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⑥<2009년 화제의 인물 10인> 올 한해 가장 뜨거운 인물은 누구?

그들 때문에 ‘울고’ 그들 덕분에 ‘웃었다’

올 한 해도 수많은 인물들이 다양한 이유로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이들 중 일부는 대중의 삶에 활력을 선사했고 또한 어떤 이는 대중의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2009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이들 중 대중의 뇌리에 가장 깊이 자리한 ‘화제의 인물’은 누굴까. <일요시사>가 그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영면의 시간 속으로…노무현·김대중·김수환·장진영·마이클 잭슨
세계 속 ‘한국’ 빛낸 자랑스러운 한국인…김연아·추신수 선수
유난히 안타까운 죽음 많았던 2009년
경제 위기 속 대통령 행보 관심 높아 


포털사이트 파란은 12월 한 달 동안 네티즌이 선정한 ‘2009 화제의 인물’ 투표를 진행 중이다. 게시판에는 정치인, 기업가, 유명 사회인사, 스포츠 스타, 연예인 등 올 한 해 대중의 관심을 받았던 다양한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지난 16일까지 중간 집계된 ‘2009 화제의 인물’ 상위권 10인을 살펴봤다.

충격!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009년 화제의 인물 1위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차지했다. 지난 5월23일 토요일 오전, 편안한 마음으로 휴일 아침을 보내던 국민들에게 전해진 비보는 충격적이었다. 전직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 소식. 더구나 그가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는 사실은 국민들에게 비통함을 더했다.
각계는 그가 퇴임 이후 줄곧 뇌물수수 의혹을 받아왔고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지난해 말부터 수사를 받아왔던 정황을 들어 검찰 수사의 압박과 스트레스가 자살의 원인이라고 해석했다.

국민들은 뇌물수수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통해 했다. 실제 서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네티즌들의 쇄도로 노 전 대통령의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의 서버가 다운됐고 ‘노사모’ 홈페이지 역시 마비상태가 됐다. 전국 곳곳에 마련된 빈소에는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려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했다.

‘천상천하 연아독존’
김연아 선수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의 열풍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됐다. 특히 지난 3월29일 치러진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소식은 경기 불황에 기운 빠진 국민들에게도 큰 힘이 됐다.
그녀는 이 대회에서 207.71점을 받아 여자 싱글 사상 최초로 ‘꿈의 200점’을 돌파하며 세계신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태극기가 게양된 시상식 연단에 올라 눈물을 훔친 김연아의 모습은 이후 CF로도 방영되며 국민들의 가슴을 애잔하게 했다.
김연아의 우승행진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지난 10월에는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총점 210.03점을 기록하며 종전의 기록을 불과 7개월 만에 갈아치우기도 했다. 김연아의 열풍은 CF계에서도 이어졌다. 올 한 해 그녀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생활건강, KB국민은행, 매일유업, 롯데칠성 등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 10여 곳의 광고모델로 활동 중이다.

‘인동초의 삶’ 마무리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올 한 해 국민들은 나라의 큰 어르신 두 명을 잃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 소식 후 불과 3개월 만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전해진 것. 지난 8월18일 폐렴으로 병원 치료를 받던 김 전 대통령은 건강 악화로 끝내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 굴곡 많은 85년간의 삶을 마무리 한 순간이었다.
그는 정치 인생을 시작한 후 수많은 고난을 겪었다. 민주화를 열망하던 그는 두 번의 사형 선고와 연금, 납치, 망명을 경험했고 네 번의 대선 도전 끝에 지난 1997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 당선 이후 그는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그중 가장 역사적인 순간은 지난 2000년 개최된 6·15 남북정상회담이었다.
광복 후 최초로 남북 정상이 만난 이 자리는 이후 그에게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겼다. 한평생 민주화와 남북평화를 위해 애쓴 그의 노력은 사후에도 인정받아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장례를 국장으로 치르기도 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
전한 고 김수환 추기경

2009년은 전직 대통령뿐만 아니라 사랑과 존경을 받던 사회 큰 별들의 죽음이 이어진 잔인한 해다. 특히 고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은 많은 이들에게 슬픔을 안겼다. 김 추기경은 지난 2월16일 향년 87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했다.
그는  한평생 약자의 편에서 나눔의 삶을 살아왔다. 김 추기경은 독재정권 아래에서 정치적 억압에 맞서 민주화 수호를 위해 애쓰기도 했다.
1987년 서울대 박종철군이 고문으로 사망하자 그는 ‘박종철군 추모 및 고문 추방을 위한 미사’ 강론에서 정권의 야만성을 신랄히 비판했다. 이는 추후 6월 항쟁 등 민주화투쟁의 밑거름이 됐다. 김 추기경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과 축복의 메시지를 전했고 5일간의 장례 기간 동안 전국에서 모인 40만명의 조문객들이 그를 애도했다.

아시아 첫 ‘20-20’
달성한 추신수 선수

지난 10월4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경기.  3번 타자 추신수 선수의 방망이에 맞은 볼이 높이 날아가 11m짜리 펜스를 훌쩍 넘겼다.
추신수가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한 역사적인 순간이다. 추신수의 ‘20-20’달성 소식은 현지는 물론 국내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달성한 위업이기 때문이다.
팀 내에서 타율을 제외한 공격 전 부문 1위에 오르며 메이저리그 한국인 타자로서 눈부신 선전을 펼치고 있는 추신수는 팬들의 뜨거운 관심과 함께 올 한 해 대형 스포츠 스타로 거듭났다.
실제 추신수의 활약상은 국내 여러 방송사로부터 조명 받았다. MBC와 OBS경인TV가 특집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추신수의 성공기와 가족 이야기를 담는가 하면 한 예능 프로그램은 그를 직접 섭외해 인간적인 모습을 조명했다. 

영원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사망

지난 6월25일,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은 전 세계의 팬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사인은 심장마비. 컴백 공연을 불과 2주 앞두고 날아온 비보였다.
마이클 잭슨은 1971년 1집 앨범 발매 이후 7억5000만 장의 앨범 판매고와 그래미상 13회 수상 등 화려한 기록을 세웠지만 무대 뒤의 삶은 녹록하지 않았다. 두 차례 결혼은 파경으로 끝났고 아동 성추행 혐의로 이미지까지 실추됐다. 그럼에도 다시금 재기를 노리고자 했던 마이클 잭슨은 50세의 나이에 타살로 생을 마감하게 된 것이다.
‘팝의 황제’의 사망 소식 후 추모 열기는 뜨거웠다. 장례식에는 2만명의 추모객이 참석했고 전 세계 네티즌 2800만명이 인터넷 생중계로 그의 추모 행사를 지켜봤다.
장례식이 끝난 이후에도 그의 묘지와 자택 등지에는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으며 그의 마지막 리허설 모습이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은 개봉 5일 만에 1억1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취임 첫해 보낸
오바마 미국 대통령


지난 1월20일 버락 오바마가 제44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날은 오바마 개인뿐 아니라 미국 전 시민들에게 역사적인 날로 꼽히며 화제를 모았다.
알려진 대로 오바마는 힐러리 클린턴, 존 매케인 등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인종의 벽을 뛰어넘은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인들에게 새 시대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안겼다.
그러나 금융위기 극복과 약화된 미국의 국제적 위상 회복이라는 과제를 물려받은 오바마는 취임 첫해 혹독한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선거운동 당시 ‘희망과 변화’를 외쳤던 그였지만 국제사회와의 외교 성과는 미비했고 건강보험 개혁안도 현재 난항에 빠졌다.
노벨평화상 수상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지난 10월 선정 발표 이후 자신조차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러워했던 그는 지난 10일 결국 노르웨이로 날아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미실’ 덕분에 즐거웠다!
고현정 열풍

탤런트 고현정은 올 한 해 대중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첫 사극 도전 작품인 MBC 드라마 <선덕여왕>이 시청률 40%대를 돌파해 그녀의 성공적인 컴백을 공식화했다. 특히 극중에서 카리스마 있는 악역 미실로 분한 고현정은 뛰어난 연기력으로 극의 전반을 이끌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고현정에 대한 대중들의 높은 관심은 지난 2004년 그녀가 연기자로 복귀한 후 최고 수준이다. 앞서 1995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결혼한 뒤 2003년 이혼한 고현정은 이듬해 연예계에 컴백해 드라마 <봄날> <여우야 뭐하니> <히트>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하지만 <선덕여왕>의 미실만큼 그녀의 카리스마가 발휘된 작품은 없었다.
실제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는 고현정이 ‘올해를 빛낸 최고의 연기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갤럽은 지난 17일 전국 만 13세 이상 남녀 1726명을 대상으로 ‘2009년 최고의 연기자’를 조사한 결과 고현정이 34.8%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임기 반 채운
이명박 대통령

지난 19일 취임 2주년을 맞이한 이명박 대통령이 올해의 화제인물 9위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늘 국민의 관심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광우병 사태로 촛불시위가 거세지면서 국민들의 질타를 한 몸에 받았다. 이 사태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까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올해의 주요 테마는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문제다. 대선 당시 주요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좌초되고 이를 대신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내세웠지만 이마저도 순조롭지만은 않다. 각종 비리 의혹과 사업효과에 대한 의문, 재정낭비 문제 등이 지적되면서 수개월째 논란의 중심에 있다.
세종시 문제 역시 원안 고수와 수정안을 놓고 정치권의 공방이 뜨겁다. 또한 이 대통령이 ‘히든카드’로 내세우고 있는 친서민 행보도 화제의 대상이다. 이 대통령은 올 한해 재래시장과 장애인시설을 직접 방문하는 등 서민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거듭 노출시켜 그의 행보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못다 핀 꽃’
배우 장진영 사망

올 한 해는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연일 들려왔다. 지난 9월1일에는 영화계의 큰 별이 세상과 이별했다. 배우로서 단단한 입지를 다졌던 장진영이 향년 37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 것. 그녀는 지난해 9월 단순한 위궤양으로 생각해 건강검진을 받았다가 위암 선고를 받았다. 그녀는 한때 상태가 호전되는 듯 보이기도 했지만 결국 투병 1년 만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한창 피어야 할 나이에 생을 마감한 장진영의 죽음은 그녀의 애잔한 러브스토리가 더해지면서 슬픔이 배가 됐다. 그녀의 연인인 K씨와 장진영은 힘든 투병 생활 속에서도 1년의 시간 동안 사랑을 키워왔다. K씨는 장진영의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병실을 떠나지 않고 곁을 지키며 그녀를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장진영과 K씨의 러브스토리는 그녀가 사망하기 한 달 전쯤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린 사실과 사망 나흘 전 혼인신고를 마친 소식이 연달아 전해지면서 팬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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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