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검찰총장

출항 100일도 안 된 ‘김준규 검찰호’ 안팎 구설수에 ‘위태’

김준규 검찰총장이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검찰 안팎으로 구설수에 휘말린 탓이다. 김 총장은 최근 기자단과의 모임에서 수백만원의 돈 봉투를 건넨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로 인해 정치권과 시민단체로부터 일제히 ‘촌지검찰’의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뿐만 아니다. 효성 비자금 의혹 수사에 따른 정·재계의 따가운 시선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특히 야권이 검찰의 지난 수사가 ‘부실 수사’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자 그는 좌불안석이다. 결국 김 총장이 직접 나서 효성그룹에 대한 수사를 지시했지만 정계 일각에선 철저한 수사를 거듭 강조하며 각을 세우고 있다. 


검찰 내부 기강 확립·기업 비리 척결 다짐 공허한 메아리
돈봉투 이벤트·효성그룹 부동산 비자금 의혹에 신임 바닥


김준규 총장이 최근 신중하지 못한 행동으로 정치권 인사들의 도마에 올랐다. 그가 출입기자단에게 수백만원의 돈 봉투를 제공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기자단에 돈 봉투 전달
정치권 ‘신종촌지’ 비난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저녁 7시쯤 서울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서울클럽’에선 김 총장과 출입기자단 사이의 만찬이 열렸다. 김 총장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이 만찬에는 출입기자 24명이 참가했다.

또 9명의 대검 간부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김 총장은 미리 준비해온 양주 조니워커에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4잔씩 돌린 뒤 기자들에게 추첨 이벤트를 제안했다.

그는 같은 번호 두 개가 적힌 종이를 한 장씩 기자들에게 돌렸고 기자들은 종이를 반으로 잘라 그 가운데 한 장을 조그만 통에 담았다. 이후 김 총장 등 대검 간부 8명이 돌아가며 종이 한 장씩을 뽑았고 김 총장은 번호가 당첨된 기자들에게 차례로 봉투를 건넸다.

뒷면에는 ‘검찰총장 김준규’, 앞면에는 ‘격려’라고 쓰여진 봉투 안에는 50만원 상당의 현금과 수표가 들어 있었다. 김 총장은 일부 기자들과 함께한 2차 술자리에서도 추가 추첨 이벤트를 벌여 2명의 기자에게 봉투를 전달했다.

이 날 김 총장이 기자들 손에 쥐어 준 돈 봉투는 총 500만원어치다.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부터 발생했다. 이 소식을 접한 정치권은 ‘구시대적 관행’이라며 일제히 비난의 화살을 보냈다.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검찰총장이 마치 카지노딜러처럼 도박 뽑기로 돈 봉투를 돌렸다”며 “기자를 뇌물로 회유하겠다는 발상 자체는 물론이고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신종촌지’ 수법에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김현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위장전입’ ‘이중소득공제’ ‘근무시간 미인대회 심사’ ‘호화취미’ ‘2007년 대전지검장 재직시 선거법 수사 누락 의혹’ 등 숱한 결격사유를 달고 총장이 되더니 재임기간에도 흠결을 잔뜩 달 생각인가”라며 “결격사유, 흠결이 무슨 훈장인 줄 착각하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김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도박공화국 검찰총장이냐”며 “김 총장은 검찰 명예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즉각적인 진화에 나섰다. 김 총장은 사건이 보도된 지난 6일 조은석 대검 대변인을 통해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있었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본의와 달리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조 대변인은 이 자리에서 “추첨 이벤트는 했지만 이것이 촌지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에서 촌지라는 용어를 썼는데 공개적인 자리에서 추첨해서 주는 촌지가 어디 있느냐”며 “총장이 분위기를 띄우려고 순간적으로 한 행동이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의 이 같은 해명에 법조계 한 언론인은 블로그를 통해 “수년의 법조기자 생활 동안 돈 봉투를 건네는 법조인을 본 적이 없다”며 “그날 김 총장의 행동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봐주기 수사’ 논란에
효성 부동산 의혹 ‘악재’

정계 일각에서는 의도가 어찌됐든 이번 사건으로 김 총장의 위세가 타격을 받게 된 것은 사실이라는 시선이다. 김 총장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또 다른 하나는 최근 다시 불거진 효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된 것이다. 정·재계의 ‘검찰 부실수사’ 논란이 일어나면서 그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검찰은 앞서 효성그룹에 대한 비자금 의혹 조사를 마친 적이 있다. 1년 반을 끌어오던 효성그룹 비자금 사건에 대해 검찰은 효성건설 부문이 7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것과 효성중공업의 발전 장비 납품비리를 규명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후 검찰이 작성한 효성그룹에 대한 첩보보고서가 국감을 통해 공개되면서 정치권은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을 강하게 제기해 왔다.

정치권·시민단체 ‘신종촌지수법’ 질타에
검찰  돈봉투 돌렸지만 뇌물 아니다(?)

 
당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대검찰청이 작성했다는 효성 범죄첩보보고서의 일부를 공개하고 검찰이 보고서까지 만들고도 내사를 종결한 것은 대통령의 사돈 기업에 대한 봐주기 수사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최근 인터넷 블로거 안모씨가 효성그룹 일가의 해외부동산 불법 조성 의혹을 제기해 김 총장은 상당히 난감한 입장에 빠졌다.

그동안 정치권이 효성그룹에 대한 전면 재수사를 요구했을 당시에도 김 총장은 충분히 조사한 사안이라며 “재수사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때문에 인터넷 블로거 안씨의 폭로 이후 정치권의 화살은 일제히 검찰 쪽을 향했다. 정계 일각에선 검찰이 정부 사돈기업에 대한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드러난 것이라며 검찰의 ‘부실 수사’를 질타했다.

창조한국당 김석수 대변인은 ‘검찰은 효성 비자금 수사를 눈감고 했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재벌 일가가 해외 고가 주택 매입을 일삼았다는 점에서 자금 출처 논란이 불가피한 사안이다”라며 “대통령 사돈기업 효성그룹에 대한 봐주기 수사를 즉각 중단하고 재수사로 국민 앞에 그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효성가 자금줄 수사
먼지 하나까지 털어내야

결국 ‘봐주기 수사’ 의혹이 커지자 김 총장은 직접 효성가에 대한 비자금 수사를 지시했고 지난 9일 검찰은 대대적인 금융계좌 추적에 나서며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해외 블로그를 통해 효성그룹의 부동산 불법 매입 의혹이 제기된 지 한 달여 만이다.  검찰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과 3남 조현상 전무 등 관련자 3명의 개인계좌와 연결계좌, (주)효성의 법인계좌까지 총 150여 개의 금융계좌를 추적해 100억원이 넘는 해외 부동산 구입 자금의 출처를 철저히 밝힌다는 방침이다.

검찰의 이 같은 본격적인 수사 움직임에 대해 정계 일각에서는 끝까지 지켜본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해야 한다”며 “만약 검찰이 우물우물 넘어간다면 국회에서 특별검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땅에 떨어진 검찰의 위상 제고를 위해서라도 이번 수사가 철저히 진행되어야 한다는 조언도 들려왔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검찰은 말로만 법질서 확립, 법치주의 이야기하지 말고 효성 관련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라”며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 걸음이 대통령 사돈기업 효성에 대한 철저한 수사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준규 검찰총장 프로필


1955년 10월28일 서울 출생
1979년 사법시험 합격(21회)
1981년 군법무관
1984년 서울지검 남부지청 검사
1987년 광주지검 장흥지청 검사
1988년 서울지검 북부지청 검사
1989년 법무부 국제법무심의관실 검사
1991년 서울지검 고등검찰관
1993년 청주지검 제천지청장
1993년 대검 검찰연구관
1994년 주 미국 법무협력관
1997년 수원지검 특수부장
1997년 수원지점 형사3부장
1998년 법무부 국제법무과장
1999년 법무부 법무심의관
2000년 서울지검 형사6부장
2000년 서울지검 형사2부장
2001년 창원지검 차장검사
2002년 인천지검 제2차장검사
2003년 수원지검 1차장검사
2004년 광주고검 차장검사
2005년 법무부 법무실장
2007년 대전지검 검사장
2008년 국제검사협회(IAP) 부회장
2008년 부산고검 검사장
2009년 대전고검 검사장
2009년 8월 제37대 대검찰청 검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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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