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복당 초읽기 정동영 의원

나갈 땐 ‘맘대로’ 들어올 땐 ‘맘고생’


정동영 무소속 의원이 민주당으로의 귀환을 목전에 두고 있다. 대선과 총선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시자 미국 유학을 떠났던 정 의원은 정계 복귀로 인해 당과 갈라섰다. 지난해 4월 재보선 출마를 두고 당 지도부와 ‘공천 전쟁’을 겪은 것. 정 의원이 당선되면서 더 깊어졌던 골은 ‘진보개혁진영 대연합’이 거론되기 시작한 후 차츰 치유되고 있다. 아직 남아있는 앙금이 적지 않지만 진보개혁진영의 연합과 지방선거 승리를 앞두고 하나로 힘을 모으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당 지도부가 최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자격심사위원회에 정 의원의 복당에 필요한 당헌 절차를 조속히 밟도록 지시하는 등 복당은 초읽기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친노 386 인사들의 반발이 적지 않지만 그리운 고향으로의 입성이 멀지 않은 것. 정 의원의 고단했던 ‘가출기’를 돌이켜 봤다.

다된 밥에 코 빠트릴라 ‘쉿’…복당 앞두고 언행 조심
당내 비주류와 손잡고 외곽조직으로 복귀 후 노린다

정동영 무소속 의원이 당적을 갖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가 정 의원 등 무소속 호남 3인방의 복당을 설 이전에 매듭짓겠다고 밝힌 것.

박지원 정책위의장도 지난 2일 ‘2010 민주당 전북도당 정책토론회’에서 “3명 의원의 복당 분위기가 다 됐다”며 “설 이전에는 3명 모두 민주당에 들어올 것”이라고 말해 정동영, 신건, 유성엽 의원의 복당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힘들었던 정계 복귀
금배지 찼는데 집 잃었네

이로써 정 의원은 10개월 여의 고단한  날들을 뒤로 하고 그리운 고향의 품에 안기게 됐다.

지난 17대 대선 이후 복당까지 정 의원이 보낸 시간은 그리 녹록치 않다. 정 의원은 지난 17대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로 이명박 대통령과 승부를 벌였다. 하지만 역대 최대 표 차이로 고배를 마신 후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수도권으로 전략공천됐던 18대 총선에서도 낙선한 후 미국 유학을 떠나 외롭고 물 설은 타지 생활을 견뎌내야 했다.


정계 복귀도 쉽지 않았다. 그의 복귀 무대가 된 4월 재보선은 출마 전부터 당 지도부와의 마찰을 빚었다. 당 지도부는 정 의원의 공천배제를 결정했고, 그는 결국 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재보선에 나섰다.

이후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전주 덕진 재보선에서 72.3%(5만7423표)의 득표율로 12.9%에 그친 민주당 김근식 후보를 압도적인 차로 제쳐 무소속으로 나서야 했던 설움을 씻어냈다. 4월 재보선에서의 압승으로 여의도 정계 복귀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재보선에서 공약으로까지 내걸었던 복당은 쉽지 않았다.

복당의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내비치기 시작한 것은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들의 서거 후 민주진영에 ‘민주대연합’ ‘진보개혁진영 대연합’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부터다. 두 전직 대통령들의 서거로 급상승했던 지지율에서 ‘바람’이 빠져 나가고, 이 대통령이 중도강화, 서민행보로 치고 나가면서 새로운 동력으로 친노 진영이든 정 의원이든 시민사회진영이든 힘을 합쳐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이강래 원내대표는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지방선거, 총선, 대선으로 가는 대단히 중요한 길목인데 자칫 잘못하면 분열로 인해 망칠 수 있다는 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정 의원의 복당문제를 거론했다.

이 원내대표는 그러나 “지난 공천 선거과정에서 불신이 생기고 감정의 골이 깊어져 있는 상태인데 선거가 끝났으니 무조건 함께 가자는 것은 정 의원도 입당해서 당원증을 받는 것이 목표가 아닐 것”이라며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하려면 당내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모든 분들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복당해야 한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민주당 내부의 전체적인 동의가 있어야 ‘때’가 무르익을 수 있음을 짚은 것이다.

정 의원도 이러한 ‘전제 조건’을 염두에 두고 움직였다. 여의도로 돌아온 후 민주당의 상황과 자칫 잡음이 확대될 수 있음을 들어 복당 문제를 미뤘다.


다른 한편에서는 민주당이 최대 현안으로 삼은 ‘미디어법’으로 의원들과 스킨십을 늘려갔다. 여의도역을 찾아 미디어법 개정에 반대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시민에게 직접 배포하는가 하면 회본청 중앙홀 점거농성장을 찾아 미디어법 저지를 주장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격려한 것.

민주당과 보폭 맞추기
조심스럽게 스며들어라

국회 본회의장에서 4월 재보선 당선자들을 대표해 선서문을 낭독한 뒤 인사말에서도 ‘미디어법’을 겨냥했다. 정 의원은 “용산참사 유가족들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줘야 하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경제 살리기와 무관하고 정치적 파국을 몰고 올 언론법을 처리하지 않는 것도 정치라고 생각한다”면서 “이것(언론법)을 강행처리하면 분명히 정치는 파국으로 갈 텐데 아무에게도 득이 안 되지 않겠나. 의연하게 서로 시간을 가지고 대화하는 게 정치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여의도 밖에서 서민정치에 대한 활로를 모색하기도 했다. 용산참사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 활동 등으로 국회 밖의 문제를 국회 안으로 끌어 들인 것. 토론회를 열어 용산참사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법안을 발의했다.

당내 비주류와의 소통도 늘려갔다. 민주당 비주류연합체인 민주연대 정기조찬회의에 참석해 의원들과 접촉면을 늘린 것. 이들은 정 의원의 복당에 대해 당 지도부를 압박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또한 비주류 초·재선 그룹인 ‘국민모임’은 ‘민주당 이대로 좋은가’라는 토론회를 통해 당 쇄신을 주장, 정 의원의 복당에 우회적으로 힘을 보탰다.

정 의원은 정세균 대표와의 회동 후 지난달 12일 민주당에 복당 신청을 했다. 정 의원은 복당 신청을 하면서 “지난 4월10일 잠시 옷을 벗었지만 다시 함께 할 것이라던 약속,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며 “매순간 나의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민주당의 선택이었고, 원내에 들어온 이후 주요현안과 정책에 대해 같은 입장과 행동을 취해왔다”고 ‘은근한 노력’을 드러냈다.

그는 “무엇보다 지난 재보선 기간 당에 부담을 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선거의 치열한 과정 속에 나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동지들에게 정치적 이유를 떠나 인간적으로 넓은 이해”를 구했다.

그는 이어 “작은 차이와 균열을 넘어서야 한다. 통합과 연대는 지금 이 순간 민주개혁세력의 절대적 책무”라며 “ 우리가 부족했던 부분을 뼈를 깎는 마음으로 반성하고, 국민에게 다시 권력을 달라고 요구할 정당성과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나부터 백의종군의 자세로 가장 낮은 길, 가장 험한 길 마다하지 않겠다”고 최대한 몸을 낮췄다.
 
복당 신청서를 제출한 후에도 친노 386 등 당 주류 일각의 반발로 복당은 한달여를 끌었다. 이에 대해 정 의원과 가까운 양형일 전 의원은 “복당 신청 후 한 달이 되는 10일이 지나면 당헌 당규상 원칙적으로 신청 자체가 효력을 잃게 된다”며 “입으로는 통합과 연대를 말하면서 받아들여야 할 정 의원을 받아들이지 않는 정당을 어떻게 열린 정당이라 말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박지원 정책위의장은 “설 이전”으로 복당 시기를 언급하면서 “이들 3명 의원이 민주당에 들어오면 이익과 손해를 계산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미운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들이 아무리 미워도 이명박 대통령이나 한나라당 사람들보다 미운 것은 아니잖느냐”고 정 의원의 복당에 반발하는 이들을 달랬다.

그러나 정 의원의 복당 후 해묵은 갈등이 한번에 사라지리라 말하는 이는 없다. 당권과 대권 등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정세균 대표와 정 의원의 충돌은 예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정가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복당 후 당내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세 확장에 나섰다는 관측이 전해지고 있다.

정 의원의 외곽조직인 ‘한민족경제비전연구소(한경연)’가 광주·전남에 이어 전북, 서울에서도 지부를 내고 대대적인 움직임에 들어갈 것이라는 것이다. 한경연은 정 의원이 미국에 머물 당시 그의 뜻에 동조하는 이들이 모인 곳으로 귀국 전까지 정 의원이 초대 이사장직을 맡았었다.

정 의원은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한경연을 ‘새로운 진보정부, 새로운 민주정부를 창출할 씨앗’으로 소개했다.


그는 “새로운 의미의 진보는 그냥 과거 10년을 연장하고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한민족 8000만이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아울러 시대적 과제로 눈앞에 제기되어 있는데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분단 문제를 우리 시대 안에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우리의 의지를 가지고 해결하는 것”이라며 삶의 질의 향상과 분단의 해소를 새로운 진보의 핵심적인 축으로 삼았다.

귀국 후에는 전주 재보선에서 당선한 후 미 현지 회원들과 20여 분간 화상전화를 할 정도로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때문에 정가 일각에서는 한경연이 대권을 위한 전진기지가 되지 않겠냐고 분석했다. 

초읽기 들어간 복당
남은 갈등 “만만찮네”

이에 대해 정 의원측 관계자는 “‘한경연’은 정 의원이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곳이 아니”라며 “전북 본부는 창립대회를 준비했지만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세 확장이라는 일각의 관측을 일축했다.

그러나 정 의원의 복당 후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이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민모임과 민주연대 등 비주류 진영이 정 대표의 ‘뉴민주당 플랜’에 대해 “민주 정부 10년 평가 이뤄진 후에 ‘뉴민주당 플랜’이 나왔어야 한다”며 공세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아 ‘뉴민주당 플랜’을 두고 정 대표와 대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주류와 비주류로 힘을 모으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당이 갈라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하면서도 “정 의원이 복당 후 한동안은 당 지도부의 ‘오해’를 부를 만한 정치적 행보를 최대한 자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지금 민주당은 뭉쳐야 할 시기”라며 “밖의 적을 보지 못하고 내부의 갈등만 키우면 공멸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정동영은 누구?

정동영 무소속 의원은 1953년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전주고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했다. MBC ‘뉴스데스크’ 주말 앵커 출신인 그는 서울대 동기인 이해찬 전 총리의 권유로 1996년 정계에 입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15대 총선에 출마한 그는 전주 덕진에서 전국 최대 득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16대 총선에서도 전국 최다 득표를 획득하며 재선에 성공,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국민회의 시절 당 대변인과 최고위원을 역임했으며 당시 권력 2인자였던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을 겨냥 ‘정풍운동’을 벌이면서 깨끗한 이미지의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다. 2002년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맞붙어 졌지만 경선을 완주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04년 신기남 천정배 의원 등과 함께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으나 17대 총선을 앞두고 ‘노임 폄하 발언 파문’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17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까지 사퇴하며 물러난 그는 같은 해 참여정부 통일부 장관으로 재기했다. 2006년엔 당 의장으로 여의도 정가에 복귀했으나 그 해 지방선거에서는 패배했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에 선정됐지만 이명박 대통령에게 패했다. 18대 총선에서도 고배를 마시자 지난해 7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지난해 4월 재보선 출마를 위해 귀국했으며 당 지도부가 공천 배제를 결정하자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해 살아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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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