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의 스캔들 파문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미 10여 명의 여성이 ‘우즈의 내연녀’를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속속들이 공개되는 외도 사실로 그의 도덕성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 ‘골프 황제’란 타이틀은 ‘밤의 황제’ ‘섹스광’ ‘호색한’ 등의 거침없는 비난으로 바뀐 지 오래다.
이번 파문으로 도덕성에 상당한 흠집을 입게 된 우즈는 광고계에서도 외면 받을 위기에 놓였다. 우즈의 든든한 스폰서 역할을 했던 광고주들이 광고와 계약을 잇달아 중단하는 등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즈가 이번 파문으로 이혼할 경우 위자료로 지급될 금액도 상당할 것으로 전해져 호사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모범적 이미지 뒤 ‘밤의 황제’ 면모 드러나 도덕성 추락
등 돌린 후원사…연 1200억원 광고 줄줄이 날아갈 위기
지난달 28일, 타이거 우즈는 플로리다 올랜도 자신의 집 인근에서 경미한 교통사고를 일으켰다. 2009년형 캐딜락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을 몰고 나가다 집 앞 도로를 벗어나 울타리의 소화전과 가로수를 들이받은 것. 우즈의 부인 엘린 노르데그린은 경찰에게 사고 당시 골프채로 차량 뒤 유리창을 깨고 우즈가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도왔다고 진술했다.
이 교통사고는 여러 의문점을 남기며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사고 당시 우즈가 음주를 하지 않았다는 점, 우즈가 입술을 다치는 경미한 부상을 입었음에도 부인이 골프채로 유리창을 깨고 남편을 구하는 등의 과잉대응을 한 점 등이 논란이 됐다. 미국 언론의 관심은 이후 우즈가 사고 조사에 대한 진술을 거부하고 자신이 주최한 셰브론월드챌린지 대회에도 출전하지 않자 더욱 확산됐다.
일부 언론은 교통사고의 원인이 우즈의 외도로 인한 부부싸움에 있다고 주장했다. 우즈의 외도를 뒷받침할 결정적 증거도 함께 제시했다. 논란이 커지자 우즈는 교통사고를 낸 지 닷새 만인 지난 2일 자신의 외도 사실에 대해 시인했다.
부부 계약서 덕에
재산 절반 지킨다(?)
‘골프 황제’의 자진 시인으로 외도 사실이 공식 확인되면서 우즈는 도덕성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평소 ‘연습벌레’ ‘승부사’로 불릴 만큼 운동에 전념하는 모범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만큼 그에 대한 질타는 더욱 따끔했다. 때 아닌 스캔들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된 우즈는 이번 파문으로 금전적인 손해도 상당하다.
우선 우즈는 부인 엘린이 이번 파문을 계기로 이혼을 신청한다면 재산의 상당수를 위자료로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 실제 일부 호사가들은 우즈 부부가 이혼할 경우 위자료 지급액은 천문학적인 숫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이는 ‘스포츠 재벌’로 알려진 우즈의 재산이 공식적으로만 10억 달러(1조2000억원)로 집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부인 엘린이 받게 될 위자료는 재산의 절반인 5억 달러(6000억원)다. 일부에선 우즈의 재산이 연 광고수익과 대회 우승상금, 초청경기 수익 등을 모두 합한다면 15억 달러(1조8000억원)에 이른다는 소문도 있다.
이 경우엔 위자료가 많게는 최고 7억5000만달러(9000억원)까지 뛰어오르게 돼 사상 최고액의 위자료를 기록하게 된다. 그러나 일부 미국 언론은 우즈 부부의 이혼이 당분간은 힘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타블로이드 주간지 <US 위클리>는 우즈 부부가 결혼 전 맺은 계약이 엘린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계약에 따르면 엘린이 최소 10년 이상 우즈와 결혼 생활을 유지해야 이혼 시 2000만 달러(231억원)의 위자료를 받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우즈와 결혼한 지 5년밖에 되지 않은 엘린은 지금 이혼을 하게 되면 위자료를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번 파문의 원인이 우즈의 외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위자료 다툼이 법적공방으로 이어질 경우 결과는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호사가들의 예측이다. 우즈는 이번 스캔들 파문으로 든든한 기업 스폰서들도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
앞서 우즈는 깨끗하고 모범적인 이미지로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각광받아 왔다. 실제 그는 스포츠용품에서부터 시계, 음료에 이르기까지 각종 기업의 광고모델로 활동해 왔다. 메인스폰서인 나이키를 비롯해 질레트, 게토레이, 액센추어, 태그호이어, 일렉트로닉아츠(EA) 등 수많은 기업들을 거느리며 벌어들인 수익만 연간 1억 달러(1200억원)가 넘는다.
모범생 이미지 타격
광고계 퇴출 위기 직면
이들은 그동안 우즈의 든든한 스폰서로 자리 잡아 왔다. 이들은 심지어 스캔들 파문 직후에도 여전히 그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스포츠용품업체 나이키는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나이키는 사생활 존중에 관한 그의 요구를 존중하며 우리의 관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회사 EA도 “우리는 그의 사생활을 존중한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다. 면도기 제조업체 질레트는 이제까지 광고모델의 사생활을 언급하지 않는다는 관행을 깨고 “우리처럼 그들도 인간이고 우리처럼 그들도 실수를 저지른다”며 “기존의 마케팅 프로그램을 수정할 생각은 없다”고 말해 지속적인 지지를 선언했다. 스포츠음료 브랜드 게토레이도 “이번 사생활 문제를 겪는 동안 우즈와 그의 가족이 우리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며 “우리의 동반자 관계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혀 계약 해지의 우려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공식 재산 1조2천억원 규모
이혼 시 절반 잃을 수도
하지만 우즈의 스캔들 속 내연녀의 수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등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유력 스폰서 업체들은 점차 입장을 바꾸는 모습이다. 변함없는 지지를 약속했던 게토레이는 지난 8일 우즈의 이름을 붙인 스포츠 음료제품 ‘게토레이 타이거 포커스(Gatorade Tiger Focus)’의 출시를 전격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게토레이 타이거 포커스’는 지난 2008년 우즈가 직접 맛을 보고 고른 음료로 게토레이는 이를 채택해 출시하며 우즈의 이름을 붙여 판매했다.
게토레이는 “지난해 우즈가 시즌 절반을 결장했을 때 매출이 급감하는 것을 지켜본 뒤 판매중단을 심각하게 고려해왔다”며 “이번 조치는 새로운 제품 출시를 위해 이미 수개월 전부터 준비됐던 것인 만큼 우즈의 사생활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우즈의 스캔들 파문으로 도덕적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광고계가 그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해석한다.
실제 우즈의 불륜설이 불거지면서 그의 모습은 주요 방송 광고에서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 조사업체 닐슨(Nielsen)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20초짜리 질레트 광고를 마지막으로 우즈의 광고가 방송에 노출된 적은 없다. 공중파 방송과 19개 케이블 TV 광고, 주말 스포츠 프로그램 광고를 주름잡던 우즈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된 것.
업계는 이 같은 스캔들 파문이 지속될 경우 향후 우즈와 후원기업들과의 재계약도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골프 황제’ 스캔들 파문의 최대 영향은 결국 필드인 PGA(미국프로골프)투어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현재는 PGA의 성수기가 끝난 시점으로 그 영향은 미비하다. 하지만 내년 1월이면 다시 시작되는 시즌에 우즈가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앞서 우즈는 매년 1월에 개최되는 토리 파인스전을 자신의 시즌 데뷔전으로 선택해 왔다.
내년까지 여파 미칠 시
PGA 정복 문제 없나
PGA투어 측은 ‘우즈의 스캔들이 어느 정도 진화되고 투어에 복귀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지금의 사태는 눈덩이처럼 커지고만 있다. 업계 일각에선 우즈가 필드로 복귀하기는커녕 연습대회 출전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골프 황제’가 지난 10여 년간 메이저대회 14승을 비롯해 미 PGA 82승의 업적을 달성한 저력이 있지만 감정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한 골프 경기인 만큼 출전하더라도 결과는 회의적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