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검찰총장

출항 100일도 안 된 ‘김준규 검찰호’ 안팎 구설수에 ‘위태’

김준규 검찰총장이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검찰 안팎으로 구설수에 휘말린 탓이다. 김 총장은 최근 기자단과의 모임에서 수백만원의 돈 봉투를 건넨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로 인해 정치권과 시민단체로부터 일제히 ‘촌지검찰’의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뿐만 아니다. 효성 비자금 의혹 수사에 따른 정·재계의 따가운 시선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특히 야권이 검찰의 지난 수사가 ‘부실 수사’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자 그는 좌불안석이다. 결국 김 총장이 직접 나서 효성그룹에 대한 수사를 지시했지만 정계 일각에선 철저한 수사를 거듭 강조하며 각을 세우고 있다. 


검찰 내부 기강 확립·기업 비리 척결 다짐 공허한 메아리
돈봉투 이벤트·효성그룹 부동산 비자금 의혹에 신임 바닥


김준규 총장이 최근 신중하지 못한 행동으로 정치권 인사들의 도마에 올랐다. 그가 출입기자단에게 수백만원의 돈 봉투를 제공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기자단에 돈 봉투 전달
정치권 ‘신종촌지’ 비난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저녁 7시쯤 서울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서울클럽’에선 김 총장과 출입기자단 사이의 만찬이 열렸다. 김 총장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이 만찬에는 출입기자 24명이 참가했다.

또 9명의 대검 간부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김 총장은 미리 준비해온 양주 조니워커에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4잔씩 돌린 뒤 기자들에게 추첨 이벤트를 제안했다.

그는 같은 번호 두 개가 적힌 종이를 한 장씩 기자들에게 돌렸고 기자들은 종이를 반으로 잘라 그 가운데 한 장을 조그만 통에 담았다. 이후 김 총장 등 대검 간부 8명이 돌아가며 종이 한 장씩을 뽑았고 김 총장은 번호가 당첨된 기자들에게 차례로 봉투를 건넸다.

뒷면에는 ‘검찰총장 김준규’, 앞면에는 ‘격려’라고 쓰여진 봉투 안에는 50만원 상당의 현금과 수표가 들어 있었다. 김 총장은 일부 기자들과 함께한 2차 술자리에서도 추가 추첨 이벤트를 벌여 2명의 기자에게 봉투를 전달했다.

이 날 김 총장이 기자들 손에 쥐어 준 돈 봉투는 총 500만원어치다.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부터 발생했다. 이 소식을 접한 정치권은 ‘구시대적 관행’이라며 일제히 비난의 화살을 보냈다.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검찰총장이 마치 카지노딜러처럼 도박 뽑기로 돈 봉투를 돌렸다”며 “기자를 뇌물로 회유하겠다는 발상 자체는 물론이고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신종촌지’ 수법에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김현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위장전입’ ‘이중소득공제’ ‘근무시간 미인대회 심사’ ‘호화취미’ ‘2007년 대전지검장 재직시 선거법 수사 누락 의혹’ 등 숱한 결격사유를 달고 총장이 되더니 재임기간에도 흠결을 잔뜩 달 생각인가”라며 “결격사유, 흠결이 무슨 훈장인 줄 착각하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김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도박공화국 검찰총장이냐”며 “김 총장은 검찰 명예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즉각적인 진화에 나섰다. 김 총장은 사건이 보도된 지난 6일 조은석 대검 대변인을 통해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있었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본의와 달리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조 대변인은 이 자리에서 “추첨 이벤트는 했지만 이것이 촌지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에서 촌지라는 용어를 썼는데 공개적인 자리에서 추첨해서 주는 촌지가 어디 있느냐”며 “총장이 분위기를 띄우려고 순간적으로 한 행동이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의 이 같은 해명에 법조계 한 언론인은 블로그를 통해 “수년의 법조기자 생활 동안 돈 봉투를 건네는 법조인을 본 적이 없다”며 “그날 김 총장의 행동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봐주기 수사’ 논란에
효성 부동산 의혹 ‘악재’

정계 일각에서는 의도가 어찌됐든 이번 사건으로 김 총장의 위세가 타격을 받게 된 것은 사실이라는 시선이다. 김 총장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또 다른 하나는 최근 다시 불거진 효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된 것이다. 정·재계의 ‘검찰 부실수사’ 논란이 일어나면서 그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검찰은 앞서 효성그룹에 대한 비자금 의혹 조사를 마친 적이 있다. 1년 반을 끌어오던 효성그룹 비자금 사건에 대해 검찰은 효성건설 부문이 7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것과 효성중공업의 발전 장비 납품비리를 규명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후 검찰이 작성한 효성그룹에 대한 첩보보고서가 국감을 통해 공개되면서 정치권은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을 강하게 제기해 왔다.

정치권·시민단체 ‘신종촌지수법’ 질타에
검찰  돈봉투 돌렸지만 뇌물 아니다(?)

 
당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대검찰청이 작성했다는 효성 범죄첩보보고서의 일부를 공개하고 검찰이 보고서까지 만들고도 내사를 종결한 것은 대통령의 사돈 기업에 대한 봐주기 수사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최근 인터넷 블로거 안모씨가 효성그룹 일가의 해외부동산 불법 조성 의혹을 제기해 김 총장은 상당히 난감한 입장에 빠졌다.

그동안 정치권이 효성그룹에 대한 전면 재수사를 요구했을 당시에도 김 총장은 충분히 조사한 사안이라며 “재수사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때문에 인터넷 블로거 안씨의 폭로 이후 정치권의 화살은 일제히 검찰 쪽을 향했다. 정계 일각에선 검찰이 정부 사돈기업에 대한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드러난 것이라며 검찰의 ‘부실 수사’를 질타했다.

창조한국당 김석수 대변인은 ‘검찰은 효성 비자금 수사를 눈감고 했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재벌 일가가 해외 고가 주택 매입을 일삼았다는 점에서 자금 출처 논란이 불가피한 사안이다”라며 “대통령 사돈기업 효성그룹에 대한 봐주기 수사를 즉각 중단하고 재수사로 국민 앞에 그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효성가 자금줄 수사
먼지 하나까지 털어내야

결국 ‘봐주기 수사’ 의혹이 커지자 김 총장은 직접 효성가에 대한 비자금 수사를 지시했고 지난 9일 검찰은 대대적인 금융계좌 추적에 나서며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해외 블로그를 통해 효성그룹의 부동산 불법 매입 의혹이 제기된 지 한 달여 만이다.  검찰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과 3남 조현상 전무 등 관련자 3명의 개인계좌와 연결계좌, (주)효성의 법인계좌까지 총 150여 개의 금융계좌를 추적해 100억원이 넘는 해외 부동산 구입 자금의 출처를 철저히 밝힌다는 방침이다.

검찰의 이 같은 본격적인 수사 움직임에 대해 정계 일각에서는 끝까지 지켜본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해야 한다”며 “만약 검찰이 우물우물 넘어간다면 국회에서 특별검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땅에 떨어진 검찰의 위상 제고를 위해서라도 이번 수사가 철저히 진행되어야 한다는 조언도 들려왔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검찰은 말로만 법질서 확립, 법치주의 이야기하지 말고 효성 관련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라”며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 걸음이 대통령 사돈기업 효성에 대한 철저한 수사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준규 검찰총장 프로필


1955년 10월28일 서울 출생
1979년 사법시험 합격(21회)
1981년 군법무관
1984년 서울지검 남부지청 검사
1987년 광주지검 장흥지청 검사
1988년 서울지검 북부지청 검사
1989년 법무부 국제법무심의관실 검사
1991년 서울지검 고등검찰관
1993년 청주지검 제천지청장
1993년 대검 검찰연구관
1994년 주 미국 법무협력관
1997년 수원지검 특수부장
1997년 수원지점 형사3부장
1998년 법무부 국제법무과장
1999년 법무부 법무심의관
2000년 서울지검 형사6부장
2000년 서울지검 형사2부장
2001년 창원지검 차장검사
2002년 인천지검 제2차장검사
2003년 수원지검 1차장검사
2004년 광주고검 차장검사
2005년 법무부 법무실장
2007년 대전지검 검사장
2008년 국제검사협회(IAP) 부회장
2008년 부산고검 검사장
2009년 대전고검 검사장
2009년 8월 제37대 대검찰청 검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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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