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 천우희

28세 내공이…영화마다 신들린 연기

[일요시사 사회2팀] 최현목 기자 =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다.’ 우리는 흔히 스크린에서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배우를 가리켜 이런 수식어를 붙인다. 전도연, 송강호 등 국내 굴지의 배우들에게 붙는 찬사로 쓰이기도 하는 이 타이틀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신예가 있다. 배우 천우희는 ‘그녀만의 색깔’이 아닌 ‘그녀가 낼 수 있는 색깔’로 중무장한 충무로 ‘히든카드’다. 2014년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의 주인공 천우희에 대해 낱낱이 알아보자.

2014년을 가장 빛낸 여배우로 천우희가 선정됐다. 천우희는 영화 <한공주>(감독 이수진)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한 여고생 ‘한공주’역을 맡아 내공 있는 연기를 선보였고 당당히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녀는 그동안 많은 작품에 출연하진 않았지만 하는 영화마다 크고 작은 역할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덕분에 관객들 사이에서는 ‘신스틸러’로 불렸다. 그런 그녀는 이번 수상을 통해 개인 타이틀은 물론 존재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게 됐다.

2004년 데뷔
줄곧 단역만

현재 천우희의 나이는 28살, 연기 내공을 보여주기엔 아직 젊지만 그녀에게 나이는 중요치 않아 보인다. 벌써 경력 10년차인 그녀는 2004년 영화 <신부수업>을 통해 데뷔했다. 비록 맡은 역할이 ‘깻잎무리2’라는, 흔히들 얘기하는 ‘행인2’만큼 비중이 없었지만 이 작품을 통해 천우희는 영화배우로서 발걸음을 땠다. 그때 그녀의 나이는 17살, 지금의 그녀를 있게 만든 ‘한공주’의 극중 나이가 17살이었다는 점은 우연치곤 기막힌 접점이 아닐 수 없다.

이후 그녀는 2년간 공백기를 가진 후 2007년 영화 <허브>에서 껄렁껄렁한 깻잎 소녀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녀는 단역에 불과했다. 그러던 중 그녀에게 조연으로 출연할 기회가 찾아온다. 2009년 원빈 주연의 영화 <마더>에서 그녀는 배우 진구(진태 역)의 여자친구로 발랄하면서 은밀해 요사스러운 기운마저 풍기는 재수생을 연기하게 된다. 단역이 아닌 조연으로 출연한 그녀의 실질적 데뷔였다.

그녀는 이 영화에서 과감한 노출연기를 선보였다. 23살의 나이로, 또 여성으로서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베드신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당시 부모님께는 ‘노출연기가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연기에 대한 욕심이 컸던 것이다. 어쨌든 그녀는 이 영화를 통해 ‘현장과 잘 맞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그대로 온전히 연기자의 길을 가게 된다.


이후 천우희는 영화 <사이에서>를 통해 주연배우로 거듭난다. 데뷔 후 빠른 시간에 주연을 맡았지만 영화에 대한 반응은 좋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한동안 침체기를 겪게 된다. 생각보다 빠른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그러던 중 대중들에게 확실히 얼굴을 알릴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누적 관객 수 700만명을 넘긴 영화 <써니>의 오디션 기회가 생긴 것이다. 대게 많은 연기자들이 오디션에서 제대로 기량을 선보이지 못하고 떨어진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간만에 찾아온 기회였지만 긴장하지 않고 임해 당당히 배역을 따냈다.

그 비결에 대해 그녀는 “오디션을 볼 때 오디션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는데, 최선을 다해서 준비를 했지만 되면 좋은 거고 안 되면 그냥 인연이 아니구나 생각하기 때문에 긴장을 별로 안 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당당하게 오디션에 임하다보니 ‘쟤 뭔데 저러지. 뭔가 엄청난 걸 숨기고 있는 거 아냐’라고 감독들이 생각했다는 후문이다.

노출, 본드 등
파격연기 맡아

<써니>에서도 천우희가 맡은 배역은 파격적이었다. 극중 본드를 마시는 여고생 상미로 분해 열연을 펼쳤는데 일부에서는 ‘진짜 본드를 마시고 연기한 것 아니냐’는 괴담이 돌 정도로 그녀의 연기에는 리얼리티가 있었다. 결국 그녀는 <마더> <써니>로 대표되는 두 파격연기로 관객들의 뇌리에 자신의 연기 스타일을 각인시켰다. 어떻게 이런 선택이 가능했던 것일까. 이에 대해 “부모님이 엄청 보수적이다. 그래서 ‘이제 나 다 컸어. 터치 하지 마’ 같은 심정으로 연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천우희는 기세를 몰아 2011년 <뱀파이어 아이돌> <뻑킹 세븐틴>, 2012년 <26년>, 2013년 <우아한 거짓말>에서 주·조연을 넘나들며 실력을 쌓아가던 중 지금의 그녀를 있게 만든 <한공주>를 만나게 된다.

2014년 가장 빛낸 여배우로 선정
집단성폭행 당한 여고생 역 소화


<한공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2004년, 경남 밀양에서 고등학생 44명이 울산의 여중생을 지속적으로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가해자들은 약 1년 동안 수차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찰이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신상이 보호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수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가해자는 평범하게 대학을 다니거나 사회생활을 하는 등 전과기록 없이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데 반해 피해를 당한 여성은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하고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일용직을 전전하고 있던 것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이 사실을 접한 국민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민감한 사건을 다룬다는 것, 또 성폭행 당한 여성을 연기한다는 것은 여배우로서 꺼려지는 부분이 많다.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천우희가 말한 것처럼 영화를 봤을 때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작업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역을 받자마자 몰입했고 표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온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연기하겠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

‘한공주’를 연기하기 위해 고민도 많이 했다. 보통의 배우들은 어떤 사건을 겪고 난후 슬픔에 빠지는 캐릭터를 표현할 때 강한 의지로 극복해내는 연기를 한다.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악을 쓰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트라우마를 서서히 이겨내는 모습을 표현해냈다. 그녀는 관객의 분노를 유발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오히려 불안에 집중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천우희는 ‘한공주’를 강한 아이라고 정의했다. 그렇지만 순탄치 않은 환경 속에서 그녀를 지지해 줄 버팀목과 같은 장치가 필요했다. 천우희는 그 장치로 음악을 택했다. <한공주>라는 영화 속을 관통하는 것은 음악이다. 그녀는 음악을 통해 관객에게 희망을 전달함은 물론이고 과거의 ‘한공주’와 현재의 ‘한공주’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삼았다. 즉 ‘한공주’가 과거에는 혼자 음악을 했다면 현재에는 친구와 얼굴을 마주하며 아카펠라를 부르는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 쌓아놓은 마음의 벽을 조심스레 허무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에는 ‘Ciao,Bella,Ciao’라는 제목의 아카펠라 노래가 삽입곡으로 등장한다. 비록 전주만 나오지만 이 노래의 가사를 찾아보면 ‘한공주’가 맞닥뜨리고 있는 세상과 연관성이 있다. 노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체주의에 맞서던 파르티잔이 부른 것으로 세계적으로 저항운동에서 많이 쓰였다.

“오 사랑스런 사람아. 침입자를 발견했다. 이제 죽을지도 모르니 만약 내가 죽는다면 꽃 아래 묻어다오. 사람들은 날 보고 아름다운 꽃이라고 하겠지. 그러면 자유를 위해 죽은 꽃이라고 말해주오”

<한공주>는 천우희가 연기를 그만두고 싶을 때 선물처럼 찾아온 영화다. 그리고 그녀는 이 영화로 인해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배우이자 가수인 마리옹 꼬띠아르는 천우희의 연기를 극찬한 바 있다. 패션·뷰티 매거진인 <GEEK>은 ‘만약 당신이 지금 주목할 만한 새로운 여배우를 찾고 있다면, 그건 단연 천우희일 거다’고 전했다.

한공주 연기로
세계적 여배우

영화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제13회 마라케시 국제 영화제 금별상, 제43회 로테르담 국제 영화제 타이거상, 제16회 프랑스 도빌 아시아 영화제 심사위원상 국제비평가상 관객상, 제28회 프리부르 국제영화제 대상, 제34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각본상 등 해외 영화제 9관왕을 차지했다.

저예산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국내 흥행에도 성공했다. 다양성 영화로 최단기간 내에 1만명 돌파, 한국 독립영화 사상 최단기간 10만 돌파, 최단기간 최다관객 동원이라는 신기록을 달성했다. 모든 것이 철저히 '한공주'의 상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한 그녀의 연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녀는 여우주연상을 받은 날 자신의 SNS를 통해 “수상소감을 준비하지 못해서 아쉬웠다”며 “또 이런 날이 언제 올지 모르는데…자기 일처럼 기뻐해준 저의 지인들과 글로써 격려해준 기자님들, <한공주>를 함께하고 사랑해준 모든 분들…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고 못다 한 소감을 밝혔다.
 


그녀가 <한공주> 이후 차기작으로 선택한 영화는 <카트>다. <부러진 화살> <변호인> <집으로 가는 길>등과 같이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된 사회고발 영화인 <카트>는 2007년 이랜드가 운영한 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회사의 일방적 해고통지에 맞서 마트를 점거, 농성을 이어가던 중 경찰의 해산 명령에 불복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실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지금까지 천우희가 맡은 배역이 어두웠다면 영화 <카트>에서는 그녀의 밝은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녀는 여기서 현대사회를 불안정함 속에 살아가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주위에 ‘긍정의 힘’을 전파하는 88만원 세대 ‘미진’역을 맡았다. 물론 아픔도 있다. ‘미진’은 계속되는 취업난 속에 점점 지쳐만 간다.

그러던 중 계약직으로 함께 일하는 다른 마트 언니들과 함께 회사 측의 부당해고에 맞서게 되고 그 과정에서 힘들어하는 주위사람에게 힘을 북돋아준다. 그런 의미에서 ‘미진’의 존재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관객에게 청량제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등 쟁쟁한 선배들의 연기에 묻힐 수 있었던 상황에서도 그녀의 존재는 빛이 난다.

한편 <카트> 시사회장에서 천우희는 “(연기를 위해)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지금 내 나이 때 고민할 수 있는 것들,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돌이켜 생각해 봤다. 많이 공감하셨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충무로 기대주 그녀가 떴다
끊임없이 고민하는 연구벌레

천우희는 철저히 변두리에서 시작했다. 지금이야 아역 배우부터 연기를 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있지만 그녀가 데뷔할 때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그런 환경 속에서 그녀는 ‘맨땅에 헤딩’과도 같이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처음에는 취미처럼 시작했다.


친구따라 연극반에 갔다가 연기를 하게 됐고 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처럼 <마더> <써니> 등을 찍었다. 25살 때까지는 소속사도 없이 혼자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회사를 들어간다 해도 ‘내가 먼저 찾는 것이 아니라 나를 찾아 줄 것이다’고 믿었다. 또래 여자에 비해 두둑한 배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배짱도 두둑하지만 뚝심도 남달랐다. 주위의 간섭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캐릭터를 빚어내는 솜씨가 일품이다. ‘한송이’를 연기할 때도 참고로 한 캐릭터 없이 본인이 고민해서 만들어냈다. 또한 관객의 평가는 신경 쓸지언정 주위의 목소리에는 흔들리지 않았다.

도화지 같은 외모는 그녀의 가장 큰 무기다. 그녀의 얼굴은 ‘매일매일 달라진다’고 할 정도로 어떤 심리 상태를 가지냐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그렇기에 마치 감정을 물감삼아 얼굴에 채색하는 듯 이채롭게 보인다. 그녀를 본 사람은 천우희가 누구를 닮았다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누구인지 선뜻 말할 수 없다. 말 그대로 ‘천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는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연기를 할 때도, 모델로서 사진을 찍을 때도 그녀는 본인만의 다양한 모습을 선보인다. 이런 점들이 그녀를 어떤 배역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로 만들었다. 자기복제가 판치는 세상에서 그런 그녀의 가치는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배역을 만들 때 특정 이미지에 맞춰 배우를 섭외하는 국내 영화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 천우희를 두고 심영섭 영화평론가는 “과거 전도연이 그러하듯 단지 예쁘다는 아우라를 넘어서서 다양한 캐릭터의 색깔을 덧칠할 수 있는 배우. 얼굴과 연기에 비어 있는 모호함이 넉넉이 고여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배우”라고 평했다.

천의 얼굴 가진
청룡영화제 퀸

천우희가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 13편 가운데 주연을 맡은 건 3번밖에 되지 않는다. 그 외에는 모두 조연이나 단역이었다. 그런 그녀가 3번째로 주연한 영화에서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탔다. 그리고 2015년 그녀가 주연을 맡은 영화 <곡성> <뷰티인사이드>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녀는 이제 스포트라이트 중심에 섰다. 그리고 전 세계가 주목하는 여배우로 거듭났다. 지금까지 ‘보여 준 모습’보다 ‘보여 줄 모습’이 많기에 전문가는 물론이고 팬까지 그녀의 행보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천우희는 패션·뷰티 매거진 <GQ>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넘어설 수 없는 배우로 이영애를 꼽았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고혹적인 분위기 때문이라 밝혔다. 하지만 그녀를 본 사람이라면 알수 있다. 블랙홀처럼 상대를 빨아들이는 그녀의 눈은 충분히 고혹적이라고, 그 안에 담지 못할 배역은 없다는 사실을. 앞으로 그녀가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놀라게 해줄지 사뭇 기대가 된다.

 

<chm@ilyosisa.co.kr>

 

[천우희는?]

▲경기도 이천 출생
▲양정여자고등학교 졸업
▲경기대학교 연기학 전공
▲제14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 여자 신인연기자상
▲제34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
▲제15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연기상
▲제35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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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