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비권’ 속 진실공방 나선 한명숙 전 총리

한 전 총리 VS 검찰 도덕적 치명타 “내 몫 아니지”

한명숙 전 총리가 20년 정치 인생을 내건 최대 싸움을 시작했다. 검찰이 인사 청탁과 뇌물수수 혐의로 한 전 총리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이제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한 전 총리와 검찰의 대립은 법정에서도 팽팽할 것으로 예상된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한 전 총리와 혐의가 충분하다는 검찰 모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탓이다. 정계는 이번 뇌물수수 의혹의 진실여부에 따라 한 전 총리와 검찰 중 한쪽의 도덕성에 치명타가 예상된다는 관측과 함께 양측의 공방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 달러 수수 혐의
검찰-한 전 총리 법정다툼 시작…증언 있고 물증 없어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검찰은 대한통운 비자금 횡령 사건을 수사하던 중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정계인사에게 5만 달러를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는 곧바로 정치권 로비 사건으로 언론에 일제히 공개됐고 일부에선 참여정부시절 고위층 관계자였던 H, J, K씨 등이 연관돼 있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이후 검찰은 의혹의 인물 H씨가 참여정부시절 총리를 지냈던 한 전 총리라는 진술을 확보하고 추가 조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곽 전 사장이 공기업 사장 취임을 목적으로 한 전 총리에게 미화 5만 달러를 지급했고 이에 대한 대가로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의 남동발전 사장 선임에 힘을 보탰다고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구체적인 정황까지 밝혔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따르면 2006년 12월20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오찬에 곽 전 사장이 초대됐고 정세균 현 민주당 대표와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 등이 함께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곽 전 사장은 오찬 후 참석자들이 자리를 비우자 한 전 총리에게 총 5만 달러가 들어있는 봉투 2개를 건넸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진실의 힘 vs
검찰 날 선 칼날

이후 불과 몇 달 뒤인 2007년 3월 곽 전 사장은 한국전력의 한 임원으로부터 한전의 자회사인 남동발전 사장에 지원해 보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고 같은 달 곽 전 사장은 남동발전 사장에 선임됐다는 게 현재까지 검찰이 파악한 내용이다.

검찰은 한 전 총리는 곽 전 사장의 자녀 결혼식에도 참석 할 정도로 평소 친분을 유지해 왔던 점을 강조하며 한 전 총리의 인사 청탁 혐의를 주장하고 있다. 검찰의 이 같은 판단에 대해 한 전 총리 측은 ‘말도 안 되는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한 전 총리 측은 곽 전 사장이 오찬 이후 식당에 마지막에 남아 한 전 총리와 독대를 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또한 곽 전 사장이 남동발전 사장으로 임명되기 한 달 전 이미 한 전 총리는 총리직을 사퇴해 공기업 인사에 영향력을 끼칠 상황이 아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당사자인 한 전 총리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곽 전 사장으로부터) 단돈 1원도 받은 일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한 전 총리는 이후 두 차례에 걸친 검찰의 소환통보도 거부했다. 결국 지난해 12월18일에는 소환 거부로 검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지만 그녀는 8시간 동안 진행된 조사시간 내내 묵비권을 행사했다.

같은 날 밤 한 전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조사를 통해) 검찰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허위 조작수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이 진실을 밝히는 데 제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양측의 대립이 팽팽한 가운데 결국 검찰은 지난해 12월22일 한 전 총리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로써 뇌물 수수 의혹을 둘러싼 한 전 총리와 검찰의 진실공방은 법원으로 이어지게 됐다.

그러나 지난 수개월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들만 쌓아온 이번 사건은 법정다툼 역시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 결과가 가져올 후폭풍이 그만큼 큰 탓이다. 특히 한 전 총리는 이번 뇌물수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게 될 경우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사실 한 전 총리는 이름 석 자가 가져다주는 네임밸류가 높은 정계 인사 중 한 명이다.

검찰과 한 전 총리
되돌아 갈 곳 없다

재야 여성 운동가 출신으로 1999년 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로 정치에 입문한 그녀는 국민의 정부 시절 초대 여성부 장관을 거쳐 참여정부 시절에는 환경부 장관을 지내며 정계 핵심 인물로 성장해 왔다. 2006년 4월에는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에 오르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총리 시절 뇌물을 받고 인사 청탁에 앞장섰다고 판명될 경우 그녀의 20년 정치인생이 타격을 입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뿐만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노 전 대통령 공동장의위원장을 맡으며 정계 전면에 재등장해 최근 서울시장 후보로 급부상한 그녀의 미래 행보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민주당 소속인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타이틀은 올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한 전 총리도 이번 수사를 조작수사로 규정하고 정면 돌파한다는 생각이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기회에 제 모든 인생을 걸고 수사 기관의 불법행위와 모든 공작정치에 맞서 싸우겠다”며 검찰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그녀는 또한 “진실을 밝히려면 그 과정 역시 진실하고 적법해야 한다”며 “진실이 아닌 일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강한 어조로 말하기도 했다.

한 전 총리 수사결과 따라 서울시장 및 지방선거 ‘후폭풍’
총리 검찰 출두 당일 재단 기부 수억원…‘노풍’ 다시 부나

‘진실 사수’를 향한 한 전 총리의 다짐은 말로만 끝나지 않았다. 한 전 총리 측은 치열한 법정 공방에 대비해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민주당 이종걸·송영길 의원 등 막강한 변호인단과 함께 재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은 검찰도 마찬가지다. 조작수사, 표적수사 등의 화살로 무장한 한 전 총리 측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한 전 총리의 혐의가 사실이 아니라고 판결되면 검찰의 신뢰는 크게 추락하게 된다.
 
특히 지난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여전히 차가운 상황에서 이해찬, 유시민과 함께 대표 친노 인사로 꼽히는 한 전 총리에 대한 수사결과는 검찰로서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의혹을 밝혀내지 못할 경우 검찰은 국민과 정계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한 전 총리의 검찰 수사와 함께 노무현재단이 국민들로부터 때 아닌 관심을 받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노무현재단은 노 전 대통령의 화보집 제작, 대통령의 묘역에 시공할 ‘박석(얇고 작은 돌)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곳으로 현재 한 전 총리가 이사장으로 이끌고 있다. 노무현재단은 최근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자 후원금과 회원가입이 급증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실제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의혹이 언론에 공개된 후 노무현재단의 신규 회원가입 인원은 하루 평균 150∼200명으로 평균 50% 이상이 늘었다. 노 전 대통령의 묘역 조성과 관련한 후원도 급증했다.
 
노 전 대통령 묘역에 시공할 ‘박석 캠페인’은 시작한 지 사흘 만인 지난해 12월18일까지 3500여 명이 참여했고 월 1만원 이상 후원 회원도 지난해 12월에만 2000명가량이 늘었다. 특히 한 전 총리가 검찰에 출두한 지난해 12월18일에는 재단에 2억2012만원의 기부금이 접수됐다. 고액기부 2억원과 시민특별성금 2000여 만원 등이다.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정치인에게 국민들의 긍정적인 관심이 더해지는 것은 이례적인 경우다. 이에 정계 일각에선 검찰을 향한 반감작용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한 후원금 기부자는 검찰에 맞서고 있는 한 전 총리를 응원하기 위한 기부라며 직접적인 뜻을 밝히기도 했다.

노무현재단 기부급증
검찰 향한 반감인가?

노무현재단도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자극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는 정치공작 분쇄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의 양정철 대변인을 통해 “진실의 힘이다”라며 “국민들이 진실을 바탕으로 일하는 재단에 신뢰를 보내줘 너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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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000억 강남빌딩 진짜 주인 가려진다

[단독] 3000억 강남빌딩 진짜 주인 가려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건물의 진짜 주인을 찾아라. 매매가만 3000억원을 상회하는 건물은 10년 넘게 소유권 분쟁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최근 건물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진행되는 과정서 새로운 사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번에야말로 건물 주인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77길 55에 우뚝 솟은 지상 15층 건물, 에이프로스퀘어. 에이프로스퀘어는 2011년 완공 이후 현재까지 소송의 대상으로 논란의 중심에 놓여 있다. 시행사에서 시공사의 특수목적법인(SPC), 또 사모펀드로 건물의 주인이 바뀌는 동안 송사가 끊이지 않았다. 그 사이 건물값은 1600억원대서 3000억원대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수차례 바뀐 건물 주인 에이프로스퀘어 프로젝트에는 시선RDI가 시행사로, A사가 시공사로 참여했다. 당시 시선RDI는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1200억원의 자금을 금융권서 조달했다. 1200억원의 채무가 처리되는 과정서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이 시선RDI서 A사의 SPC인 더케이로 이전됐다. 소유권 분쟁의 시발점이 된 사건이다. A사는 “2008년 에이프로스퀘어 프로젝트에 채무보증(1350억원)을 조건으로 시공사로 참여했다. 당시 부동산시장이 침체돼 2009년 9월 시행사 시선RDI는 분양에 실패했고, 2011년 1월 건물 준공 시점까지 우리는 320억원에 이르는 공사비를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1년 5월30일 시선RDI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환 불이행으로 기한이익을 상실했다. 결국 A사는 공사비도 받지 못한 상태서 시선RDI의 채무를 인수, 대위변제한 후 수탁사(한국자산신탁)에 공매처분을 요청했다. 하지만 공매가 여러 차례 유찰되면서 큰 손해를 봤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김대근 시선RDI 대표는 “A사는 시선RDI가 1200억원을 대출받은 다음 날 시행사도 모르게 채무를 갚았다. 그리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채권을 바로 (A사 측에)넘겨버렸다. 우리는 그 내용을 뒤늦게 알았다. A사와 하나은행(당시 외환은행), 우리은행이 짜고 건물을 통째로 빼앗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1년 시선RDI가 제기한 민사소송을 시작으로 에이프로스퀘어를 둘러싼 소유권 분쟁은 10여년 넘게 이어졌다. 김 대표는 2014년 대법원이 원고(시선RDI) 패소로 확정판결을 내린 이후 재심에 재재심을 청구한 데 이어 헌법재판소까지 찾았다. 결과는 번번이 시선RDI 측의 완패였다. 흥미로운 대목은 소송이 진행되면서 소유권 이전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문서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주가 더케이(A사의 SPC)서 한국증권금융(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9호의 수탁자)으로, 또 하나은행(마스턴밸류애드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49호의 수탁자)으로, 우리은행(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32호의 수탁자)으로까지 바뀌는 과정서 체결된 부동산 매매계약서 등이 법원의 문서 제출 명령으로 공개됐다. 시선RDI는 2021년 A사·우리은행·하나은행·교보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월 ▲소유권보존등기 무효 ▲소유권 이전 등기 이행 등을 추가해 청구원인과 취지를 변경 신청했다. 소유권보존등기는 새로 지은 건물을 처음으로 공식 문서에 올리는 작업이다. 건물의 출생신고라고 보면 된다. 수천억 강남 빌딩 10년째 소송전 1680억→2040억→3080억 거래돼 시선RDI는 2011년 1월 에이프로스퀘어 완공 이후 한 달 뒤인 2월 A사가 진행한 소유권보존등기가 무효라는 입장이다. 또 소유권보존등기가 적법하게 처리되지 않았으니 그 이후 진행된 이전등기 또한 원인무효 등기라고 주장했다. 최초 소유권자이자 시행사인 시선RDI로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을 이전해 달라는 요청이다. 소유권보존등기 및 이전등기의 적법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에이프로스퀘어의 ‘진짜 주인’ 논란이 함께 불거졌다. 일반적으로 집합건물의 경우 수탁사가 ‘등기상 소유주’ 실제 매매대금을 조달하는 사모펀드가 ‘실소유주’가 된다. 김 대표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서 쟁점 중 일부가 된 부분은 펀드의 의사결정을 맡는 보통주를 누가 갖고 있는지였다. A사가 설립한 SPC 더케이는 2013년 12월, 1680억원을 받고 한국증권금융에 에이프로스퀘어를 매각했다. 이때 건물 매입을 위해 조성된 펀드가 엠플러스 9호다. 이 상황서 수탁사인 한국증권금융이 등기상 소유주, 엠플러스 9호가 실소유주가 된다. 이후 2019년 3월 하나은행을 수탁사로 하는 마스턴 49호가 2040억원에, 2022년 4월 우리은행을 수탁사로 하는 제이알 32호가 3080억원에 에이프로스퀘어를 샀다. 김 대표는 제이알 32호의 보통주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자금을 투입한 투자자이면서 의사 결정권도 가진 보통주의 주인을 확인할 수 있게 제이알 32호와 수탁사인 우리은행에 해당 내용이 담긴 문서 제출을 명령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은 김 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여 제이알 32호를 만든 제이알투자운용과 우리은행에 ‘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32호 펀드의 보통주 보유자 및 그 명의 변경내역 및 보통주 주식보유량(수익증권의 좌수) 변경에 대한 내역 일체’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펀드의 ‘진짜 주인’을 찾아 달라는 김 대표의 요청에 법원이 응한 것이다. “보통주 공개하라” 우리은행은 “제이알 32호 투자자의 주식 보유내역과 펀드 운용사 및 업무집행조합원 내역 정보에 대한 문서를 소지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원고(시선RDI 측)가 신청한 문서는 개인 신용정보 주체인 제3자의 개인정보, 거래내용, 신용도, 신용거래능력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문서 제출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문서 제출 명령을 받은 제이알투자운용은 제이알 32호의 ‘수익자별 보유수량 안내 공문’을 특정 투자자로부터 교부받아 제출했다. 해당 문서에는 제이알 32호에 돈을 넣은 1종 투자자와 2종 투자자의 명단과 액수가 기재돼있다. 문서에 따르면 해당 투자자들은 총 1271억원을 투자했다. 투자자는 ▲삼성증권 ▲키움증권 ▲현대커머셜 ▲교보리얼코 ▲에스텍시스템 ▲제이알투자운용 등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결국 투자자 외 보통주 명단에 대해서는 문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과 제이알투자운용은 두 번에 걸친 법원의 명령에도 문서를 제출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문서를 내놨다. 결국 제이알 32호의 보통주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나는 오래전부터 A사가 어떤 식으로든 펀드의 보통주로 참여해 에이프로스퀘어 매매와 운영에 관여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그 근거로 ▲A사의 에이프로스퀘어 일부층 책임임차 ▲일부 삭제된 계약서에 명시된 특정업체와의 계약 ▲계약금 없이 진행된 에이프로스퀘어 매매 과정 등을 들었다. A사는 그동안 진행된 소송 결과 등을 근거로 김 대표가 주장하는 의혹을 일축해 왔다. 김 대표는 시선RDI 등의 부동산 진정명의 회복과 손해 입증을 위해 제이알 32호의 보통주 내역 등을 요청하면서 동시에 제이알투자운용과 우리은행에는 2022년 4월25일 하나은행(매도인)·마스턴투자운용(매도인 집합투자업자)과 우리은행(매수인)·제이알투자운용(매수인 집합투자업자) 간 이뤄진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제출하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계약금은 왜 없었나 또 해당 매매계약 과정서 우리은행(매수인)이 하나은행(매도인)으로부터 책임임차인과 임차인들 간의 전대차계약과 사용계약 등을 승계했는데 이 책임임차인이 A사인지 여부를 사실확인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이 과정을 통해 2022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사이에 체결된 부동산 매매계약서, A사의 승계동의서 등이 공개됐다.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기간이다. A사가 제출한 승계동의서는 하나은행·마스턴투자운용·우리은행·제이알투자운용에 보낸 것이다. 기존 임대인과 매도인 집합투자업자 사이에 체결한 계약이 이후에도 같은 조건으로 승계된다는 점을 명시한 문서다. 승계동의서에 따르면 A사는 에이프로스퀘어 7개층에 대한 일종의 ‘책임임차’를 하고 있다. 책임임차는 준공 이후에도 시공사가 임차인 유치를 약속하는 계약을 뜻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매력적인 조건이다. A사는 그 기간을 2013년 12월24일부터 지난해 12월23일까지 10년으로 잡았다. 자료를 제출한 시기인 지난달 21일에는 이미 책임임차 기간이 만료된 상태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승계동의서에 ‘목적물(에이프로스퀘어)에 대한 부동산 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이 지급되고 소유권이전등기가 신청되면 그날(계약일)을 기준으로(중략) 동일한 내용으로 승계되고 그에 따라 본 계약은 매수인 및 매수인 집합투자업자와 임차인 사이에 계속 유효하게 존속함에 동의합니다’라는 문구를 들어 A사의 책임임차 기간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소한 제이알 32호의 만료일인 2027년까지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A사는 2023년 12월23일로 책임임차 기간이 끝났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10년간의 책임임차는 에이프로스퀘어 최초 매매계약 당사자인 한국증권금융(엠플러스 9호의 수탁자)의 매수 조건이었다고 덧붙였다. 거듭된 공매 유찰로 은행이자 부담이 커져가는 상황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A사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러면서 책임임차 기간 종료 이후 매수인이나 매도인 등과 추가로 맺은 계약은 없다고도 강조했다. 에이프로스퀘어와 관련한 A사의 ‘책임’은 이미 끝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A사는 “당사는 에이프로스퀘어 빌딩의 소유권자나 투자자가 아니다. 또 제이알 32호의 투자자도 아니다”라는 입장을 <일요시사>에 전해왔다. 눈에 띄는 부분은 또 있다. 2013년 더케이서 한국증권금융으로 소유권이 이전될 때 맺은 매매계약서를 보면 ‘계약금 168억원은 실납입액 없이 1순위 우선수익자의 채권과 선 상계(정산)하는 조건으로 계약금을 갈음함’이라는 문구가 있다. 당시 매매가는 1680억원이었고 1순위 우선수익자는 더케이였다. 실제 계약금 형식의 돈이 오간 적이 없는 것이다. 법원 문서 제출 명령으로 새 국면? 기판력 vs 새로운 증거 쟁점될 듯 2019년 한국증권금융서 하나은행으로 소유권이 넘어갈 때도 매매대금 2040억원에 대한 계약금은 존재하지 않았다. 또 2022년 하나은행서 우리은행으로 등기상 소유주가 바뀔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매매대금은 3080억원이었다. 통상 부동산 매매계약을 진행할 때 매매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선지급하는 관행서 벗어난 거래였던 것이다. 김 대표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동일한 건물을 3회 거래하는 과정서 계약금을 걸지 않았다는 것은 둘 중 하나다.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대단한 신뢰가 있거나 진짜 주인은 따로 있고 명의만 움직인 경우다. 그게 아니고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2022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사이에 맺은 부동산 매매계약서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확인된다. 부동산 매매계약서 제7조(진술 및 보증) 3. 소송 및 분쟁 부분을 보면 ‘매도인 또는 매도인 집합투자업자를 상대로 하는 어떠한 분쟁, 소송, 행정절차, 중재 또는 강제집행, 보전처분 절차 등이 제기되거나 진행 중에 있지 않으며 매도인 및 매도인 집합투자업자가 아는 한 그런 분쟁, 소송, 행정절차, 중재 또는 강제집행 보전처분 절차 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매매계약서에 들어갈 수 있는 문구로 보인다. 하지만 ‘단, 어떠한 경우에도 매매목적물의 개발, 신탁, 소유권 이전 등과 관련한 ‘(주)시선알디아이’와 여하한 자 사이의 민원, 청구, 소송 또는 분쟁(그와 유사하거나, 연관되거나, 그로부터 파생된 것을 포함함)은 본호의 진술 및 보증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일종의 단서 문구가 달렸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 등은 없지만 시선RDI와의 그것은 보증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매매계약 시기(2022년 4월25일)에는 이미 시선RDI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2021년)를 제기한 상태였다. 소송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지난해지만 소 제기 자체는 매매계약 1년 전에 진행됐다. 매도인은 해당 문제를 알고 팔았는지 매수인은 알고 샀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에이프로스퀘어를 매입하는 과정서 투자금을 넣은 투자자에게 해당 정보가 사전에 고지됐는지 여부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장물을 사고 팔았다”고 강도높게 지적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수탁자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사는)제이알 제32호의 수탁사로, 수탁사는 운용사의 운용지시에 의한 재산의 취득 처분을 담당한다. 펀드 운용에 관한 어떠한 의사결정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매매계약과 소유권 이전 관련해 법무법인을 통해 검토되고 진행됐다. 운영사는 법률적인 검토를 완료해 매매계약을 완료했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수탁사는 자본시장법상 운용과 관련한 내용을 알 수 없다”면서 제이알 32호 펀드의 보통주 내역 등 관련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하나은행 역시 마스턴 49호의 수탁사일 뿐 운용 내용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제이알투자운용은 <일요시사>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소유 분쟁 그 끝은? 시행사 대표와 시공사, 수탁사의 주장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이전의 소송은 시공사와 수탁사의 완승으로 끝났다. 단 한 건의 소송서도 법원은 시행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시공사와 수탁사는 이를 근거로 기판력을 주장하고 있다. 시행사 대표는 “이전에 단 한 번도 청구하지 않은 소송이고 이에 대해 변론종결일까지도 피고는 어떤 주장도 반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심 선고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