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사느냐’ 기로선 최철홍 보람상조 회장

벼랑끝 ‘상조 신화’… 정면 돌파? 해외 은둔?


국내 상조업체 1위인 보람상조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다. 오너의 비리 혐의가 드러나면서 계약 해지 등 회원들의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는 탓이다. 이 불똥은 상조업계 전체로 튈 조짐마저 보여 가입자 및 업체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런데도 화근의 불씨를 지핀 최철홍 보람상조 회장은 묵묵부답이다. 사건이 불거지기 직전 출국해 감감무소식이다. 정면 돌파냐, 아니면 해외 은둔이냐. ‘죽느냐 사느냐’기로에 선 그는 과연 어떤 복안일까.
1백억 횡령 혐의 오너일가 수사 급물살
전 계열사 압수수색…친형 부회장 구속

1957년 부산에서 태어난 최철홍 보람상조 회장은 군복무 도중 청천벽력 같은 일을 당했다. 마지막 휴가를 받아 들른 집이 사라진 것이다. 당혹감에 휩싸인 것도 잠시, 수소문 끝에 어렵게 찾은 집은 달동네 단칸방이었다. 가족들은 최 회장의 군 생활을 위해 힘든 가정 형편을 ‘쉬쉬’했다. 제대 다음날 곧바로 시작한 일이 보험판매원이다. ‘성공해야 가족이 산다’는 의지는 높은 성과로 나타났고, 이를 발판삼아 1983년 사업을 시작했다.
‘검은돈’파장 어디까지
업체·가입자 불안 고조

최 회장은 현대실업이란 재고 물품을 처리하는 대행업체를 차려 불과 1년 만에 직원이 150명으로 느는 등 쏠쏠한 재미를 봤다. 하지만 이도 잠시. 회사는 부도를 맞게 됐고, 가족이 길거리로 나 앉을 처지에 놓였다. 그의 나이 29세 때다. 최 회장은 막막한 생계로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을 시도했다. 3∼4일 후 병원에서 깨어난 그는 또다시 수술용 메스로 자신의 손목을 그었다.
다행히 주변에 빨리 발견돼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상했다. “사업이 실패하면서 자책감과 비참함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급기야 우울증까지 겪게 되면서 스스로 살아갈 가치를 느끼지 못했어요. 그런데 극단적인 선택 이후 병상에서 부모님의 얼굴을 떠올리니 부질없이 삶을 포기하고자 했던 어리석은 마음을 고쳐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생사를 오가면서 ‘죽을 각오로 덤비면 못할 것이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그리고 새롭게 시작했죠. 그 일이 바로 남들이 모두 꺼리던 상조업이었습니다.”
1980년대 초 국내에 처음 등장한 상조업은 당시만 해도 불모지였다. 일본 상조회를 모델로 부산지역에 가장 먼저 도입돼 일부 영세업체들이 회원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품앗이’수준에 그쳤다. 최 회장은 한국업체가 아닌 일본업체를 모델로 삼아 직접 일본을 드나들며 정보와 자료를 수집하는 등 상조 지식을 쌓았다. 이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좌절하고 다시 시작하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그냥 접을까’하는 고민도 많이 했지만 최 회장은 좌절하지 않고 부도 5년 뒤인 1991년 보람상조를 설립했다. ‘주식회사’형태를 띤 사실상 최초의 상조업체였다. 사업 영역과 규모도 영남지역에서 서울 등 수도권으로 점차 확대했다. “상조업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한 점이 성공 요인입니다. ‘웰다잉(Well-dying)’문화에 따라 고객 감동 장례서비스를 구축했습니다. 국내 상조문화를 선도한 셈이죠. 고객들에게 단순히 상을 치러주고 장례용품만을 파는 상조회사가 아닌 고객의 아픔을 내 가족의 아픔처럼 정성껏 모시고 있습니다.”
이 결과 보람상조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한우물’에서 선두를 놓치지 않고 있다. 보람상조는 업계(상조업체 280여개) 최대인 75만명의 회원을 보유해 전체 가입자(약 265만명) 중 30% 가량을 차지한다. 현재 부금예수금(월 회비)은 1600억원 수준이다. 연간 1만2000여 건의 장·축의를 치르고 있으며, 임직원 3000여 명과 전국 300 여개 지점 및 영업소를 모두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보람상조의 자본금은 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총자산은 2006년 375억원, 2007년 478억원, 2008년 531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매출도 2006년 17억원, 2007년 30억원, 2008년 51억원을 기록해 1년에 약 2배씩 늘어났다.

평소 투명경영 강조
출국 전 164억 인출

‘몸집’역시 급격히 불었다. 보람상조는 상조업이 기반인 보람상조개발과 보람상조라이프를 비롯해 보람상조플러스(웨딩), 보람호텔(숙박업), 보람정보산업(프로그램 개발), 보람종합건설(건축업), 더오픈(광고대행사), IT칼라(스튜디오) 등 16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여기에 미국 현지법인 보람USA와 C&Q Enterprise, PNG Trading 등 3개 해외 법인도 운영하고 있다.
최 회장 일가는 양대 축인 보람상조개발과 보람상조라이프를 통해 그룹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 두 회사가 100% 오너일가 소유인 것. 보람상조개발은 최 회장이 지분율 67%로 최대주주이며 부인 김모씨가 22%, 최 부회장이 11%를 갖고 있다. 보람상조라이프도 최 회장(47.5%)과 김씨(29.5%), 최 부회장(23%)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 최 회장의 ‘상조 신화’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비리 혐의가 드러나면서 계약 해지 등 회원들의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는 탓이다. 
이 불똥은 전체 상조업계로 튈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보람상조 가입자뿐만 아니라 다른 상조업체 회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시민단체는 “검찰의 보람상조 수사는 법적 사각지대에 방치돼 무분별한 난립과 과당경쟁으로 얼룩진 상조업계의 총체적 부실 실태가 곪을 데로 곪다가 드디어 터진 것”이라며 “수사 결과에 따라 다르겠지만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여 소비자는 물론 업체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거액의 고객 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회장이 여러 개의 계열사를 가족과 친인척 이름으로 운영하면서 수년간 고객이 맡긴 돈을 빼돌려 부동산을 사들이는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최 회장의 횡령금은 무려 100억원에 이른다. 이 돈으로 부산 동구 P호텔, 사상구 N호텔 등과 외국에 부동산까지 매입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노조, ‘돈다발 전달’동영상 공개
최 회장, 내사 중 출국 감감무소식

검찰은 최 회장이 이들 부동산을 매입한 돈의 출처를 밝혀내기 위해 지난달 전 계열사 압수수색을 끝낸데 이어 지난 1일 최 회장의 형인 최모 부회장을 구속했다. 최 부회장은 최 회장과 짜고 현금으로 받은 고객 미수금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2007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60여 차례에 걸쳐 61억9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회장 일가가 장의행사를 담당하는 개인사업장인 보람장의개발 소속 장례지도사들이 계열사의 지원으로 행사를 치르고 현금으로 받은 돈을 법인 계좌로 넣지 않고 유용했다는 것이다. 최 부회장은 200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보람장례식장의 수익금 5억5000여 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한 뒤 임의로 카드대금 등으로 쓴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와중에 보람상조 노조가 지난 1일 최 회장에게 돈다발을 전달하는 동영상을 공개해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었다. 동영상엔 지난해 7월2일 최 회장 부인의 비서가 보람상조 장례행사부 부산사무실에서 돈을 찾아가는 장면이 담겨있다. 이날 전달된 돈만 현금과 수표를 합해 3500만원에 이른다. 노조는 “통상 장례를 치르면서 꽃이나 유골함 등 장례 물품을 판매하면 30%의 리베이트를 받는데 이 돈을 최 회장 일가가 챙겼다”며 “최 회장 일가가 이런 방법으로 부산사무실에서만 매달 1억5000만원에서 2억5000만원을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노조로부터 이 영상과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최 부회장 등 경영진을 상대로 횡령 혐의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최 회장은 평소 ‘투명경영’을 강조해 이번 횡령 혐의와 리베이트 수수 의혹은 충격을 더한다. 부산 모 교회 장로를 맡고 있는 그는 인터뷰나 강연 등에서 “길이 아니면 절대 가지 말아야 한다”, “정직한 자가 반드시 성공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더욱이 최 회장은 검찰의 내사 중 해외로 떠나 본격적인 수사를 피해 출국한 게 아니냐는 해외 도피 의혹까지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월 부인과 취학연령인 자녀를 데리고 돌연 미국으로 출국했다. 최 회장은 출국하기 직전 개인통장과 법인계좌에서 164억원을 외국으로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보람상조가 지난 1월 초 미국법인에 이 돈을 송금한 정황을 포착한 것.
검찰도 이를 근거로 최 회장이 도피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은 여러 경로를 통해 최 회장의 귀국을 종용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미국으로 도피성 출국을 한 최 회장 일가가 자진해서 출두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미국 사법기관에 범죄인 인도요청 등을 통해 신병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람상조 측은 최 회장의 횡령 혐의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P호텔과 N호텔은 각각 보람상조개발㈜, 한국상조보증㈜ 소유로 검찰이 지적한 부동산은 최 회장이나 그 일가 개인이 아닌 계열사 법인 명의로 구입한 것”이라며 “회계법인의 외부감사와 국세청 세무조사에서도 고객 돈을 빼돌린 내용이 적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출장…곧 돌아온다”
최 회장 입국에 촉각

그는 최 회장의 도피 의혹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최 회장은 200만 교포를 대상으로 한 상조 해외사업을 위해 미국 현지법인에 출장 중으로 조만간 귀국할 예정”이라며 “혐의가 사실이 아닌 만큼 곧 돌아와 수사에 협조해 직접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최 부회장의 혐의 여부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설사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보람상조 법인과는 무관한 개인회사에 대한 부분으로 최근 공정위가 밝힌 대로 고객들에게 돌아갈 서비스는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 노조가 제기한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선 “회사 대표가 매일 현금을 2000만원씩 가져갔다는 주장은 장례행사를 후 정산한 행사금 잔액이 통상 현금으로 수금되기 때문에 이를 각 지역단위센터에서 취합해 은행에 입금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