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파워블로거의 두 얼굴

“띄워주겠다” 뒷돈 받고 상품 홍보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1인 미디어 전성시대다. 이른바 파워블로거가 대세다. 파워블로거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개인 홈페이지 운영자들을 뜻한다. 수많은 방문자들을 몰고 다니는 이들의 평가는 업체를 울고 웃게 만든다. 그렇게 파워블로거는 정말로 파워를 갖게 됐고 ‘슈퍼갑’으로 변질됐다. 공정위는 ‘진상’블로거들을 제거하겠다며 칼을 빼들었지만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전자상거래의 성장과 맞물려 파워블로거의 영향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전자상거래는 2010년 27조원 규모에서 지난해 약 41조원까지 성장했다. 특히 ‘손안의 시장’ 모바일 전자상거래는 2010년 3000억원에서 지난해 4조원까지 달했다.

칼 빼들었지만…

이러한 영향력을 이용해 일부 파워블로거들이 업체에 횡포를 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파워블로거들은 블로그를 들먹이며 음식이나 물품을 공짜로 제공해달라고 강요하기 일쑤였다. “맛집으로 띄워주겠다”며 무료 음식이나 돈을 요구하는 것은 기본, 망하게 할 수 있다고 협박을 일삼는 블로거도 있었다.

서울 이태원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방송인 홍석천씨는 지난 2011년 포털 사이트 네이버 윙스푼 사이트에서 자신의 음식점 정보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블로거의 은밀한 거래 때문이었다.

홍석천은 자신의 트위터에 “네이버 윙스푼에 게재된 내 가게 소개를 모두 삭제했다”며 “내 가게가 썩 대단하지는 않지만 황당한 일을 겪었다”고 글을 올렸다. 홍석천 트위터에 따르면 한 블로거가 그에게 월 12만원을 주면 윙스푼에 좋은 댓글을 몇 백 개씩 주기적으로 올려주겠다고 제안했다. 홍석천은 트위터에서 “해당 제안을 거절한 후 내 가게에 악성 댓글이 급증했다”며 “결국 윙스푼 측에 연락해 내 가게에 대한 소개를 삭제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파워블로거들의 횡포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최근 한 음식점 사장도 한 파워블로거 때문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 그는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를 통해 파워블로거에 당해 억울했던 일화를 털어놓았다. 파워블로거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음식을 잔뜩 시켰다.

이후 그는 DSLR 카메라를 꺼내 가게 전경과 음식을 찍었다. 음식을 다 먹고 난 후에 블로그를 들먹이며 당연한 듯 공짜를 요구했다. 음식 값이 꽤 많이 나왔지만 식당 사장은 파워블로거라는 말에 식사를 무료로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누군지 알아?”협박 일삼아
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모시기

SBS 8시 뉴스에서는 한 대형마트 직원이 한 파워블로거로 인해 10년간 몸담았던 직장을 그만둔 사례를 다뤘다. 방송에 따르면 최근 한 대형마트에서 특정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5000원짜리 자사 상품권을 증정하는 행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한 직원이 행사 표시를 잘못해 둔 것을 발견한 고객이 이를 문제 삼았다. 마트 직원은 자신이 잘못 기재한 것을 인정하고 결국 고객에게 5000원 상품권을 증정했다. 그런데 이 손님이 갑자기 사진을 찍은 후 “내가 파워블로거다”라며 “방금 찍은 사진은 블로그에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 블로거는 하루 방문객 수가 1000명 정도 되는 블로그를 운영 중이었다. 이후 손님은 실제 자신의 블로그에 “직원이 곧바로 사과를 하지 않았다”라며 “화가나서 잠을 못 자겠다”는 내용의 글을 사진과 함께 올렸고 해당 마트는 발칵 뒤집어졌다. 결국 대형마트 직원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직장을 그만뒀다.

역차별을 느낀 소비자들도 있었다. 일부 음식점 사장들이 파워블로거를 챙기기에 바빠 일반 손님은 뒷전이라는 증언이다. 이외에도 짝퉁 제품을 판매하거나 자신이 만든 제품을 원가보다 훨씬 비싼 값에 판매해 소비자들의 뭇매를 맞은 파워블로거도 있었다. 지난 2011년 ‘요리블로그’를 운영한 파워블로거 ‘베비로즈’는 2억여원의 판매수수료를 받고 ‘불량 살균세척기’를 판매해 물의를 빚었다.


이렇게 자신의 영향력을 앞세워 권력을 휘두르는 블로거 때문에 ‘파워블로거지’라는 신종 언어가 생겨났다. 파워블로거지는 파워블로거와 거지의 합성어로 블로그의 입소문 영향력을 이용해 각종 제품, 음식점 등의 실질적인 홍보 글을 영리 목적 없는 솔직한 체험기인 척 쓰고 해당 업체로부터 대가를 받는 블로거들을 비웃는 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파워블로거들은 상품 추천글을 쓸 때 대가성 여부를 밝혀야 한다. 광고주로부터 돈이나 제품 등 대가를 받고 추천 글을 게재할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현금’ ‘무료 제품’ 등의 대가를 받았다고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블로거들은 경제적 대가를 받고 글을 올렸으면서도 이해관계를 명확하게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직업·새로운 권력
인터넷 슈퍼갑으로 변질

효과가 미미하자 공정위는 최근 다시 칼을 빼들었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블로그 등의 글을 차단하고자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개정했다. 이번 개정으로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개할 때에는 표준문구에 따라 ‘경제적 대가’ 또는 현금, 상품권, 수수료, 포인트 등 그에 상응하는 구체적인 표현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상업적 광고임을 명확하게 표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블로거가 업체로부터 물품을 받고 글을 올릴 때 “저는 위 상품을 추천(보증, 소개, 홍보 등)하면서 OO업체로부터 경제적 대가(현금, 상품권, 수수료, 포인트, 무료제품 등)을 제공받았습니다" 등과 같이 유료 광고, 대가성 광고임을 밝혀야 한다.

문구도 소비자 눈에 잘 띄도록 게재물의 처음 또는 마지막에 두고, 글자 크기를 본문보다 크게 하거나 색깔을 본문과 다르게 표시해야 한다.

경제적 대가를 받은 사실을 애매모호하게 게재하거나 단순 홍보글로 위장한 경우에도 표준문구를 사용하여 광고성 추천글임을 명확하게 게재토록 했다. 이를 어기면 광고주가 제재를 받게 된다.

포털이 관리해야

하지만 이러한 공정위의 개정안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었다는 지적이다.

식품업체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개정안이 파워블로거들의 진상 짓을 줄어들게 만들 것이라는 예측은 착각”이라며 “애초에 포털업체가 블로거들에게 ‘파워블로거’, ‘우수블로거’ 등의 지위를 부여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포털업체가 그들에게 권력을 줬기 때문에 블로거들이 상업화됐다는 지적이다. 그는 “법이나 규제로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포털업체는 파워블로그를 이용해 사이트 방문자를 끌어 모을 게 아니라 폐단을 없애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파워블로거 어떻게 되나?

어떤 사람에게 블로그는 직장이요, 직업이다. 파워블로거가 되면 많은 특권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하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으면서 돈도 벌 수 있다. 추종자들의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파워블로거가 되기를 바란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고 있지만 파워블로거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다. 시중 서점에서는 파워블로거가 되기 위한 블로그 운영비법이 담긴 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선 가장 많이 알려진 방법은 많은 게시물을 올리는 것이다. 글만 올리는 것이 아닌 눈에 띄는 사진을 많이 올려야 한다.

또 실시간 검색을 따라 ‘키워드’를 공략하는 방법이 있다. 무작위로 쪽지를 보내는 방법도 있다. 이른바 편법으로 알려진 것들이다. 이러한 편법이 기승을 부리면서 파워블로거를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블로그 방문자 수를 높이기 위해 다른 블로그의 게시글을 훔쳐오는 식의 저작권법을 어기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네이버, 다음 등의 포털사이트는 블로그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파워블로그를 가리는 기준은 점차 흐려지고 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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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