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문턱 선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취임 한 달된 암행어사…벌써 정계 복귀 욕심내나?

돌아온 ‘왕의 남자’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행보가 거침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무한한 신뢰를 등에 업은 실세 위원장인 만큼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정치권의 화두가 되고 있다. ‘정치행보 아니냐’는 일부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동분서주한 발걸음으로 취임 한 달 만에 권익위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데는 성공했다는 게 일각의 평가다.

이런 가운데 최근엔 내년 재보선 출마를 시사해 다시 한 번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정치권은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동시에 이 위원장의 차후 행보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22개월 만에 돌아온 MB정부 실세…한 달간 광폭 행보
문국현 전 대표 물러난 ‘은평을’ 내년 재보선 출마 시사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신임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옷을 갈아입은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공직기강’ 칼 차고
컴백한 MB 최측근

지난 10월1일 ‘우회로’를 통해 복귀한 이 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무서운 기세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위원장의 광폭행보를 두고 “이 위원장의 기세는 지난 22개월간의 공백을 하루 빨리 채우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석했다. 알려진 대로 이 위원장은 한동안 정치권을 떠나 야인생활을 해왔다.

그는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 패한 뒤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의 권력투쟁, 박근혜 전 대표와의 불화 등으로 확대된 당내 분란의 책임을 지고 떠난 것.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다 지난 3월 귀국했다. 귀국 후 국내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야인생활을 이어왔던 이 위원장은 정치권 복귀를 살피던 중 지난 10월 이 대통령의 부름에 ‘제 3의 길’을 택했다.

이위원장의 취임 후 정치권은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는 그가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MB정부 일등공신’, ‘왕의 남자’ 등의 닉네임을 가진 데 기인한다. 이 위원장은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이 대통령의 선대본부장 역할을 맡는 등 원내 의원 중에서도 가장 동지적 관계를 맺으며 힘을 보탰던 인물이다.

그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 본선 때도 이명박 캠프의 좌장을 맡아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했다. 자연히 MB정부 최고 실세로 부상한 이 위원장의 복귀를 정치권 일부에서는 눈엣가시처럼 보는 분위기다.

권익위 취임 한 달
광폭행보 연일 화제

취임 당시부터 “공직 기강 확립 및 부패 감찰의 역할을 하는 권익위의 역할에 맞는 암행어사가 되겠다”는 이 위원장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권익위가 ‘이명박 권익위’로 변질됐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이러한 정치권의 불만에도 아랑곳없이 지난 한 달간 동분서주한 행보로 연일 이슈를 몰고 다녔다.

취임 첫 날부터 ‘1일 1현장’이라는 기치를 내세워 경인운하 건설현장, 재래시장, 중소기업 근로현장 등을 찾는 등 ‘총리급 행보’를 보이더니 지난달 13일에는 550여 개 공공기관 감사들을 한 자리에 소집해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이날 그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반부패기관 연석회의’는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개 사정기관간의 연석회의를 정례화 한다는 것으로 정치권은 이를 두고 이 위원장이 사정기관을 총괄 지휘하겠다는 의지로 받아 들이고 있다.

아울러 이 위원장은 현재 권익위가 실시하고 있는 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하위 평가를 받은 기관에 불이익을 주고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을 포함한 2급 이상의 고위공무원 개인에 대한 청렴도 평가를 실시해 그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을 낳았다.

이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에 정·관가 일각에서는 “정치행보를 하는 것 아니냐”, “자신이 소통령이라도 되는 줄 착각하고 있다”, “명백한 월권행위다” 등의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너무 많이 나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논란이 커지자 이 위원장은 ‘반부패기관 연석회의 정례화 추진’은 사정기관 사이의 정보공유 필요성을 강조한 것일 뿐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의 적극적인 행보는 이후에도 도마위에 올랐다. 그가 지난달 21일부터 2박3일 동안 권익위에서 운영하는 ‘이동신문고’의 일환으로 경남 밀양과 경북 청도, 경산 등을 방문한 탓이다.

‘이동신문고’는 농·어촌 및 도서지역에 전문조사관과 법률전문가 등 상담반이 찾아가 지역 주민의 민원을 듣고 해결해주는 제도다. 이 위원장은 이 기간동안 권익위가 운영하는 이동신문고 실태를 파악하는 한편 노인, 장애인, 아동 복지시설과 다문화가정을 방문하고 지역사회단체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임기 못 채울 수 있다” 발언에 정치권 ‘들썩’
한나라당 원내 텃밭 지키기 직접 나서나 관심


그러나 일각에선 이 위원장의 경남 밀양 방문 일정을 두고 대선행보를 방불케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야당은 이 위원장이 10·28 국회의원 재선거 지역인 경남 양산과 가까운 밀양을 첫 방문지로 삼은 것은 명백한 ‘정치행보’라며 비난했다.

이 위원장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정치행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내년 재보선 출마 가능성에 대한 발언을 해 정치권의 집중 포탄을 맞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위원장) 임기를 채울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채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 공직자라고 하는 것이 자기 의도대로 임기를 마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22일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시점에서 임기 전 사퇴가능성을 밝힌 것이어서 그 의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문 대표의 의원직 상실로 내년 7월 서울 은평을 재보선이 확정됨에 따라 이에 대한 출마 의사를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알려진 대로 문 대표는 지난달 22일 비례대표 후보 추천을 대가로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며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에 따라 문 대표의 지역구였던 서울 은평을 보궐 선거는 내년 7월28일에 다시 치러지게 된다.

자연히 관심은 지난 총선에서 문 대표에게 패한 이 위원장에게로 쏠릴 수밖에 없다. 이 위원장은 지난 15대부터 17대까지 서울 은평을에서 당선됐었던 전력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국민권익위원장에 임명 된 후에도 자전거로 은평을 지역을 순회하는 등 민심 살피기 행보를 계속해 왔던 터다. 일부에선 이 위원장이 문 대표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를 당했을 때부터 재보선 준비를 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위원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정치권은 일제히 맹공을 퍼부었다. 그의 조기 사퇴 가능성에 대한 발언이 지역구 재보선 출마와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만큼 예민한 반응들이 대부분이다.

주인 잃은 텃밭
다시 되찾아 볼까?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임기 전 사퇴 가능성을 밝힌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라며 “무슨 암행어사가 출두도 하지 않고 바로 한양으로 귀환한다는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권익위원장이라고 하는 장관급 고위공직이 주머니 속에 공깃돌을 넣었다 뺐다 하듯이 쉽게 바꿀 수 있는 자리냐”며 “끝까지 책임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백성균 부대변인 역시 논평에서 “이 위원장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며 “국민과 한 번 약속을 했으면 끝까지 지키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이자 양심이고 생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게다가 욕심이 동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쳐도 문 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하자마자 그런 말을 입에 담은 것은 정치인으로 또 공직자로서 상당히 경솔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도 “이 위원장이 위원장 취임을 위해 지난 9월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은평을 당협위원장직까지 내려놓은 상황에서 재보선 출마를 결정할 경우 ‘권익위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라며 “최근 국감에서도 내년 재보선 출마를 검토한 바 없다고 밝힌 만큼 논란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이 위원장은 언론을 통해 “현재로서는 내년 재보선 선거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그의 추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재오 위원장 프로필

경북 영양고등학교 졸업
1964년 중앙대학교 입학, 65년 제적
1970년 국민산업학교 졸업(現 국민대학교)
1972년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1996년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91년 민중당 사무총장
1996년 제 15대 신한국당 국회의원 
2000년 제 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1 한나라당 원내총무
2002 한나라당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 본부장
2002 제 32대 서울시장 직무인수위원회 위원장
2002 한나라당 사무총장
2003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2004년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상임이사
2004년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위원
2004년 제 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5년 국회 대법관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장
2006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2006년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2006년 한나라당 최고위원
2007년 한나라당 최고위원 사퇴
2007년 국회 법사위원회 위원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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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000억 강남빌딩 진짜 주인 가려진다

[단독] 3000억 강남빌딩 진짜 주인 가려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건물의 진짜 주인을 찾아라. 매매가만 3000억원을 상회하는 건물은 10년 넘게 소유권 분쟁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최근 건물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진행되는 과정서 새로운 사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번에야말로 건물 주인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77길 55에 우뚝 솟은 지상 15층 건물, 에이프로스퀘어. 에이프로스퀘어는 2011년 완공 이후 현재까지 소송의 대상으로 논란의 중심에 놓여 있다. 시행사에서 시공사의 특수목적법인(SPC), 또 사모펀드로 건물의 주인이 바뀌는 동안 송사가 끊이지 않았다. 그 사이 건물값은 1600억원대서 3000억원대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수차례 바뀐 건물 주인 에이프로스퀘어 프로젝트에는 시선RDI가 시행사로, A사가 시공사로 참여했다. 당시 시선RDI는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1200억원의 자금을 금융권서 조달했다. 1200억원의 채무가 처리되는 과정서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이 시선RDI서 A사의 SPC인 더케이로 이전됐다. 소유권 분쟁의 시발점이 된 사건이다. A사는 “2008년 에이프로스퀘어 프로젝트에 채무보증(1350억원)을 조건으로 시공사로 참여했다. 당시 부동산시장이 침체돼 2009년 9월 시행사 시선RDI는 분양에 실패했고, 2011년 1월 건물 준공 시점까지 우리는 320억원에 이르는 공사비를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1년 5월30일 시선RDI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환 불이행으로 기한이익을 상실했다. 결국 A사는 공사비도 받지 못한 상태서 시선RDI의 채무를 인수, 대위변제한 후 수탁사(한국자산신탁)에 공매처분을 요청했다. 하지만 공매가 여러 차례 유찰되면서 큰 손해를 봤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김대근 시선RDI 대표는 “A사는 시선RDI가 1200억원을 대출받은 다음 날 시행사도 모르게 채무를 갚았다. 그리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채권을 바로 (A사 측에)넘겨버렸다. 우리는 그 내용을 뒤늦게 알았다. A사와 하나은행(당시 외환은행), 우리은행이 짜고 건물을 통째로 빼앗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1년 시선RDI가 제기한 민사소송을 시작으로 에이프로스퀘어를 둘러싼 소유권 분쟁은 10여년 넘게 이어졌다. 김 대표는 2014년 대법원이 원고(시선RDI) 패소로 확정판결을 내린 이후 재심에 재재심을 청구한 데 이어 헌법재판소까지 찾았다. 결과는 번번이 시선RDI 측의 완패였다. 흥미로운 대목은 소송이 진행되면서 소유권 이전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문서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주가 더케이(A사의 SPC)서 한국증권금융(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9호의 수탁자)으로, 또 하나은행(마스턴밸류애드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49호의 수탁자)으로, 우리은행(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32호의 수탁자)으로까지 바뀌는 과정서 체결된 부동산 매매계약서 등이 법원의 문서 제출 명령으로 공개됐다. 시선RDI는 2021년 A사·우리은행·하나은행·교보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월 ▲소유권보존등기 무효 ▲소유권 이전 등기 이행 등을 추가해 청구원인과 취지를 변경 신청했다. 소유권보존등기는 새로 지은 건물을 처음으로 공식 문서에 올리는 작업이다. 건물의 출생신고라고 보면 된다. 수천억 강남 빌딩 10년째 소송전 1680억→2040억→3080억 거래돼 시선RDI는 2011년 1월 에이프로스퀘어 완공 이후 한 달 뒤인 2월 A사가 진행한 소유권보존등기가 무효라는 입장이다. 또 소유권보존등기가 적법하게 처리되지 않았으니 그 이후 진행된 이전등기 또한 원인무효 등기라고 주장했다. 최초 소유권자이자 시행사인 시선RDI로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을 이전해 달라는 요청이다. 소유권보존등기 및 이전등기의 적법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에이프로스퀘어의 ‘진짜 주인’ 논란이 함께 불거졌다. 일반적으로 집합건물의 경우 수탁사가 ‘등기상 소유주’ 실제 매매대금을 조달하는 사모펀드가 ‘실소유주’가 된다. 김 대표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서 쟁점 중 일부가 된 부분은 펀드의 의사결정을 맡는 보통주를 누가 갖고 있는지였다. A사가 설립한 SPC 더케이는 2013년 12월, 1680억원을 받고 한국증권금융에 에이프로스퀘어를 매각했다. 이때 건물 매입을 위해 조성된 펀드가 엠플러스 9호다. 이 상황서 수탁사인 한국증권금융이 등기상 소유주, 엠플러스 9호가 실소유주가 된다. 이후 2019년 3월 하나은행을 수탁사로 하는 마스턴 49호가 2040억원에, 2022년 4월 우리은행을 수탁사로 하는 제이알 32호가 3080억원에 에이프로스퀘어를 샀다. 김 대표는 제이알 32호의 보통주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자금을 투입한 투자자이면서 의사 결정권도 가진 보통주의 주인을 확인할 수 있게 제이알 32호와 수탁사인 우리은행에 해당 내용이 담긴 문서 제출을 명령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은 김 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여 제이알 32호를 만든 제이알투자운용과 우리은행에 ‘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32호 펀드의 보통주 보유자 및 그 명의 변경내역 및 보통주 주식보유량(수익증권의 좌수) 변경에 대한 내역 일체’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펀드의 ‘진짜 주인’을 찾아 달라는 김 대표의 요청에 법원이 응한 것이다. “보통주 공개하라” 우리은행은 “제이알 32호 투자자의 주식 보유내역과 펀드 운용사 및 업무집행조합원 내역 정보에 대한 문서를 소지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원고(시선RDI 측)가 신청한 문서는 개인 신용정보 주체인 제3자의 개인정보, 거래내용, 신용도, 신용거래능력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문서 제출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문서 제출 명령을 받은 제이알투자운용은 제이알 32호의 ‘수익자별 보유수량 안내 공문’을 특정 투자자로부터 교부받아 제출했다. 해당 문서에는 제이알 32호에 돈을 넣은 1종 투자자와 2종 투자자의 명단과 액수가 기재돼있다. 문서에 따르면 해당 투자자들은 총 1271억원을 투자했다. 투자자는 ▲삼성증권 ▲키움증권 ▲현대커머셜 ▲교보리얼코 ▲에스텍시스템 ▲제이알투자운용 등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결국 투자자 외 보통주 명단에 대해서는 문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과 제이알투자운용은 두 번에 걸친 법원의 명령에도 문서를 제출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문서를 내놨다. 결국 제이알 32호의 보통주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나는 오래전부터 A사가 어떤 식으로든 펀드의 보통주로 참여해 에이프로스퀘어 매매와 운영에 관여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그 근거로 ▲A사의 에이프로스퀘어 일부층 책임임차 ▲일부 삭제된 계약서에 명시된 특정업체와의 계약 ▲계약금 없이 진행된 에이프로스퀘어 매매 과정 등을 들었다. A사는 그동안 진행된 소송 결과 등을 근거로 김 대표가 주장하는 의혹을 일축해 왔다. 김 대표는 시선RDI 등의 부동산 진정명의 회복과 손해 입증을 위해 제이알 32호의 보통주 내역 등을 요청하면서 동시에 제이알투자운용과 우리은행에는 2022년 4월25일 하나은행(매도인)·마스턴투자운용(매도인 집합투자업자)과 우리은행(매수인)·제이알투자운용(매수인 집합투자업자) 간 이뤄진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제출하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계약금은 왜 없었나 또 해당 매매계약 과정서 우리은행(매수인)이 하나은행(매도인)으로부터 책임임차인과 임차인들 간의 전대차계약과 사용계약 등을 승계했는데 이 책임임차인이 A사인지 여부를 사실확인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이 과정을 통해 2022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사이에 체결된 부동산 매매계약서, A사의 승계동의서 등이 공개됐다.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기간이다. A사가 제출한 승계동의서는 하나은행·마스턴투자운용·우리은행·제이알투자운용에 보낸 것이다. 기존 임대인과 매도인 집합투자업자 사이에 체결한 계약이 이후에도 같은 조건으로 승계된다는 점을 명시한 문서다. 승계동의서에 따르면 A사는 에이프로스퀘어 7개층에 대한 일종의 ‘책임임차’를 하고 있다. 책임임차는 준공 이후에도 시공사가 임차인 유치를 약속하는 계약을 뜻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매력적인 조건이다. A사는 그 기간을 2013년 12월24일부터 지난해 12월23일까지 10년으로 잡았다. 자료를 제출한 시기인 지난달 21일에는 이미 책임임차 기간이 만료된 상태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승계동의서에 ‘목적물(에이프로스퀘어)에 대한 부동산 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이 지급되고 소유권이전등기가 신청되면 그날(계약일)을 기준으로(중략) 동일한 내용으로 승계되고 그에 따라 본 계약은 매수인 및 매수인 집합투자업자와 임차인 사이에 계속 유효하게 존속함에 동의합니다’라는 문구를 들어 A사의 책임임차 기간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소한 제이알 32호의 만료일인 2027년까지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A사는 2023년 12월23일로 책임임차 기간이 끝났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10년간의 책임임차는 에이프로스퀘어 최초 매매계약 당사자인 한국증권금융(엠플러스 9호의 수탁자)의 매수 조건이었다고 덧붙였다. 거듭된 공매 유찰로 은행이자 부담이 커져가는 상황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A사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러면서 책임임차 기간 종료 이후 매수인이나 매도인 등과 추가로 맺은 계약은 없다고도 강조했다. 에이프로스퀘어와 관련한 A사의 ‘책임’은 이미 끝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A사는 “당사는 에이프로스퀘어 빌딩의 소유권자나 투자자가 아니다. 또 제이알 32호의 투자자도 아니다”라는 입장을 <일요시사>에 전해왔다. 눈에 띄는 부분은 또 있다. 2013년 더케이서 한국증권금융으로 소유권이 이전될 때 맺은 매매계약서를 보면 ‘계약금 168억원은 실납입액 없이 1순위 우선수익자의 채권과 선 상계(정산)하는 조건으로 계약금을 갈음함’이라는 문구가 있다. 당시 매매가는 1680억원이었고 1순위 우선수익자는 더케이였다. 실제 계약금 형식의 돈이 오간 적이 없는 것이다. 법원 문서 제출 명령으로 새 국면? 기판력 vs 새로운 증거 쟁점될 듯 2019년 한국증권금융서 하나은행으로 소유권이 넘어갈 때도 매매대금 2040억원에 대한 계약금은 존재하지 않았다. 또 2022년 하나은행서 우리은행으로 등기상 소유주가 바뀔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매매대금은 3080억원이었다. 통상 부동산 매매계약을 진행할 때 매매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선지급하는 관행서 벗어난 거래였던 것이다. 김 대표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동일한 건물을 3회 거래하는 과정서 계약금을 걸지 않았다는 것은 둘 중 하나다.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대단한 신뢰가 있거나 진짜 주인은 따로 있고 명의만 움직인 경우다. 그게 아니고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2022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사이에 맺은 부동산 매매계약서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확인된다. 부동산 매매계약서 제7조(진술 및 보증) 3. 소송 및 분쟁 부분을 보면 ‘매도인 또는 매도인 집합투자업자를 상대로 하는 어떠한 분쟁, 소송, 행정절차, 중재 또는 강제집행, 보전처분 절차 등이 제기되거나 진행 중에 있지 않으며 매도인 및 매도인 집합투자업자가 아는 한 그런 분쟁, 소송, 행정절차, 중재 또는 강제집행 보전처분 절차 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매매계약서에 들어갈 수 있는 문구로 보인다. 하지만 ‘단, 어떠한 경우에도 매매목적물의 개발, 신탁, 소유권 이전 등과 관련한 ‘(주)시선알디아이’와 여하한 자 사이의 민원, 청구, 소송 또는 분쟁(그와 유사하거나, 연관되거나, 그로부터 파생된 것을 포함함)은 본호의 진술 및 보증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일종의 단서 문구가 달렸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 등은 없지만 시선RDI와의 그것은 보증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매매계약 시기(2022년 4월25일)에는 이미 시선RDI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2021년)를 제기한 상태였다. 소송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지난해지만 소 제기 자체는 매매계약 1년 전에 진행됐다. 매도인은 해당 문제를 알고 팔았는지 매수인은 알고 샀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에이프로스퀘어를 매입하는 과정서 투자금을 넣은 투자자에게 해당 정보가 사전에 고지됐는지 여부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장물을 사고 팔았다”고 강도높게 지적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수탁자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사는)제이알 제32호의 수탁사로, 수탁사는 운용사의 운용지시에 의한 재산의 취득 처분을 담당한다. 펀드 운용에 관한 어떠한 의사결정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매매계약과 소유권 이전 관련해 법무법인을 통해 검토되고 진행됐다. 운영사는 법률적인 검토를 완료해 매매계약을 완료했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수탁사는 자본시장법상 운용과 관련한 내용을 알 수 없다”면서 제이알 32호 펀드의 보통주 내역 등 관련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하나은행 역시 마스턴 49호의 수탁사일 뿐 운용 내용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제이알투자운용은 <일요시사>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소유 분쟁 그 끝은? 시행사 대표와 시공사, 수탁사의 주장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이전의 소송은 시공사와 수탁사의 완승으로 끝났다. 단 한 건의 소송서도 법원은 시행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시공사와 수탁사는 이를 근거로 기판력을 주장하고 있다. 시행사 대표는 “이전에 단 한 번도 청구하지 않은 소송이고 이에 대해 변론종결일까지도 피고는 어떤 주장도 반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심 선고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