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김종구 한국개인정보보호협의회 상근부회장

창과 방패의 싸움 “방패는 창에 뚫리게 돼있다”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기업들의 개인정보유출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올 초부터 KB국민, NH농협, 롯데카드사가 1억 건의 고객정보를 유출한 데 이어 KT에서 1200만 건이 털렸다. 지난 4월에는 스킨푸드, 천재교육이 고객정보를 유출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에 따라 국회는 10여개가 넘는 정보보호 관련 법률 개정안을 쏟아내면서 기업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들은 여론을 의식해 보안강화에 나섰다. 그러나 개인정보 안전지대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김종구 한국개인정보보호협의회(KCPPI) 상근부회장과 만나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개인정보보호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창(해커)과 방패(보안)’ 둘 사이의 끝없는 싸움에서 늘 방패는 뚫리게 돼있습니다. 방패가 단단해지는 만큼 창도 강력해지니까요. 보안이라는 수단 이전에 개인정보 보호라는 ‘목적’부터 생각해 봅시다.”

최근 김종구 한국개인정보보호협의회 상근부회장은 오는 8월에 개정될 개인정보보호법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개인정보보호법 제1조를 들며 개인 권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김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너무 많은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가?

▲ 현실은 늘 법을 앞선다. 특히 우리나라 IT는 굉장히 빨리 발전했다. 그에 비해 개인정보보호법은 출발이 늦었다. 이 법은 2011년부터 시행됐는데, 만 3년 만에 현실은 저만치 앞서간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은 2005년부터 시행 여부를 두고 씨름을 벌여왔다. 그렇게 6~7년 동안 진통을 겪으며 통과됐다. 사실상 우리 법은 내용만 보면 잘 만들어졌다. 좀 더 빨리 시행됐다면 일본처럼 법과 현실이 함께 갈 수 있었을 것이다.


-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가?

▲ 우리 법은 포지티브 입법이다. 모든 것이 규제다. 그러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처벌은 약하다. 지켜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정부도 기업도 개인도 헷갈리고 있다. 해커에 의해 사고가 나도 기업은 웬만한 규제를 지켰으니 억울하다고 나오는 것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고충이 생기고,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온 국민이 피해를 입어도 처벌이 약하니 모든 규제가 소용이 없어지는 셈이다.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자율규제시스템 확대가 필요하다.

- 제도 정비가 필요한가?

▲ 첫 단추를 잘못 끼웠으니 이제는 네거티브 입법으로 가야 한다. 규제는 완화하고, 처벌은 엄하게 다스리는 식으로 가야한다. 금지사항을 몇 가지 정해놓고, 이를 어길 경우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 특히 개인정보를 유출했을 때 책임을 엄격하게 묻고, 기업이 흔들릴 정도의 처벌을 둬야 기업도 제대로 된 자구책을 마련할 것이다. 물론 다시 입법을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법은 현실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네거티브 방식으로 가야 한다. 이대로 둔다면 개인정보유출은 또다시 재발할 것이다.

- 개인정보를 유출해도 솜방망이 처벌은 여전하다.

▲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국가 기관들은 어떤 기업이 개인정보유출을 적발하면 과태료나 과징금을 부과한다. 우리나라 기관과 기업과의 유착관계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그래서 대부분 서로서로 적당히 봐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그러다보니 처벌도 약할 수 밖에 없다. 사법부가 최후의 보루인데, 고객정보를 유출한 기업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법적 처벌이 어려워진다. 궁극적인 키는 사법부가 갖고 있어도 무력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태까지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들 중 처벌로인해 회사가 무너질 정도의 타격을 입은 곳은 없었다. 법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하는 이유다.

입법-판결-인식 3박자 맞아야
규제는 완화하되 처벌은 강화해야


-사실상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은 좀 애매하다.

▲ 우리나라는 개인보다는 집단문화의 나라다. 우리에게는 개인이라는 게 없었다. 이런 뿌리는 500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왔다. 지금까지 역대정권 모두 정부의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 개인도 개인을 모르는 상태인데 정보에 보호라는 가치까지 더해지니 개인도 정부도 혼란스러운 것이다. 심지어 올해 개인정보가 대량 유출됐는데도 다들 체념하는 분위기다. 이러니 기업들도 정보유출에 대해 죄책감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개인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나?

▲ 내 정보는 내가 지킨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기업에서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예컨대 내 정보를 주지 않은 대부업체와 같은 사금융권에서 계속 광고전화가 오면 강력 대응했으면 좋겠다. 대부분 이런 전화는 불법이다. 개인들이 강력 대응해야 기업들도 긴장하고 자구책을 마련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연초에 터진 카드 사태에 이어 KT, 천재교육 등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터지면서 국민들에게도 정부에게도 우리에게도 큰 자극제가 되었다. 인식을 전환할 때다.

- 인식 제고를 위해 한국개인정보보호협의회는 어떤 일을 하는가?

▲  우리 협의회는 안전행정부 소관으로 정부와 기업의 가교역할을 한다. 국민의 권리를 밑바탕으로 기업의 입장과 정부의 입장을 조율하고, 법 개정에 필요한 것들을 요구한다. 그래서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다. 무조건적인 반대도 맹신도 하지 않는다. 서로 필요한 부분을 조정해 나가고 문제가 있는 것은 고쳐가고 있다. 또한 정보 주체자들의 인식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을 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의 중요성을 알리고 사업자들이 자구책을 마련하도록 교육한다. 기업, 협회 등 많은 단체들이 우리 협의회에 가입돼 있다. 정보공유를 위한 개인정보보호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어제도 교육자 대상으로 400명을 모아놓고 세미나를 열었다. 하반기에도 프라이버시 관련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dklo216@ilyosisa.co.kr>

 

[김종구 상근부회장은?]

▲ 한국개인정보보호협의회 상근부회장
▲ 개인정보보호법 분쟁조정위원회 위원
▲ 안전행정부 정책자문위원
▲ (주)중앙일보시사미디어 기획위원
▲ 제6대 국방부 국방홍보원장
▲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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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