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울<새만금사업 새이름>’ 강현욱 새만금위원회 위원장

“대한민국 미래, 새만금에 달렸다”


건국 이래 최대 국책사업인 새만금 사업이 정부의 ‘마스터플랜’ 발표로 탄력을 받고 있다. 규모가 서울시 면적의 3분의 2에 이르는 초대형 사업인 만큼 지역 주민들은 물론 온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여 년간 계속이어진 새만금 문제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부작용 등 우려도 여전하다. 이에 <일요시사>는 강현욱 새만금위원회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새만금 사업의 10대 궁금증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봤다.


첫삽 19년만에 새만금 ‘마스터플랜’ 확정
산업, 국제업무 등 ‘명품 복합도시’ 개발


정부는 지난 1월 새만금 종합실천계획을 발표했다. 전라북도 새만금 지역을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정부의 청사진이 최종 확정된 것. 새만금 사업의 밑그림이 나온 것은 1991년 방조제 건설의 첫 삽을 뜬 지 무려 19년 만이다.

대한민국의 ‘명품 복합도시’로 건설해 동북아 경제 중심지이자 세계적 명소로 조성하는 게 마스터플랜의 골자다. 정부는 이를 위해 새만금 사업 추진비용으로 약 21조원을 투입한다. 이 비용은 용지조성비(13조원·62.5%), 기반시설 설치비(4조8100억원·23.1%), 수질개선대책비(2조9900억원·14.4%) 등에 각각 소요된다.
 
건국 후 최대 국책사업
메가 프로젝트 ‘착착’

전체 2만8300㏊에 이르는 부지는 ▲복합도시(국제업무·관광레저) ▲산업(경제자유구역) ▲신재생에너지 ▲생태환경 ▲과학·연구 ▲농업 ▲농촌·배후도시 ▲방수시설물 등 8개 용지로 나눠 개발된다. 이중 산업, 국제업무, 관광레저, 생태환경 용지 등을 묶어 명품 복합도시를 개발한다. 이 면적은 6730㏊로 새만금 전체의 23.8%에 달한다.

새만금 사업의 핵심인 명품 복합도시는 도시 중심에서 사방으로 뻗어가는 반지모양 형태인 ‘방사형’ 구조로 결정됐다. 이 지역엔 세계적인 수변도시인 암스테르담과 베네치아 등을 모델로 신항, 고속도로,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도 들어선다. 정부는 새만금 사업의 조기 가시화를 위해 ▲명품도시 건설 ▲방조제 및 다기능 용지 명소화 ▲매립토 확보 및 조달 ▲방수제(육지 시설을 하천으로부터 보호하는 제장) 착공 ▲만경·동진강 하천 종합정비 등 5대 선도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의 새만금 종합실천계획이 나오자 전라북도 도민들은 쌍수를 들고 반기는 분위기다. 지역 의견이 대부분 반영됐기 때문이다. 나아가 새만금 사업에 대한 온 국민의 관심과 기대도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지난 20여 년간 계속돼온 새만금 문제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부작용 등 우려도 여전하다.

강현욱 새만금위원회 위원장은 “세간의 부정적인 시각과 편견을 허물고 뜻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새만금 사업이 초대형 국책사업이고 이제 막 속도를 낸 만큼 국민들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강 위원장은 “이번 종합실천계획 확정으로 새만금 사업이 보다 가시화되고 이미 추진 중인 개발 사업들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앞으로 세부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겨 새만금이 명실상부한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도약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뿌리’내렸으니 이제 ‘가지’와
‘이파리’들이 나올 차례다.
지체할 문제도, 재촉할 문제도 아니다”

- 새만금 마스터플랜을 전체적으로 평가한다면.
“이번 정부의 종합실천계획은 새만금 사업의 큰 틀이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당초 농업용 토지 확보에서 경제 중심의 복합개발로 사업 목적이 조정됐다는 것이다. 농업 비율이 비농업 용지와 비교해 기존 100%에서 7:3으로, 다시 3:7로 축소됐다. 쌀 소비량 감소, 중국의 세계경제강국 부상 등 국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결과다. 특히 새만금이 동북아 지역의 중심이자 관문 역할을 하는 지리적 위치와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사업 육성에 적합한 토지 확보가 용이한 점 등이 작용했다.”

- 최대 쟁점인 수질과 환경 대책은.
“환경단체 등의 우려와 지적을 잘 알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노력도 없이 무조건 안 된다는 반대는 어불성설이다.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새만금 사업의 성패는 환경에 달렸다. 이에 따라 정부는 그동안 환경 파괴 이미지를 벗고 ‘녹색 새만금’을 건설하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그중에서도 깨끗한 물이 관건으로 명품 복합도시의 기본 콘셉트도 생태지향의 ‘물의 도시’다.

새만금은 도시의 오염원이 인접한 한강, 낙동강 등에 비해 오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모든 유입하천에 하·폐수처리장을 건설하는 등의 구체적인 수질보전대책에 따라 현재 농업용수 수준인 수질을 관광·레저활동이 가능한 쾌적한 생활환경 수준으로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2020년까지 약 3조원이 투입된다. 환경단체와의 관계도 대립에서 협력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막대한 매립토 확보 방안은.
“토지매립에 들어갈 흙의 양은 6억㎥로 추정된다. 일각에선 중국 등 해외 수입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일단 100% 국내에서 충당할 계획이다. 수입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어렵다. 대신 인접한 군산항과 금강 하구언 주변, 방조제 외해역 등에서 필요한 매립토를 확보할 예정이다. 조달 수단은 방조제 외해와 신설 수로 등을 놓고 타당성 조사 중이다.”

- 사업비용(21조원)이 적절한가.
“21조원엔 용지 조성 후 2차 유발사업비는 제외돼 있다. 사업비는 기본적으로 용도별 중앙행정기관과 사업시행자(정부, 공공기관, 민간 등) 등에서 조달하지만, 기반시설 외 추가 개발에 따라 전체 비용이 늘어날 수도 있다. 물론 추가 비용은 국고가 아닌 민자로 충당된다.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새만금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다.”

매립토, 금강 등 국내 충당
사업비, 민자 따라 늘 수도

- 4대강, 세종시 등 다른 국책사업들이 새만금에 끼칠 악영향은 없나.
“일부에서 다른 국책사업들로 인해 투자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한마디로 기우에 불과하다. 4대강, 세종시 사업이 흔들려야 새만금이 탄력을 받는 것은 아니다. 4대강, 세종시와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갖고 있어 전혀 별개의 국가전략적 투자와 개발이 진행된다. 두 사업은 국내에 한정되지만 새만금은 동북아 등 세계를 보는 사업이다. 오히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다.”

- 사업 속도에 대해 상반된 의견이 나오는데. 또 차기 새 정부가 이번 종합실천계획을 번복할 가능성은 없나.
“너무 시간을 끌고 있다는 지적과 너무 서두른다는 걱정이 같이 나오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첫 삽을 뜬 지 20년이 지났고 앞으로 10년 이상 걸린다는 점에서 보면 중간 단계로 볼 수 있다. 본격 개발 시점에선 이제 막 시작인 셈이다. ‘뿌리’가 내렸으니 ‘가지’와 ‘이파리’들이 나올 차례다. 지체할 문제도, 재촉할 문제도 아니다. 지금 속도가 딱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심한 부침을 겪었는데 더 이상 그렇지 않을 것이다. 세종시의 경우 국론이 분열돼 있지만 새만금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극히 드물다. 때문에 정권이 바뀌어도 섣불리 손대지 못할 것이다.”

3조원 투입해 수질 개선
세종시 악영향 우려 일축
조성비 줄여 분양가 낮춰

- 전국이 ‘특구 홍수’다. 그만큼 외자 유치전이 치열한데 새만금만의 경쟁력은.
“새만금은 다른 지방의 개발과는 차원이 다른 ‘메가 프로젝트’다. 대한민국의 50∼100년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만금은 여타 개발지와 비교할 수 없는 광활한 면적을 싼값에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항만, 공항 등 인프라 측면까지 최고의 입지 조건을 자랑한다. 도시 내부는 방사형으로 건설돼 기능별 접근성을 최적화하고 용지간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 설계된다.”

- 새만금 사업에서 빼놓지 못할 부분이 분양이다.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 뾰족한 대책이 있나.
“한마디로 조성 원가를 최대한 낮춰 값싸게 땅을 분양하는 것이다. 분양가는 새만금의 성공을 위해선 빼놓아선 안 될 중요한 부분이다. 우선 지난해 3월부터 매립을 시작한 산업용지(1870㏊)의 경우 올 하반기부터 분양할 예정으로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분양가격을 ㎡당 15만원(평당 50만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인천경제자유구역 산업용지 분양가격인 ㎡당 45만원(평당 150만원)가량에 비해 3배 정도 낮은 분양가다. ㎡당 35만원(평당 120만원)인 세종시보다도 저렴하다. 이를 통해 73만명의 인구를 유치할 계획이다. 특히 투기 세력이 쉽게 접근하지 못할 것이다. 새만금은 장기간 프로젝트로 인천경제자유구역처럼 단기간에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 여러 면에서 두바이와 비교되는 탓에 ‘두바이 사태’와 같은 거품 우려도 있다.
“새만금은 두바이와 전혀 다르다. 개발 콘셉트, 지역적 위치, 개발 시기, 지향 목표 등 모두 그렇다. 때문에 두바이처럼 새만금을 개발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 무엇보다 두바이는 거의 모든 비용을 외부에서 조성해 부실로 전이됐지만 새만금은 정부가 주도하는 등 자족기능이 높아 탄탄하다. 그러나 중동의 금융·관광허브 두바이가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상황을 반면교사, 타산지석으로 삼는 계기가 됐다. 두바이 사태를 본보기로 삼는 등 새만금으로선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자족 기능 높아 탄탄
기관들 한목소리 내야

- 새만금 사업을 놓고 여러 갈래의 의견과 주장이 쏟아지고 있는데.
“작은 사업도 아니고 초대형사업 국책사업 과정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충분한 토론이 있어야 성공도 있을 수 있다. 쓴소리도 있고 단소리도 있으나 중요한 것은 모두 새만금을 위한 조언이란 사실이다. 어느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수용하고 있다. 다만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행정안전부, 농림수산식품부, 문화체육관광부,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환경부, 전라북도 등 사업수행기관들이 각자 따로 움직이는 경향이 없지 않아 아쉽다. 새만금위원회를 꾸리면서 힘든 점 가운데 하나다. 단일 창구와 통합 시스템으로 한 목소리를 내야한다. 현재 추진 체계 조정을 위한 법 개정이 진행 중에 있어 조만간 새만금 관련 업무의 효율적인 사업수행체계가 확립될 것으로 보인다.”


강현욱 이사장 프로필

출생 1938년 3월 27일
학력 군산고,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경력 2010년  조선대 이사장
      2009년  새만금위원회 공동위원장 
      2008년  새만금코리아 이사장 
      2008년  한국자치행정학회 정책 자문위원 
      2007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새만금태스크포스 팀장
      2007년  호원대학교 행정사회복지학부 석좌교수
      2004년  열린우리당 입당 
      2003∼2006년  제31대 전라북도 도지사 
      2000년  제16대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 
      1996년  제3대 환경부 장관 
      1996년  제15대 신한국당 국회의원
      1992년  제43대 농림수산부 장관 
      1991년  제20대 경제기획원 차관 
      1990년  제6대 동력자원부 차관 
      1988년  제24대 전라북도 도지사 
      1987년  경제기획원 예산실 실장 
      1985년  대통령 경제비서관 
      1982년  재무부 이재국 국장
수상 1965년  제3회 행정고시 합격 
      1993년  청조근정훈장 
      1984년  홍조근정훈장 
                      국무총리훈장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