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한국전력 뒤이은 자산규모 국내 3위 거대 공기업 출범
지난해 부채만 86조원 … 재무건전성 확보·구조조정 시급
삼성그룹과 한국전력에 이어 국내 자산규모 3위를 자랑하는 거대 공기업이 탄생했다.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통합한 새 이름토지주택공사’가 그것이다. 지난 1993년 첫 통합 논의가 시작된 지 무려 16년 만의 결실이다. 이 거대 공룡을 이끌 첫 수장으로 정부는 이지송 사장을 선택했다. 30여 년간 현대건설맨으로 활동해왔던 이 사장의 어깨는 출발부터 무겁다. 두 조직의 융합과 내부단결, 재무건전성 확보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인 탓이다. 토지주택공사의 첫 수장으로서 이 사장에게 주어진 과제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봤다.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통합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7일, 성남시 분당구 사옥에서 공식 출범식을 갖고 정부의 주택·토지 사업을 전담할 새로운 공기업으로 탄생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이례적으로 이명박 대통령도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축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출범은 선진인류로 가는 길에 초석을 쌓은 것”이라고 평가하며 “진정한 소통과 화합으로 서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공기업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대건설 ‘위기의 구세주’
공기업 개혁 성공 기대
이 대통령이 이렇게 직접 나서 토지주택공사에 애정을 쏟는 이유는 한 가지다. 이 대통령이 요구하는 공기업 개혁의 모델이기도 한 토지주택공사가 성공적으로 안착해야 이후 부실공기업 개혁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는 탓이다.
토지주택공사는 거대 공기업이다. 자산이 무려 105조2951억원에 달하고 임직원만 7300여 명이 넘는다. 자산 규모만으로 따지면 삼성그룹(175조원)과 한국전력(117조원)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이 대통령은 이 거대 공기업을 이끌 첫 수장으로 현대건설 출신의 이지송 사장(69)을 선택했다. 충남 보령 출신인 이 사장은 대전중, 경동고, 한양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뒤 2003년 2월 한양대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건설부(현 국토해양부), 수자원공사에서 공직생활을 한 뒤 1976년 현대건설 현장소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전무, 부사장 등을 지내고 경인운하(주) 사장 등을 거친 이 사장은 2003년 침몰직전의 현대건설 경영에 사장직으로 복귀했다.
복귀 이후 이 사장은 곧바로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광양항만, 청계천 복원 등의 대형공사를 연달아 수주하는 저력을 보였다. 그의 추진력에 현대건설은 영업이익 및 주가 상승, 신용등급 상향 조정 등 1년 만에 눈에 띄는 성과를 기록했다. 이 사장의 취임 3년째인 2005년에는 4362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2006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현대건설을 뒤로하고 이 사장은 경복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업계는 올해 현대건설이 시공능력평가 1위를 되찾은 기반을 다진 인물로 주저 없이 이 사장을 꼽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사장은 현대건설에서 이 대통령과 15년을 같이 근무한 경험이 있는 ‘MB측근’”이라며 “덩치만 큰 부실 공기업의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한 적임자로는 이 사장만 한 인물이 없다는 게 이 대통령의 판단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토지주택공사가 최근 무사히 출범식을 가지고 첫 발을 내디뎠지만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과거 두 공사 조직의 융합, 구조조정, 재무구조 개선 등이 손꼽힌다.
이 사장 앞에 놓인 여러 과제 중 우선과제는 누가 뭐래도 재무구조 개선이다. 105조원의 거대한 자산규모를 자랑하는 토지주택공사의 부채가 천문학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토지주택공사는 2008년 말 기준으로 금융부채 55조원을 포함해 총 85조70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이는 2010년 정부 예산(292조원)의 29%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단의 대책이 없을 경우 2014년에는 총부채 198조원, 금융부채규모만도 15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매년 6조원(금리 연 4%일 경우) 이상을 이자로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업계는 통합공사의 재무 부실에 대한 근본적 원인을 국민임대주택 물량 급증과 행정중심복합도시 등 정책사업 수행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더욱이 앞으로도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 초대형 정책 사업이 이어져 단기간에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업계는 토지주택공사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과감한 업무혁신과 조직의 군살을 빼는 등 경영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말한다.
금융부채 등 부채 86조원
경영개선·조직정비 과제
과거 주공과 토공의 근본적 화합도 우선 해결 과제다. 이 대통령도 출범식 축사에서 “주공과 토공이 통합을 한 것은 공기업의 윤리와 사명인 국민의 편익과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해서였다”며 “토지주택공사는 이른 시일 내에 화학적인 융합을 통해 기능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이는 양 공사가 오랜 기간 경쟁관계를 유지해 온 만큼 조직문화도 다를 뿐더러 조직 안정을 통한 융화에도 어려움이 예상되는 탓이다. 만일 두 공사 출신간의 내부 잡음이 깊어져 화합이 장기화될 경우 이는 주택공사의 발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업계는 수장인 이 사장이 토지주택공사의 조직 재편을 통해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통합 시너지를 발산하는 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사장은 조직의 융합과 동시에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토지주택공사는 중복기능 축소·폐지 등 경영효율을 통해 현재 정원 7367명의 24%인 1767명을 오는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장은 임기기간인 3년 안에 1·2급 고위직을 3분의 1로 줄이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토지주택공사의 본사 이전지를 둘러싼 문제도 풀어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 방안에 따르면 2012년까지 토공은 전주로, 주공은 진주로 본사를 옮겨야 한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지금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고 지방에서는 공사를 유치하기 위한 싸움이 치열하다.
이 사장은 우선 토지주택공사의 재무안정을 목표로 정하고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본사사옥 매각(1조원), 재고토지 및 미분양주택 조기매각(16조원), 국고보조금 출자전환(1조3000억원) 등 자구적인 노력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또 사장 직속의 재무개선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조직 슬림화와 경영 효율화를 지속적으로 펼쳐 나간다는 방침이다.
업무도 크게 조정된다. 장기적인 자금난에 빠진 토지주택공사는 현재 추진 중인 사업 중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은 연기하고 한계사업은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저렴한 택지 공급과 보금자리주택 건설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현장경영 선두주자로
내부 개혁 우선 강화
첫 항해부터 무거운 짐을 짊어진 탓에 이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강행군의 연속이다. 지난 추석에는 연휴를 반납하고 보금자리주택 시범단지 4곳을 돌아보며 현장을 살폈다. 그는 토지주택공사에 대한 국감이 끝나는 오는 20일 이후부터 연말까지 전국 630여 개 현장을 직접 방문해 개혁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이 사장의 거침없는 강행군에 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평소 오전 8시30분에 열리던 간부회의도 7시30분으로 한 시간이나 앞당겨졌다. 민간경영인 시절부터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이 사장의 근무 패턴 때문이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이 사장은 성실과 근면을 거듭 강조한다.
이 사장은 “무능, 복지부동, 부패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며 인사와 조직 운영에 있어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조직 슬림화를 위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 사장은 전 직원의 인사카드를 직접 살피며 정성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지송 사장 프로필>
▲1940년 충남 보령 출생
▲1958년 경동고 졸
▲1963년 한양대 토목공학과 졸
▲1965~1969년 건설부 한강유역 합동조사단 근무, 한강유역개발(소양강댐, 충주댐, 한강운하계획 조사 업무)
▲1970~1976년 한국수자원공사 근무 (소양강댐, 안동댐 건설공사 공무과장)
▲1976~1998년 현대건설(주) 담양댐·대청댐, 충주댐 건설소장, 말레이시아·스리랑카·이라크댐, 이라크 상수도공사 현장소장,토목사업본부장, 영업본부장, 부사장
▲1998~2000년 경인운하(주) 대표이사 사장
▲2000~2003년 경복대학 토목설계과 교수
▲2003년 한양대학원 토목공학박사
▲2003~2006년 현대건설(주) 대표이사 사장
▲2005년 경동대학교 명예총장
▲2007~2009년 경복대학 총장
▲2009년 현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