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벼랑끝 몰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악의 스캔들…하루 멀다하고 ‘악악악’

[일요시사=경제1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취임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롯데쇼핑 과징금 부과, 롯데카드 고객정보 유출, 롯데홈쇼핑 납품 비리, 제2롯데월드 사고까지 연이은 악재가 겹치면서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롯데그룹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롯데그룹의 위기는 지난해 7월 세무조사와 함께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끝날 예정이던 세무조사는 한 차례 연장돼 올 1월 말까지 계속됐고, 국세청은 세무조사가 끝난 후인 지난 2월 롯데쇼핑에 600억원대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롯데그룹 사상 두 번째다. 규모는 가장 크다. 첫 번째는 지난해 2월 롯데호텔을 상대로 부과된 200억원대의 추징금이다.

이번에 부과된 600억원대의 추징금 대부분은 롯데시네마의 직영 매점 사업 등을 통한 세금 탈루와 시네마 사업에 대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관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롯데시네마 매점 사업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차녀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이 함께 지분을 보유한 유원실업·시네마통상·시네마푸드가 점별로 나눠 운영했다. 수익은 배당금을 통해 고스란히 오너 일가의 부를 축적하는 데 사용됐다. 

세무조사로 시작된
롯데그룹의 악몽

롯데쇼핑은 지난해 3월 이런 사업 수익구조에 대해 문제제기가 되자 위탁 운영하던 52개 매점을 직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계약을 해지했어도 1000억원이 넘는 이익이 오너 일가에 흘러들어간 사실은 변함이 없다. 국세청도 이러한 사실에 주목, 롯데쇼핑이 이들 회사에 대해 임대 수수료율을 낮게 책정해 법인세를 탈루했다는 혐의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월에는 롯데카드 고객 26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롯데카드센터의 업무가 며칠 동안 마비될 정도로 고객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고 유출된 개인정보 일부가 대출업자 등에게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지난 2월4일 롯데카드에 3개월 영업정지를 결정하고 사전 통보했다. 이어 2월17일부터 롯데카드는 공익·복지카드 등 비영리 목적 카드를 제외한 모든 카드의 신규 발급이 제한됐다. 롯데카드의 영업정지 기간은 5월15일까지다.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집단 소송에 대한 손해배상금도 문제다. 롯데카드가 물어야 하는 손해배상금은 352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KB국민카드가 지난달 29일 공시한 일괄신고서를 통해 "보수적으로 판단해 정보가 유출된 고객 중 실제 소송에 참여할 당사자를 전체 피해자 4300만명의 1%로 산정하고 개인당 20만원의 정신적 손해를 인정한 싸이월드 소송 사례를 적용하면 약 860억원의 보상액이 발생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추산 방식을 롯데카드사에 적용한 금액이다. 롯데카드는 손해배상금 외에 재발급 비용으로 75억원, 콜센터 확대 비용으로 12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롯데홈쇼핑 납품 비리와 관련한 전 임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금까지 5명의 전·현직 임직원이 구속됐다. 홈쇼핑 사업자 및 상품기획자(MD)는 그간 납품업체들에 '슈퍼 갑'으로 인식되어 왔다.

홈쇼핑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팔리는 제품 상당수가 중소기업 혹은 신생 회사 물건으로 해당 회사는 홍보 기회를 얻기 위한 로비를 치열하게 벌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012년 검찰은 홈쇼핑 업체 납품비리를 대대적으로 수사해 홈쇼핑 MD 등 27명을 무더기로 기소한 적도 있다. 하지만 당시 롯데홈쇼핑은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롯데홈쇼핑 납품 비리 파문 확대
사장 이어 부회장 연루설에 당혹
금품수수 의혹 부인…강력 대응

이번 롯데홈쇼핑 사건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뇌물 사건, 다른 하나는 횡령 건이다.

검찰은 지난 2012년 퇴직한 롯데홈쇼핑 전 MD가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중소 납품업체로부터 청탁 명목으로 수억원대의 대가성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지난달 17일 납품업체 7곳의 사무실과 대표 자택 등 15곳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사를 본격화했고 이어 지난달 27일 납품업체 5곳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롯데홈쇼핑 이모 생활부문장과 이모 생활부문장, 전 MD 정모씨를 구속했다.

이 전 부문장은 홈쇼핑에 상품을 출연시키고 시간 편성에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2008년 12월∼2012년 10월 약 4년간 각종 생활용품을 중간 유통하는 업체 5곳으로부터 9억원의 뒷돈을 챙겼다. 정 전 MD는 2008년 12월∼2010년 1월 약 2년간 유통업체 한 곳으로부터 그랜저 승용차 한 대를 포함해 2억7000만원을 받았다. 이들은 가족과 친인척 등 명의로 차명 계좌를 만들어 뇌물 통장을 관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일에는 납품업체로부터 리베이트 명목으로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신모 전 영업본부장이 구속됐다. 10일에는 또 다른 납품업체 1곳의 사무실 등지를 추가로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다.

신 전 본부장은 2007년부터 롯데홈쇼핑 영업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납품업체 2곳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신 전 본부장이 금품을 받아 또 다른 임원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홈쇼핑 전현직 임원
'슈퍼 갑’ 행세

이와 별도로 2010년 롯데홈쇼핑 본사 사옥 이전 과정에서 인테리어업체로부터 수억원대의 금품을 챙긴 혐의로 이모 방송본부장과 김모 고객지원부문장도 구속 수감됐다. 롯데홈쇼핑은 2010년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양평동으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임대하던 건물의 인테리어를 원상복구시켰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8년 3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인테리어 공사업체 6곳에 허위·과다계상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면서 공사대금을 과다지급한 뒤 차액을 되돌려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본부장의 횡령 금액은 4억9000만원, 김 부문장은 6억5000만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이 본부장이 횡령한 돈의 용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억대의 돈이 당시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신헌 롯데백화점 사장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신 사장을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신 사장은 임원들의 횡령·리베이트가 이뤄진 2008년부터 롯데홈쇼핑 대표로 재직하다 2012년 롯데쇼핑(롯데백화점)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일 한 매체는 롯데홈쇼핑 납품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인원 롯데쇼핑 부회장이 비리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이인원 부회장과 신헌 사장에게 뒷돈이 전달됐다는 일부 증거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 부회장과 신 대표에게 건네진 돈의 규모는 수천만∼수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제2롯데월드 사고
안전불감증 논란

롯데그룹은 발 빠르게 대처했다.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관련 보도를 부인했다. 명실상부한 그룹 2인자인 이 부회장이 보도 내용대로 비리에 연루됐다면 그룹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97년부터 롯데쇼핑의 대표이사를 맡아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99년부터 15년 연속으로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백화점 중심의 롯데쇼핑 매출구조를 할인마트까지 포함시키는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부회장 직함을 달았다. 총수일가를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롯데그룹은 "롯데그룹 이인원 부회장과 관련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인원 부회장이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직원들의 부정비리와 관련해 어떠한 금품도 수수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또 "해당 언론의 보도에 대해 민형사상의 법적 조치 등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잠실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에서는 또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10개월 만에 4번째 사고다.

지난 8일 오전 8시10분쯤 제2롯데월드 엔터테인먼트동 12층 옥상에서 배관작업을 하던 황모씨가 냉각수 배관의 압력을 시험하던 중 공기압으로 튕겨 나온 철제 배관 뚜껑에 머리를 맞아 사망했다. 철제 배관 뚜껑은 지름 30cm, 길이 30cm로 무게는 16kg에 달한다. 

롯데건설 측은 사고가 황씨의 과실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밸브를 풀면 배관 뚜껑이 튕겨 나올 것이라는 사실을 사망자가 알았을 텐데 왜 그랬는지 의문이라는 것.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제2롯데월드 공사 중 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불감증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지난 2월16일 오전 12시경 47층 컨테이너 박스에서 화재가 나 건설 자재 일부를 태우고 25분 만에 진화됐으며 지난해 10월1일에는 11층 공사 현장에서 기둥 거푸집 해체 작업 중 쇠파이프가 50여미터 아래 지상으로 추락하면서 지나가던 행인이 부상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앞서 지난해 6월25일에는 자동상승 거푸집장비가 43층 현장에서 무너져 내리면서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들 사고는 롯데그룹이 조기개장과 조기완공을 목표로 공기를 단축하려다 벌어진 인재라는 시각이 강하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사고로 5월 예정이던 제2롯데월드 임시개장이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 측은 제2롯데월드 공사장에서 최근 10개월새 안전사고가 4차례나 발생한 만큼 임시개장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롯데카드 고객정보 유출
제2롯데월드 잇달아 사고

롯데그룹에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악재들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부정비리 척결과 공정거래문화 조성 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사장단 회의 당시 신 회장은 "임직원들의 잘못된 행동이나 언행이 그룹의 이미지와 신뢰를 손상시키고 회사와 고객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며 "시스템을 보완하고 임직원들의 마인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월 롯데홈쇼핑 납품비리와 관련한 수사가 시작됐고 2월에는 600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됐다.

2월3일에는 '롯데그룹 정보보호 위원회'를 개최, 롯데카드 고객정보 유출과 관련해 조속한 대책 마련과 재발 방지에 대한 강한 의지를 전달했지만 영업정지 3개월 조치는 피해가지 못했다. 롯데그룹 정보보호 위원회는 롯데 내 정보보호 관련 정책 및 정보보호 활동을 점검하고 대응을 관장하는 조직으로 2007년 처음 결성됐다.

롯데홈쇼핑의 납품비리와 횡령 사건과 관련해서는 크게 격노하며 사태 진화를 주문했지만 제2롯데월드 사망 사고가 터지면서 취지를 무색케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롯데그룹은 '회장님 따로, 임직원 따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신동빈 회장만 '전전긍긍'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일단 확산되고 있는 롯데홈쇼핑 비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신 회장은 지난 4일 롯데홈쇼핑 사건 관련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관련자를 엄중히 문책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회장은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그룹 차원에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칼 빼는 회장님
전 계열사 감사

신 회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거의 잘못된 거래 관행이 만연해 있는 것은 아닌지 철저히 조사하고 내부 감사 시스템에 허점이 있었는지도 점검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또 롯데홈쇼핑을 포함한 그룹 전 계열사에 대한 비리 감사도 지시했다.

롯데 정책본부 산하 개선실은 조만간 롯데홈쇼핑에 대한 감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검찰 수사와 내부 감사를 통해 드러난 부정 행위자에 대해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다. 개선실은 그룹 전 계열사에 대한 비리 감사와 시스템 개선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다.

롯데그룹이 강도 높은 감사를 예고한 가운데 창사 47년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맡고 있는 '신동빈호'가 신 회장의 의지대로 제 살을 도려내는 결단을 내리고 '먹구름'을 걷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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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