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사느냐’ 기로선 최철홍 보람상조 회장

벼랑끝 ‘상조 신화’… 정면 돌파? 해외 은둔?


국내 상조업체 1위인 보람상조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다. 오너의 비리 혐의가 드러나면서 계약 해지 등 회원들의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는 탓이다. 이 불똥은 상조업계 전체로 튈 조짐마저 보여 가입자 및 업체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런데도 화근의 불씨를 지핀 최철홍 보람상조 회장은 묵묵부답이다. 사건이 불거지기 직전 출국해 감감무소식이다. 정면 돌파냐, 아니면 해외 은둔이냐. ‘죽느냐 사느냐’기로에 선 그는 과연 어떤 복안일까.
1백억 횡령 혐의 오너일가 수사 급물살
전 계열사 압수수색…친형 부회장 구속

1957년 부산에서 태어난 최철홍 보람상조 회장은 군복무 도중 청천벽력 같은 일을 당했다. 마지막 휴가를 받아 들른 집이 사라진 것이다. 당혹감에 휩싸인 것도 잠시, 수소문 끝에 어렵게 찾은 집은 달동네 단칸방이었다. 가족들은 최 회장의 군 생활을 위해 힘든 가정 형편을 ‘쉬쉬’했다. 제대 다음날 곧바로 시작한 일이 보험판매원이다. ‘성공해야 가족이 산다’는 의지는 높은 성과로 나타났고, 이를 발판삼아 1983년 사업을 시작했다.
‘검은돈’파장 어디까지
업체·가입자 불안 고조

최 회장은 현대실업이란 재고 물품을 처리하는 대행업체를 차려 불과 1년 만에 직원이 150명으로 느는 등 쏠쏠한 재미를 봤다. 하지만 이도 잠시. 회사는 부도를 맞게 됐고, 가족이 길거리로 나 앉을 처지에 놓였다. 그의 나이 29세 때다. 최 회장은 막막한 생계로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을 시도했다. 3∼4일 후 병원에서 깨어난 그는 또다시 수술용 메스로 자신의 손목을 그었다.
다행히 주변에 빨리 발견돼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상했다. “사업이 실패하면서 자책감과 비참함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급기야 우울증까지 겪게 되면서 스스로 살아갈 가치를 느끼지 못했어요. 그런데 극단적인 선택 이후 병상에서 부모님의 얼굴을 떠올리니 부질없이 삶을 포기하고자 했던 어리석은 마음을 고쳐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생사를 오가면서 ‘죽을 각오로 덤비면 못할 것이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그리고 새롭게 시작했죠. 그 일이 바로 남들이 모두 꺼리던 상조업이었습니다.”
1980년대 초 국내에 처음 등장한 상조업은 당시만 해도 불모지였다. 일본 상조회를 모델로 부산지역에 가장 먼저 도입돼 일부 영세업체들이 회원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품앗이’수준에 그쳤다. 최 회장은 한국업체가 아닌 일본업체를 모델로 삼아 직접 일본을 드나들며 정보와 자료를 수집하는 등 상조 지식을 쌓았다. 이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좌절하고 다시 시작하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그냥 접을까’하는 고민도 많이 했지만 최 회장은 좌절하지 않고 부도 5년 뒤인 1991년 보람상조를 설립했다. ‘주식회사’형태를 띤 사실상 최초의 상조업체였다. 사업 영역과 규모도 영남지역에서 서울 등 수도권으로 점차 확대했다. “상조업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한 점이 성공 요인입니다. ‘웰다잉(Well-dying)’문화에 따라 고객 감동 장례서비스를 구축했습니다. 국내 상조문화를 선도한 셈이죠. 고객들에게 단순히 상을 치러주고 장례용품만을 파는 상조회사가 아닌 고객의 아픔을 내 가족의 아픔처럼 정성껏 모시고 있습니다.”
이 결과 보람상조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한우물’에서 선두를 놓치지 않고 있다. 보람상조는 업계(상조업체 280여개) 최대인 75만명의 회원을 보유해 전체 가입자(약 265만명) 중 30% 가량을 차지한다. 현재 부금예수금(월 회비)은 1600억원 수준이다. 연간 1만2000여 건의 장·축의를 치르고 있으며, 임직원 3000여 명과 전국 300 여개 지점 및 영업소를 모두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보람상조의 자본금은 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총자산은 2006년 375억원, 2007년 478억원, 2008년 531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매출도 2006년 17억원, 2007년 30억원, 2008년 51억원을 기록해 1년에 약 2배씩 늘어났다.

평소 투명경영 강조
출국 전 164억 인출

‘몸집’역시 급격히 불었다. 보람상조는 상조업이 기반인 보람상조개발과 보람상조라이프를 비롯해 보람상조플러스(웨딩), 보람호텔(숙박업), 보람정보산업(프로그램 개발), 보람종합건설(건축업), 더오픈(광고대행사), IT칼라(스튜디오) 등 16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여기에 미국 현지법인 보람USA와 C&Q Enterprise, PNG Trading 등 3개 해외 법인도 운영하고 있다.
최 회장 일가는 양대 축인 보람상조개발과 보람상조라이프를 통해 그룹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 두 회사가 100% 오너일가 소유인 것. 보람상조개발은 최 회장이 지분율 67%로 최대주주이며 부인 김모씨가 22%, 최 부회장이 11%를 갖고 있다. 보람상조라이프도 최 회장(47.5%)과 김씨(29.5%), 최 부회장(23%)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 최 회장의 ‘상조 신화’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비리 혐의가 드러나면서 계약 해지 등 회원들의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는 탓이다. 
이 불똥은 전체 상조업계로 튈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보람상조 가입자뿐만 아니라 다른 상조업체 회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시민단체는 “검찰의 보람상조 수사는 법적 사각지대에 방치돼 무분별한 난립과 과당경쟁으로 얼룩진 상조업계의 총체적 부실 실태가 곪을 데로 곪다가 드디어 터진 것”이라며 “수사 결과에 따라 다르겠지만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여 소비자는 물론 업체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거액의 고객 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회장이 여러 개의 계열사를 가족과 친인척 이름으로 운영하면서 수년간 고객이 맡긴 돈을 빼돌려 부동산을 사들이는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최 회장의 횡령금은 무려 100억원에 이른다. 이 돈으로 부산 동구 P호텔, 사상구 N호텔 등과 외국에 부동산까지 매입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노조, ‘돈다발 전달’동영상 공개
최 회장, 내사 중 출국 감감무소식

검찰은 최 회장이 이들 부동산을 매입한 돈의 출처를 밝혀내기 위해 지난달 전 계열사 압수수색을 끝낸데 이어 지난 1일 최 회장의 형인 최모 부회장을 구속했다. 최 부회장은 최 회장과 짜고 현금으로 받은 고객 미수금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2007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60여 차례에 걸쳐 61억9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회장 일가가 장의행사를 담당하는 개인사업장인 보람장의개발 소속 장례지도사들이 계열사의 지원으로 행사를 치르고 현금으로 받은 돈을 법인 계좌로 넣지 않고 유용했다는 것이다. 최 부회장은 200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보람장례식장의 수익금 5억5000여 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한 뒤 임의로 카드대금 등으로 쓴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와중에 보람상조 노조가 지난 1일 최 회장에게 돈다발을 전달하는 동영상을 공개해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었다. 동영상엔 지난해 7월2일 최 회장 부인의 비서가 보람상조 장례행사부 부산사무실에서 돈을 찾아가는 장면이 담겨있다. 이날 전달된 돈만 현금과 수표를 합해 3500만원에 이른다. 노조는 “통상 장례를 치르면서 꽃이나 유골함 등 장례 물품을 판매하면 30%의 리베이트를 받는데 이 돈을 최 회장 일가가 챙겼다”며 “최 회장 일가가 이런 방법으로 부산사무실에서만 매달 1억5000만원에서 2억5000만원을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노조로부터 이 영상과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최 부회장 등 경영진을 상대로 횡령 혐의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최 회장은 평소 ‘투명경영’을 강조해 이번 횡령 혐의와 리베이트 수수 의혹은 충격을 더한다. 부산 모 교회 장로를 맡고 있는 그는 인터뷰나 강연 등에서 “길이 아니면 절대 가지 말아야 한다”, “정직한 자가 반드시 성공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더욱이 최 회장은 검찰의 내사 중 해외로 떠나 본격적인 수사를 피해 출국한 게 아니냐는 해외 도피 의혹까지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월 부인과 취학연령인 자녀를 데리고 돌연 미국으로 출국했다. 최 회장은 출국하기 직전 개인통장과 법인계좌에서 164억원을 외국으로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보람상조가 지난 1월 초 미국법인에 이 돈을 송금한 정황을 포착한 것.
검찰도 이를 근거로 최 회장이 도피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은 여러 경로를 통해 최 회장의 귀국을 종용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미국으로 도피성 출국을 한 최 회장 일가가 자진해서 출두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미국 사법기관에 범죄인 인도요청 등을 통해 신병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람상조 측은 최 회장의 횡령 혐의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P호텔과 N호텔은 각각 보람상조개발㈜, 한국상조보증㈜ 소유로 검찰이 지적한 부동산은 최 회장이나 그 일가 개인이 아닌 계열사 법인 명의로 구입한 것”이라며 “회계법인의 외부감사와 국세청 세무조사에서도 고객 돈을 빼돌린 내용이 적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출장…곧 돌아온다”
최 회장 입국에 촉각

그는 최 회장의 도피 의혹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최 회장은 200만 교포를 대상으로 한 상조 해외사업을 위해 미국 현지법인에 출장 중으로 조만간 귀국할 예정”이라며 “혐의가 사실이 아닌 만큼 곧 돌아와 수사에 협조해 직접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최 부회장의 혐의 여부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설사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보람상조 법인과는 무관한 개인회사에 대한 부분으로 최근 공정위가 밝힌 대로 고객들에게 돌아갈 서비스는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 노조가 제기한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선 “회사 대표가 매일 현금을 2000만원씩 가져갔다는 주장은 장례행사를 후 정산한 행사금 잔액이 통상 현금으로 수금되기 때문에 이를 각 지역단위센터에서 취합해 은행에 입금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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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