 준비를 마쳤다. 벌써부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작품은 2011년에 개봉해 470만명의 관객을 모은 동명의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후속작이다.

대학생 신분
극단에 진출

오달수는 1968년 대구광역시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란 ‘경상도 사나이’다. 충무로에 진출하기 전까지 줄곧 경상도권에서 지낸 그는 말을 할 때 사투리의 강한 억양이 자연스레 배어 나오는 배우로 유명하다. 자칫 배우로서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는 이후 연기력을 바탕으로 이러한 선입견을 과감히 타파해 버린다.

송강호의 연기도 이러한 편견을 깨는데 일조했다. 서울에 있는 한 예술대학교 특강자리에서 오달수는 자신의 억양에 대해 “처음 서울에 올라와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사투리 때문에 싫은 소리도 많이 들었다”며 “그런데 <넘버3>에서 송강호 선배의 사투리 연기가 확 뜨면서 사투리 연기에 대한 편견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연극을 통해 연기자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부산에 있는 동의대학교 공업디자인학과에 진학한 그는 당시 인쇄물을 배달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그때 단골이던 ‘가마골소극장’에 자주 드나들 기회가 생겼고 그곳의 단원들과 함께 밥을 먹고 공연을 보는 등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해서 그는 당시 연기하던 배우들과 함께 연기자로 나아가게 된다.

1990년부터 그는 극단 ‘연희단거리패’에 입단하게 된다. 그곳에서 3개월을 지낸 후 <오구>라는 연극에서 처음 단역을 맡으며 무대에 선다. 이후 <남자충동> <인류최초의 키스> <흉가에 볕들어라> 등 다양한 무대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 당시도 소극장 등에서 연극을 하는 배우의 삶은 넉넉하지 못했다. 최근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그 시절을 회상하며 “연극 무대에 설 때 월급이 15만원 정도 됐다”며 “다음 월급 날까지 끼니를 해결할 라면을 먼저 사 놓고 나머지를 생활비와 술값 등으로 사용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20대 청춘의 시절을 전부 연극에 바친 그이기에 가능한 생활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연극에 대한 열정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현재 그는 ‘신기루 망원경’ 극단을 운영하며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 “매번 출연한 작품들을 보면서 후회한다. 아쉬운 게 너무 많다”면서도 “나도 그렇지만 우리 극단의 후배들도 작품을 통해 스스로 배웠으면 한다. 그래서 극단 후배들이 올리는 공연에 아쉬운 점이 보여도 간섭하지 않는다. 직접 느껴서 자기 살로 만들어야한다”며 후배들을 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영화 사상 최초 누적관객 1억명 돌파
충무로 미친 존재감…출연만 하면 구름 떼

그의 재능을 담기에 연극 무대가 너무 작았던 것일까. 그는 2002년 <해적, 디스코왕 되다>에 출연하여 본격적인 충무로 진출을 알린다. 비록 영화판에서는 신입이었지만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연극무대에서 쌓아온 내공은 그의 가치를 퇴색시킬 수 없었다. 이후 그를 눈여겨 본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에서 사설감옥 사장 ‘철웅’역으로 오달수를 캐스팅한다.

그리고 다들 알고 있는 것과 같이 그는 이 영화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다. 특히 극중 오대수(최민식)의 이빨을 뽑으려 할 때 “인간은 상상을 하기 때문에 비겁해지는 거래. 그니깐 상상을 하지마. 그럼 용감해질 수 있어”라는 대사와 함께 보이는 음흉한 미소는 잔인한 인간의 내면을 투영시키기에 충분한 연기였다. 극 속에서 오달수는 낯선 외모와 독특한 몸짓, 그리고 말투로 극사실주의 연기의 정수를 보여준다.
 

배우가 범할 수 있는 실수 중 하나는 바로 이미지의 고착화, 그리고 소진이다. 대표작이나 인상적인 연기로 호평을 받은 후 그 역할에 심취해 다른 연기를 선보이지 못하는 경우를 우린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오달수는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완벽히 자유로운 배우다. 그는 <올드보이>에서 섬뜩한 악역 연기를 한 후 곧바로 <효자동 이발사>에 출연해 코믹연기를 선보인다.

이후 그는 <달콤한 인생> <음란서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의 영화에서 때론 조폭으로 때론 주인공의 친구로 등장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는 것은 물론이고 본인의 연기 스펙트럼 또한 넓혀간다. 심지어 그는 놀랍게도 영화 <괴물>에서 한강에 방류된 독극물에 의해 돌연 변이된 ‘괴물’의 목소리 연기도 해낸다.

연기에 바친
20대 청춘

그렇게 그는 2002년부터 한해도 빠지지 않고 영화를 찍었고 결국 지난 3일 <국제시장>의 700만 돌파와 함께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누적관객 1억명을 돌파하는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국제시장> 전까지 12년 동안 서른아홉 작품에 출연해 만들어낸 쾌거였다. 지난해에는 <7번 방의 선물>과 <변호인>으로 한해 두 편의 1000만 영화에 출연한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제부터 그가 영화에 출연 할 때마다 충무로의 역사는 새로 쓰여지는 것이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제작보고회에서 그는 1억 관객을 기록한 것에 대해 “관객 여러분 덕분이다”며 “새로운 마음가짐과 기분으로 더욱 더 겸손하게 시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제가 출연한 작품의 총 관객을 굳이 따지자면 1억25만명 정도 된다”며 “25만명은 연극 무대를 찾은 관객이다. 힘들었지만 그때 극장을 찾은 25만의 관객을 나는 절대 잊을 수 없다”고 밝혀 어려운 연극생활에 힘을 준 관객에 대한 감사의 표시도 잊지 않았다. 누적 1억 관객 돌파는 꾸준한 작품 활동과 탄탄한 연기력, 그리고 관객을 불러 모으는 흥행적 요소가 없으면 결코 이룰 수 없는 대기록으로 평가된다.

현재 그가 영화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들이 그와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의 존재만으로도 흥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친절한 금자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쥐> 등에서 함께한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감독들이 누구나 캐스팅하고 싶어하는 워너비 배우로 거듭난다.

맡은 역할은 강하지만 그의 푸근한 인상과 인간적인 모습이 알려지면서 대중들에게 더욱 사랑받고 있다. 특히 그가 학창시절까지 보낸 부산에서는 팬들 사이에서 ‘달수 행님(형님의 경상도 사투리)’ 또는 ‘달수 오빠야’ ‘달수 아저씨’로 불린다고 한다.

그는 충무로에서 ‘바른 사나이’로 유명하다. 박찬욱 감독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 만들어낸 ‘너무 예의바른 남자’ 캐릭터가 오달수를 보고 만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을 정도로 항상 겸손하고 깍듯한 모습을 유지한다. 또한 그는 ‘충주중앙병원’에서 환자 위문행사와 토크쇼를 갖는 등 바쁜 와중에도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후배를 위하는 배려심에 있어서도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배우다. ‘금정 예술공연지원센터’에서 개최한 토크콘서트인 ‘부산의 청춘들아 기죽지 마라’에서 그는 ‘영화배우 오달수가 되기 전’이라는 주제로 연극단 활동을 하면서 힘들었던 시절을 관객과 공유했다. 이어서 그는 예술가의 눈으로 보는 서울과 부산의 청년문화를 비교해 현실적이면서 진솔한 얘기를 전했고 부산의 청년문화가 서울보다 부족한 부분, 더 나은 부분 등을 관객들과 함께 토론했다. 그리고 관객과 격이 없는 대화의 시간도 잊지 않았다.

그의 이런 모습 때문일까. 동료 배우들 사이에서도 인기남이다. 이번에 함께 영화에 출연하게 된 김명민은 4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오달수에 대해 “현장에서 달수 형과의 조합이면 더할 것도 없이 행복한 작업이다”며 “어떤 헤어진 집사람을 다시 만나서 사는 그런 기분이 든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한 곧 1000만 관객을 넘을 것으로 보이는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은 극중 달구 역할은 오달수가 아니면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신뢰감을 표현했다.

호흡 맞는 배우?
송강호와 황정민

그와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춘 배우는 송강호다. ‘국민 배우’라 불리는 송강호는 오달수와 <효자동 이발사>를 시작으로 <괴물> <우아한 세계>를 비롯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박쥐> <푸른 소금> <변호인> 등 총 7개의 작품을 함께 했다. 평소 오달수가 가장 존경하는 배우로 꼽히는 송강호는 <변호인> 촬영 당시 서로의 호흡에 대해 “상황에 몰입하면 기가 막히게 나를 받아낸다”며 “굉장히 흡수력이 강하고 이질적인 느낌이면서도 가장 잘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준다”라고 그의 연기를 칭찬했다.
 

최근 개봉한 1000만 관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국제시장> 속 오달수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잇따른 흥행으로 어느새 주연으로까지 성장한 그는 이번 영화에서 황정민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극중 주인공 덕수(황정민)의 절친한 죽마고우 달구(오달수)로 나오는 그는 기존의 친구 캐릭터와 사뭇 다른 모습을 연기한다. 주인공의 친구는 일반적으로 극의 전개에서 끌려가기 마련이지만 달구는 오히려 덕수를 이끌고 간다. 그리고 중요한 순간에 사건을 물어다 주는 등 극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꾼으로 나온다.

맛깔 나는 밑바닥 연기 일품
남다른 열정…서민적인 배우

뿐만 아니라 그는 그 세대를 살던 사람들의 옷가짐, 행동은 물론 정서까지 적절하게 표현해 관객에게 리얼리즘을 불어넣었다. 극중 유행에 민감한 부산 청년인 달구는 그 당시만 해도 낯선 청바지에 빨간 가죽 자켓을 걸치고 머리를 한껏 빗어 넘긴다. 이후 한국에까지 여성 팬을 확보하게 될 제임스 딘을 따라한 것이다.

또한 뭔가 흐느적거리며 껄렁한 걸음걸이를 통해 그 당시 한창 잘나가시던 형님들의 모습을 온전히 담아내는 데 성공했고 무도회에서 현란한 손목 스냅과 발재간을 이용해 트위스트를 추던 그의 모습은 영락없이 잘나가던 오빠들의 그것과 같았다. 비록 <국제시장>이 영화적으로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은 아니라는 평을 듣고 있지만 황정민과 김윤진, 그리고 오달수라는 연기 귀재들이 있었기에 자칫 유치해 질 수 있었던 이야기를 지금과 같은 휴먼 영화로 이끌어 갈 수 있었다.

거지, 조폭…
다양한 연기색

데뷔 초기에는 배우 오광록과 유사하다며 헷갈려하는 관객이 있을 정도로 그의 이름 석자를 알아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색깔 있는 연기와 변화무쌍한 모습, 그리고 인간적인 냄새와 거기에서 배어나오는 내면의 아름다움은 그를 더이상 재야에 묻어둘 수 없는 배우로 만들었고 이젠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지닌 연기자로 거듭났다.

거의 모든 배우들은 영화 시나리오를 받게 되면 매니저 또는 소속사의 담당 직원이 먼저 검열을 한다. 그러나 오달수는 <올드보이>를 시작으로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자신에게 들어오는 시나리오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다 읽어보고 선택한다고 전해진다. 그런 그의 꼼꼼함과 연기에 대한 고민, 노력이 뒷받침되었기에 지금과 같은 대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 ‘조족지혈’과 같던 분량을 가진 배우에서 이젠 ‘군계일학’의 연기를 선보이는 오달수, 그는 분명 이 시대 최고의 연기파 배우임에 틀림없다.

 

<chm@ilyosisa.co.kr>

 

[오달수 주요 출연작은?]

▲해적, 디스코왕 되다(2002)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달콤한 인생(2005)
▲괴물(2006)
▲음란서생(2006)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박쥐(2008)
▲방자전(2010)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
▲7번방의 선물(2012)
▲도둑들(2012)
▲변호인(2013)
▲국제시장(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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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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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