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은 일년 내내 시끄러웠다. 사건도 많았지만 정치적 이슈는 더 많았다. 2010년도 그에 못지않다. 2009년이 남긴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와 세종시 수정 문제부터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 전당대회 등 정치행사가 가득하다. 어느 것 하나도 쉽사리 넘어갈 수 있는 게 없다. 여러 정치 현안들이 얽히고설켜 핵폭탄급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마저 안고 있다. 경인년 정국을 뒤흔들 파괴력을 안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 꼽아봤다.
2010년까지 이어질 검풍, 골프장과 건설사에 걸린 여야
세종시 수정안 1월 발표, 4대강 논란 정가 안팎에 포진
정국을 요동치게 할 이슈는 흔하지 않다. 하지만 2010년은 이미 먼 눈짓으로 가늠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풍성한’ 이슈를 안고 있다.
연말 정국 최대 뇌관으로 급부상했던 세종시 수정 문제는 2010년 봄도 장악할 기세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1월11일께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하는 것이 그 시작점이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 최종안은 9부2처2청의 중앙행정기관 이전을 백지화하는 것이다. 대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4대 그룹 계열의 대기업 1곳 및 중견기업 3~4개, 서울대, 고려대, KAIST 등 대학, 국내외 연구기관 및 대형 병원, 입주 기업 등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 등을 통해 세종시를 교육과학 중심의 경제도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뇌관 안은 세종시
수정안 발표 후 고비
이와 함께 세종시를 행정복합도시에서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변경하는 특별법 개정 방향도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30일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조찬회동에서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 “안 되면 도리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중도포기 의사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모든 성의를 보여서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래도 안 되면 도리없는 것 아니냐’는 뉘앙스였다. 방점은 모든 성의를 다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중도 포기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대해석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은 친이계 의원 모임인 ‘함께 내일로’가 국회에서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해 이 대통령의 의지를 다시 한 번 전했다. 박 수석은 “세종시 문제는 역사적 책임의식을 갖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도 포기는 없다”면서 “정치적 자살골이 되더라도 임기 내에 (세종시 문제를) 풀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도 “대통령이 진정성을 갖고 있는 만큼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어떤 부처의 이전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당정청이 세종시 수정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면서 1월은 여야의 전면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이 나오면서 거리를 두고 지켜보던 이들도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수정안이 구체적이면 구체적일수록 이에 대한 찬반 여론이 가열될 수 있어 세종시 문제는 수정안 발표 후 한 달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검찰은 ‘정치검찰’이라는 불명예를 씻기 위해 내부 개혁에 공을 들였음에도 정치적 논란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전 정권을 겨누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 수뢰 의혹과 현 정권을 겨눈 그림로비, 골프장 로비 의혹 때문이다.
한 전 총리의 수뢰 의혹은 그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 명목으로 5만 달러를 받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찰은 곽 전 사장에게 이 같은 정황을 진술 받고 한 전 총리를 소환조사했다.
한 전 총리 수뢰 의혹은 법정으로 넘어간 상태다. 곽 전 사장의 증언과 정황 외에는 뚜렷한 물증은 없지만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검찰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한 공소장에 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의 친분 관계, 5만 달러가 건네진 경위가 상세하게 드러나 있어 ‘신빙성’을 갖췄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 전 총리 수뢰 의혹은 정세균 민주당 대표에게로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곽 전 사장이 대한석탄공사 사장에 응모했을 당시 정 대표가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곽 전 사장은 고위 공무원으로부터 “석탄공사 사장에 응모해보라”는 권유를 받았고 산자부는 그를 석탄공사 사장 후보로 추천해 ‘1순위’로 올렸었다.
한 전 총리는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 대표는 말을 아끼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실여부에 따라 검찰이 휘두른 칼날이 전 정권 인사들의 목덜미를 파고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림로비와 골프장 로비 의혹은 ‘결론’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림로비 의혹은 한상률 전 국세청장 외 사건에 관여된 모든 인사들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한 전 청장이 직접 그림을 구입해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로비를 했다는 점을 밝혀냈다. 하지만 한 전 청장이 귀국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어 수사의 마침표가 언제 찍힐지는 알 수 없다.
검망에 걸린 전·현 정권
집권 3년 권력 게이트 뜰까
골프장 로비 의혹도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소환조사로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공 의원은 공경식 스테이트월셔골프장 회장과 C골프장 전동카트업체에게 수억원대의 불법자금을 받았으며 벤처기업 L사로부터 자신이 대표로 있는 포럼 사무실 임대료를 대납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자신이 명예 이사장으로 있는 사단법인을 통해 국고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공 의원에 대한 수사로 정치권을 향한 골프장 로비 의혹은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MB 정권 중간평가장 될 6월 지방선거 여야 전력투구
여야 전당대회 통해 물갈이…누구는 죽고 누구는 살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치권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역대 정권의 집권 3년차는 온갖 권력형 게이트가 창궐했던 때”라며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면서 게이트로 비화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2010년의 가장 큰 정치행사는 6월 지방선거다. 지방선거를 통해 정당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지자체장들의 물갈이가 이뤄지게 된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같이 대권과 가깝다고 평해지는 곳은 이미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지방선거는 이 대통령의 임기 중반에 자리하고 있어서 현 정권의 중간평가장으로 손꼽힌다. 즉,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한 쪽이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것이다.
각 당은 지방선거 전략을 수립하고 선거에 뛸 지역 인재들을 모으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역일꾼’을, 민주당은 ‘정권 심판’을 강조할 분위기다. 정세균 대표는 “내년 지방자치 선거는 이명박 정권을 중간평가하는 선거로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며 벌써부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유선진당이나 친박연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소수 정당은 지방선거를 기사회생의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다. 이회창 선진당 총재는 내부 인사와의 갈등에도 당선 가능성이 높은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일찌감치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바닥민심을 잡기 위해 부산하다.
지방선거 결과는 곧 있을 각 당의 전당대회와도 연결된다. 7월쯤 열릴 예정인 전당대회에 내밀 성적표가 지방선거의 성적표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 당권을 잡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당 대표 임기 2년의 말미에 대선과 총선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나라당에서는 전당대회 시기를 둔 계파 간 기 싸움이 치열하다. 당 개혁성향 초선 모임인 ‘민본21’은 지방선거 전에 조기전대를 개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친박계 등은 예정된 대로 7월에 전당대회를 여는 방안에 찬성하고 있고 이재오계는 7월에 재보선 등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전당대회를 8월경으로 미루자고 주장하고 있다.
지방선거로 중간평가
전당대회로 대권 가늠
민주당도 주류와 비주류간 당권 경쟁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대표와 대화가 안 된다” “주류가 당직을 독점하고 있다”는 비주류의 불만이 전당대회를 통해 표출될 것으로 보인다. 당권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은 정 대표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정 대표와는 ‘선명한 차이’를 두려 하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크고 작은 이슈들과는 별개로 한 해 정국을 관통 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논란을 시작으로 국정감사와 예산안 처리에서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문제점도 수질오염, 사업 예산, 시행사들의 입찰 담합 등 다각도로 제기됐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모든 의혹을 제쳐둔 채 전진만을 거듭하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의 집권 내내 고질병처럼 여야를 괴롭힐 것”이라며 “임기 중에 끝을 보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와 야당의 반대가 절충점을 찾을 수 없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은 세종시 정국이 뜨면 세종시와 함께,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동안에는 지방선거와 함께 거듭해서 논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