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②> 2009 검찰 수사 총결산‘검풍’ 스친 기업&총수 현주소

변죽만 울린 기축년 스캔들 “구린내만 풍겼다”

검찰은 어느 때보다 분주한 한 해를 보냈다. 이명박(MB) 정부 출범 직후 시작된 검찰발 기업 사정 작업은 집권 2년차에 접어든 올해 중반부터 속도를 냈다. 여기에 새로 부임한 김준규 검찰총장이 강한 기업비리 척결 의지를 보이면서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검풍이 매섭게 몰아쳤다. 그 결과는 어떨까. ‘기업 손보기’에 나선 검찰의 기축년 성적표를 펼쳐봤다.

김준규 총장 취임 직후 전방위 기업비리 수사 속도   
전국서 동시다발 ‘사정폭풍’…윗선·정치권 겨냥


올해 들어 기업 비리에 날 선 칼날을 들이댄 검찰은 전체적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지난 상반기까지 ‘권력형 비리’란 꼬리표를 달고 수사선상에 오른 사건은 10여 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상당수 구린내만 풍기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등 ‘소문난 잔치’ 또는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로 흐지부지 끝났다.

상반기 깃털만 ‘만지작’
하반기 용두사미로 끝나

그나마 간신히 ‘은팔찌’를 채운 기업인들도 하나같이 무혐의나 집행유예, 보석, 불구속 등 개운치 않은 결과로 ‘묵은 먼지’를 털어냈다. 올해 처음 검찰에 꼬리가 잡힌 재계 인사는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이다. 검찰은 지난해 말부터 이 회장 등이 2005년 이주성 전 국세청장과 관련 포스코 세무조사 무마 의혹에 연루된 정황을 파헤쳤지만 지난 1월 무슨 이유에선지 수사를 서둘러 마무리했다.

이 회장은 검찰의 수사 종결 발표 3일 전 돌연 사퇴해 또 다른 의혹을 낳기도 했다. 같은 시기 CJ의 탈세 의혹도 석연치 않게 마무리됐다. 검찰은 지난 1월 CJ CGV가 2005년 3월부터 2년여 동안 관람객 숫자를 조작해 세금을 탈루했다는 혐의를 포착, CJ CGV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나섰지만 흐지부지됐다.

전 자금관리팀장의 살인청부 혐의 조사 과정에서 수십억원대의 차명계좌가 확인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도 ‘묻혀진’ 형국이다. 검찰은 당초 이 회장에 대해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해 소환조사 뜻을 밝혔지만 지금까지 ‘꿀 먹은 벙어리’ 신세다.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은 회사 공금 20억원을 빼돌려 청탁 명목으로 설범 대한방직 회장에게 15억원을 건넨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가 불과 한 달 만인 지난 1월 보석으로 풀려나 ‘재벌 봐주기’란 비난을 받았다.

채 부회장은 지난 4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받았다. 지난 3월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주가조작 의혹도 조용히 일단락됐다. 검찰은 조 부사장이 기업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가 있다는 증권선물위원회의 수사 의뢰에 따라 9개월 동안 수사를 벌였지만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지만 검찰은 각각 지난 3월과 9월 “범죄가 될 만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무혐의 종결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MB정부의 사정기관이 권력형 비리, 부정부패 사건을 다룸에 있어 한없이 관대한 ‘봐주기’ ‘감싸기’ 수사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권 1년여 동안 깃털만 만지작거리다 전광석화처럼 덮었거나 굼벵이 수사로 지지부진한 대형 부정부패비리 사건들이 수두룩하다”고 비판했다. 수사 대상 기업들은 변죽만 울린 검찰의 헛발질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와중에 지난 5월 ‘박연차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와 이에 따른 총장 중도사퇴, 새로 지명된 총장 후보자의 낙마 등의 여파로 검찰은 사실상 ‘개점휴업’이었다. 이도 잠시, 자존심을 구긴 검찰은 김준규 검찰총장이 지난 8월 지휘봉을 잡으면서 ‘재계 손보기’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기업을 향한 검찰의 칼끝이 더 예리해진 것.

인사청문회에서 “특별수사에 일선 지검의 특수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김 총장은 자신의 구상대로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해 각 지역 검사장들을 잇달아 불러 토착비리와 기업비리 척결을 적극 주문했고, 이후 검찰의 사정 폭풍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매섭게 몰아쳤다. 집권 2년차에 접어든 이 대통령의 강력한 부패 척결 의지도 힘을 보탰다.

그 첫 신호탄이 국내 굴지의 기업인 대한통운과 두산인프라코어, 대우조선해양, 현대산업개발 등이다. 검찰은 ‘박연차 게이트’ 수사 때 강압 논란을 빚은 대검 중수부 대신 일선 지검 특수부를 각개전투식으로 선봉에 세워 이들 4개의 기업을 정조준했다. 대한통운, 두산인프라코어, 대우조선해양, 현대산업개발 수사를 각각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와 인천지검 특수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울산지검 특수부가 맡은 것.

세 갈래의 수사 방향은 횡령, 비자금 조성, 특혜, 로비 등 고질적인 기업 스캔들과 그룹의 ‘윗선’ 또는 정치권으로 향했다. 검찰은 지난 9월 대한통운 압수수색에 들어갔고 결국 곽영욱 전 사장을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했다. 곽 전 사장이 이 돈을 정·관계 인사에게 건넸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수사는 예상대로 정치권으로 불똥이 튀었다. 곽 전 사장이 2007년 초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5만 달러를 줬다고 진술한 것.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한 전 총리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한 전 총리가 이를 거부하면서 대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검은돈’ 정황 캐내고
‘돈 흐름’ 단서 못잡아

검찰은 지난 7월 임원들의 개인 비리 정황을 포착, 대우조선해양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도 압수수색했다. 이어 지난 10월 계약상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대우조선해양건설 전 대표 김모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회사 측이 납품업체와 짜고 납품단가를 부풀리는 등의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도 ‘검은돈’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현직 임원들이 정부지원금 79억원을 빼돌린 것. 검찰은 지난 11월 국책연구 과정에서 연구개발비용을 부풀려 정부지원금을 빼돌린 혐의로 두산인프라코어 계열사 사장 김모씨와 전직 임원 박모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임원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두산 측은 이들이 가로챈 79억원을 전액 반환하기로 했지만 그룹 전체로 수사가 확대될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하청·협력업체들로부터 불법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혐의로 현대산업개발 공사현장 임원을 포함한 전·현직 간부들을 무더기 적발하기도 했다. 이들은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던 전국 6곳의 공사현장에서 하청·협력업체 6곳으로부터 모두 30억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검찰의 토착비리 수사는 대형 건설사들을 정조준한 형국이다.

“내사만 질질” 여전히 지지부진 사건도 수두룩
LG 곤지암, 효성 비자금, 태광 큐릭스 인수 등


재계에선 검찰의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조만간 대기업 비리에 대한 대대적 사정작업이 본격화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그 대상에 올라있는 기업은 한진, 두산, OCI(옛 동양제철화학), 신동아건설, 대림산업, SK건설, 금호건설, 롯데건설, 현대건설 등이다. 검찰 관계자는 “광범위한 사정작업은 특정 인물, 특정 기업을 겨냥한 수사가 아니다”라며 “이 대통령과 김 총장이 토착비리 등에 대한 척결 의지를 밝힌 이후 기업 비리에 대해서도 축적됐던 첩보를 하나하나 확인해 수사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 속도가 여전히 지지부진한 사건들도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사건과 관련이 있든 없든 무수한 기업들이 도마에 오르내리는 실정이다. 의혹과 소문만 키운 채 뜸들이고 있는 대표적인 사건이 1조원대의 부동산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 LG그룹의 곤지암리조트 특혜 의혹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의혹이 제기됐지만 아직 밝혀진 사실이 전혀 없다.

지난해 12월 개장한 곤지암리조트는 LG그룹이 1995년 착수한 대형 리조트개발사업이다. 문제는 리조트가 들어선 곤지암 일대가 팔당상수원 보호구역인 탓에 그동안 개발이 제한됐는데 참여정부 때인 2004년 갑자기 사업이 재개됐다는 점이다. 검찰은 지난 3월부터 이 부분에 대해 내사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이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효성그룹을 둘러싼 의혹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효성그룹 일본 현지법인 수입부품 거래과정에서 납품단가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200∼300억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내부자 제보에 따라 지난 2월 수사에 착수했지만 별 성과가 없는 상태다. 검찰은 지난 9월 효성그룹 비자금 중 일부가 조석래 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의 개인용도로 사용된 단서를 포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태광그룹의 큐릭스 인수 의혹도 답보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검찰은 태광그룹의 티브로드가 올초 편법으로 업계 경쟁사인 큐릭스를 인수하면서 정치권 인사 등을 상대로 조직적인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과 관련해 당시부터 첩보를 수집해 지난 9월 본격 내사에 나섰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2006년 12월 큐릭스의 대주주인 큐릭스 홀딩스의 지분 30%를 군인공제회가 인수한 후 2년 내에 태광그룹 산하 태광관광개발에 옵션을 붙여 되팔 수 있도록 이면 계약했다”고 주장했다.

티브로드는 방송통신위윈회가 큐릭스 인수 승인 결정 직전인 지난 3월 유흥업소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접대한 것으로 드러나 로비 의혹을 받았지만 이 역시 용두사미로 끝났다. 최근엔 검찰이 야심차게 덤볐던 SLS조선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 의혹이 싱겁게 마무리됐다. 검찰은 기업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를 허위로 공시한 혐의로 이국철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이 회장으로부터 공사 인·허가 등 행정편의를 봐준 대가로 미화 2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진의장 통영시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외주 가공업체를 설립해 공사금액을 부풀리는 등의 방법으로 45억원의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로 이 회장의 형인 이여철 SLS조선 대표이사와 계열사 관계자 등 4명을 구속 기소했지만 그 돈이 로비에 사용된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 미술품 강매 사건과 해외부동산 불법 취득에 연루된 기업들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 중이지만 뾰족한 단서를 찾지 못하는 형편이다.

검찰은 지난 8일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을 뇌물수수와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안 전 국장은 C사, L사, S사 등 기업 5곳에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부인이 운영하는 가인갤러리 미술품과 조형물 등 36억원어치를 팔았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 기업 외 굵직한 다른 대기업에 대해선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 넘긴 미스터리들
“뾰족한 수 있을까”

해외부동산 불법 취득 건도 사정은 비슷하다. 검찰은 지난 10월 재벌그룹 오너일가의 해외부동산 불법 조성 매매에 대해 수사에 착수, 부동산 자금 출처와 이동 경로 등을 추적하고 있으나 3개월째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  재미교포 안치용씨는 지난 9월 자신의 블로그에 효성그룹, 두산그룹, 애경그룹 등 재벌그룹 일가의 초호화 미국 부동산 거래를 공개해 재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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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