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컴백 이건희 전 삼성 회장<속내>

수신제가로 워밍업… 분위기 무르익으면 베팅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재기 활동에 나섰다. 특별 사면된 지 열흘 만이다. 첫 공식 행선지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를 선택한 그의 행보는 파격적이었다. 포스트 이건희로 불리는 아들 뿐 아니라 딸과 사위, 부인까지 오너 가족이 총 출동했다.

이들은 세계 언론의 카메라 앞에서 두 손을 꼭 맞잡는 단란한 모습까지 연출했다. 이례적인 이 전 회장의 모습에 재계는 그의 속내를 분석하기에 바쁜 모습이다. 일각에선 이 전 회장이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는 동시에 그동안 제기됐던 가족 간의 불화설 등을 불식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 ‘CES 2010’ 참석…사면 후 첫 공식 활동 나서
장남 이재용 부사장 앞세우고 두 딸에 사위, 부인까지 삼성가 총출동


‘황제의 귀환’은 화려했다. 지난 9일, 이 전 회장이 자신의 애마로 알려진 마이바흐를 타고 CES 전시장에 나타나자마자 수백 명의 취재진이 그를 에워쌌다. 2008년 4월 경영은퇴 선언 이후 1년8개월 만의 나들이인 덕분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화제가 됐다.

‘황제의 귀환’
가족들 총출동

세계 취재진들의 스포트라이트 속에 등장한 이 전 회장은 예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언론을 대했다. 사실 그는 언론 노출을 꺼리는 총수로 유명하다. 특히 비자금 사건 이후에는 공식석상에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았다. 취재진의 질문에도 최대한 말을 아끼며 신중을 기해왔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수많은 취재진들이 몰려 이동이 불편함에도 두 시간여 동안 행사장 구석구석을 꼼꼼히 살폈다. 취재진들의 질문에도 적극적으로 응했다.

삼성그룹의 미래상과 일본 경쟁국에 대한 의견, 올림픽 유치 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골고루 표출했다. 한국 사회와 경제에 대한 훈수도 뒀다.  이례적인 모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날 전시장 방문에 이 전 회장뿐 아니라 그의 가족들이 함께한 것.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장남 이재용 부사장(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등 자녀들과 김재열 제일모직 전무, 임우재 삼성전기 전무 등 사위까지 총출동했다.

삼성가의 온 가족이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이 전 회장을 호위하듯 자리를 함께한 그의 가족들은 단연 화제를 모았다. 이들 중에서도 특히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인물은 이 전 회장의 양 옆을 나란히 지킨 두 딸들이다. 이날 이 전 회장은 취재진들에게 공개적으로 “두 딸들 광고 좀 하겠다”고 말하며 그들을 양 옆에 세웠다.

왼쪽에는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를 오른쪽엔 장녀 이부진 신라호텔 전무를 불렀다. 이 전 회장은 전시장을 둘러보는 내내 이들의 손을 꼭 잡은 채 이동해 언론의 관심을 이끌었다. 이 전 회장이 처음으로 두 딸을 언론 전면에 내세우며 ‘광고’하고 나선 것에 대해 재계에선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본격적인 ‘3세 경영’에 나서고 있는 이부진 전무와 이서현 전무의 활동을 측면에서 돕겠다는 의도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동안 그룹 내 활동영역을 꾸준히 확대했던 삼성가 두 딸들은 지난해 승진 인사와 함께 경영 보폭을 더욱 넓히고 있다.

좌청룡 우백호 호위
가족 불화는 없다(?)

실제 이부진 전무는 호텔신라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지난해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에버랜드의 경영전략 업무까지 담당하고 있다. 차녀 이서현 전무도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제일모직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제일기획의 기획업무까지 겸임했다. 이와 함께 재계는 이 전 회장이 두 딸들을 전면에 내세워 힘을 실어 준 만큼 그동안 제기됐던 독자경영이 더욱 가속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이재용 부사장을 포함한 삼성 오너가 3세들을 모두 그룹 주요 계열사에 전진 배치하는 작업을 마무리한 삼성이 계열분리로 분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해석인 것. 그러나 이 전 회장은 자식들의 경영 능력에 대한 취재진의 물음에 “아직 더 배워야 된다. 내가 손잡고 다녀야 할 만큼 아직 어린애다”라고 말해 독자경영을 위해선 경험이 좀 더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전 회장이 두 딸을 챙기고 나선 것이 재계에 퍼졌던 가족 간의 불화설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동안 재계 일각에선 이부진 전무와 이서현 전무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퍼져왔다. 재계 3세들의 경영 보폭이 넓어지면서 자매인 두 전무의 능력이 늘 비교의 대상이 되어 온 탓에 은근히 견제의 대상이 되어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경영 복귀 질문엔 ‘아직’
복귀 가능성 열어둔 포석

이 같은 소문은 최근 두 전무가 경영전면에 등장하면서 더욱 힘을 실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이 전 회장이 두 딸을 직접 챙기며 가족 간의 불화설은 근거 없는 소문임을 확인시키기 위한 퍼포먼스의 일종이라는 것이 일각의 관측인 것이다.

  또한 두 딸을 내세운 것이 사실은 장남인 이재용 부사장을 보호하기 위한 이 전 회장의 배려였다는 해석도 있다. 이날 이 부사장은 이 전 회장을 쫓는 취재진들 때문에 아버지와 약간 거리를 두고 뒤를 따라야 했다.

이 부사장 역시 최근 최고운영책임자를 맡은 뒤 가진 이번 행사가 본격적인 신고식을 치르는 자리인 만큼 주목을 받는 것이 마땅하지만 이날은 언론의 관심이 이 전 회장에게로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것.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전 회장이 이 부사장에게 집중되는 언론의 관심을 딸들을 내세워 분산시켰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재계는 이 전 회장의 이번 전시장 방문이 그의 건재함을 대내외에 알리는 동시에 경영복귀에 대한 포문을 여는 자리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사면 후 첫 공식 활동에 온 가족을 동반한 그의 모습은 그룹의 최대주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각계에 알리는 데 충분했다. 뿐만 아니다. 전시회장을 찾은 이 전 회장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일본 등 세계 주요 전자업체들의 전시관을 직접 찾아 제품을 살피는 열의를 보였다.

이 전 회장은 자신을 수행한 최지성 삼성전자 CEO와 윤부근 사장 등으로부터 제품 설명을 들은 뒤 제품별로 개선할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경영 전면에서 물러났음에도 여전한 입김을 자랑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장면이었다. 이 전 회장은 이날 스스로 경영복귀에 대한 포석도 깔았다. 경영복귀 시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직 멀었다”고 답한 것. 재계는 여운을 남긴 이 전 회장의 대답을 두고 경영복귀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온 가족 대동한 이례적 공식 행보…이 전 회장 파워 건재 과시
이부진-이서현 자매 맞잡은 두 손에 후계 구도 밑그림 마무리


사실 애초 이 전 회장의 경영복귀는 사면이 결정된 순간부터 재계에서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던 부분이다. 다만 그 시점에 대한 예측에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최초의 재계인사 단독사면이라는 정부의 결정에 대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은 시점에서 섣부른 복귀는 여론의 불만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이에 이 전 회장의 경영복귀는 차후 시간을 두고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전 회장의 경영복귀가 생각보다 조기에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다. 이 같은 예측은 최근 이 전 회장이 전시장에서 직접적으로 경영복귀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만큼 더욱 힘을 받는 분위기다.  특히 삼성의 고위 관계자들이 공개적으로 이 전 회장의 복귀를 바란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점도 이 전 회장의 조기 복귀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이날 전시장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전 회장이 우선은 올림픽 유치에 주력하겠지만 앞으로 저희가 모시고 일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사면복권에도 그런 기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이재용 부사장 체제가 안착되기 전까지 이 전 회장이 좀 더 경영일선에서 후계자를 이끌어 줄 필요가 있다는 일각의 지적도 그의 조기 복귀설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한편 이 전 회장은 사면 조치에 따른 보은의 하나인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활동도 시작했다.  그는 전시회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전직 IOC 위원들을 초청해 저녁식사를 대접하는 등 개최지 선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인사들을 설득하기에 나섰다. 또 열흘간의 이번 일정을 마친 후 국내에 돌아왔다가 다시 해외로 출국해 2주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홍보 활동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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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