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문턱 선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취임 한 달된 암행어사…벌써 정계 복귀 욕심내나?

돌아온 ‘왕의 남자’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행보가 거침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무한한 신뢰를 등에 업은 실세 위원장인 만큼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정치권의 화두가 되고 있다. ‘정치행보 아니냐’는 일부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동분서주한 발걸음으로 취임 한 달 만에 권익위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데는 성공했다는 게 일각의 평가다.

이런 가운데 최근엔 내년 재보선 출마를 시사해 다시 한 번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정치권은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동시에 이 위원장의 차후 행보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22개월 만에 돌아온 MB정부 실세…한 달간 광폭 행보
문국현 전 대표 물러난 ‘은평을’ 내년 재보선 출마 시사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신임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옷을 갈아입은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공직기강’ 칼 차고
컴백한 MB 최측근

지난 10월1일 ‘우회로’를 통해 복귀한 이 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무서운 기세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위원장의 광폭행보를 두고 “이 위원장의 기세는 지난 22개월간의 공백을 하루 빨리 채우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석했다. 알려진 대로 이 위원장은 한동안 정치권을 떠나 야인생활을 해왔다.

그는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 패한 뒤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의 권력투쟁, 박근혜 전 대표와의 불화 등으로 확대된 당내 분란의 책임을 지고 떠난 것.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다 지난 3월 귀국했다. 귀국 후 국내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야인생활을 이어왔던 이 위원장은 정치권 복귀를 살피던 중 지난 10월 이 대통령의 부름에 ‘제 3의 길’을 택했다.

이위원장의 취임 후 정치권은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는 그가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MB정부 일등공신’, ‘왕의 남자’ 등의 닉네임을 가진 데 기인한다. 이 위원장은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이 대통령의 선대본부장 역할을 맡는 등 원내 의원 중에서도 가장 동지적 관계를 맺으며 힘을 보탰던 인물이다.

그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 본선 때도 이명박 캠프의 좌장을 맡아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했다. 자연히 MB정부 최고 실세로 부상한 이 위원장의 복귀를 정치권 일부에서는 눈엣가시처럼 보는 분위기다.

권익위 취임 한 달
광폭행보 연일 화제

취임 당시부터 “공직 기강 확립 및 부패 감찰의 역할을 하는 권익위의 역할에 맞는 암행어사가 되겠다”는 이 위원장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권익위가 ‘이명박 권익위’로 변질됐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이러한 정치권의 불만에도 아랑곳없이 지난 한 달간 동분서주한 행보로 연일 이슈를 몰고 다녔다.

취임 첫 날부터 ‘1일 1현장’이라는 기치를 내세워 경인운하 건설현장, 재래시장, 중소기업 근로현장 등을 찾는 등 ‘총리급 행보’를 보이더니 지난달 13일에는 550여 개 공공기관 감사들을 한 자리에 소집해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이날 그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반부패기관 연석회의’는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개 사정기관간의 연석회의를 정례화 한다는 것으로 정치권은 이를 두고 이 위원장이 사정기관을 총괄 지휘하겠다는 의지로 받아 들이고 있다.

아울러 이 위원장은 현재 권익위가 실시하고 있는 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하위 평가를 받은 기관에 불이익을 주고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을 포함한 2급 이상의 고위공무원 개인에 대한 청렴도 평가를 실시해 그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을 낳았다.

이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에 정·관가 일각에서는 “정치행보를 하는 것 아니냐”, “자신이 소통령이라도 되는 줄 착각하고 있다”, “명백한 월권행위다” 등의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너무 많이 나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논란이 커지자 이 위원장은 ‘반부패기관 연석회의 정례화 추진’은 사정기관 사이의 정보공유 필요성을 강조한 것일 뿐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의 적극적인 행보는 이후에도 도마위에 올랐다. 그가 지난달 21일부터 2박3일 동안 권익위에서 운영하는 ‘이동신문고’의 일환으로 경남 밀양과 경북 청도, 경산 등을 방문한 탓이다.

‘이동신문고’는 농·어촌 및 도서지역에 전문조사관과 법률전문가 등 상담반이 찾아가 지역 주민의 민원을 듣고 해결해주는 제도다. 이 위원장은 이 기간동안 권익위가 운영하는 이동신문고 실태를 파악하는 한편 노인, 장애인, 아동 복지시설과 다문화가정을 방문하고 지역사회단체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임기 못 채울 수 있다” 발언에 정치권 ‘들썩’
한나라당 원내 텃밭 지키기 직접 나서나 관심


그러나 일각에선 이 위원장의 경남 밀양 방문 일정을 두고 대선행보를 방불케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야당은 이 위원장이 10·28 국회의원 재선거 지역인 경남 양산과 가까운 밀양을 첫 방문지로 삼은 것은 명백한 ‘정치행보’라며 비난했다.

이 위원장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정치행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내년 재보선 출마 가능성에 대한 발언을 해 정치권의 집중 포탄을 맞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위원장) 임기를 채울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채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 공직자라고 하는 것이 자기 의도대로 임기를 마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22일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시점에서 임기 전 사퇴가능성을 밝힌 것이어서 그 의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문 대표의 의원직 상실로 내년 7월 서울 은평을 재보선이 확정됨에 따라 이에 대한 출마 의사를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알려진 대로 문 대표는 지난달 22일 비례대표 후보 추천을 대가로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며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에 따라 문 대표의 지역구였던 서울 은평을 보궐 선거는 내년 7월28일에 다시 치러지게 된다.

자연히 관심은 지난 총선에서 문 대표에게 패한 이 위원장에게로 쏠릴 수밖에 없다. 이 위원장은 지난 15대부터 17대까지 서울 은평을에서 당선됐었던 전력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국민권익위원장에 임명 된 후에도 자전거로 은평을 지역을 순회하는 등 민심 살피기 행보를 계속해 왔던 터다. 일부에선 이 위원장이 문 대표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를 당했을 때부터 재보선 준비를 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위원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정치권은 일제히 맹공을 퍼부었다. 그의 조기 사퇴 가능성에 대한 발언이 지역구 재보선 출마와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만큼 예민한 반응들이 대부분이다.

주인 잃은 텃밭
다시 되찾아 볼까?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임기 전 사퇴 가능성을 밝힌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라며 “무슨 암행어사가 출두도 하지 않고 바로 한양으로 귀환한다는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권익위원장이라고 하는 장관급 고위공직이 주머니 속에 공깃돌을 넣었다 뺐다 하듯이 쉽게 바꿀 수 있는 자리냐”며 “끝까지 책임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백성균 부대변인 역시 논평에서 “이 위원장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며 “국민과 한 번 약속을 했으면 끝까지 지키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이자 양심이고 생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게다가 욕심이 동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쳐도 문 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하자마자 그런 말을 입에 담은 것은 정치인으로 또 공직자로서 상당히 경솔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도 “이 위원장이 위원장 취임을 위해 지난 9월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은평을 당협위원장직까지 내려놓은 상황에서 재보선 출마를 결정할 경우 ‘권익위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라며 “최근 국감에서도 내년 재보선 출마를 검토한 바 없다고 밝힌 만큼 논란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이 위원장은 언론을 통해 “현재로서는 내년 재보선 선거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그의 추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재오 위원장 프로필

경북 영양고등학교 졸업
1964년 중앙대학교 입학, 65년 제적
1970년 국민산업학교 졸업(現 국민대학교)
1972년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1996년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91년 민중당 사무총장
1996년 제 15대 신한국당 국회의원 
2000년 제 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1 한나라당 원내총무
2002 한나라당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 본부장
2002 제 32대 서울시장 직무인수위원회 위원장
2002 한나라당 사무총장
2003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2004년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상임이사
2004년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위원
2004년 제 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5년 국회 대법관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장
2006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2006년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2006년 한나라당 최고위원
2007년 한나라당 최고위원 사퇴
2007년 국회 법사위원회 위원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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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