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닻 올린 ‘이지송호號’ 부실 공룡 오명 벗는다



삼성, 한국전력 뒤이은 자산규모 국내 3위 거대 공기업 출범
지난해 부채만 86조원 … 재무건전성 확보·구조조정 시급

삼성그룹과 한국전력에 이어 국내 자산규모 3위를 자랑하는 거대 공기업이 탄생했다.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통합한 새 이름토지주택공사’가 그것이다. 지난 1993년 첫 통합 논의가 시작된 지 무려 16년 만의 결실이다. 이 거대 공룡을 이끌 첫 수장으로 정부는 이지송 사장을 선택했다. 30여 년간 현대건설맨으로 활동해왔던 이 사장의 어깨는 출발부터 무겁다. 두 조직의 융합과 내부단결, 재무건전성 확보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인 탓이다. 토지주택공사의 첫 수장으로서 이 사장에게 주어진 과제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봤다.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통합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7일, 성남시 분당구 사옥에서 공식 출범식을 갖고 정부의 주택·토지 사업을 전담할 새로운 공기업으로 탄생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이례적으로 이명박 대통령도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축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출범은 선진인류로 가는 길에 초석을 쌓은 것”이라고 평가하며 “진정한 소통과 화합으로 서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공기업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대건설 ‘위기의 구세주’
공기업 개혁 성공 기대

이 대통령이 이렇게 직접 나서 토지주택공사에 애정을 쏟는 이유는 한 가지다. 이 대통령이 요구하는 공기업 개혁의 모델이기도 한 토지주택공사가 성공적으로 안착해야 이후 부실공기업 개혁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는 탓이다.

토지주택공사는 거대 공기업이다. 자산이 무려 105조2951억원에 달하고 임직원만 7300여 명이 넘는다. 자산 규모만으로 따지면 삼성그룹(175조원)과 한국전력(117조원)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이 대통령은 이 거대 공기업을 이끌 첫 수장으로 현대건설 출신의 이지송 사장(69)을 선택했다. 충남 보령 출신인 이 사장은 대전중, 경동고, 한양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뒤 2003년 2월 한양대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건설부(현 국토해양부), 수자원공사에서 공직생활을 한 뒤 1976년 현대건설 현장소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전무, 부사장 등을 지내고 경인운하(주) 사장 등을 거친 이 사장은 2003년 침몰직전의 현대건설 경영에 사장직으로 복귀했다.

복귀 이후 이 사장은 곧바로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광양항만, 청계천 복원 등의 대형공사를 연달아 수주하는 저력을 보였다. 그의 추진력에 현대건설은 영업이익 및 주가 상승, 신용등급 상향 조정 등 1년 만에 눈에 띄는 성과를 기록했다. 이 사장의 취임 3년째인 2005년에는 4362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2006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현대건설을 뒤로하고 이 사장은 경복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업계는 올해 현대건설이 시공능력평가 1위를 되찾은 기반을 다진 인물로 주저 없이 이 사장을 꼽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사장은 현대건설에서 이 대통령과 15년을 같이 근무한 경험이 있는 ‘MB측근’”이라며 “덩치만 큰 부실 공기업의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한 적임자로는 이 사장만 한 인물이 없다는 게 이 대통령의 판단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토지주택공사가 최근 무사히 출범식을 가지고 첫 발을 내디뎠지만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과거 두 공사 조직의 융합, 구조조정, 재무구조 개선 등이 손꼽힌다.

이 사장 앞에 놓인 여러 과제 중 우선과제는 누가 뭐래도 재무구조 개선이다. 105조원의 거대한 자산규모를 자랑하는 토지주택공사의 부채가 천문학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토지주택공사는 2008년 말 기준으로 금융부채 55조원을 포함해 총 85조70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이는 2010년 정부 예산(292조원)의 29%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단의 대책이 없을 경우 2014년에는 총부채 198조원, 금융부채규모만도 15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매년 6조원(금리 연 4%일 경우) 이상을 이자로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업계는 통합공사의 재무 부실에 대한 근본적 원인을 국민임대주택 물량 급증과 행정중심복합도시 등 정책사업 수행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더욱이 앞으로도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 초대형 정책 사업이 이어져 단기간에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업계는 토지주택공사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과감한 업무혁신과 조직의 군살을 빼는 등 경영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말한다.

금융부채 등 부채 86조원
경영개선·조직정비 과제

과거 주공과 토공의 근본적 화합도 우선 해결 과제다. 이 대통령도 출범식 축사에서 “주공과 토공이 통합을 한 것은 공기업의 윤리와 사명인 국민의 편익과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해서였다”며 “토지주택공사는 이른 시일 내에 화학적인 융합을 통해 기능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이는 양 공사가 오랜 기간 경쟁관계를 유지해 온 만큼 조직문화도 다를 뿐더러 조직 안정을 통한 융화에도 어려움이 예상되는 탓이다. 만일 두 공사 출신간의 내부 잡음이 깊어져 화합이 장기화될 경우 이는 주택공사의 발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업계는 수장인 이 사장이 토지주택공사의 조직 재편을 통해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통합 시너지를 발산하는 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사장은 조직의 융합과 동시에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토지주택공사는 중복기능 축소·폐지 등 경영효율을 통해 현재 정원 7367명의 24%인 1767명을 오는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장은 임기기간인 3년 안에 1·2급 고위직을 3분의 1로 줄이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토지주택공사의 본사 이전지를 둘러싼 문제도 풀어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 방안에 따르면 2012년까지 토공은 전주로, 주공은 진주로 본사를 옮겨야 한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지금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고 지방에서는 공사를 유치하기 위한 싸움이 치열하다.

이 사장은 우선 토지주택공사의 재무안정을 목표로 정하고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본사사옥 매각(1조원), 재고토지 및 미분양주택 조기매각(16조원), 국고보조금 출자전환(1조3000억원) 등 자구적인 노력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또 사장 직속의 재무개선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조직 슬림화와 경영 효율화를 지속적으로 펼쳐 나간다는 방침이다.

업무도 크게 조정된다. 장기적인 자금난에 빠진 토지주택공사는 현재 추진 중인 사업 중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은 연기하고 한계사업은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저렴한 택지 공급과 보금자리주택 건설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현장경영 선두주자로
내부 개혁 우선 강화

첫 항해부터 무거운 짐을 짊어진 탓에 이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강행군의 연속이다. 지난 추석에는 연휴를 반납하고 보금자리주택 시범단지 4곳을 돌아보며 현장을 살폈다. 그는 토지주택공사에 대한 국감이 끝나는 오는 20일 이후부터 연말까지 전국 630여 개 현장을 직접 방문해 개혁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이 사장의 거침없는 강행군에 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평소 오전 8시30분에 열리던 간부회의도 7시30분으로 한 시간이나 앞당겨졌다. 민간경영인 시절부터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이 사장의 근무 패턴 때문이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이 사장은 성실과 근면을 거듭 강조한다.


이 사장은 “무능, 복지부동, 부패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며 인사와 조직 운영에 있어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조직 슬림화를 위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 사장은 전 직원의 인사카드를 직접 살피며 정성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지송 사장 프로필>
▲1940년 충남 보령 출생
▲1958년 경동고 졸
▲1963년 한양대 토목공학과 졸
▲1965~1969년 건설부 한강유역 합동조사단 근무, 한강유역개발(소양강댐, 충주댐, 한강운하계획 조사 업무)
▲1970~1976년 한국수자원공사 근무 (소양강댐, 안동댐 건설공사 공무과장)
▲1976~1998년 현대건설(주) 담양댐·대청댐, 충주댐 건설소장, 말레이시아·스리랑카·이라크댐, 이라크 상수도공사 현장소장,토목사업본부장, 영업본부장, 부사장
▲1998~2000년 경인운하(주) 대표이사 사장
▲2000~2003년 경복대학 토목설계과 교수
▲2003년 한양대학원 토목공학박사
▲2003~2006년 현대건설(주) 대표이사 사장
▲2005년 경동대학교 명예총장
▲2007~2009년 경복대학 총장
▲2009년 현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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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